[세계일보] '무인도 軍복무'로 정신질환…국가유공자 인정

'무인도 軍복무'로 정신질환…국가유공자 인정
  2009-06-24
 무인도에서 군생활을 하다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을 앓게 됐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유승정 부장판사)는 24일 예비역 해군 중사 A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며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무인도 군복무와 정신질환의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한 A씨는 1998년 중사에 진급한 직후 인천에서 배로 4∼5시간 걸리는 무인도의 레이더 부대에서 근무했다. A씨는 매달 2차례 수송선이 들어오는 이 외딴 섬에서 장병 40여명과 함께 상당히 낙후된 시설에서 생활했다.

 입대 후 원만한 군 생활을 했던 A씨의 성격이 변한 것은 이 섬에서 근무한 지 21개월이 된 2000년 8월부터. 그는 매우 신경질적인 성격을 보이기 시작했고 지휘관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혼자 웃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이다 2001년 조울증 진단을 받고 전역했다.

 A씨는 국가유공자 신청이 거부되자 “보통 1년 이상 근무하지 않는 무인도에 2년간 근무하면서 상관에게 임지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선임 부대원들에게서 구타를 당하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탓에 정신질환이 생겼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임지 변경 요청이 묵살됐다거나 구타를 당했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그 밖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스트레스로 병이 생겼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무인도에 있는 시설이 낙후된 부대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 조울증이 발병한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