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중대재해 재판, 함께 돌아보기가 필요하다 (22.10.27)

기고

박다혜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고 직후 그 설비를 모두 멈출 필요가 있었을까요?”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동료가 증인으로 나온 재판에서 어느 판사가 한 질문이었다. 검사와 변호인이 질문하는 내내 주눅 든 사람처럼 소극적으로 답변하던 동료 노동자의 목소리가 유일하게 높아졌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사람이 죽은 곳 아닙니까.”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안전점검과 필요한 조치가 이행되기 전이었다. 심지어 참혹한 사고 현장이 채 수습되기도 전이었다. 노동자의 몸이 끼여 해당 설비가 멈추자, 회사는 혹시라도 생산에 지장이 있을까 바로 붙어 있는 옆 설비 가동을 지시한 사건이었다. 많은 재판 가운데서도 그날 법정의 언어와 판사의 무표정한 얼굴, 방청석에 앉은 유족과 노동자들의 무거운 탄식이 유독 선명히 마음에 남았다.

SPC그룹 계열 빵공장에서 샌드위치를 만들던 청년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사망한 사건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사고 발생 당일 해당 기계에 흰 천을 씌운 채 생산을 재개했고, 시민들의 분노가 일자 뒤늦게 고용노동부 권고에 따라 작업을 중지했다. 중대재해가 적지 않게 일어나는 사업장이었고 주야 교대근무, 특별연장근로를 통해 24시간 쉬지 않고 빵을 만드는 곳이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이 통상 사고를 가장 먼저 인지하고 피해 노동자를 발견하는 이는 동료 노동자다. 최초 구조와 수습도 마찬가지로 함께 일하던 이들의 몫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의 지시대로라면 눈앞에서 죽음을 경험한 곳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그 일을 계속하게 되는 것인데, 적어도 일상의 일터는 전쟁터와 달라야 한다.

전문읽기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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