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2005년 노동절 대회 문선을 하지 못하게 된 수도권지역 문화패들의 입장

<2005년 노동절 대회 문선을 하지 못하게 된 수도권지역 문화패들의 입장>


1. 우리 현장 문화패들은 투쟁 시기 문선활동으로 함께 투쟁현장을 지켜왔습니다.

- 민주노총 10년의 역사와 그 이전의 민주노조 운동의 과정에서 우리 문화패들은 일상시기에는 노동자 문화활동과 연대활동으로 자본의 문화에 저항해왔고 투쟁시기에는 최선두에서 문선활동으로 동지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선동이 스스로에게 거짓선동이 되지 않을까 채찍질 하며 때로는 흐트러진 모습에 동지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하며 민주노조 운동을 함께 지켜왔습니다.

2. 함께 하는 설렘의 집회가 동원된 무거운 발걸음으로..

- 동지들도 잘 알다시피 수많은 선배 노동자들은 목숨과 민주노조의 깃발을 바꾸어야만 했습니다. 그 극한 폭압을 뚫고서 더디나마 민주노조 운동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길을 향해 한발한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스스로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서로에 대한 비판과 반비판을 통해 발전해 나가던 전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민주노조의 깃대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현장으로부터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던, 그럼으로써 민주노조일 수 있었던 생명과도 같은 문화는 언제나 똑같은 집회장 연사들의 마이크 울림 아래로 사라져버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있으니 함께 토론하고 얘기하자는 외침은 ‘엄중한 시기에 내부분열을 조장하는 불온세력’으로 낙인 찍혀버리는 현재에서 우린 민주노조의 희망을 어디서 찾을지 암담함을 느낍니다.
‘이번 집회에선 어떤 얘기들이 있을까? 나도 동지들에게 의견 한마디 얘기 할 수 있을까’하던 설렘으로 집회장을 향하던 발걸음은 이젠 보지 않아도 연사들 순서를 다 외고 똑같은 사람들 똑같은 이야기 듣기 위해 동원된 발걸음을 무겁게 옮겨야 하는... 그래서 집회 시간 내내 시계만 쳐다보다 출석체크하기 바쁘게 집회장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투쟁의 최선두에서 투쟁의지를 북돋운다는 자부심으로 몸이 부서져라 쳐대던 북소리도, 노랫소리도, 몸짓도 이젠 점점 집회장의 구색맞추기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우리 문화패들의 활동도 갈수록 힘이 빠져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3. 지도부가 원치 않는 내용의 문선은 할 수 없다(?)

- 그런 가운데 또다시 2005년 노동절을 맞이하고 우리 문화패들은 문선으로 복무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내부토론을 통해 올해는 동지들에게 어떤 내용을 문선으로 전달할까를 고민했습니다. 수도권 지역의 율동패들이 모여서 전반적인 의견을 나눈 결과를 노동자대회 문화기획연출단에 제안했으나 돌아 온 이야기는 “그런 내용이라면 노동자 대회 무대에 올릴 수 없다”는 결과였습니다.
‘음반사전검열’이란 단어도 박물관에 들어가 앉아 있는 이 시대에 가장 민주적이라고 하고 진보적 변혁운동의 최선두에 서있다고 하는 민주노총의 지도부에게서 우린 악명 높았던 군사독재 시절의 그림자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치 사상, 표현의 자유를 찾기 위해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고 때론 목숨도 바쳐야 했던 수많은 선배 열사들에게 지금의 부끄러운 낯을 어떻게 들어서 볼 수있을지 가슴 아플 따름입니다. 대중적 토론의 장이어야할 노동자 대회가 ‘지도부의 지도력이 의심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문화적 표현이 사전검열 대상이 되어야 하는 지금의 민주노조 운동을 그래도 변혁을 지향하는 진보운동이라고 도대체 누구에게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과거에도 내부의 이견은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문선대로서 우리는 조합원동지들 앞에 서서 문선을 해야할 책임감이 있기에 조금씩의 차이를 극복하고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이런 식의 민주노조 정신의 훼손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그래도 우린 문선대이니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해야 하는 것입니까?

4. 무엇이 총파업전선을 교란시키는가?

- 자본은 스스로의 위기를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신자유주의 공세로 극복하고 오히려 더욱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언론을 통해 대놓고 ‘고용의 유연화는 어느 정도 됐으니 임금부분의 유연화를 착수해야 한다’는 말을 지껄여 대는 등 노동자들을 향한 시퍼런 칼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자본은 이렇게 단 한순간도 노동자들을 향한 그들의 원칙을 바꾸지 않고 있는데... 우리 민주노조운동은 너무 쉽게 우리의 원칙을 포기하거나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원칙. 그것은 바로 계급성과 변혁 지향성이라고 알고 있고 배워왔으며 그렇게 실천해왔습니다. 허나 우린 민주노총 10년여의 역사 속에서 너무나 많이 흔들려왔으며 그 결과는 자본과 정권의 의도에 말려들어 수렁에 빠지는 꼴로 귀착되어 왔습니다. 신자유주의를 멈추게 했던 총파업의 함성이 가시기도 전에 노사정위의 합의로 우린 정리해고와 파견법을 얻어냈습니다. 정리해고에 대한 항거와 비정규직 투쟁들은 노사정이 동의했다는 미명 아래 무차별적 폭력으로 우리에게 돌아왔으며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다고 이젠 과거의 계급적 노동운동은 안된다고 너무 쉽게 이야기 하며 우리도 힘이 있으니 저들에게 손을 내밀 때가 되었다고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지도부가 저들의 손을 잡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벌건 대낮에 청주에서 울산에서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들은 눈알이 뽑혀가는 피의 유린을 당하고 있으며 순식간에 한 단사에서 114명의 조합원들이 사형선고와 같은 해고를 당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라는 자본의 축제에 결정판이 될 비정규직 개안안과 노사관계로드맵을 저지하기 위한 해답은 우린 지난 경험으로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장으로부터의 힘있는 총파업을 조직하는 것. 그것말고는 그 어느 것도 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총파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다른 것에 매달리지 말고 총파업전선을 힘있게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현장에서 체감되는 총파업은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노사정 교섭으로 얘기 다 끝날건데 총파업은 무슨...”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들이 바로 우리 현장에서 총파업을 조직해야할 활동가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들이며 ‘이제 집회가자고 설득할 근거조차 없어졌다. 무슨 이야기로 집회동원하냐?’고들 말합니다.
지난 겨울 국회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며 외치던 비정규직 동지들의 외침은 비정규직 개악안의 유보도 수정도 아닌 폐기였습니다. 각계에서 현장을 혼란시키는 사회적 교섭을 폐기해달라는 요구에도 귀를 막아버린 현 민주노총의 지도부 동지들에게 우리 현장 조합원들은 어떤 믿음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국회에서 비정규개악안을 빼내오기 위해 노사정교섭이 필요하다는 현 지도부의 호소는 노사정 교섭을 하자 마자 국회처리를 인정하는 모습 속에서 조합원들의 총파업의지를 꺾고있습니다. 비정규개악안 폐기가 노사정대화의 전재라고 하던 현 지도부의 외침은 갑자기 인권위안 관철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또다시 수정안을 놓고 벌이는 교섭테이블의 모습 앞에 한숨짓게 했습니다.

5. 정권과 자본의 포섭, 교란작전을 극복하고 총파업전선을 강화하자!

- 이것이 이번에 율동패들이 노동자 대회 때 조합원들에게 전하고자 준비한 메시지였습니다. 민주노총이 생기고 초유로 벌어진 대의원대회 3회 무산이라는 사태. 이런 내부의 혼란을 극복하지 않고는 이후 힘있는 민주노조 운동은 없다는 위기감에 우리는 공감했고, 노동자대회에서 이제 우리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자는 내용을 담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노사정 교섭에 대한 문제제기’는 대회에서 절대 조합원들 앞에 보여져서는 안된다는 노동자대회 문화기획연출단의 결과를 접해야만 했습니다. 그런 결과 앞에서 우린 우리의 내용을 폐기하고 기획연출단에서 요구하는 것으로 문선을 할 것인가 아닌가를 놓고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결코 동지들에게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선동은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동지들. 저희 문화패들의 고민이 철없는 생각이거나 그들이 말하듯 좌익맹동주의적 발상이라면 저희는 조합원동지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또한 저희는 동지들 앞에서 언제나처럼 문화를 무기로 투쟁의 최선두를 지키고 싶습니다. 비록 이번 노동자 대회에서 동지들 앞에 문선대로서의 의무를 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노동해방의 전선을 동지들과 함께 지켜나가겠습니다.

2005년 4월 28일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몸짓패, 대한항공조종사 노동조합 몸짓패 비상, 한국자활후견기관노동조합 몸짓패 한판, 기아자동차(소하리) 몸짓패 김택수, 기아자동차(화성)몸짓패 활화산, 안산 지역 현장 연합 몸짓패 밝은자리, 뉴코아 노동조합 몸짓패 활화산, 두원정공노동조합 몸짓패 몸부림, 서울지하철 노동자 몸짓패 두더지,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몸짓패 강철몸짓,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 몸짓패 활, 몸짓연대 투, 뉴코아 노동조합 노래패 천둥소리, 두원정공노동조합 노래패 한울림, 서울지하철 노동자 노래패 소리물결, 기아자동차(소하리)노래패 새벽소리, 대우자동차노동조합 노래패 참소리,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경인노래패 그루터기, 로템(의왕)노동조합 노래패 기적소리, 노동자 민요패 우듬지,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서울 풍물패 소리가람/경인 풍물패 도깨비, 대우자동차 풍물패 아람, 영창악기 풍물패 어울림, 수도권 노동자 영상패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본조영상패 사각혁명, 기아자동차 노동자 영상패, 인천지역 영상패“시”, 공공연맹 영상패, 대우자동자 노동조합 영상패), 호남지역 미디어 활동단 필.


노동자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