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0월/지금지역에서는] 부산지역(2)-동아대학교의료원 파업을 되돌아보며

일터기사

부산지역소식(2)

민주노총 공공연맹 의료연대노조 동아대학교의료원 분회장 석 병 수

동아대학교의료원 파업을 되돌아보며

지난 9월8일 12시부터 시작된 12일간의 파업은 우리에게 노사관계에 대한 많은 교훈과 노동조합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데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그동안 대화만을 중심으로 한 노사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조합원과 노동조합 간부와의 관계설정 및 향후 노동조합 일상활동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전술의 변화를 말한다.

06년 임단투는 7월 6일 첫 번째 교섭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으며, 핵심 요구사항은 근로기준법을 지켜내는 교대근무자의 근로시간에 대한 사항과 이미 체결되어있는 단협을 지켜내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였다. 우리는 “교대근무자의 근로시간 조항”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교육의 강화-평가제도의 강화-노동강도의 강화를 통해 결국 신인사제도, 신임금제도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내는 핵심조항이고, 이것이 병원의 신경영전략을 막는 저지선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복지수준 강화에 대한 조항에 우선하여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섭에 임하였으며 파업전야제에 350여명의 조합원이 로비에 모이고서야 결국 사측과 의견접근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조합원 의견수렴 및 대의원대회를 거쳐 잠정합의할 것을 결정한 이후 파업전야제 대오를 해산하였다.

그러나 의료원 측과 잠정합의를 위해 문구정리를 하던 중 의료원 측이 돌연 13명의 정규직화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였다. 이에 노조에서는 민주노조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파업에 돌입할 수 밖 에 없었다.하지만 파업돌입 당시 우리는 병원사업장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환자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파업을 진행하였다. 예를 들면 병동 환자식은 정상적으로 진행하였고, 병실의 경우 비번자 중심으로 파업에 참석하게 하였으며, 또한 금요일 오후부터 파업을 진행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하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어이없게도 파업돌입 5시간 10분만에 직권중재회부 결정을 내려 자율교섭을 가로막아 버렸다. 그리고 의료원측은 기다렸다는 듯 대의원 및 상집간부전원에게 고소고발과 공권력투입 요청 그리고 구사대를 투입하여 조합원을 다치게 하는가 하면 심지어 임산부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응급실로 후송하게 하는 일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의료원측은 파업을 풀면 교섭하겠다는둥,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면 교섭에 응할수있다는둥 하면서 교섭을 회피하였다.

이는 그동안의 노사관계가 대화와 교섭을 통해서 문제 해결을 해오던 우리들로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간부들은 파업10일차가 되는 그 순간까지도 의료원측이 노동조합을 무기력화하겠다는 확실한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채, 교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 수세적인 파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파업11일차 의료원에서 실무교섭에서 의견접근을 보고 있었던 안을 또다시 번복하면서 조합원에게까지 손배가압류를 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하면서 다른 사업장에서 시도한 악랄한 노동조합 탄압의 방법을 총동원하였다. 노동조합으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으며 남성 상집간부가 전원 삭발투쟁을 하면서 공격적인 파업투쟁 전술을 전개하였고, 급기야 파업 12일차때 의료원에서는 안을 던지면서 잠정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이번 파업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것을 잃었으며 또한 많은 것을 얻었다. 파업에 동참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간의 반목 그리고 구사대로 참여한 사람들과의 적대관계 등 짧은 시간안에 치유할 수 없는 벽이 만들어졌으며 의료원측에서 흘린 유언비어 등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는 말이 있듯 투쟁가 한 곡을, 그리고 근로기준법이 무엇인지를, 노동자가 무엇인지를, 동지애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였다. 사람들이 스스로 현장투쟁을 이야기하고 노동조합을 통한 일상활동 방법 역시 심각하게 토론하는 모습들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소득이었다.

파업이 끝난지 이틀이 지난 지금, 노동조합 전화기는 계속 울리고 있다. 파업전까지만 하더라도 ‘찾아가는 서비스’, ‘자판기 노동조합’ 활동을 해야만 하던 현장 활동이 조합원 스스로 대응하고 보고하고 고발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동아대학교의료원 파업은 병원사업장이라는 특수성(사회적 정서와 함께 평소 환자를 위한 의료인의 사명감이 투철한 조합원의정서) 때문에 전면 파업을 전개하기에는 어려운 투쟁이었다. 그럼으로 인해 전면적인 파업이 감행되지 못하고 병원 업무는 거의 정상적으로 운영되었으므로 사측은 답답할 것이 없었다. 또한 노동자의 자주적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자율교섭을 가로막고 있는, 그래서 이미 폐지가 입법예고 되어있는, ‘직권중재 회부’ 결정으로 너무나 정당한 파업(노동자의 기본권인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그리고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을 지키라는 가장 기초적인 요구를 하는)이 불법으로 매도되면서 의료원측은 자율적인 교섭으로 파업 사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는 커녕, 오직 직권 중재안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파업을 장기화하고 노동조합 길들이기에 온 힘을 쏟았던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노동조합 일부 간부 및 일부 조합원들은 그동안의 대화를 중시한 노사관계에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못한 오류가 있었다. 파업이 시작되면 이미 노사관계는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교섭에만 매달려 왔으며 다양한 전략전술을 구사하지 못함으로 인해 철저하게 준비되지 못한 파업의 한계를 보였다. 그리고 전체 조합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실행되지 않음으로써 투쟁에 대한 파업대오는 자신감이 결여되었고, 의료원측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앞으로의 조합원 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교육의 방향 설정도 함께 고민해야 될 문제로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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