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월/다녀와서] 제3차 국제교류센터(ICLS) 국제평의회를 다녀와서

일터기사

제3차 국제교류센터(ICLS)
국제평의회를 다녀와서

궤도연대 정책국장, 한노보연 회원 정 흥 준

국제교류센터 국제평의회란?

10월 3일부터 7일까지 4박5일 동안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국제교류센터 국제노동자포럼에 다녀왔다. 참가조직은 한국의 궤도연대, 일본의 JR총련, 태국 철도노조, 대만 철도노조, 필리핀 철도노조, 호주 철도버스노조, 뉴질랜드 철도해운노조, 버마 해운노조, 필리핀 BMP(필리핀 노동자연대) 등 9개 조직이다. 조직면모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아시아국의 주요 철도, 운수노조가 중심이며 이 중에서도 일본의 JR동노조, 한국의 궤도연대가 중심역할을 하고 있었다.
국제교류센터는 매년 정기총회 및 국제노동자포럼을 진행해, 올해는 3회째를 태국 방콕에서 개최한 것이다. 이번 총회의 목적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국제적 연대 및 전선구축’이었으며 주요의제는 신자유주의 공격과 노동조합의 대응이었다. 보조의제와 발제는 노동법의 신자유주의적 개악 현황(한국), 비정규 고용문제(한국), 다국적 기업문제(태국, 필리핀), 노동조합 탄압에 대한 대응 및 국제연대강화(일본, 버마) 등이었다.
한국에서는 국제교류센터 석치순 위원장 및 궤도연대, 서울지하철, 부산지하철, 공공운수연맹에서 9명이 참가하게 되었다.

각 국의 보고 및 토론내용

이번 포럼에서 주요의제에 대한 각국의 발제와 각국의 노동자들의 각종 증언 및 주장이 잇따랐다. 여기서는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한국의 비정규노동법 개악 및 비정규고용현황>
공공운수연맹 조귀제 실장과 내가 각각 노동법 개악현황과 비정규직 고용현황을 발제하였다. 노동법개악현황은 지난 비정규직법 개악으로 인해 사용자들이 외주용역화로 악용하는 실태를 고발하였으며 비정규직 고용현황과 관련해서는 비정규직의 규모, 처우 및 원인과 대응방안을 발제하였다.

<태국의 다국적 기업문제>
태국노동자들은 다국적 기업의 문제를 고발하였다. 주로 SONY, HONDA등 일본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로, 이들 기업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음은 물론 상시적인 해고를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노동자단체에서 영상물을 직접 제작, 상영하여 인상 깊었는데 SONY에서 해고된 여성노동자들의 내용을 다룬 것이었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자매가 동시에 해고된 경우도 있었다. 이들 여성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외국계기업의 관리자들이 상시적인 성희롱을 일삼고, 그것도 모자라 노동조합이 결성되면 조합원들을 모두 해고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당장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자신들의 노동조합 결성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버마의 항쟁 보고>
얼마 전 전 세계의 관심의 초점이 된 버마민중항쟁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버마해운노조는 많은 민주적 인사들이 망명해서 활동하고 있으며 버마해운노조도 마찬가지 상태로 태국에서 일하고 있는 버마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사진으로 제작된 동영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승려들이 왜 항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는지, 또 승려들의 민주화요구 투쟁에 시민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있는지, 버마정부는 승려들을 어떻게 탄압하고 있는지를 잘 알려주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애초 승려들의 투쟁이 전국적이지는 않았으나 시위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정부군의 총기 사용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승려들의 투쟁이 전국화되었다고 한다. 또 버마에서는 승려들이 상당한 존경의 대상이기 때문에 승려들의 죽음과 탄압에 분노한 시민들이 가세하는 장면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한편 외신 보도와 달리 이번 민주화 시위로 인해 1,000여명이 죽임을 당했으며 3,000여명이 구속되었다는 말도 전했다.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도 거세 정부로부터 살해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며, 우연히 포럼 도중에 만난 미국서비스노조(SEIU)의 한 버마출신 조직 활동가 역시, 자신의 누이와 동생이 살해되었으며 자신은 현재 미국으로 망명, SEIU에서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JR동일본철도노조의 노조탄압 보고>
일본 정부는 JR동노조 노조간부가 투쟁에 소극적인 조합원들을 협박하였다는 이유로 내사를 하였는데, 애초 사건과 달리 JR동노조 간부 7명을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라고 기소하고, 300일이 넘게 강제 구금하였다는 보고를 하였다. 결국 이들 노조간부들은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중이며 회사에서도 해고되는 탄압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포럼에 참여한 일본 노동자들에 따르면 일본정부가 JR동노조를 탄압하는 진짜 이유는 JR동노조 반전․평화운동 때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JR동노조가 이라크파병반대, 미군반대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정부가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확대하여 JR 동노조를 와해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노조간부는 이러한 정부의 노조탄압에 대해 일본노조총연합회(RENGO,랭고)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투쟁을 조직하지 않는 등 관료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하였다.
또 오키나와 지역노동조합에서 참여한 간부들은 오키나와에서의 미군철수운동 등에 대해서 발제를 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필리핀BMP소속 노조간부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보다 정치적인 투쟁과 국제적인 단결을 호소하였으며, 태국철도노조 전 위원장은 태국의 정치적 상황과 노동조합의 과제에 대해, 특히 국제연대에 대해 많이 강조하였다.

낯설지만 중요한 노동자 국제연대

노동자국제포럼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생소하긴 했어도 의미있는 시간이었음은 틀림없다. 우선 노동기본권을 박탈당하고 심지어 노동조합 활동자체가 불법화되어 있는 국가에서 목숨을 걸고 노조를 만들고 지키고 있는 동지들을 보면서 새삼 선배 열사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으로 한국의 비정규노동자들 역시 노동기본권이 박탈되어 있고 노동조합을 지키는 것조차 버거운 엄연한 현실을 돌아보면서 이윤추구를 향한 자본의 동일한 속성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또 다른 것은 이러한 노동자포럼 혹은 국제적인 연대투쟁이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이동에 따른 수고가 뒤따르긴 하나, 참여한 노조활동가들에겐 다른 나라 노동운동의 상황을 확인하고 자기운동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며, 지속적인 연대활동을 통해 서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난생 처음 가 본 동남아시아의 기억

태국 방콕의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자동차였다. 시내의 자동차 중 99.9%는 혼다, 닛산, 도요타 등 일본산이었다. 얼핏 ‘일본도 이렇게 일본차 일색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숙소 도착 후 짐을 풀고 나니 오후,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일정이 있고 해서 숙소 주변을 돌아보았다. 동남 아시아권에서 가장 잘 산다는 태국의 수도였지만 트럭에 5~6명이 탄 채 집단농장에서 일하고 돌아오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였고, 곳곳에 판자촌이 적지 않았다. 특히 수로주변에는 대부분 판자촌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쓸 만 한 집은 오히려 비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수요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니 태국도 양극화가 심해 소수가 거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다수는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이거나 외국기업에서 저임금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일본의 영향력이 상당해 보였다. 곳곳에 일본이 기부한 건물들과 일본이 투자한 기업, 그리고 일본자본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한편, 국왕의 지배력이 상당하여 웬만한 큰 건물에는 어김없이 국왕이 사진이 걸려 있고 신성시 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만, 태국민중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차마 물어보질 못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세미나를 하는데 보내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진 못했으나 최소한 선진국의 거대자본, 그리고 다국적 자본이 얼마나 영악하게 전 세계 민중들의 삶을 찌들게 하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짧은 시간의 제한된 토론이었으나 처음 출발할 때의 막연한 ‘여행’ 따위의 상상을 반성하며, 기회가 되면 더 많은 동지들이 국제연대를 경험해 보았으면 하는 제안을 감히 드린다. 

4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