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10월| 지금 지역에서는]신라대 청소노동자 8박9일 파업투쟁 승리

일터기사

신라대 청소노동자 8박9일 파업투쟁 승리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장 천연옥

신라대학교는 부산시 사상구에 소재한 사립대학이다.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2011년 6월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회 실천단의 청소노동자 조직화팀의 월 1회 현장방문과 선전물 배포를 통해 노동조합을 알게 되었고, 2012년 6월 14일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이하 일반노조)에 38명(38명 중에는 소장과 시설노동자 1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청소 46명, 시설 10명, 소장 1명으로 57명이 같은 용역업체 소속이다)이 가입하게 되었다.

7월 25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하고 8월 10일, 단체협약은 잠정합의했지만 임금은 합의되지 않았다. 임금이 합의되지 않은 이유는 현재 받고 있는 최저임금이 원청인 신라대학교가 용역계약상 설계한 인건비의 전부였기 때문에, 신라대학교와 용역회사간의 계약금액이 인상되거나, 용역회사가 자신의 이윤을 포기하고 임금을 인상시키지 않는 한 임금을 인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산지역 일반노조와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9월 3일 2학기 개강일을 D-day로 잡고, 8월 31일 파업출정식을 하였다. 파업의 목적은 원청사용자인 신라대학교가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파업전술은 본관 2층 총장실 앞 복도 점거 농성이었다. 조합의 지침은 모든 조합원이 박스를 깔고 총장실 앞 복도에 주저앉아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집에도 가지 않고 잠도 거기서 자고, 밥도 거기서 해결하는 것이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9월 3일 개강에 맞추어 총장실로 출근하는 총장을 가로막고 면담을 요청하여 총장, 부총장, 사무처장등과 2시간 면담을 진행하면서 왜 우리가 파업에 들어갔는지, 총장실 앞 복도에서 농성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전에는 얼굴도 한 번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학교의 고위 책임자들에게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온 5명의 대표들에 의해 파업농성장은 첫날밤부터 축제분위기와 무용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집에서는 아내요, 어머니인 조합원들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파업에 참여하여 1명의 낙오자 없이 종이박스를 깔고 잠을 자고 밥을 먹었다.

둘째 날 학교 측은 시급 5,000원에 청소를 할 근로장학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었고, 이 공고문은 우리 파업노동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우리에게는 시급 4,580원 밖에 못준다고 해서 파업까지 하고 있는데 파업을 대체하는 인력으로 학생을 동원하여 시급 5,000원을 준다고 하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날 밤에는 이것에 대응하여 학생들에게 호소할 선전물과 학교 내 부착할 현수막에 대한 논의로 가득 찼다.

다음 날 시장에서 천을 사고 페인트를 사서 조합원들이 연대한 동아대 학생들과 함께 직접 현수막을 15개를 만들어 본관 1층과 본관 건물 근처에 부착했다. 신라대 학생들에게 배포할 선전물은 연대한 학생들이 만들어 주었다. 파업 4일째부터 선전물을 배포하고 일반노조 투쟁사업장인 구덕원 집회에도 연대하면서 학교 측과 용역회사와 노동조합 3자간의 교섭이 매일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3일 정도만 하면 되겠지 생각했던 조합원들이 집에서 남편과 아이들의 항의와 비조합원들이 뿌려대는 유언비어(파업한 사람들은 다 잘리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비조합원들은 학교에서 직고용해준다더라)와 싸우면서도 일반노조 농성장에 늘 상주하고 있는 일반노조 집행부를 비롯하여 지역연대단위들의 지원방문과 격려금 속에서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정신을 배워가고 있었다. 드디어 농성 8일째, 잠정합의안이 나왔고, 조합원들의 토론을 거쳐 찬반투표를 진행하였다.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만장일치로 가결되었고, 다음날 오후 2시에 합의서에 서명, 8박9일 파업투쟁은 깨끗한 승리로 정리되었다.

2012년 임금은 9월 1일부터 기본급 3만원 인상과 추석 3일 전 5만원 지급, 파업기간 중 임금 지급, 기숙사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이 토요일 근무할 시 휴일근로로 인정하고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할 것을 합의했다. 2013년 임금은 1월부터 최저임금인상분을 적용하고, 3월부터 급여는 기본급, 차비, 식대로 구성, 기본급(통상임금)은 2012년 9월 임금에 2013년 법정최저임금인상분, 소비자물가인상률을 인상한 금액으로 하고, 차비(대중교통 왕복), 식대(1일 1식)를 지급하기로 하였다. 또한 단체협약에서 잠정합의한 2013년 상여금은 설, 추석, 여름휴가, 겨울휴가 각 3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신라대학교는 청소노동자들이 열심히 분리수거한 재활용품의 수익금을 학교 직원들이 관리하는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높았는데 직원이 갖고 있던 재활용품 판매대금 700만원이 든 통장도 노동조합이 넘겨받게 되었다.

8월 10일 잠정합의한 단체협약도 임금합의와 함께 정식으로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단체협약의 주요 내용으로는 정년 만 65세(기존 정년 만 58세)로 연장, 방학 중 단축근무(평상시 8시 출근, 17시 퇴근, 방학 중 9시 출근, 15시 퇴근),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이 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실천단의 1년 여 조직화 활동의 결과라는 점, 투쟁의 요구가 고용승계나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을 요구하였다는 점, 투쟁의 대상을 원청으로 명확하게 정리하고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간접고용철폐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한계도 갖고 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작은 승리는 늘 지고만 있는 우리 주변의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더 큰 투쟁을 준비할 여유를 갖게 한다. 하지만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이제 막 간접고용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해방으로 나아가는 길의 출발점을 나섰다. 이들이 또 하나의 비정규노조로 안착되는 것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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