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활동가 운동장] 배달노동자들의 안전운전 실험 – 라이더유니온 제2회 신호데이

일터기사

배달노동자들의 안전운전 실험 – 라이더유니온 제2회 신호데이

박정훈(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산재 고위험 플랫폼 노동
대한민국 산재 신청 1, 2위를 배달의 민족, 쿠팡이 차지했다. 산재사고가 건설, 중공업에서 디지털 일자리로 옮겨갔다. 속도가 극적이다. 2018년에는 배달의 민족이 산재 신청기업 91위였는데 4년 만에 1위를 차지했다. 쿠팡㈜은 쿠팡물류센터, 쿠팡이츠로 회사를 쪼갰지만 2022년 각각 2위, 7위, 9위를 차지했다. 산재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예방과 대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은 위험한 일자리가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깔끔하고 세련된 공장을 가상세계 위에 짓는다. 앱에서 돌아가는 인공지능은 노동자에게 음식점에서 손님에게 배달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깔끔한 도로화면과 배달료만을 보여준다. 실제 노동자가 달리는 거리에는 수많은 차량, 가파른 내리막길, 미끄러운 맨홀 뚜껑 등 수많은 위험 요소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공장 안 위험을 제거하고 관리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반면, 플랫폼 기업들은 공공의 도로를 공장으로 활용하지만, 도로 위의 위험을 제거할 의무는 지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해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에서도 벗어났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배달기업도 2시간 의무교육 의무가 생겼지만, 이 역시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라이더의 난폭운전만을 문제 삼는다.

라이더 안전운전 실험 – 신호데이
2022년 8월, 29명의 라이더가 참여해 신호데이 실험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매일 오후 5시와 8시 사이 일을 하고 주행거리, 배달료, 배달동선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라이더유니온에 보냈다.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평소처럼 운행하고, 금요일에는 교통법규를 완전히 지키면서 일을 했다. 다만 차간 주행까지 막으면 손님과 음식점의 강력한 항의를 받을 것 같아, 신호대기 시에는 천천히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60km 이상 과속주행기록이 있는 12명은 일반그룹으로 구분하였고, 60km 미만으로 주행한 17명은 안전그룹으로 구분해서 데이터를 분석했다.
실험 참여 노동자들이 월~목 피크시간 배달을 한 기록을 보면, 평균 10개의 배달을 수행하면서, 35km를 주행하였고 약 55,800원을 벌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18,600원이다. 반면, 안전그룹의 중위시급은 49,420원을 기록했고 시급으로 환산하면 16,000원이다. 그런데 16,000원은 명목소득이다. 플랫폼 배달노동자들은 배달에 필요한 오토바이 값, 보험료, 기름값, 관리비 등을 모두 부담한다. 고용보험에서는 이를 필요경비율이라 부르고 27.4%를 비용으로 계산해 명목배달료에서 뺀 후 순소득에서 고용보험료를 징수한다. 우리는 보수적으로 20% 정도를 기름값, 보험료 등으로 계산해봤다. 시간당 12,800원이다. 월~목 중 시급이 가장 높은 날과 금요일 신호데이 시급이 6,700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피크시간에만 배달료가 오르고 일감이 많다는 걸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JTBC와 비피크 시간 배달을 해보니, 시간당 9,000원 정도를 벌었다. 문제는 오후 12~1시, 저녁 6~8시 사이만 피크시간이고 하루 대부분은 비피크시간이라는 것이다. 라이더들은 피크시간에 무리하게 운전하거나, 12시간 장시간 노동을 통해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고 있다. 신호데이 참가자들은 사후 설문조사를 통해 교통법규를 지키면 배달시간이 길어져 초조함을 느끼고, 일반차량 위협 운전이 증가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불안정한 배달료 체계와 불투명한 알고리즘 개선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또, 배달 플랫폼에서 갑자기 주어지는 미션/프로모션 때문에 72%의 응답자가 더 오래 일하고, 68%의 응답자가 더 빨리 배달한다고 응답했다. 71%의 라이더들이 프로모션보다 기본료 높은 모델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라이더들을 강사로 한 안전교육 강화, 무법적인 배달대행사를 규제할 수 있는 등록제 도입, 안전배달료 제도 도입으로 기본배달료 중심의 배달료 체계 구축, 실시간 배달료/프로모션/배차 등을 결정하는 배달앱 알고리즘 검증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통법규단속 강화도 찬성한다. 다만, 노동조건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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