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4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너무도 뻔한 거짓말

일터기사

너무도 뻔한 거짓말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자주적으로 결성한 임의단체이다. 헌법 및 노동조합법에 의해 노동3권을 보장받는 노동조합의 법적 정의는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에 명시된 사항에 대해 규약으로 정하고, 자주적·민주적 운영을 위한 세부적인 사항을 더하여 규정, 규칙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 노동조합의 규약은 일종의 자치적 법규범으로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조합원 개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 내지 제한하거나 그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하지 않는 한 소속 조합원에 대하여 법적 효력을 가진다.

노동조합법에 “조합원은 균등하게 그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다만, 노동조합은 그 규약으로 조합비를 납부하지 아니하는 조합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경제적·사회적 입장을 공동으로 하는 노동자들의 직접 참가에 의하여 담보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볼 때, 조합원의 균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조직적 본질에 근거한 권리이다. 그러므로 조합원은 모두 평등하며 조합 내에서 불합리한 차별도, 특별한 처우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조합원은 조합운영에 참가권을 평등하게 보장받는 한편 규약으로 정한 조합비를 납부하고 노동조합의 규약, 결의, 지시 등을 준수할 의무를 가진다.

민주적 절차와 책임 방기 사이

지부, 지회로 구성된 노동조합에서 상담한 내용이다. 조직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사정이 생겨 지부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합원 1인당 1만원의 ‘특별결의금’ 납부를 결의하며 지회 운영비에서 조합원 수에 따라 1만원씩 곱하여 특정 기일까지 지부에 납부하도록 심의·의결하였다. 그런데 일부 지회에서 조합원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특별결의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특별결의금 납부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였고, 70% 가량 조합원들이 반대를 하였다는 그럴듯한 객관적 자료를 들이밀며 A지회장은 ‘조합원들이 반대해서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부는 총회에 갈음하여 대의원대회에서 ‘지부 특별부과금의 부과 및 특별예산의 승인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특별결의금 납부가 결의된 것이다. 내부적으로 조직 강제를 위한 징계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상황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법률적 판단을 떠나 “A지회장은 참으로 비겁하다”고 나는 답하였다.

사회적으로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의미는 대체로 부정적인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학자가 정리한 글을 보니 “포퓰리즘의 ‘포퓰러’(popular)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거나 공감하거나 추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기서 사람들은 영어로 ‘people’이라고 하며, ‘인민’으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포퓰리즘은 많은 사람(people)이 좋아하거나 공감하거나 추구하는 것을 제공하려는 정치적 이념이나 전략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포퓰리즘이 인민을 지향한다는 점에 주목하면 ‘인민주의’로 번역할 수도 있겠고, ‘대중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 주목하면 ‘대중주의’로 번역할 수도 있겠다”고 하였다. 앞서 상담에서 언급한 A지회장은 조합원들의 대중적 의사는 특별결의금을 납부하지 않는 것이니 지부 방침에 어긋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A지회장이 지부 결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제시하기 위해 조합원들 뜻에 따른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물론 노동조합 지도부가 충분한 소통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특별결의금 납부를 확실히 인식시켰다면 이러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A지회장이 조합원들을 핑계 삼아 노동조합 결의를 위반하는 것은 실제로는 조합원을 우롱하는 행위이기에 감정이 앞선다. 아마도 요즘 대통령 인수위 관련 보도를 볼 때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자주 접하면서 대선 후유증이 더 심해져서 이 사안이 보다 더 속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동조합의 자주적·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이 무엇인지는 조직적 상황에 맞춰 늘 고민에 고민을 해야 하는 일이다. 노동조합에서 내린 중요한 결정을 이행하는 것, 조합원들이 충분히 공유하고 각자의 실천을 하는 것, 이러한 힘이 모일 때 노동조합 활동은 의미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내부적 조직 강제 방안과 향후 사업계획을 배치하면서 조금 더 책임감 있게 조합원들을 만날 사업을 기획하는 것으로 상담을 마쳤지만, 찝찝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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