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 알아보자 LAW동 건강] 직장 내 괴롭힘 인정 후 발생하는 문제들

일터기사

직장 내 괴롭힘 인정 후 발생하는 문제들

임혜인(회원, 노무사)

행위자의 부당징계 구제신청 제기
직장 내 괴롭힘 조사 후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면 사용자는 행위자에 대한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 근로기준법상 행위자에 대한 조치는 ‘필요한 조치’로 규정되어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행위자를 징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고, 재발 방지 등을 위해 행위자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징계처분 후 사용자의 조치를 수용하는 행위자도 있지만 불복하고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가는 행위자도 존재한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점점 증가하는 만큼 행위자가 사용자의 조치에 불복하여 구제신청, 소송을 이어가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행위자가 사용자의 징계처분에 대해 구제신청 등을 제기하면, 필연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를 다시 다툴 수밖에 없다. 행위자 입장에서는 본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부정되어야 사용자의 징계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도 없음’을 주장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부인하는 문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부정하기 위한 행위자 측 레퍼토리는 ‘직장 내 괴롭힘을 할 의도가 없었다.’라는 것이다. 행위자 본인은 선량한 의도에서 해당 행위를 한 것일 뿐이므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1) 우위성(지위 또는 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하였는지), 2)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하였는지(업무상 필요성이 없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있더라도 사회통념상 적정하지 않은 행위인지), 3)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하였는지의 세 가지 요소를 성립요건으로 한다. 고용노동부 역시 행위자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해당 행위로 하여금 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 환경이 악화되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매뉴얼」)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시 행위자의 의도는 설 자리가 없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목적은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기 이전 상태로 원상복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행위자에 대한 ‘처벌’보다 피해자의 ‘회복’에 제도적 방점이 있는 것이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상황을 해석해야 한다.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처럼 행위자의 의도 유무로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위자가 직장 내 괴롭힘 ‘의도 없음’을 부각하는 이유는 피해자 또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한 사용자에게 그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이다. 피해자나 사용자가 행위자의 직장 내 괴롭힘 의도를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며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행위자 측 주장은 실제 분쟁 과정에서 꽤 ‘먹히는’ 편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이해가 낮은 사람에게는 더욱 잘 통하며 실제 부당징계 인용 판정 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제기하여 징계가 부당하다고 인정받은 행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하지 않았음에도 사용자로부터 부당하게 징계처분을 받은 피해 근로자로 처지가 바뀌게 된다. 부당징계로 인정받게 되었으므로 그 처우도 원래대로 복귀된다. 반면 피해자는 회사를 통해 힘겹게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3의 기관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부정 당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문제를 지적하며 2차 가해가 발생하는 문제
직장 내 괴롭힘 의도가 없다는 주장 이외 피해자가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식의 주장도 자주 등장한다. 업무상 정당한 권한을 수행한 것에 불과함에도 사용자가 해당 행위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행위로 오판하여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였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대체로 행위자가 피해자에 대한 지위의 우위가 있는 경우 발생한다. 해당 행위가 발생하는 원인이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행위의 귀책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업무능력, 업무태도상 문제가 있다는 2차 가해성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행위자가 주장하는 바가 조사자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이미 확인한 사실이라면 다행이지만, 행위자가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과정에서 새로운 주장을 펼치는 것이라면 사용자는 피해자 등을 통해 행위자의 주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용자가 행위자의 주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행위자가 본인에 대한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간접적이면서도 직접적으로 본인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사실상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절차가 종결되었더라도 계속하여 피해 사실을 주장해야 하는 지리멸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행위자가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피해자는 행위자가 노동위원회에서 승소하여 기세등등하게 복귀하는 상황, 그로 인해 본인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한다. 피해자는 행위자가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는 사실 자체, 그리고 행위자의 거듭된 2차 가해성 주장으로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받을 때만큼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용자의 해고 등 징벌적 조치를 받은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권리이다. 행위자도 근로자이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근로자로서 행위자의 권리행사를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취지를 몰각하는 주장이나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가하는 주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행위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피해자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며, 건전하게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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