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공공운수노조 서울여자대학교분회 지순예 분회장, 박희영 부분회장 인터뷰
조건희 ‧ 상임활동가
“우리의 일터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현재 용역업체는 노동자들을 존중하기는커녕 심지어 특정 노조와 유착하여 현장을 갈라치기 하고 민주노조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태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업체가 학교에서 계속 일한다는 건 노동 탄압을 묵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2025년 11월 13일, 서울여자대학교(이하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이 총장에게 제시한 호소문의 일부다. 이들은 악질 용역업체 ㈜태가BM 퇴출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 책임자인 서울여대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측의 탄압으로 인해 노조 활동 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지만,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은 점심 집회 등을 통해 투쟁의 열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2025년 11월 19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여자대학교분회 지순예 분회장, 박희영 부분회장을 만나 이번 투쟁에 관한 노동조합의 요구와 계획을 들어보았다.
비정규직 양산, 폭언과 부당 지시…. 용역업체의 부당노동행위들
서울여대는 용역업체 ㈜태가BM과 2017년부터 용역 업무 계약을 맺어왔다. 그 이후 정원은 계속 감소했다. 2017년 전일제 청소 노동자는 57명이었지만, 현재는 46명이다. 감소한 빈자리는 10명의 단시간 노동자로 대체되었다. 지순예 분회장은 이러한 인력 감축으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는 문제를 지적했다. 박희영 부분회장은 노동 강도가 비교적 낮은 구역부터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남아 있는 노동자들에게 부담되는 노동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017년에 ㈜태가BM이 들어오면서 퇴직 인원 5명을 감축했어요. 2024년에는 기숙사 4명, 이후엔 그 옆 건물도 2명을 감축했어요. 거기다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투입했어요. 저희가 맡은 구역이 줄어든 거죠. 저희가 할 때는 거기도 똑같이 8시간을 했어요. 하지만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투입되면서 방학 때는 3시간, 평일에는 6시간만 일해요. 그러면서 최저시급을 주는 거야. (용역업체가) 그런 데서 100원이라도 떼어가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다른 건물에도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투입할 가능성이 있어요.” (지순예)
“제가 지금 50주년 기념관 1층에 근무하고 있는데, 1층은 힘든 곳이에요. 어느 관이든 사람이 많은 1층은 힘들 수밖에 없죠. 저희가 담당구역을 로테이션하거든요. 그런데 용역업체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곳을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떼어서 줬어요. 1년 힘들게 하고 나서 다음번에도 또 다른 힘든 자리로 배치하는 거죠.” (박희영)
㈜태가BM은 여러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해 왔다. 2016년부터 원청인 세브란스병원[1]과 공모하여 벌인 노조 파괴 행위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관리자를 통한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탈퇴 강요는 일상이었다. 관리자들은 명확한 기준 없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만 유동[2] 근무를 포함한 힘든 작업지로 배치했으며[3], 시말서 작성 강요와 폭언, 막말도 빈번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브란스병원 청소 노동자들에게 녹음기는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서울여대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순예 분회장과 박희영 부분회장은 중간 관리자들로부터 반복적인 폭언을 듣거나, 규정에도 없는 쓰레기 배출 시간을 일방적으로 제한받는 등의 부당 대우를 직접 겪었다.
“(관리자의) 언어폭력이 정말 극심해요. ‘대가리를 깨버리겠다’ 이거는 일부분도 안 돼요. 폭언을 들을 때마다 메모해 놓은 것만 해도 엄청 많은데, 일단 이것만 자료에 넣은 거예요.” (지순예)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어느 시간대든 가져다 버릴 수 있는데도, 관리자가 ‘2시 이전에 버려라, 3시 이전에 버려라, 음식물 쓰레기는 화장실에다가 버려라.’ 막 이러는 거예요. 그 이후 시간대에 쓰레기를 버리려 하면 못 갖다 놓게 하는 거죠.” (박희영)

진짜 사장 서울여대가 책임져라!
2022년, 서울의 13개 대학교와 빌딩 청소 노동자들은 휴게실 개선과 샤워실 설치를 요구하며 투쟁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휴게실과 샤워실조차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여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성용 샤워실은 아예 없고, 여성용 샤워실은 도서관 한 곳에만 마련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휴게실은 마련되어 있지만, 바삐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지정된 휴게실을 오가기는 쉽지 않다. “일하면서 잠깐 잠깐 좀 쉴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 상황 속, 강의실에서 잠시 쉬다가 학생이 들어오면 나가는 등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강의실이 비면 와서 잠깐 쉬는 거예요. 그러다 학생이 들어와서 ‘강의 있어요.’ 그러면 죄송합니다, 그러고 나가는 거죠. 그러면 갈 데가 없어요. 계단에서도 쉬고 그랬어요.” (박희영)
휴게실을 포함한 현장 개선의 책임과 권한이 학교에 있단 점을 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간접고용 구조로 인해 용역업체 현장 소장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꾸준히 개선 요청을 하고 있지만, 학교는 묵묵부답이다. 도리어 “간접고용 제도에서는 태가BM이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4]라며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전기보일러도 고장 나서 날 추워지기 전에 고쳐달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안 고쳤어요. 소장은 학교에 말했다는데 여태껏 안 고친 것 같아요. 뭐 하나 얘기해도 되는 게 없어요” (지순예)
2022년 7월, 집중호우로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 내부 청소 노동자 휴게실이 침수된 적이 있다. 그 이전부터 노동자들은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새는 문제를 지적하며 시설 보수를 요청해 왔다. 이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졌더라면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었겠지만, 학교와 용역업체 모두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지순예 분회장은 휴게실이 침수되던 당시 상황을 전하며, 용역업체의 개입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한 미화원이 침수 당시 물을 퍼내며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소장님, 지금 여기 50주년 건물에 물이 많이 들어와서 좀 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어디서 소장을 오라 마라 하느냐’라며 안 왔어요. 저도 연락해서 오라고 요청했지만 오지 않았습니다.” (지순예)
실질적 책임자이자 진짜 사장인 학교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조치해야 한다. 이번에 진행 중인 ㈜태가BM 퇴출 투쟁에서도 원청으로서 학교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크다.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은 ㈜태가BM과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지난 4월부터 학교에 공식적으로 대화를 요청했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점심 집회를 통해 이러한 요구를 알렸다. 총장과의 면담은 11월 13일에야 성사되었다. 노동자들은 면담 자리에서 11월 18일까지 해당 업체의 퇴출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인터뷰 당일, 청소 노동자 총회가 열렸다. 학교가 여전히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더 강한 압박을 가하기 위한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현장에선 다수지만 노조법의 허점[5]으로 인해 교섭권과 노조 활동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가능한 모든 것을 해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12월 1일, 청소 노동자들은 학교 안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노동이 존중받고 부당한 업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를 괴롭히고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용역업체를 즉시 퇴출하십시오. 학교가 진짜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십시오. 우리는 더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이 학교에서 노동이 존중받고 부당한 업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11월 13일, 총장과의 면담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제시한 호소문 중)

*각주
[1] 원청 세브란스병원은 노조 설립 초창기부터 태가비엠 경영진들과 수시로 대책 회의를 하는 등 조직적으로 노조 파괴 행위에 나섰다.
[2] 고정적 업무 구역이 없고 하루하루 다른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3]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태가BM 노동조합 탄압 부당노동행위 및 괴롭힘 사례”, 2019.10.15
[4] 서울여대학보. “처우 개선하라는 청소노동자 요구에도 5개월째 책임 공방 이어져”, 2025.09.01
[5]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 중 과반수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여대분회 소속이다. 하지만 교섭단위가 각 사업장이 아닌 ㈜태가BM 기업으로 되어 있어, 교섭 단위 내 다수인 한국노총이 교섭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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