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어느덧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인천퀴어퍼레이드 사태 등에서 목격했듯 혐오단체들의 횡포가 갈수록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여러 목소리를 내는 현장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서 각종 법률의 제정도 가로막는 실정이다. 얼마 전에는 ‘인권교육지원법’이 학교에서 동성애 교육을 허용하는 법안이라며 혐오단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결국 법안이 철회되는 일이 있었다. 지난 2014년에도 인권교육지원법은 혐오세력의 강력한 항의에 의하여 철회되었고 이 법안뿐 아니라 인권 강화를 위한 많은 법안들이 이런식으로 철회되어 왔다. 국회는 시민들을 향한 공격들을 방조해왔고 국회로 쏟아지는 혐오세력의 공세에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조용히 법안을 철회하는 등 그들의 행위에 동조하는 모습만 보여왔다.
국회가 집중공격을 받는다면 당사자들에게 쏟아지는 공격과 그들의 아픔은 어떠하겠는가. 실제 이번 인천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의 정신적 상처가 극심하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지난 토요일 치러진 제 2회 부산퀴어문화축제는 해운대구청이 중립이라는 이름뒤에 숨어 혐오세력들의 행위를 방조하면서 준비과정과 진행과정 동안 극도의 불안속에서 치러졌다. 축제는 퀴어와 퀴어들과 함께 연대했던 시민들의 힘으로 무사히 치러졌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심리적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성소수자들의 우울증과 자살율은 이미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이다. 성소수자뿐 아니라 난민, 장애인, 여성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비명이 터져나온다. 차별금지법 발의를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 사람이다. 국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발의하여야 한다.
작년 2017년, 부산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의 서명을 받으며 대중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열망을 모았다. 그리고 오늘 차별금지법 발의와 제정을 향한 열망을 다시 한 번 모아 여기 모였다. 지금 이 시간,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오는 10월20일 광화문부터 국회까지 평등행진을 할 것을 선포하고 있다. 시민들의 염원을 국회는 똑똑히 보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인 2018년의 남은 시간, 우리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하여 방방곡곡 캠페인과 평등을 발의하라 온라인 행동 등 국회를 움직이기 위한 다양한 직접행동을 이어갈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땅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바람이다, 국회는 지금 당장 평등을 발의하라! 부산시와 각 구청은 혐오세력들의 인권침해행위에 방조하지 말고, 모두의 인권을 위해 힘써라!
1) 산안법 전부개정안 의미와 이를 저지하는 경총규탄, 국회의 역할 : 정병욱 민변 노동위원장
2) 위험의 외주화 금지 : 송경용 생명안전 시민넷 대표
3) 원청책임 및 처벌 강화 :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4) 노동자 참여확대 및 작업중지권 : 정재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5) 기업 영업비밀 규탄, 노동자 알권리 보장 :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
○ 결의문 낭독
– 김은혜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이사
○ 필리버스터
– 기자회견 후 11시 30분부터 민주노총 국회 앞 선전전에 연대하면서, 필리버스터 진행
[기자회견문]
정부와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라!
오늘 우리는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산재공화국인 한국 사회를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녕한 사회로 바꾸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섰다. 그동안 민주노총과 노동안전보건시민사회단체는 세월호 참사 이후 노동자·시민의 안전과 건강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외치며, 촛불을 들고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부를 끌어내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 세월호를 바꾸기 위해 싸워왔다. 그리고 이 외침은 촛불 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제 50회 안전보건강조의 날을 맞아 산업안전의 패러다임 전체를 바꿔야 한다고 선언하게 하였다. 또, 정부는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그 의지를 구체화하는 첫 시작이라 할 수 있고, 보완할 점이 많지만 노동안전보건 시민사회단체는 큰 틀과 방향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오늘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우리는 민주노총의 ‘위험의 외주화 금지! 산재사망기업 처벌 강화! 산재예방 노동자 참여확대!’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촉구 농성에 연대하며, 정부와 국회가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녕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
첫째, 일하는 모든 사람을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적용 대상 확대 방향은, 기존에 전통적인 고용형태가 아닌 다양하게 변화되는 지금 시대에 부합하고 꼭 필요한 변화라고 평가한다. 정부가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정한 만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 확대는 반드시 통과 되어야 한다. 다만, 여전히 보호대상인 노동자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점,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사업주의 의미가 안전교육과 최소한의 보호 조치에 그친다는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원청의 책임 강화를 위해, 도급인의 정의와 원청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확대, 건설업에서의 발주처 책임강화 부분 역시 긍정적인 변화이다. 30주기 추모위는 노동계가 고용이 불안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산재사망이 전가되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기 위해 오랜 기간 투쟁해왔기에 이번만큼은 반드시 통과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여전히 재래형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건설업에서의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발주처 책임강화 부분 역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다만, 위험의 외주화 중단에 있어서 도급 금지 범위를 협소하게 정한 것, 도급의 정의에 있어서 현실에서 기형적인 임대차 계약을 누락한 점, 건설업에서의 발주처 정의를 건설 공사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셋째, 현장 안전보건에 관한 노동자 참여와 관련해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법 부칙에서 본법 조항으로 재배치하면서 안전보건관리체계임을 명확히 한 점, 하청 노동자 산재예방에 대한 원청의 조치를 추가 한 점, 정부 감독에 의한 안전보건진단과 안전보건 개선 계획에 대한 노동자 대표에게 제공 및 공개를 명확히 한 점, 산재요양 처리 과정에서 신청인, 대리인 참여를 보장한 점, 위험성평가 시 노동자의 참여를 법제화 한 점 역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다만, 노동자 참여 확대는 적용범위 및 권한이 상당수 하위 법령으로 되어 있어, 이에 대한 추가보완이 필요하다.
넷째, 원청책임 위반으로 사망 발생 시 원청을 처벌하거나 형사처벌을 도입하는 점, 대표이사의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책임을 강화하는 점,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표이사를 포함시키는 점. 매년 회사는 안전과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하고, 위반 시 벌칙을 부과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업의 책임과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가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계획을 검토 및 승인하고 책임을 부과하는 점은 반드시 강제되어야 한다. 또, 원청이 각종 안전사고 등에 대한 책임을 하청 업체에 전가하고 꼬리자르기 식으로 처벌하는 문제 역시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다섯째, 물질안전보건자료를 고용노동부에게 보고 의무 부여한 점, 영업비밀 관련 사전 심사승인 도입하는 점은 바람직하다. 그동안 기업은 무조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면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조차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면서 각종 직업병으로 고통받아왔다. 법 개정을 통해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노동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고 부실한 자료에 대해서는 감독하고 관리하면서 개입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영업비밀 사전심사 승인 도입으로 기업이 무차별적으로 남발하는 영업비밀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다. 다만, 사전심사승인 기준과 시행을 안전보건공단과 근로복지공단 산재예방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는데, 구체적인 세부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점, 노동자의 참여 보장이 불투명한 점은 아쉽다.
여섯째, 노동자의 작업중지와 대피권을 구분하여 보장하고, 작업대피 시 노동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 형사책임을 부담하도록 한다는 개정 내용 상당히 미비하다. 작업 대피 노동자의 불이익 처우에 대한 벌칙을 추가하였을 뿐 기존 법에서 문제제기 되었던 작업 중단 및 작업 대피 조건인 급박한 위험이라는 해석이 포괄적인 문제, 노동자가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전혀 보장하지 못하는 문제를 전혀 개정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 노동자대표, 산업안전보건위원,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이 안전보건조치가 미비할 경우 작업을 중지하거나 대피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제도이다. 산재사망이 반복되는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서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산재사망기업 처벌 강화’, ‘산재예방 노동자 참여확대’ 등 산안법 개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국회는 생명안전의 관점에서 심의하라. 그리고 산안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Free Job Change, Achieve WPS.” 지난 14일 이주노동자 대회 참석자들은 하늘색 바탕에 구름같이 하얀 글씨로 그들의 요구를 적어 들었다. 우리말로 하자면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허가제를 쟁취하자”는 것이다. WPS(Work Permit System)는 고용허가제(Employment Permit System) 대안으로 주장되는 노동허가제를 말한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사업장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로 300인 미만 제조업, 건설업, 어업, 농축산업과 일부 서비스업에 적용된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외국인은 218만여명이며 단기체류자가 약 60만명, 불법체류자가 25만여명이다. 2018년 전반기 기준 고용허가제로 6만8천390개 사업장에 15개국 21만7천344명의 이주노동자가 고용돼 있다.
한낮 주인공 다카시는 약간 실성한 듯 기뻐하며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그에 비하면 주변의 사람들은 별다른 표정이 없다.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마치 운동복을 입은 듯 사뿐사뿐 발걸음이 가볍고, 자유롭다. 그는 방금 사표를 쓰고 회사에서 탈출했다. 반인권적 괴롭힘과 출근과 퇴근 그리고 평일, 휴일이 구분이 없었던 회사를 때려 치운 것이다.
다카시를 바라보는 관객은 다카시와 같은 자유로움과 쾌감을 느낀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제목 자체로 탈주의 욕망을 ‘쿨(cool)’하게 대변한다.
이미 관용어가 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당장 가능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된 듯하다. 일에 종속된 피폐한 삶이 워낙 비일비재한지라, 지극히 당연히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 휴가나 휴일을 제대로 누려야 된다는 사회적 요구와 방향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연장선에서 보자면 밤낮없이 일하고, 자살까지 감행한 <잠깐만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다카시의 고뇌에 찬 결단도 충분히 공감하고, 응원하게 된다. 그런데 찜찜하다. 고뇌에 찬 결단이 분명 결단이 맞는데 말이다.
‘워라밸’은 일과 삶이 서로 마주 본다. 일은 삶의 일부도 아니고 분명한 대칭이다. ‘워라밸’의 목표는 일에 포식된 삶을 일로부터 분리하여 삶의 독자적인 것을 구축하고,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 이다. 이러한 설정에 이르게 된 배경을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나, 노파심인지 몰라도 이러한 설정은 일이 삶에서 분리되어 노동자에게 주체적 영역이 되고, 일을 제외한 그 외의 삶만이 노동자의 주체적 영역으로 분리되는 기이한 이데올로기가 성립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분리 사고는 일은 사용자에 처분에 맡겨진 비주체적 영역으로, 삶의 방치영역으로 고립될 수 있다. 어떠한 자에게 일은 대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고, 어떤 자에게는 작은 부분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크건 작건 간에 일은 삶의 일부이고, 모두 주체적 영역이 되어야 하며, 일관된 자기 결정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자의 일과 삶을 분리하려는 것은 현실을 인정한 한편의 개량적 모색이기도 하고, 아예 현실을 은폐하고 현실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차피 노동은 소외되는 것이므로, 노동력에 대한가격에 대한 흥정이나, 그 외의 부수적 처우에 대해 논할 수 있지만, 노동소외 자체를 극복할 수 없으므로, 일(노동)을 삶의 영역에서 분리하여 가능한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후자는 아예 노동의 소외를 언급할 근거도 없이 판매된 노동력에 대한 독점적 처분권을 자본(사용자)이 행사하고, 나머지 시간만을 주체적으로 처분 가능한 삶으로 규정하여 판매된 노동에 대한 노동자 스스로의 개입을 원천적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자가 되었건 후자가 되었건 결과적으로 일은 주체적 삶에서 분리되어 방치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다카시는 맨 처음 자기 일과 삶을 일치시키려 했다. 그러나 하루 24시간 가까이 일을 했음에도 일은 자기 삶의 일부 조차 될 수가 없었다. 일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부장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것이었다. 다카시의 의도와 무관하게 일은 삶 속에서 방치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다카시는 괴로워는 했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엄두도, 시도도 하지 않는다.
종국에는 사표를 쓰고, 일을 삶 속에서 드디어 주체적으로 단절시켰다. 다카시를 응원 했던 것은 사표를 쓴 것이 아니라, 주체적 삶속에서 배치되는 일을 다시 용기 있게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카시의 선택을 모두가 할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방치가 당연시되고, 탈주가 마냥 칭송된다면 도대체 정작 삶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일은 짧은 시간만 하는 것이 답이고, 휴일과 휴가를 가능한 많이 향유하면 되는 것인가? 일과 삶은 분리된 것이고, 분리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일과 직장은 그저 호구지책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호구지책 이상의 일은 특정하게 한정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직장에서의 노동을 포함한 삶은 사용자의 것이고, 직장을 벗어나서야 온전한 내 삶이 성립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그 삶은 실제 온전히 자신의 삶일까? 노동시간이 짧건 길건, 여유롭건 고되건 간에 그 공간과 시간에서 내가 내 노동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모두 다카시와 같이 먼 이국땅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일과 삶을 가질 수 없기에 묻고 또 묻게 된다.
의대생들에게 “일하는 사람의 건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직업환경의학과라는 정식 수업 이외에 의학 공부에 집중된 의대생들에게 사회의 현실을 알려주는 일종의 교양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 의대생이나 의전원생들에게 여러분들이 노동자를 진료하는 일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잠시 정적이 흐르고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학생들 머릿속에는 병원에서 보는 환자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덧붙여 이야기하며 여러분들이 만나게 될 환자분들은 일을 하고 있거나 과거에 일을 했거나 앞으로 일을 해야 할 사람일 가능성이 높음을 상기시켜 주곤 한다. 그런데 학생들에겐 의학지식보다 어려운 것이 직업을 묻는 일인 것 같다. 환자들에게 “무슨 일 하십니까?” 물어보면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 흐르는 직업에 대한 편견도 작동하지만, 의사들에게 직업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들은 직업을 물어보지 않는다.
그것은 직업을 아는 것이 치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직업을 물어보는 것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의사가 그것을 배운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직업을 다 이해하거나 그 일이 병의 원인이나 치료, 이후 재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오히려 노동자들이 환자가 되었을 때 자기 일이나 자신이 사용한 화학물질이나 자신이 의심가는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의사와 상담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도 해본다. 둘 다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도 “당신은 무슨 일을 하세요?”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막상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그것도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앞서와 비슷한 이유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직업, 노동과 의료, 건강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건강하게 일하기“를 위해서 직업환경의학과라는 전문 과목까지 생겼음에도, 여전히 현실은 이윤을 표방하는 기업 논리 앞에 노동자의 건강권은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이렇게 직업, 노동과 괴리된 의료, 건강에 대한 인식 외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직업을 물어보고 일하는 과정에서 노출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명을 다룬다는 병원에서도 시간은 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못 버는 과는 공간과 시간이 축소되거나 폐과되고, 돈이 안 되는 행위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사실 돈이 안되는 직업환경의학과는 사실상 늘 존재증명을 해야 하는 과이다.
현대인의 질병의 원인이 70%가 흡연이라고 하지만, 의사들이 환자의 금연에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이나, 질병에 대한 직업의 기여도가 2~10%라고 하지만 의사들이 직업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몇 가지 구조적이고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제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진료실에서 한번 더 고민할 이유가 몇가지 생겼다.
내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 보건관리대행이나 근로자건강진단 시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 산재신청을 도울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또한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불필요하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당연 인정기준에 해당하면 이전보다 쉽고 빠르게 산재로 인정받아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또한 산재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환 중 고위험 직종이나 업종에서 근무하는 경우 산재 특진 과정에서 진단과 치료에 대한 비용을 공단이 부담하여, 적절한 시기에 치료적 개입을 통해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서울시에서는 지자체 예산으로 근골격계 다발 위험업종이나 아파도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미루던 노동자들을 위해 유급 병가제도를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일하다가 병을 얻었지만, 업무상 질병인정이라는 험난한 길을 걷기 주저했던 많은 분들, 그리고 그 가치가 저평가 되었던 많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반대 세력이 있고, 좋은 무기를 가졌더라도 잘 연마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다. 노동자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 “직업을 물어보고,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설명하여” 변화하는 제도를 통해 서로를 살리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도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서로가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만남이, 직업을 물어보는 일들이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일터>는 세계적 수준의 공연 종합예술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의전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지난 9월 20일에 만났다. 예술의전당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시민들이 세계적 수준의 공연과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밤낮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런데 최고의 작품과 달리 이길섭 님이 일하는 업무 환경은 최악이었다.
한국 최고의 종합예술기관 시설관리 노동자로 살아가기
“저는 2003년 9월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15년 동안 시설관리 업무를 하고 있어요. 시설관리 분야는 기계, 전기, 방재, 제어, 통신, 영선실로 크게 나누는데 저는 기계 파트를 담당하고 있어요. 업무는 서예관, 오페라극장, 한가람미술관, 디자인 미술관, 음악당까지 예술의전당 전체 건물 시설을 관리해요.”
우리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이나 작품을 관람할 때 필요한 전기, 조명 등은 물론 냉난방, 환기 등 쾌적한 환경이 갖춰진 것은 바로 이길섭 님 같은 분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기계 분야는 주로 시설물과 기계 등을 유지보수하고, 전기 분야는 전체 조명 등을 유지보수해요. 방재는 화재 예방을 위한 스프링쿨러 등 유지보수하고, 제어 분야는 고객 민원에 따라 전체를 컨트롤 하는 업무를 해요. 통신은 전체 통신, 전화선 등을 유지보수하고, 영선실은 계단, 소파 등 고객이 이용하는 편의시설에 대한 유지보수업무를 하고 있어요.”
무늬만 정규직 전환
“올해 7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요. 예전에는 경비, 미화, 시설 관리 등 행정직이 아닌 이상 용역업체 소속이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야기를 하면서 저희한테도 그 영향이 미쳤어요. 문제는 전환하면서 이전 근속연수도 보장하지 않고 연차나 휴가, 처우 문제 역시 신규채용 형태가 되었어요. 동료 대부분이 여기서 10년 이상 근무했는데 결과적으로 임금은 똑같고, 이전에 있던 연차가 더 줄었고, 하계휴가는아예 없어졌어요.”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모든 공공기관은 청와대 눈치를 살피며 한정되어있는 예산과 인력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 결과 예술의전당 시설관리 노동자처럼 지난 경력, 복지 및 처우 등에 있어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고객의 편의를 맞추기 위한 노력
“9시에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업무 회의를 해요. 조회 같은 거죠. 조회에서 오늘 어디 기계가 고장 났으니 고치라든가 정기점검을 하라든지 업무 지시를 받아요. 그러면 서예관에서 각종 공구를 챙겨서 현장에 나가서 일해요. 오전 업무가 11시반에 끝나는데 이때까지 일을 마치면 오후에 다른 일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밥 먹고 지속해서 그 업무를 마쳐요. 중간에 고객한테 민원을 받거나, 비상이다, 그러면 그쪽 일에 투입돼요.”
이길섭 님은 예술의전당 시설이 30년이 되다 보니 기계 고장은 물론 냉방으로 인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등 각종 고장 및 점검할 일이 많다고 했다.
“각종 모터 베어링, 벨트, 펜, 펌프 점검하거나 교체하고 필터 청소하거나 교체하는 일을 주로 해요. 매주 수요일은 안전점검의 날이라 전체 기계를 가동하고 상황에 따라 점검해요. 월별, 분기별로 정기 점검하는 경우도 있고요. 일이 제일 바쁠 때는 아무래도 주간에 공연이 잘 없으니까 그때 점검하는 일을 제일 많이 해요. 유명한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는 점검이나 교체보다 냉난방, 로비 조명 등 정비를 많이하고요.”
4일에 한 번은 밤새며 일해
“제가 있는 기계 분야는 12명이 2인 1조로 일해서 총 6개의 조가 있어요. 교대는 주간 → 주간 → 숙직 → 비번 이런 순서로 돌아요. 주간은 9시 출근해서 18시에 퇴근하고 숙직은 아침 9시에 퇴근해서 다음날 아침 9시에 퇴근해요. 이때 퇴근하면 하루 비번이 생겨요.”
이길섭 님은 통상 다른 시설 관리 업무에서 맞교대나 3교대 근무를 하는 경우보다 지금이 훨씬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일하는 조건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숙직 근무할 때는 여러 가지로 힘든 거 같아요. 저녁 6시에 다들 퇴근했는데 다음 날 아침까지 남아서 벌어지는 일을 다 해야 하고 대기시기간도 긴장을 풀기 위해서 담배나 커피를 평소보다 더 하는 것 같아요.”
숙직 근무 시 새벽 1시부터 4시까지는 규정상 쪽잠을 자는데 휴게 시설을 갖추지 않아 탈의실 바닥에서 쉰다.
언제나 도사리는 위험
“기계를 만지는 게 일이라 늘 위험에 노출돼요. 특히 천장에서 작업할 때 추락 사고가 잦아요. 올해 초에도 동료가 기계 점검하려고 사다리를 높이 타고 일하다 추락해 뼈가 다쳐 산재 요양을 나갔었어요. 기계가 바닥에 있어서 넘어질 위험도 있고 감전 위험도 많아요.”
그렇다면 일하다 다쳤을 때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는지 궁금했다.
“일하다 다치면 사무실에 있는 구급함에서 간단히 조치하는 게 다예요. 뼈라도 부러져야 산재처리를 해요. 그때도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아야 하는데 회사에서 법적으로 산재처리 했으니 다른 책임은 없다고 아예 모른척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올해 동료 산재 요양 기간 중에 비급여 치료비도 지원해달라고 3일간 투쟁을해서 지원을 받았어요. 사다리도 조금 더 안전한 거로 바꾸고요.”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회사와의 싸움
“회사는 상급 단체가 없는 자체 노동조합이 대표노조에요. 시설 쪽이랑 주차 업무노동자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고요. 노동조합은 5~6년 전에 일하면서 부당한 것도 많고 처우는 나빠지다 보니까 한마음이 돼서 만들었어요. 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조합원이었어요.”
이길섭 님은 얼마 전까지 용역 업체 소속이다 보니 2~3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면서 고용 승계 불안, 원청과 용역 업체 간 책임 소재 떠넘기기 등으로 인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전에는 회사가 대표노조도 아니고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개별 교섭도 해왔고 우리가 목소리라도 낼 수 있었는데 최근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개별교섭을 해야할 법적 책임이 없다 보니 전혀 응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지속해서 이 문제를 요구하고 있어요.”
또, 노동조합은 같은 시설관리 업무 노동자 중 일부가 감시단속적 업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63조에 의해 노동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기 전까지는 노동조합에 대해 이야기만 들어봤고, 회사에서 일하다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일일이 이야기하나 했었는데 결국 노동자가 자기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기업도 경총으로 목소리 내고 중소상인들도 협회가 있잖아요. 그렇다면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이 있어야죠.”
늘어나는 업무량과 어려움
“2003년에 입사했을 때랑 비교해보면 관리해야 할 카페,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이 많아지면서 전기나 냉난방, 통신 등 관리해야 할 일 역시 늘어났어요. 게다가 전체적으로 노후화되서 손봐야 할 것도 많은데 전체 인력은 줄었어요. 처음에는 이 정도로 타이트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업무량이 늘고 빠듯해요.”
그렇다면 지금의 근무 환경을 바꿔야 한다면 어떤 점을 가장 먼저 해야 할지 물었다.
“전체적인 근무 환경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인력도 충원하고 처우도 개선하고요. 경영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들은 내가 고용한 거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무조건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물불 안 가리는 것 같은데 그런 점도 바뀌어야죠.”
현장직도 당당한 노동자
“아주 비좁은 공간에 들어가서 사고를 감수하면서 작업해야 할 때 힘들어요. 힘든과정이지만 고장 난 기계를 고치면 그때 보람이 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기계 고치는 걸 좋아했거든요. 지금까지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즐거워요. 그리고 한국 예술을 대표하는 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이길섭 님은 인터뷰를 마치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한국 사회가 사무직하고 현장직에 대한 차별이 있잖아요. 요즘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 땀 흘려 가면서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어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면 해요.”
사람들은 더 사용할 수 없어지거나, 가치가 없어진 물건을 쓰레기라 칭하고 버린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발생시키는 폐기물을 ‘생활폐기물’이라고 하는데, 환경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51,247톤, 1인당 0.97kg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이 쓰레기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치워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 일을 하는 사람들, 거리 환경미화원들은 어둠이 내린 밤에만 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의 유령’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난 9월 14일 오전 9시 마포구청 앞에서 피케팅 중인 그들을 만났다. 마포구 청소 위탁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인 이들은 민간위탁 폐지와 직고용 전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뷰는 배성훈 위원장, 신용진 조합원, 서복석 조합원, 김성민(가명) 조합원 총 4명이 함께 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건 작년 7월이다. 무엇보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배성훈 “주 6일 야간근무를 합니다. 지금보다 당시엔 10명가량 적은 인원으로 일을 했고, 작업량도 훨씬 많았습니다. 관리직 빼고 22~23명 정도가 근무했어요. 아무리 짧게 끝나도 평일 10시간 근무는 기본이었어요. 저희가 토요일 휴무인데 쉬고 출근하면 쓰레기가 쌓여있어서 12~13시간 일을 해야 했죠. 게다가 관리자들은 사람 취급도 안 해주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죠. 하다못해 내 연차도 자유롭게 못썼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는데 사측 탄압이 거셌습니다. 신입 직원 중 수습 하던 분들은 계약해지 당했고, 퇴사도 당했어요. 대부분 노동조합 가입을 하려는 분들이었죠. 노동조합 생기고 나서 회사는 신규직원을 10명가량 채용했어요. 상대적으로 저희 조합을 축소시키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소속 조합원이 8명이에요. 대표노조는 기업노조가 됐죠.”
이들의 일과는 밤에 시작된다.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을 하는데, 일요일 출근은 오후 4시 30분~5시에 하여 다음날 오전 6시~7시에 퇴근, 화~금요일은 저녁7시까지 출근해 다음날 오전 5시~6시에 퇴근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에도 한동안 유지되다 얼마 전부터 일요일 저녁 7시에 출근해 오전 6~7시에 퇴근, 다른 요일에는 밤 9시에 출근을 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쓰레기양도 어마어마하다. 뉴스타파 보도 영상(18년 1월25일)에 따르면, 마포구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의 경우 혼자서 하루 3톤이 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1805세대를 돌아야 한다. 5분에 쌀 한가마니(80kg) 무게에 이르는 폐기물을 쉼 없이 들어 올려야 겨우 일을 마친다.
휴일은 일주일에 토요일 단 하루다. 토요일 오전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 1주일 치 피로를 푸는 잠을 취하고 나면 출근해야 하는 일요일 밤이 금세 돌아온다. 만약 토요일에 일이 있다 치면 그마저도 날린다. 사실상 이들에게 온전히 쉬는 날은 없다.
연속 야간근무를 해도 되는 걸까? 야간노동은 노동자 건강에 절대 좋지 않다. 가장 흔하게 수면장애, 우울과 불안, 소화기계 질병을 일으키고, 오랜 기간 야간 노동에 종사할 경우 뇌심혈관 질환과 암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럼에도 이들은 6일 연속 야간근무를 한다. 서복석 조합원은 벌써 11년째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연속 야간근무 개수, 야간근무와 다음 야간근무 사이의 간격, 1주일 및 1개월에 가능한 야간근무 일수 등 세부적 규제가 없다. 단지 임금가산과 보상휴가만 명시할 뿐이다.
김성민 “불면증은 당연해요. 생체리듬이 바뀌니까요. 정말 힘든 건 생명의 위협을 매일 느낀다는거예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는데 말이죠.”
서복석 “야간에는 시력이 저하돼요. 빛에 약해지죠.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오래 못 쳐다봐요. 별것도 아닌 거에 신경도 예민해져요. 잠도 많이 못 자죠. 자더라도 깊이 못자요. 사실 야간 일을 하지 말아야죠.”
하지만 마포구청은 문제를 제기한 노동조합에 주민들이 냄새와 청결 문제로 낮에 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밤에 하는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야간노동으로 겪는 문제는 건강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까지 단절된다.
배성훈 “가족 모임이요? 상상도 못하죠.”
서복석 “친구들하고 멀어져요. 모임에 가서 술 한잔해도 일찍 뻗어요. 2차 갈 생각도 못하죠. 모임에 가서 심지어 졸아요.”
아픈 몸과 사회적 관계 단절은 정신 건강까지 위협한다.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이미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김성민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요. 동일한 곳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사유서를 써야 해요. 누적되면 징계도 가능하죠. 회사에서 노동자가 마음에 안 들면 해고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해요.”
노동자로서 자존감이 날아가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휴게시설이 근무지마다 있지 않아 지하철 화장실이나 빌라 주차장 뒤편에서 눈치 보며 갈아입는다. 어둡기 때문에 감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회사 옥탑에 탈의실이 가건물로 하나 있지만, 그곳에 가는 것은 거리가 멀어 불가능하다. 탈의실만 아니라 휴게실, 샤워실 등 필요한 공간이 없는 문제도 심각하다.
배성훈 “저희는 밥도 못 먹어요. 미화원 근무복을 입고 쓰레기를 수거하다보면 오물이 많이 묻어요. 냄새가 나서 식당을 못 가죠. 그래서 정말 배고픈 사람만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사 먹는 정도예요. 그러다가 저희가 문제 제기를 계속하니까 이제야 취업규칙에 있는 1시간 휴게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이들의 담당지역은 마포구인 상암동, 성산동, 합정동, 상수동, 창전동, 서강동 6곳이다. 유동인구도 많고 상업지구가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배성훈 “상암동은 다 빌딩이라 무거운 게 많이 나와요. 100L 쓰레기봉투에 150L 양의 쓰레기를 담아 버려요. 그리고 농수산물 시장도 어려운 곳 중 하나예요. 거긴 쓰레기 압축기를 쓰거든요. 젖은 쓰레기를 100L 봉투에 담아 버리는데, 80~100kg 정도는 나갈 거예요. 둘이서 낑낑대며 겨우 들죠. 시장에 가면 그런 야채 쓰레기가 엄청 쌓여있어요. 제가 올해 1월에 거기서 수거작업 하다 청소차 회전판에 손이 껴서 부러졌어요.”
김성민 “쓰레받기나 빗자루 사용은 엄두도 못내요. 일단 큰 마대자루를 땅바닥에 놓고 손으로 막 쓸어 담아요. 봉투에 잘 담겨 있으면 좋은데, 편의점 봉다리 같은데 넣고 안 묶어 두는 게 많아요.”
마구 섞여 있는 쓰레기, 묶여있지 않은 봉투, 날카로운 것 등 위험 물질이 섞여 있지만 알 수 없는 상황 등이 청소 노동자들의 안전을 항상 위협한다. 무게 제한 없이 담긴 무거운 쓰레기 뭉치를 청소차량에 직접 들어 던지고, 받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 부상, 추락의 위험도 높다.
청소 차량 적재함에 쓰레기를 담고 발로 눌러 담으면 어느새 산처럼 높이 쌓이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아니라 한 번 실어 나를 때 무조건 많이 담는 게 중요하기에 무시한다. 전기선이 낮게 위치한 주택가를 치울 땐 긴장하게 된다. 밤이라 잘보이지 않는 전깃줄이나 나뭇가지에 걸려 추락하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재함에 올라타 있다가 전깃줄에 얼굴이 걸려 입이 찢어진 동료도 있다.
배성훈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다가 사망 사건이 많이 생겼죠. 마포구청에 불법 아니냐고 물었는데, 서로 책임을 미루더라고요. 결국 신문고에 올려서 떼게 했어요. 그런데 다른 업체는 발판을 다시 붙여서 매달려 일하더라고요. 저희는 걸어 다녀요. 조금 거리가 있으면 운전석 자리에 탑승해요. 걸어 다니는 게 훨씬 안전해요.”
이처럼 사고의 위험도 높고 중량물 취급의 반복 작업을 해서 몸이 성한 곳이 없지만 산재처리는 꿈도 못 꾼다. 공상처리라도 해주면 다행인 현실이다. 산재 신청을 하겠다고 회사에 얘기했더니 인정 못 해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마포구청도 별 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안전하게 일할 노동환경을 쟁취하기 위해 마포구와 업체를 상대로 민간위탁이 아닌 직고용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한 조치를, 조합원 상대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하지만 마포구청은 올해 노동조합과 면담을 진행하고 나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징계처분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럼에도 결코 노동조합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배성훈 “청소 노동자들에겐 안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진 항상 위험을 강요받았어요.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안해야 해요. 야간근무는 매우 위험합니다. 야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가 많아요. 그리고 민간위탁 형태는 업체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인원수를 줄이고,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아요. 전문 경영인이 보다 나은 서비스와 질을 제공하기 위한다는 목적에도 맞지 않죠. 사실 소수 몇 명을 먹여 살리는 게 민간위탁입니다. 다수의 노동자들을 죽여가면서요.”
김성민 “저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와도 일해요. 만약 구청 소속이었다면 험한 상황에서 최소한 한 시간이라도 작업중지 시켰을 거예요. 저는 저희가 하는 이 일이 공공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산업안전보건법이 모든 노동자에게 제대로 적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소노동자들이 어떤 건강 문제에 처해있는지도 제대로 연구되고, 조사되면 좋겠습니다.”
신용진 “우리가 다 같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하면 조금씩 변화할거라 생각해요. 우리가 비록 소수노조지만 회사도 분명 우리 눈치를 보거든요. 함께 뭉쳐서 바꿔내는 게 우리 힘의 원천이기도 해요. 많은 분들이 함께하면 좋겠어요.”
서복석 “전국의 청소노동자분들 현실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게 어렵겠지만, 그래도 힘들다면 과감히 건강을 꼭 먼저 챙기시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