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어느 증권맨의 죽음, 법원이 '산재' 인정
[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떨어지는 주가, 쏟아지는 질책, 줄어드는 인센티브.
이같은 온갖 스트레스에도 모자라 늘어만 가는 고객의 항의 전화를 받다 숨진 증권사 영업직원에 대해 법원이 '산재'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뛰어난 영업 실적으로 대표이사 표창을 여러차례 받은 바 있는 H증권의 박모 차장(사망당시 39세)이 상대적으로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은 B지점의 영업을 활성화시키라는 임무를 띠고 이 지점 영업팀장으로 발령받은 것은 2001년 8월.
그러나 B지점의 상태는 생각보다 열악했고 주가 하락 시기가 겹쳐 박차장으로서도 쉽게 개선시키기 역부족이었다.
부임한 날부터 5개월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회사의 주식저축 캠페인에서도 목표 금액의 25%밖에 채우지 못하자 상부에서 질책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지점이 적자로 전환하자 질책은 더 심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고객들에게 매수 추천한 코스닥 종목의 주가가 2001년12월부터 3개월동안 반토막 났다. 박 차장은 하루에도 몇차례씩 고객으로부터 걸려오는 항의 전화를 붙잡고 살아야 했다.
2002년 겨울이 채 끝나기 전 어느날 박 차장은 오전 7시에 출근해 회의에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도 영업 실적 부진에 대한 질책은 이어졌다.
오전 9시 박차장은 개장과 동시에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박 차장은 수화기에 대고 당황한 모습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고, 10여분간 그러다 갑자기 사무실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병원에 옮겨지던 중 숨을 거뒀다. 의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유족에게 위로금과 장례비 등으로 3억6000만여원을 지급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이 가운데 2억3000여만원에 대한 산재보험 급여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한 차장이 고객의 전화를 받다 사망한 것인지 사적인 전화를 받다 사망한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것. 이에 회사측은 이같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한기택 부장판사)는 H증권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보험 급여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전에도 주가 급락과 관련해 고객들로부터 항의 전화를 자주 받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박 차장은 고객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다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봐야 하므로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영업실적 저조로 질책을 받고 인센티브 지급액이 감소됐던 점 등을 종합할 때 박 차장은 업무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고, 이는 박 차장 기존에 갖고 있던 관상동맥 질환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영권기자 indepen@moneytoday.co.kr
[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떨어지는 주가, 쏟아지는 질책, 줄어드는 인센티브.
이같은 온갖 스트레스에도 모자라 늘어만 가는 고객의 항의 전화를 받다 숨진 증권사 영업직원에 대해 법원이 '산재'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뛰어난 영업 실적으로 대표이사 표창을 여러차례 받은 바 있는 H증권의 박모 차장(사망당시 39세)이 상대적으로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은 B지점의 영업을 활성화시키라는 임무를 띠고 이 지점 영업팀장으로 발령받은 것은 2001년 8월.
그러나 B지점의 상태는 생각보다 열악했고 주가 하락 시기가 겹쳐 박차장으로서도 쉽게 개선시키기 역부족이었다.
부임한 날부터 5개월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회사의 주식저축 캠페인에서도 목표 금액의 25%밖에 채우지 못하자 상부에서 질책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지점이 적자로 전환하자 질책은 더 심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고객들에게 매수 추천한 코스닥 종목의 주가가 2001년12월부터 3개월동안 반토막 났다. 박 차장은 하루에도 몇차례씩 고객으로부터 걸려오는 항의 전화를 붙잡고 살아야 했다.
2002년 겨울이 채 끝나기 전 어느날 박 차장은 오전 7시에 출근해 회의에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도 영업 실적 부진에 대한 질책은 이어졌다.
오전 9시 박차장은 개장과 동시에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박 차장은 수화기에 대고 당황한 모습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고, 10여분간 그러다 갑자기 사무실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병원에 옮겨지던 중 숨을 거뒀다. 의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유족에게 위로금과 장례비 등으로 3억6000만여원을 지급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이 가운데 2억3000여만원에 대한 산재보험 급여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한 차장이 고객의 전화를 받다 사망한 것인지 사적인 전화를 받다 사망한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것. 이에 회사측은 이같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한기택 부장판사)는 H증권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보험 급여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전에도 주가 급락과 관련해 고객들로부터 항의 전화를 자주 받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박 차장은 고객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다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봐야 하므로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영업실적 저조로 질책을 받고 인센티브 지급액이 감소됐던 점 등을 종합할 때 박 차장은 업무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고, 이는 박 차장 기존에 갖고 있던 관상동맥 질환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영권기자 indepen@money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