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근골격계 질환 기준 모호 산업재해 판정 남발

근골격계 질환 기준 모호 산업재해 판정 남발


지난 5월 경남 고현에 있는 한 카센터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
A조선소 근로자인 K씨(55)가 세차일을 하다 동료직원에게 들켜 산업재해 요양 을
중지당했다.

속칭 '나일롱 산재환자'가 된 지 4년 만에 덜미를 잡힌 것.

2000년 6월부터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 판정을 받아 요양에 들어갔던 K씨는 차량 외부
물세차는 물론 내부세차ㆍ광택작업까지 정상인도 하기 힘든 일을 종 일 하면서도
산재보험금ㆍ병원치료비ㆍ회사지원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B자동차업체에서 노무를 담당하는 김 모 부장은 근골격계와 관련해 떠도는 이 야기를
털어놓았다.

이 업체 공장 근로자 가운데 일부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의사를 찾아가 근골 격계 질환
소견서를 받아 산재 판정을 받았다는 것.

실제로 이들 노동자는 산재 판정을 받을 정도로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지 않 으면서도
의사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소견서를 받아 낼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김 부장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판정 기준이 모호하고 노동자와 의사가 서로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에 소견서가 남발되고 있다"며 "일부 회사에서는 산재 판정을 받으면
놀면서도 평소 월급의 1.3배에서 1.4배를 받기 때문에 노동자들 이 쉽게 유혹에
빠진다"고 귀띔했다.

산재를 악용하는 사례는 근골격계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중순에는 B자동차업체 근로자인 L씨가 용접작업중 불똥이 튀어 왼쪽 눈에
상처가 났다며 산재보험금 7000만여 원을 타냈다가 붙잡혔다.

평소부터 왼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각막혼탁증세를 이용해 산재 판정을 받았 던 것.

L씨를 적발한 곳은 산재보험을 관리하는 근로복지공단이 아니었다. 7개 보험사 에 14개
별도 보험을 들어 보험금 9억6000만여 원을 챙기려다 수상히 여긴 보 험사가 L씨를
경찰에 신고해 걸려들었던 것.

근골격계를 비롯한 각종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제도가 이처럼 허술하게 운영되 면서
제조업체 경영부담을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

노동조합이 강성한 일부 대기업에서는 생산직 근로자 가운데 10%가 근골격계를 비롯한
산업재해 환자로 잡혀 있을 정도로 생산손실ㆍ비용부담이 적지 않은 것 으로 전해졌다.

특히 요통 등 근골격계 질환 판정이 남발되면서 생산직 직원 근로의욕을 떨어 뜨리고
일부 사업장에서는 갈등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산재관리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보다 5~6배 부담 커=근골격계를 비롯한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은 산재보험 급여지출과 간접적인 생산차질ㆍ회사부담 등을 포함하면 노사분규로
인한 직접적인 생산차질액에 비해 5~6배에 달한다.

특히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증가세인 데다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 실일수에
비해 40배가량이나 높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노동부 추정에 따르면 90년 2조6970억원이던 산재손실액은 10년 만인 2000년에
7조2810억원으로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손실액은 그 뒤 더 늘어 2001년 8조7220억원, 2002년 10조1020억원, 2003년 12
조40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차질액이 90년 1조4390억원에서 2000년 1조6360억원으로 엇비슷했고
최근 늘어났지만 2002년 1조7180억원, 2003년 2조4970억원인 것에 비해 산재손실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