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에게 노말 핵산에 중독되는 일을 시켰겠는가?”
“이주노동자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
노말핵산 중독 이후 첫 이주노동자 대중 집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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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오 기자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한국정부는 여전히 반인권적인 단속추방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 = 2월27일 탑골공원까지 행진을 전개한 후 정리집회 도중 한 이주노동자가 3.1절을 맞아 공원 정문에 걸린 태극기 앞에 서있는 모습이다.]
지난 1월 태국 이주노동자들이 노말 핵산 중독으로 다발성 신경장애에 걸린 사실이 밝혀 진지 두 달여. 이주노동자들은 2월 27일 집회를 열고 건강하고 당당하게 일 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여성 이주노동자 라디카씨는 자신도 96년에 태국 이주 노동자들이 일한 곳과 비슷한 공장에서 노말핵산에 노출되어 한 달여 동안 일한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라디카 씨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라디카씨는 옆 공장에서 일하던 한 아주머니가 “위험한 일이니 그만두라”는 충고에 그 공장에서 도망 쳤다. 라디카씨는 당시 아침이면 어지럽고 머리가 아팠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만 했다는 것이다. 라디카씨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사업장에서 변변한 안전장치하나 없이 일하게 되는 경우는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욱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처음에 왔을 때는 잘 모르고 말도 잘 못하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사업장에 많이 가게 됩니다. 우리들은 무조건 돈 벌로 왔으니까 한국 사람들이 안하는 일이나 더럽고 위험한 일을 맡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일인지도 잘 모르고 나중에 알게 되면 도망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들은 위험성을 알고 있어도 이주노동자를 인간으로 생각 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라디카씨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이동의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위험한 작업장인줄 알게 되면 도망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한국정부와 사업주는 이주노동자도 인간으로 생각해달라”고 전했다.
이날 수원, 안산등 수도권에서 모인 이주 노동자 200여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아프다는 말도 못한 채 숨죽이며 자기 나라로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주노동자의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이주노동자들은 노말핵산보다 더 독한 약품이 가득 메우고 있는 공장에서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이 땅에서 병들어 죽어가면서도 단속을 피해 짐승처럼 쫓겨 다녀야 하는 이주노동자에게 노동권이란 없다”면서 단속추방 중단,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노동기본권보장, 노동허가제 등을 요구했다.
안와르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지부장은 “아직도 지역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도망 다니고 있다”면서 “우리가 언제까지 이 땅에서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언제까지 정부가 우리를 무시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규탄 발언에 나선 우다야 씨는 “10년 동안 한국 사회의 모든 것이 변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 정부의 정책이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아직 그대로다. 우리는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 한국 땅에서 당당하게 일할 권리가 있는 이주노동자들이며 우리는 노동허가제를 요구 한다”고 말했다.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김재천 대표는 “이주노동자 건강권은 단순한 건강권이 아니라 기본권이며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노말핵산의 심각성을 말하는데 어느 이주노동자가 나가면 잡히는 데 치료를 받겠는가. 치료받을 권리조차도 없는 게 남한 사회의 현실”이라고 비난했다. 김재천 대표는 또 “단순히 이문제가 노말 문제가 아니고 이주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 곳곳에 있는 비정규 영세 중소 이주노동자들이 모두 다 안고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렇게 이주노동자 건강권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 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한국 정부의 반인권적인 단속은 계속 되고 있다. 디프(방글라데시)씨는 “몇 일전 안산에서는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가스총을 차고 와서 50여명을 한꺼번에 잡아갔고 이 과정에서 많이 다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디프씨는 또 “우리에게 왜 노말 핵산에 중독되는 일을 시켰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이주노동자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간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40만 이주노동자들이 단결해야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은 탑골공원까지 행진을 전개하고 해산했다. 노말핵산 공대위는 3월말 재발방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주노동자 지부는 오는 3월12일 고려대 학생회관에서 연대주점을 열고 전국적인 이주노동자노조 건설의 상을 밝힐 계획이다.
“이주노동자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
노말핵산 중독 이후 첫 이주노동자 대중 집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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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오 기자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한국정부는 여전히 반인권적인 단속추방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 = 2월27일 탑골공원까지 행진을 전개한 후 정리집회 도중 한 이주노동자가 3.1절을 맞아 공원 정문에 걸린 태극기 앞에 서있는 모습이다.]
지난 1월 태국 이주노동자들이 노말 핵산 중독으로 다발성 신경장애에 걸린 사실이 밝혀 진지 두 달여. 이주노동자들은 2월 27일 집회를 열고 건강하고 당당하게 일 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여성 이주노동자 라디카씨는 자신도 96년에 태국 이주 노동자들이 일한 곳과 비슷한 공장에서 노말핵산에 노출되어 한 달여 동안 일한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라디카 씨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라디카씨는 옆 공장에서 일하던 한 아주머니가 “위험한 일이니 그만두라”는 충고에 그 공장에서 도망 쳤다. 라디카씨는 당시 아침이면 어지럽고 머리가 아팠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만 했다는 것이다. 라디카씨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사업장에서 변변한 안전장치하나 없이 일하게 되는 경우는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욱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처음에 왔을 때는 잘 모르고 말도 잘 못하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사업장에 많이 가게 됩니다. 우리들은 무조건 돈 벌로 왔으니까 한국 사람들이 안하는 일이나 더럽고 위험한 일을 맡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일인지도 잘 모르고 나중에 알게 되면 도망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들은 위험성을 알고 있어도 이주노동자를 인간으로 생각 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라디카씨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이동의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위험한 작업장인줄 알게 되면 도망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한국정부와 사업주는 이주노동자도 인간으로 생각해달라”고 전했다.
이날 수원, 안산등 수도권에서 모인 이주 노동자 200여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아프다는 말도 못한 채 숨죽이며 자기 나라로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주노동자의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이주노동자들은 노말핵산보다 더 독한 약품이 가득 메우고 있는 공장에서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이 땅에서 병들어 죽어가면서도 단속을 피해 짐승처럼 쫓겨 다녀야 하는 이주노동자에게 노동권이란 없다”면서 단속추방 중단,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노동기본권보장, 노동허가제 등을 요구했다.
안와르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지부장은 “아직도 지역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도망 다니고 있다”면서 “우리가 언제까지 이 땅에서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언제까지 정부가 우리를 무시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규탄 발언에 나선 우다야 씨는 “10년 동안 한국 사회의 모든 것이 변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 정부의 정책이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아직 그대로다. 우리는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 한국 땅에서 당당하게 일할 권리가 있는 이주노동자들이며 우리는 노동허가제를 요구 한다”고 말했다.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김재천 대표는 “이주노동자 건강권은 단순한 건강권이 아니라 기본권이며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노말핵산의 심각성을 말하는데 어느 이주노동자가 나가면 잡히는 데 치료를 받겠는가. 치료받을 권리조차도 없는 게 남한 사회의 현실”이라고 비난했다. 김재천 대표는 또 “단순히 이문제가 노말 문제가 아니고 이주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 곳곳에 있는 비정규 영세 중소 이주노동자들이 모두 다 안고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렇게 이주노동자 건강권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 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한국 정부의 반인권적인 단속은 계속 되고 있다. 디프(방글라데시)씨는 “몇 일전 안산에서는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가스총을 차고 와서 50여명을 한꺼번에 잡아갔고 이 과정에서 많이 다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디프씨는 또 “우리에게 왜 노말 핵산에 중독되는 일을 시켰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이주노동자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간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40만 이주노동자들이 단결해야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은 탑골공원까지 행진을 전개하고 해산했다. 노말핵산 공대위는 3월말 재발방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주노동자 지부는 오는 3월12일 고려대 학생회관에서 연대주점을 열고 전국적인 이주노동자노조 건설의 상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