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노동자의 과도한 시간외노동
일은 늘어나고 사람은 줄고…한달 내내 야근도 다반사
금융노조 각 지부 시간외근무 실태파악 나서
모은행 철산동 지점 김 아무개씨는 지난 한달 내내 야근을 했다. 김씨의 평균 퇴근시간은 저녁 8시30분. 정해진 퇴근시간보다 평균 2시간 이상을 더 근무한 셈이다.
김씨가 특별히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출 서류를 정리하고 신규 가입 카드를 정리하고 나면 퇴근시간을 훌쩍 넘겨버린다. 일주일에 한두번 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보험 관련 연수도 김씨의 퇴근시간을 늦추고 있다. 직장생활 5년차 김씨에게 '칼퇴근'이란 말은 먼 나라 얘기다.
한달 내내 야근, 퇴근시간 넘기기 예사
은행 노동자들의 시간외 근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금융노조 서울지부가 조합원을 상대로 한 '시간외 근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평균 퇴근시간을 묻는 질문에 대해 '평균 오후 7시 이후에 퇴근한다'고 대답한 직원이 90.7%에 달했고 밤 9시 이후 퇴근하는 직원도 28.7%에 이르렀다.
일주일 중 시간외 근무를 하는 횟수를 묻는 질문에 '거의 매일 한다'고 대답한 직원은 54.4%였으며 '한번 이상 한다'는 직원은 94.7%였다.
서울지부 이동훈 부위원장은 "지금은 조사 당시보다 은행간 경쟁이 더 심해져 은행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더욱 열악해졌다"며 "과도한 업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전화가 노동조합으로 빗발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은행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에 대한 조사는 지난해 서울지부가 실시한 것이 유일하다.
<자료사진=매일노동뉴스>
금융노조 각 지부들 시간외 근무 실태파악 나서
하지만 '은행전쟁(bank war)'이라고 불리울 만큼 경쟁이 심화되고 은행 노동자들의 업무량이 과도함을 넘어서면서 최근 들어 금융노조 산하 지부들은 각 은행별로 시간외 근무에 대한 실태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외환은행지부의 경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 조합원에게 '근무시간 기록부'를 배포했다. 조합원들이 자신들이 근무한 시간을 기록하면 한달 후 조합이 이를 수거해, 시간외 근무 통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노조 김보헌 전문위원은 "은행쪽은 '잉여인력이 있다'라는 이유로 지난해 500여명을 감원하고 250명을 특수 영업팀으로 발령했지만 그후 현장에서는 영업 인력의 절대부족으로 노동강도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은행쪽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실제 지점장들까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지부도 지난달 14일부터 '불필요한 일 없애기 운동'을 시작했다. 기업지부는 각 분회를 방문해 간담회를 개최하고 조합원들로부터 불필요한 업무와 중첩되는 업무들에 대한 접수를 받고 있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업무들이 시간외 근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지부도 얼마전 '노동조건개선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초과 근로시간에 대해 수시로 현장상황을 모니터 해 과도한 연장근로와 휴일근무를 막아내기로 했다.
실적위주 과당경쟁 노동조건 열악하게 만들어
은행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세진 것은 외국계 은행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은행간의 경쟁이 심화된 점과 상시적인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금융노조 김문호 사무처장은 "IMF 이후 8년간 업무 영역은 대폭 늘어난 반면에 인력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며 "특히 은행들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서 정규직의 업무량은 늘어나고 비정규직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지부 김보헌 전문위원도 "경쟁과정에서 은행들은 노동자 1인당 생산성 지수를 늘리기 위해 매출규모를 늘리는 쪽보다는 인력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이 부분을 쟁점으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김문호 사무처장은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각 지부와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라며 "노조로서는 신규인력을 채용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재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호 기자 bankol@labortoday.co.kr
일은 늘어나고 사람은 줄고…한달 내내 야근도 다반사
금융노조 각 지부 시간외근무 실태파악 나서
모은행 철산동 지점 김 아무개씨는 지난 한달 내내 야근을 했다. 김씨의 평균 퇴근시간은 저녁 8시30분. 정해진 퇴근시간보다 평균 2시간 이상을 더 근무한 셈이다.
김씨가 특별히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출 서류를 정리하고 신규 가입 카드를 정리하고 나면 퇴근시간을 훌쩍 넘겨버린다. 일주일에 한두번 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보험 관련 연수도 김씨의 퇴근시간을 늦추고 있다. 직장생활 5년차 김씨에게 '칼퇴근'이란 말은 먼 나라 얘기다.
한달 내내 야근, 퇴근시간 넘기기 예사
은행 노동자들의 시간외 근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금융노조 서울지부가 조합원을 상대로 한 '시간외 근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평균 퇴근시간을 묻는 질문에 대해 '평균 오후 7시 이후에 퇴근한다'고 대답한 직원이 90.7%에 달했고 밤 9시 이후 퇴근하는 직원도 28.7%에 이르렀다.
일주일 중 시간외 근무를 하는 횟수를 묻는 질문에 '거의 매일 한다'고 대답한 직원은 54.4%였으며 '한번 이상 한다'는 직원은 94.7%였다.
서울지부 이동훈 부위원장은 "지금은 조사 당시보다 은행간 경쟁이 더 심해져 은행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더욱 열악해졌다"며 "과도한 업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전화가 노동조합으로 빗발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은행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에 대한 조사는 지난해 서울지부가 실시한 것이 유일하다.
<자료사진=매일노동뉴스>
금융노조 각 지부들 시간외 근무 실태파악 나서
하지만 '은행전쟁(bank war)'이라고 불리울 만큼 경쟁이 심화되고 은행 노동자들의 업무량이 과도함을 넘어서면서 최근 들어 금융노조 산하 지부들은 각 은행별로 시간외 근무에 대한 실태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외환은행지부의 경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 조합원에게 '근무시간 기록부'를 배포했다. 조합원들이 자신들이 근무한 시간을 기록하면 한달 후 조합이 이를 수거해, 시간외 근무 통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노조 김보헌 전문위원은 "은행쪽은 '잉여인력이 있다'라는 이유로 지난해 500여명을 감원하고 250명을 특수 영업팀으로 발령했지만 그후 현장에서는 영업 인력의 절대부족으로 노동강도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은행쪽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실제 지점장들까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지부도 지난달 14일부터 '불필요한 일 없애기 운동'을 시작했다. 기업지부는 각 분회를 방문해 간담회를 개최하고 조합원들로부터 불필요한 업무와 중첩되는 업무들에 대한 접수를 받고 있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업무들이 시간외 근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지부도 얼마전 '노동조건개선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초과 근로시간에 대해 수시로 현장상황을 모니터 해 과도한 연장근로와 휴일근무를 막아내기로 했다.
실적위주 과당경쟁 노동조건 열악하게 만들어
은행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세진 것은 외국계 은행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은행간의 경쟁이 심화된 점과 상시적인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금융노조 김문호 사무처장은 "IMF 이후 8년간 업무 영역은 대폭 늘어난 반면에 인력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며 "특히 은행들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서 정규직의 업무량은 늘어나고 비정규직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지부 김보헌 전문위원도 "경쟁과정에서 은행들은 노동자 1인당 생산성 지수를 늘리기 위해 매출규모를 늘리는 쪽보다는 인력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이 부분을 쟁점으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김문호 사무처장은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각 지부와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라며 "노조로서는 신규인력을 채용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재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호 기자 bankol@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