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직장인 10명 중 4명 스트레스로 치료받은 적 있어

직장인 10명 중 4명 스트레스로 치료받은 적 있어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구조와 화학 구성을 변화시킨다.”스트레스 분야의 세계적
의학자인 한스 셀리(Hans Selye)가 한 말이다.

대부분 경험하듯 스트레스는 소화 장애를 일으키고 혈압 상승을 야기한다. 목과 얼굴이
뻣뻣해지고, 식은땀이 난다. 심할 경우 우울증, 불면증, 기억력 감퇴를 야기하고 탈모와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생기는 직무스트레스는
직장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 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 4월 초 인터넷 취업포털 잡링크가 직장인 남녀회원 2083명(남 1145명, 여 9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데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1.7%(1702명)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을 앓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스트레스의 정도가 심해
병원이나 그 밖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39.6%(674명)나 됐다.

헤드헌팅 전문포털 HR파트너스가 지난 3월 직장인 921명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직장인의 93.7%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16.4%는 직무스트레스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15.9%는 견디다 못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직무스트레스로
인해‘회사를 그만둔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44.8%나 됐다.

직무스트레스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40%의 근로자가 ‘매우’또는 ‘극도로’ 심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직장인들은 직장문제가 생활 속의 다른 스트레스 요인보다
건강에 더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에는 치열한 경쟁에서 오는 중압감, 정상의 고독감 등으로 정신치료를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노동자 건강상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업생활로 인해 ‘강한
불안, 고민, 스트레스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82년
50.6%였던 것이 2002년 61.5%로 증가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작업관련 손실일수의 50∼60%가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이며,
업무관련성 스트레스로 지출하는 EU 회원국의 비용은 최소 매년 200억 유로가 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조사를 했는데, 연간 스트레스 관련
건강장애로 손실된 생산비용, 상병수당, 의료비를 합하면 110억 파운드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스트레스가 바야흐로 모든 직장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나아가 기업에도 큰 손실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직무스트레스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기업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일반화되면서 고용불안, 업무 부담과 야근,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 등이 심화되면서 직무스트레스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NIOSH에 따르면 ‘직무스트레스는 직무요건이 근로자의 능력이나 자원 또는 근로자의
바람(요구)과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신체적·정서적으로 해로운 반응’으로 정의할
수 있다. 위험한 일을 할 때나 마감시간에 임박했을 때 압박감을 받거나, 군중 앞에 섰을
때, 초조한 상황일 때 긴장감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가 스트레스 상황이다.

직무스트레스는 보통 두 가지 차원에서 원인을 찾는다. 사업장의 문제 등 외부적인
요인과 개인의 심리적인 변수 등 내부적인 요인이 그것이다. 보통 많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자신이 처한 상황, 즉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치열한 경쟁 관계, 불안한 직장 상황, 낮은 임금, 부당한 인사 조치, 과중한 업무 등
외부 문제가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외부적 요인과 함께 심리적이고 내부적인 요인도 스트레스의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같은 외부 자극을 받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스트레스
강도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명상, 취침, 호흡법 등 스트레스 관리 지침은 대부분 이런
개인적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데 따른 치유법이다.

스트레스는 어떤 경로로 질병으로 이어질까. 서울백병원 스트레스클리닉 자료에 따르면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우리 몸의 자율 신경이 자동적으로 활성화된다. 위험에서
벗어나서 맞서기 위해 힘과 에너지를 마련하는 과정이다. 맥박, 혈압, 혈류, 혈당, 호흡
등이 증가하고 감각기관과 신경이 예민해진다. 인체는 외부 스트레스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항한다.

따라서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적절한 자극으로 작업
능률이 오르고, 개인의 발달에 도움을 준다. 가볍고 조절 가능한 스트레스는 상쾌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을 ‘좋은 스트레스(Eustress)’ 라고 한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지속적이고 지나치게 강해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어지는 데
있다. 특수한 조건에 대처하기 위해 몸에 일종의 비상이 걸리는 스트레스 상황이
계속된다면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이다. 가끔 받아야 할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것을 ‘나쁜 스트레스(Distress)’ 라고 하는데 이쯤 되면
인체는 자기 조절능력을 상실한다. 체내 항상성이 깨져 대뇌의 전달물질, 신경조절 물질,
신경내분비 기능의 변화를 초래한다. 나아가 면역계의 기능저하나, 내분비 기능 장애의
발생, 심혈관계 및 소화기계에 변화를 가져온다. 특별한 질병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는
데도 자율조정 균형의 변화로 만성 소화불량, 생리불순, 수면 기능 장애, 만성 피로 등에
시달린다. 바로 스트레스성 질환이 생기는 것이다.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는 어떤 기준으로 나눌까. 전문가들은 ‘예측’과
‘통제’가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 구분한다.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이를 통해 조절과 통제가 가능하면 개인에게 부담을 주거나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좋은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당사자가 스트레스를 예측하지 못하고 조절할 수 없다면 나쁜 스트레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박정선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회장은 따라서 “스트레스란 스트레스 자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조절되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스트레스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의 대처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그냥 참고 지내는 경우나
건강 보조식품, 민간요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뒷목이 항상 뻣뻣하고, 불면에 시달리는 등 몸에
위험증상이 나타난 사람이 제대로 검사를 받지 않고 민간요법을 쓰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특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무작정 스트레스 치료법인것처럼 알려진 명상, 참선,
요가 같은 민간요법에 대해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종 상업적인 목적으로
포장돼 이런 활동들이 스트레스를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 광고를 하는 데 이를
그대로 따르면 위험하다는 것.

우 교수는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의 증상이 이미 몸에 나타난 사람에게 명상, 요가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것은 심장병에 걸린 사람에게 기도를 하면 병이 낫는다고
하는 것과 같다”며 “과장 광고에 조심하라”고 지적했다.

그는 “명상, 요가 등은 건강관리 차원에서 이해해야지, 질병을 고치고 치료하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의심이 나면 스트레스클리닉 등을 찾아가
제대로 된 검사를 받아 보라”고 조언했다.


직무스트레스의 원인

1. 일반적인 원인 일의 복잡성, 일의 양적 과중 및 과소, 불안전한 근무환경, 근무시간의
변경(불규칙, 교대근무)
2. 역할의 모호성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회의
3.인간관계 동료 및 상사와의 갈등,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분위기
4. 새로운 직무내용 새로운 업무기술의 도입, 인사평가제도
5. 직장의 조직문화, 분위기 부서 내·부서간 갈등, 효과적인 감독체계 결여,
정책결정에서의 소외, 일에 대한 자율성 결여, 개인의 경력개발의 지원 부족
6.가정과 직장 간의 부조화 부부갈등, 자녀 양육, 가정요구와 직장 요구 간의 상충
7.사회의 변화 경제불황, 고학력추세, 고용불안정, 구조조정, 노사분규로 인한 불신감,
일에 대한 태도변화, 3D직종에 대한 회피추세

출처 :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1차 연수교육 및 2004년도 동계학술대회 자료집》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세진 교수

[이코노믹리뷰]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