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동아대병원 특수건강검진 파행 실태

동아대병원 특수건강검진 파행 실태

특수건강검진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직업병에 걸리기 전에 증상을
미리 찾아내 관리함으로써 그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 산업안전보건법은
벤젠·유기용제·석면·광물성 분진·소음 등 유해인자에 노출된 노동자에 대해선 6개월
혹은 1년마다 특수검진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대병원의 불법검진은 이 제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행위로,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동아대병원은 "전공의가 사업장에 나가 검진을 했지만 담당 교수가 전공의 소견과 혈액
등 분석결과를 검토한 뒤 최종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자격자가 진료한 행위자체가 명백한 불법인데다 작업현장에서 노동자를 대면해
진단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에서 전문성 결여로 부실진단이 날 경우 이를 돌이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연 60만명 가량이 특수건강검진을 받고 있으며 이에 소요되는
예산도 150억~2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해인자가 있는 사업장이면 노동자수와 상관없이 특수검진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여러 사업장 노동자들을 한 곳에 모아 검진을 실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동아대병원의 경우 특수건강검진은 담당 교수 1명과 전임강사 1명,전공의 1년차 2명과
3년차 1명이 맡고 있다.

이들 가운데 교수는 내원환자를 진료해야 한다는 이유로 병원에 머물렀고 사업장엔
전공의들이 나갔다.

특수검진의 파행은 부산지역에서 특히 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울산대병원의 경우 인적구성에 있어 전문의가 5명이고 전공의는 오히려 4명뿐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특수검진 때 전공의가 함께 나가긴 하지만 전문의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가톨릭의대 관계자도 "특수검진은 전문의가 맡아야 할 사안으로 검진대상자 수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 "400개 사업장,4천300명에 이르는 노동자를 한 팀이
맡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 되풀이되는 부실진단 논란특수검진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울산노동자신문 보도에 따르면,2002년 동국대학교 예방의학과 김수근 교수가 기아자동차
노조의 의뢰를 받아 3년 동안 직업성 난청에 대한 특수건강검진 자료 1만 건을 검토한
결과 대규모 특수검진기관에서만 200여건의 문제점이 발견된 바 있다.

또 여수산업단지 LG칼텍스정유의 경우 2000년 특수건강검진 결과를 축소ㆍ은폐했다고
당시 검진을 담당했던 의사가 양심선언을 해 큰 파문이 일었다.

당시 노조는 직업병 유소견자 100명을 회사가 병원 측에 압력을 넣어 83명으로 줄였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담당의사가 "연간 4천만~5천만 원의 수입을 얻는 병원이 회사 측의
민감한 반응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 노동청의 봐주기 의혹부산지방노동청은 동아대병원에 대해 9일까지 청문절차를 거친 뒤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청 관계자는 "업무정지 3개월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의학계 전문가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난한다.

특수건강검진이 매년 4월이후에나 실시되기 때문에 3개월 업무정지를 받지 않더라도
어차피 개점 휴업상태라는 것이다.

# 대책무엇보다 특수건강검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시급하다.

동아대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이 장기간 불법행위를 저질러왔고 이것이 그대로 방치돼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수검진이 형식에 그치는 것은 산재를 숨기려는 기업주와 특수검진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병원의 잘못된 거래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기업과 병원의
계약관계를 없애고 진료기관 선택권을 노동자 개인에게 맡겨버리든지,아니면 제대로 된
검진과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가능하도록 국가차원의 철저한 제도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마선·김영한 기자 msk@busanilbo.com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