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직장여성 임신초기 ‘유산공포’

직장여성 임신초기 ‘유산공포’ 
과중한 노동·스트레스… 유산율 증가
유산환자 법정휴가 보장 등 개선 절실
 
 2009년 06월 07일 (일) 20:27:09 신미량  mrshin@dynews.co.kr 
 
 
직장인 김모(30·청주시 상당구 율량동)씨는 1년전 첫 임신 2주만에 자연 유산한 뒤 어렵게 다시 아이를 가져 현재 임신 2개월째다.

임신 초기 과로를 절대 피하라는 담당의사의 당부가 있었지만 직장생활에 어려움이 생길까봐 현재까지 임신소식도 알리지 못하고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자주 하혈을 하고 있어 또 다시 유산 위기에 내몰린 건 아닌지 불안해 하고 있다.

임신초기 직장여성들이 ‘유산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자연유산의 80% 이상이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에 발생하는데도 법정휴가가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직장여성들은 회사 눈치 보면서 건광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유산 후유증으로 몸의 이상을 호소하며 산부인과를 다시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연유산 증가

임신초기 과중한 노동, 스트레스 등은 유산율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의학계 정설이다.

하지만 직장여성들이 증가하면서 과로와 회식, 흡연문화가 늘어나면서 유산 증가가 뒤따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연유산율은 2003년 3.8%, 2005년 5.63%, 2006년 5.73%, 2007년 6%로 증가추세다. 하지만 이는 임신사실을 안 이후의 여성들의 사례만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생리로 알고 지나쳤던 것 중 상당수가 자연유산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자연유산율은 10∼15%대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산휴가제도 개선 절실

직장인 이모(28·청원군 오창)씨는 지난해 2월 임신 6주째 계류 유산(태아가 죽은 채로 출혈이나 통증도 없이 수주일 이상이나 배출되지 않는 상태)으로 소파수술을 했다. 이씨는 회사에 눈치가 보여 일주일만에 다시 출근을 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3월 어렵게 다시 임신을 했지만 일주일 만에 갑자기 출혈이 생겼고 또 유산됐다.

가장 유산되기 쉬운 시기는 임신 2~3개월경으로서 전체의 70∼80%가 이 시기에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임산부 보호 휴가는 출산휴가 90일과 임신 16주 이후의 유산·사산에 대한 최장 90일 휴가가 전부다.

유산 위험이 높은 임산부는커녕 실제 유산환자 대부분에 대한 법정휴가도 보장돼 있지 않은 셈이다.

유산 위험이 있어 직장을 쉬려면 병가나 연차 휴가를 내거나 무급휴직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사업주들은 휴가를 내주는 데 인색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사업장 대부분은 2∼4주의 병가만 보장하며 관련규정이 없는 곳도 상당하기 때문에 직장여성들의 유산 공포에 떨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여성계와 의료계 일각에선 유산휴가제도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임신 초기 여성의 모성보호를 위해 ‘유산 예방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은섭 그린한의원(대전 서구 둔산동) 원장은 “유산이 임신 3개월 안에 일어나는 만큼 근로기준법의 임산부 보호법을 개선하고 유산 예방 유급휴가를 법제화해야 한다”며 “유산 후에는 무조건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며 충분한 치료를 받아 습관성 유산으로 진행돼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미량>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