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원 영월 시멘트 '폐질환 공포' 확산

강원 영월 시멘트 '폐질환 공포' 확산
인근 주민 검진 결과 호흡기 이상 47%
폐암 폐결핵 진폐증 등 중환자도 속출

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강원 영월군 시멘트공장 주변 주민들의 건강검진 결과가 충격적이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궐기대회를 여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 인하대학교 임종한 교수팀과 공동으로 2~3월 쌍용양회 현대시멘트 공장이 있는 영월군 서ㆍ주천면 주민 중 고통을 호소하거나 검사를 희망한 1,496명을 검진한 결과를 지난달 15일 발표했다.

검진 결과 무려 검사자의 47.1%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유소견자로 진단됐다. 이 중에는 폐암 진폐증 등 중증 환자도 있다. 흉부방사선 검사 유소견자 16명에 대한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폐암 1명, 진폐증 5명, 폐암의증 1명, 폐렴ㆍ폐결핵 9명 등 총 16명의 중증환자가 나왔다.

분진을 다량 흡입해 발생하는 진폐증 환자 5명 중 2명은 광산에서 일한 직업력이 있으나 3명은 무관한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호흡기질환 검진에서는 조사자 799명 중 47.4%(379명)가 기관지나 폐에 염증이 생기고 조직이 손상돼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는 COPD 유소견자로 파악됐다. 이는 질병관리본부가 2007년에 벌인 국민건강조사에서 전 국민의 COPD 유병률이 16.1%인 것에 비하면 3배나 높은 수치다.


주민들은 "시멘트 공장에서 산업폐기물, 폐타이어 및 슬러지를 소각 중"이라며 "각종 유해 중금속, 가스 비산먼지 분진 등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면 주민 600여명은 지난달 26일 궐기대회를 갖고 환경부의 탁상행정에 따른 주민환경피해를 규탄하고 특별법 제정, 주민치료 및 보상, 이주대책, 폐기물소각 전면중지 등을 요구하는 대정부 결의문을 채택했다.

김원태 대책위원장은 "10여 년 전부터 전국산업폐기물을 시멘트공장 소성로에서 연료로 태우면서 주민들의 불안과 피해가 시작됐다"고 성토했다. 김용복 이장협의회장은 "환경부가 미비한 규정을 근거로 합법·적법을 주장하는 동안 주민들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지난달 24일 관내 시멘트공장과 토지공사 청라·영종사업본부를 항의 방문해 "토공과 시멘트회사는 매립지 폐기물 반입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토공은 5월23일 폐기물중간처리업체 5곳과 청라지구 매립지 폐기물 반출계약을 체결했다.

강원도시ㆍ군의회의장협의회는 지난달 19일 영월군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시멘트공장 주변 환경관리강화와 주민건강피해 보상, 예방대책 등의 즉각적인 시행을 정부에 촉구했다. 강원도의회는 6일 주민피해대책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서면에는 '주민 건강이상에 대해 환경부가 책임져라'는 등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감사원은 "소성로 반입 폐기물의 품목·수량 조정을 일체 중지하고 현재 반입 신고된 것만 처리하라"고 영월군에 통보했다.

환경운동가 최병성(46)목사는 "1990년대 말부터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나 중금속 오염 등 피해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폐암환자 의료비 지원, 진폐환자ㆍ만성폐쇄성폐질환자 등록관리 및 정기건강검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자체·주민·기업체 간 협의를 통해 지원방안 중재 및 산재보상에 따른 지원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양회공업협회측은 "영월지역 일부 주민들의 정확한 질병원인이 밝혀진 것도, 시멘트 공장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된 것도 없다"는 입장이어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