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마당-타워크레인 사고, 철저한 예방을

[경향마당]타워크레인 사고, 철저한 예방을


지난 5월24일 서울 구로동 종교건물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설치 중 붕괴사고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6일 서울 충정로 신축 아파트 공사장에서도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로 1명이 숨졌다. 왜 이렇게 도심에서 크레인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걸까.

비좁은 국토 때문에 도심 건축물들이 갈수록 고층화되어 가고 있어 높은 양중작업을 하는 크레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는 6300여대(무인타워 포함)의 타워크레인이 있지만 연평균 가동되는 장비는 고작 3000여대다. 결국 개인 장비업자들은 덤핑 저가수주를 할 수밖에 없다. 장비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설치·해체 및 애프터 서비스는 또다시 재하도급이 이뤄진다. 또한 정부고시 적정 표준임대료가 형성돼 있지 않아 값비싼 신형 장비를 구매해도 덤핑 과열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노후장비를 통한 저가수주만이 업체가 살 길인 것이다.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사고의 1차적인 책임은 건설회사에 있다. 지난 6년 동안 타워크레인 사고로 무려 160여명(작업 중 사고 포함)이 사망했다. 지금 우리나라 모든 건설회사에 중장비 전문 엔지니어가 없다. 노동부에서 1년에 한두 번 실시하는 현장 안전점검도 비전문 근로감독관들에 의해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진행된다.

건설노조에서는 지난해 12월 노동부에 최소한 전문 신호수만이라도 육성해서 산업재해를 예방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이 또한 오리무중이다.

불안한 와이어 지지고정 방식은 또 다른 타워크레인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쇠줄 몇 가닥으로 지지하는 해괴한 공법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2003년 강풍으로 인해 이 공법이 도입된 현장에서 무려 54대의 타워크레인이 붕괴됐다. 잦은 기상이변으로 또다시 2003년의 악몽이 도심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수많은 건설업체가 초고층 건물을 짓고 있다. 한국은 시민과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경제성장만이 지상과제’라고 외치는 위험사회다.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입력 : 2009-07-09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