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면보다 무서운 '철거비 공포'

석면보다 무서운 '철거비 공포' 
  '석면 공포'가 확산되면서 건물 철거나 리모델링 공사를 앞둔 노후 건물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석면 건자재 철거 비용이 지나치게 비싼 데 반해 정부가 정한 처리 규정을 어길 경우 처벌 조항만 있을 뿐 정부나 석면 건자재 제조업체 등의 지원책은 전혀 없어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떠안고 있기 때문.

지난달 대구 시내 2층짜리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 강모씨는 '석면 처리비'로만 4천만원이 적힌 견적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강씨는 "천장 마감재에 석면이 포함돼 있는 줄도 몰랐고 전문 업체에 위탁 처리해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실내 면적이 2천㎡(600평) 정도인데 천장 마감재 철거에만 4천만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아예 공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규정에 따라 석면 포함 마감재를 철거할 때 드는 비용은 1㎡당 6만원 전후.

석면 처리 전문업체인 K사 관계자는 "석면은 폐기 비용이 t당 30만원으로 일반 폐기물(1만원)과 비교도 되지 않고 철거 때 석면 가루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 설비를 해야 하며 석면 가루를 걸러내는 장치까지 설치하도록 돼 있어 비용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건물 공사 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천장 마감재를 시공할 때 드는 비용이 인건비 포함 3.3㎡당 5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철거 비용이 신규 설치 공사 비용보다 비싸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1998년 이전 준공 건물은 상당수 석면 제품을 마감재로 사용했으며 특히 농어촌 주택은 아직도 40% 정도가 지붕 마감재로 석면이 포함된 슬레이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석면 제품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철거 때도 신고 후 전문업체에 위탁처리토록 하는 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지만 지원책은 없다는 점이다.

노동청 관계자는 "석면 제품 유해성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구에서는 2006년 서구 중리주공 아파트 철거를 시작으로 관리가 시작됐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폐기물처리법 등 관련 규정을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규모 건물이나 주택 철거 때 '석면 규정'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철거 전문업체 관계자들은 "주택을 철거하더라도 석면 철거비용으로만 최소 200만~3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소형 건물주들은 석면 철거 관련 규정을 모르거나 알아도 비용 부담을 이유로 불법 처리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했다.

8월부터는 석면 관련 규정이 더욱 엄격해진다. 총 넓이 50㎡ 이상인 건축물이나, 면적의 합이 15㎡ 이상이거나 부피의 합이 1㎥ 이상인 건자재 철거나 해체 전에 전문조사기관을 통해 석면 함유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이에 대해 건설업체와 건물주들은 "석면 마감재에 대해 KS 인증마크까지 부여했던 정부가 석면 유해성이 알려진 뒤 모든 책임을 건물주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나 석면 제품 제조 업체들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기사 작성일 : 2009년 07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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