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勞-政 ''산재인정 범위''싸고 마찰

勞-政 ''산재인정 범위''싸고 마찰

 최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수도권의 한 식품제조공장에서 직업병 조사를 벌인 결과 근로자 94명 중 여성근로자 40명 전원과 남성근로자 36명이 근골격계 질환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조사를 벌이면서 올 들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며 “생산현장에서 장시간 반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 대부분이 알게 모르게 근골격계 질환에 서서히 걸리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산업현장을 중심으로 발생해왔던 근골격계 질환이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산업재해 인정 범위를 놓고 정부와 노동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은 생산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단순반복적인 일을 할 경우 목 어깨 허리 등이 결리고 아픈 병이다.


민주노총이 최근 금속 보건 화학 건설 등 4개 업종 80여개 사업장 근로자 1만6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근로자 10명중 7명꼴인 71.6%가 근골격계 질환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산업이 78.8%로 가장 높았으며 보건의료산업 76.5%, 화학섬유산업 52.8%, 건설산업 51.1%로 모든 업종에서 절반 이상의 조합원들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하루 4시간 이상 키보드 또는 마우스 조작 작업 ?하루 2시간 이상 1㎏ 이상의 물건을 손가락으로 집어 옮기는 작업 ?하루 2시간 이상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이뤄지는 작업 ?하루 10회 이상 25㎏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 등 11개 항목을 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규정하고, 해당 사업주로 하여금 유해요인 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토대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지난 11일부터는 근골격계 질환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 365곳을 대상으로 사업주가 근골격계 질환 예방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불이행 사업주에 대해선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근골격계 부담작업 범위를 포괄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세부적으로 규정한 것은 보호대상을 대폭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김순희 산재보상국장은 “정부가 세부적인 규정을 통해 보호 대상을 축소하려는 것은 노동계를 기만하는 것”이라며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하고, 보다 폭넓은 산재 인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도 “최근 4년 동안 근골격계 질환자가 무려 961% 증가하는 등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직업병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예방책과 포괄적인 산재 인정 범위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근골격계 직업병투쟁본부’를 구성해 강력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속보, 사회] 2003년 12월 12일 (금) 17:42
 
이상혁기자/next@segye.com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