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투쟁당사자의 이해와 요구를 외면한 어떠한 교섭도 용납할 수 없다!

투쟁당사자의 이해와 요구를 외면한 어떠한 교섭도 용납할 수 없다


한 겨울의 칼바람이 사람들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고 가슴을 시리게 한다. 며칠 상간에 4명의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노동자들의 가슴은 어느 해 겨울보다 더욱 더 얼어붙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울산 현대자동차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노동자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있다.

현재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는 사측과 불법파견관련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현대차비지회 동지들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즉각적인 정규지화를 핵심으로 하는 6대요구안을 확정하고 교섭과 투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현대차지부와 금속노조는 비지회동지들에게 사측이 제시하고 있는 “2016년까지 3500명 신규채용(안)”에 기초해 이를 숫자만 약간 변경한 “2014년까지 4000~4500명 신규채용(안)”을 비지회에게 받아들이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더욱 믿을 수 없는 사실은 만약 비지회가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체 교섭위원 30명 중 6명만이 비정규직지회임을 악용해 직권조인을 하거나 아예 교섭과 투쟁에서 손을 떼겠다는 압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은 2004년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 이후, 10여년 가까이 불법파견 철폐,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쟁취를 걸고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최병승, 천의봉 두 동지가 고압 송전탑에서 목숨을 건 농성을 전개하고 있으며 지회 동지들은 지난 몇 달간 사측의 엄청난 물리적인 폭력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최병승 동지에 대해서만 불법파견을 인정하였을 뿐 나머지 파견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동안 현대차지부는 불법파견 특별교섭 6대요구안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한편, 비정규지회의 간절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연대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이제는 직권조인, 교섭대표권 운운하며 투쟁을 막아서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는 교섭대표권, 직권조인 운운 등으로 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의 정당한 투쟁을 막아서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비정규직지회 투쟁의 여세를 몰아 강력한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나가야 한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말이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사이에 있는 하나가 망하면 다른 하나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바로 순망치한과 같은 관계이다.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가 자본의 눈치를 보며 어쩡정한 태도를 보이는 동안 비지회 동지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결국 정규직 또한 자본에게 길들여지는 노예의 길을 밟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는 자본의 눈치를 보며 투쟁을 적당히 정리하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나아가 6대 요구안의 관철을 걸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금속노조 1월 총파업을 성사시켜야 할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의 사활을 걸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지난 98년 파견법을 막아내지 못함으로 민주노조운동은 비정규직의 확산을 막아내지 못했다. 현대차 비정규직투쟁에서 이번에 또다시 밀린다면, 복종만 강요받는 노예노동은 더욱 확산될 것이며, 민주노조운동은 자본에 수세적으로 밀리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2012년 12월 27일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사노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