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노힘기관지_파업과 노동자 건강

하투의 시기가 왔다.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선두로 하여 금속, 궤도, 화물, 택시, 뉴코아 등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간호사이자 조합 대의원인 한 후배를 파업이 한창 진행중인 병원에서 만났다. 파업 참가하랴 병동 지키며 근무하랴 ‘힘들어 죽겠다’는 것이 그 친구의 첫마디였다. 파업기간을 거치며 내 후배는 건강을 잃어가고 있었다.

재작년 겨울 나는 재미있는 연구결과 하나를 접했다. 영국에서 시행된 연구결과 인데 파업이나 정치집회, 사회운동 등에 참여하는 것이 신체•정신적 건강에 이롭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적인 요인은 동료들과 함께 있다는 집단적 정체성이다. 이것이 일체감과 상호 지지를 이끌어내어 스트레스나 통증, 우울증 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자는 건강을 위해서라도 사회문제에 좀더 관심을 갖고 사회운동이나 시위 등에 참여할 것을 권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가? 정말 파업이 참여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인가? 파업이 시작되면 활동가들은 더욱 힘들어진다. 교섭장소에 나오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자본부터 적극적으로 조합원을 회유하며 파업대오를 분산시키기 위해 물심양면 총력을 기울이는 자본, 공권력을 동원해 폭력으로 문제를 진압하는 자본, 아예 해고를 해버리는 자본, 손배 가압류에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자본까지 실로 그 양태가 다양하다. 이런 상황에 활동가는 활동가대로 조합원은 조합원대로 힘들고 지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열심히 파업하고 조합 활동한 활동가들이 정신질환으로 집단 산재요양 신청을 하고, 분신을 하고, 목을 매는 등, 말하기조차 무서울 정도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지금 이 땅의 현실이다. 건강하기는커녕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이 땅의 현실이다. 물론 영국의 자본가들이 계급적 지향이 있다거나 착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앞에서도 얘기 했듯이 집단적 정체성이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단순한 명제와 동료에 대한 애정이 파업을 하고 조합활동을 하는 노동자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쏟아지는 시기, 정말로 노동자들이 건강해질 수 있는 단결된 투쟁을 보고 싶다. 열심히 참여한 활동가와 조합원들에게 패배감을 남기고 무기력함을 남길 형식적인 파업이 아니라 실제로 옆의 ‘동료’를 ‘동지’로 인정하며 마음이 뿌듯해 지는 파업을 보고 싶다. 살아있는 현장이 있는 파업, 그래서 악랄한 자본의 준동을 분쇄하고 현장의 조직력을 살릴 수 있는 파업, 그것이 노동자들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파업이다.

연기실장 1

댓글 1개

콩아줌마님의 댓글

콩아줌마
"파업 참가하랴, 병동 지키며 근무하랴..." 참.. 착잡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