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차컬럼0826

현차노조 신문 8월 26일자 컬럼입니다.


요즘 일터, 안녕하신가요


요즘 일터, 별일 없으신가요. 소위 '오늘도 무사히'를 확인하려면, 최근 현장에서 벌어지는 굵직한 사안들을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퇴진시켜야 할 노무현 대통령 방문, 근골격계 직업병 관련 수시검진 시행, 예방관리와 노동강도 저하 및 현장개선을 위한 실행위원 조직과 교육, 불법파견 근절 및 위장도급 실태고발, 5공장 비정규직 정리해고, 한일FTA 저지투쟁, 노동조합의 2004년 하반기 주요사업 진행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수없이 많은 현안을 관통하는 핵심은 '노동3권'을 둘러싼 노동과 자본 그리고 정권 사이의 '힘겨루기'이다. 자본과 정권은 분열과 갈등을 기치로 회유와 탄압을 일상적으로 자행하고, 이에 맞서 노동은 단결과 투쟁을 기치로 실질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동3권을 진전시켜 나가는 저항을 한다. 노동3권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누려야 할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인 것이다. 노동(조합)운동의 역사는 노동3권 쟁취의 역사라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다들 알다시피 노동3권은 단결권, 투쟁권, 교섭권이다. 노동과 자본의 힘겨루기 과정 및 힘관계를 반영하여 노동자에게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이다. 그러나 법은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투쟁과정에서 법 자체를 넘어서는 투쟁의 역동성을 확인해왔다. 허나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했던가. 자본과 정권은 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조차 무력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탄압을 일삼아 왔다. 노동3권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3대 악법인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변형근로제가 그것이다. 흔히 사람들이 '아홉수'를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3대 악법'이 노동자의 노동3권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숙명으로 받아들일 추상적인 무엇이 아니라, 반드시 무력화 시켜야 할 악법에 대한 저항을 본격화해야 한다.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주장을 구호가 아니라 현장의 힘으로 만들기 위해서 매진해야할 과제인 것이다.

17년 동안 지난하고 가열차게 투쟁해온 현대자동차 현장 속내를 들여다보자. 투쟁과 권리 주체인 현장노동자들은 동원대상으로 대상화되거나, 집행부들은 소위 자판기 집행부로서 주체들을 대리하고 있지 않은가. 집행간부들은 조합원의 투쟁동력을 탓하고, 조합원들은 집행부에 기대고 탓하는 악순환은 없는가 말이다. 여하튼 현장의 단결·투쟁·교섭력이 무너져 있다고 진단하는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현장의 힘을 복원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노동3권이 심각할 정도로 왜곡되어 있는 현장을 똑바로 보지 않는 한, 현장의 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목표는 웬만하면 되는 것으로 치부되고, 투쟁주체는 대상화되고 활동가들은 대리주의 그늘아래 갇히게 되며, 모두가 '뻔'해하는 투쟁전술의 관행을 벗어나기 어렵다. 때문에 모든 현장사업은 현장의 힘을 복원하는-노동3권을 현실화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현장의 힘은 바로 쟁취해야 할 목표에 대한 주체들의 실천적 승인과 단결·투쟁·교섭력에 달려있다. '일터의 안녕' 아니 '일터의 주체들의 안녕'을 위해서,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이는 것이 아니라, 노동3권의 주체로 서는 것이 중요하다. 그 출발은 현장의 구체적인 단결·투쟁·교섭력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행동으로 반성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