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현대중공업 산재 조직적 은폐

현대중공업 산재 조직적 은폐
 
‘재해율 0%’눈멀어 요양신청 늑장…대표등 9명 고발
울산 현대중공업 일부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산재사고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작업중 다친 노동자가 4일 이상 치료를 받으면 사업주가 사고 발생 한달안에 노동부에 산재신고를 하거나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은 재해율을 낮추기 위해 이를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노동부 울산사무소와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의장1부 8팀 양아무개(56)씨는 지난 2002년 10월 21일 동료 4명과 300~400㎏짜리 철판 시트를 들어올리다 오른손 손가락 3개가 깔려 울산대병원에서 8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회사 쪽은 사고 발생 다섯달 뒤인 지난해 3월 20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부서 남아무개(40)씨도 올 5월 7일 지름 50㎜짜리 파이프를 해체하다 왼손 둘째 손가락이 찢어져 한달여동안 집과 근처 ㄱ정형외과를 오가며 치료했으나, 회사 쪽은 남씨가 정상 근무한 것으로 처리하고 산재 신고는 물론 요양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같은 부서 허아무개(56)씨도 올 4월 7일 파이프를 조립하다 오른손 새끼 손가락을 다쳐 보름여동안 집에서 쉬며 ㅎ정형외과에서 치료했으나, 회사 쪽은 산재신고와 요양신청을 하지 않았다.

한 재해 노동자는 “회사 쪽에 몇차례 산재처리를 요구했으나 간부들이 문책을 당한다며 요양신청을 거부했다”며 “회사 쪽은 무재해 기록을 달성했다며 8팀에 포상금까지 줬다”고 말했다.

8팀에서 일하는 ㅂ씨는 “팀원이 35명인데 최근 3년 동안 산재를 당하고도 요양치료를 받지 못한 직원이 최소 6명”이라며 “다른 부서도 무재해 실적 경쟁에 쫓겨 조직적으로 산재사고를 은폐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일부 팀에서 의욕이 앞서 산재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진상을 조사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등으로 꾸려진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의장1부 8팀 소속 노동자 6명의 산재사고를 은폐한 혐의로 현대중공업 대표 등 9명을 노동부에 최근 고발했다.


[한겨레 9/23]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