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3대 메가 프로젝트, 개발 폭주를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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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기자회견 공동 성명]

 

3대 메가 프로젝트, 개발 폭주를 멈춰라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AI 산업 육성 정책으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이 사업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기후·생태계를 파괴하며 노동권과 노동안전, 농민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유례없는 개발 폭주다.

 

첫째, 이 프로젝트는 천문학적인 공적 자원 투입에 비해 사회적 논의와 책임에 대한 검토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민주적 공론장과 민주주의 절차를 훼손하고 있다. 서남권 반도체 생산거점에 800조 원,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550조 원 등 1,000조 원이 넘는 투자가 추진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 지역사회와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비단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만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와 지향으로서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도 국제적으로 그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이에 따른 규제가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국민을 보호할 장치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한 채 무비판적 속도전만 강요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정부와 대기업의 투자계획을 중심으로 전력·용수 공급, 교통·물류망 구축, 정주 여건 조성, 규제완화와 세제 지원, AI 데이터센터 전용요금제 도입 등 대규모 공적 지원 방안만이 제시되었다. 반면, 이에 상응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 투자 이행과 고용·지역경제 기여, 기후·환경 영향 등에 대한 관리와 검증 방안은 부재하다.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네거티브 규제를 언급하고 ‘규제 제로구역’인 메가특구 조성까지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온갖 병폐와 부정의는 바로 이렇게 책임을 묻지 않는 국가 총동원체제에서 비롯되었다.

 

둘째,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기후·생태 용량을 고려하지 않은 반환경적 폭거다. 이재명 대통령은 법적 절차인 환경영향평가까지 간소화할 것을 주문하며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생태 영향이 분명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환경영향평가 간소화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추진 중이던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경우만 해도 법원에서 기후변화영향평가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가 2050 탄소중립 목표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충돌하지 않는지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약 80%가 전력 소비에 따른 간접 배출이며, AI데이터센터와 피지컬AI 역시 막대한 전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100GW 확대 계획으로는 이 전력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면 폐지 예정인 석탄 발전소를 연장 가동하거나 신규 LNG 발전소 등을 통해 이 전력 수요를 충당할 가능성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그만큼 폭증할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용인 반도체 산단에 ‘강원도 동해안’, ‘충남 서해안’에 집중된 발전원을 활용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석탄 발전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국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했던 기업 RE100 캠페인과도 상충하는 자가당착에 빠질 것이다.

 

또한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평균 건설 기간이 긴 원전으로 이 수요를 적기에 충당할 수 없다. 만약 수명이 만료된 노후 원전을 연장 가동할 경우 원전 안전 문제와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가 가중되며 또 다른 치명적인 기후·생태적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나아가 대규모 전력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은 경과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정부는 호남의 전력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끌어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공식 발표에서 제외한 채 은폐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 산업단지를 최대 12년 조기 완공하겠다는 계획은 대기업 전력 공급만을 위해 주민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최소한의 민주적 합의와 절차마저 건너뛰겠다는 폭거이다.

 

막대한 물 사용 문제 역시 정부는 ‘통합용수공급사업 이행’, ‘임시물량 활용’, ‘다목적댐 및 대체수자원 활용’ 등으로 물 공급을 전제로 한 계획만 제시하고 있을 뿐, 용수 확보의 타당성과 지속가능성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한편, 정부는 그동안 신규댐 건설의 명분으로 ‘미래 물부족’을 내세웠다. 그런데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용수는 문제없이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의 물 수급 전망과 정책의 일관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며, 기존 국가물관리계획의 물 수급 전망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셋째, 이 프로젝트는 농업과 농민의 삶까지 위협할 것이다. 자연 자원을 무분별하게 착취하여 활용하는 두 번째 문제는 세 번째 문제와도 연결된다. 가령 물은 국가가 특정 산업에 일방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 생활용수·농업용수·환경유량 등의 공익적 가치를 고려해 배분해야 하는 자원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로 늘어날 물 수요가 인근 지역 농민의 생존권을 어떻게 위협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정부는 검토하지 않았다. 대만에서 반도체 기업 TSMC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가뭄 시기 농업 용수를 끌어다 쓴 사례를 감안할 때 정부의 공급 계획은 무책임하다. 또한 이는 단순한 물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가뭄과 홍수 등 기후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의 물관리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역주민과 농민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넷째,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노동권과 노동 안전을 도외시한 채 또 참사의 반복을 부추기고 있다. 이미 반도체 사업장은 수천종의 유해물질 사용으로 직업병, 산업재해, 화학사고가 반복되는 고위험 사업장으로서 노동자는 물론 인근 지역 시민의 안전과 건강권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이미 현장에서는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인공지능 도입으로 노동권과 노동안전이 후퇴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노동자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기업만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로 이 프로젝트를 설계 및 추진하고 있으며, 한술 더 떠 주 52시간 적용 유예라는 개악으로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려 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존중을 공언하던 대통령이 나서서 기업 총수들을 ‘국가 영웅’이라 칭송하며 고개를 숙일 때,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인해 증설되는 대규모 시설에서도 노동자의 열악한 작업 환경은 묵인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민주주의와 공공성의 문제, 기후·생태적 문제, 농민 생존권 문제, 노동권·노동자 안전의 문제가 중첩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당장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변동성이 큰 특정 산업에 국가 자원을 ‘올-인’하고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몰아주는 식의 개발 폭주는 전체 산업구조의 편중을 심화하고 부의 불평등과 경제적 격차를 가속화할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쌓아올린 원칙과 가치, 사회적 합의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개발 속도전이 아니라, 산업전략에서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기후 생태적 전환을 확보하는 일이다.

 

 

2026713

3대 메가 프로젝트 규탄 시민사회 136개 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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