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행동 성명]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물관리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법의 국회 통과를 반대한다

활동소식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물관리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법의 국회 통과를 반대한다

 

 

2026년 6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 한정애 의원이 「수도법 일부개정법률안」,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물관리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건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물·에너지·AI를 융합하여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다고 설명된다. 그러나 이 세 법안이 함께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반도체·AI 데이터센터 산업에 물 공급 우선권을 확보하는 것이며, 기후위기 대응은 그 포장지에 불과하다. 〈반도체산업의 정의로운전환을 위한 공동행동〉은 이에 강력히 우려를 표하며 3법의 국회 통과를 반대한다.

 

기후위기 시대, 거꾸로 가는 법안

 

수도법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극한 가뭄으로 산업 및 생활용수 제한 등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2022년-2023년에 걸친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은 역대 최장인 281.3일까지 이어졌다. 이 여파로 전남의 섬 주민 수 만명이 제한급수의 고통을 감수해야 했는데, 가장 심각한 넙도의 경우 1일 급수 6일 단수의 극단적인 제한급수가 1년 가까이 이어지는 등 사상 최악의 상황을 견뎌야 했다. 광주광역시 역시 제한급수 시행 직전까지 갔다 23년 5월의 단비로 제한급수의 위기를 겨우 모면하기도 했다. 2025년 강릉은 제한급수(약 18만명)는 물론 가뭄 재난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정안의 제안이유에는 바로 이어 극한 가뭄에 대한 대책 대신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발전으로 산업용수 수요는 증가”한다는 필요가 함께 이어진다. 지금의 극한 가뭄은 온실가스를 무분별하게 배출하며 성장해 온 산업 중심 발전 체제가 초래한 기후위기의 결과다. 법안은 정작 그 원인에 대한 성찰 대신, 오히려 그 위기 속에서 더 많은 물을 소모해야 하는 반도체·AI 데이터센터 산업에 안정적 물 공급을 보장하며 시민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재편하려 하고 있다.

 

산업에 자원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다

 

이것이 추상적인 우려가 아님을 우리는 이미 목격하고 있다. 2021년 대만의 극심한 가뭄 당시, TSMC 등 반도체 기업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의 생활용수가 제한되었고, 대만 전체 농지의 5분의 1에 달하는 면적에서 농사가 중단됐다. 농산물 가격은 2배까지 급등했고 식량자급률은 하락했다. 강릉 가뭄재난사태 때에도 자발적으로 재난 대응에 나선 강릉 시민들의 마음에 가장 큰 상처를 준 것은 ‘차별적인 제한급수’였다. 초기 제한급수 시 호텔, 리조트, 골프장, 수영장과 같이 수도 사용량이 더 많은 관광산업의 급수 제한은 하지 않은 채 일반 시민들에게만 물 절약을 강제한 사실이 드러나고, 일부 부자 아파트는 급수 제한을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며 차별적인 제한급수 논란이 시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공공자원의 산업 집중으로 인한 위기는 물 영역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는 내년 5월부터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레이크 타호 지역 약 5만 명 거주민에게 수십 년 간 이어진 전력 공급 계약이 종료된다. 

 

기후위기가 이미 도래한 지금, 자원의 한계를 인식하지 않은 채 공급 위주의 정책을 이어 나가는 것은 스스로 재난과 재앙을 불러오는 행위다. 한국 역시 그 길 위에 있다. 또한, 한정된 자원 안에서 반도체 생산 산업과 데이터센터의 무분별한 확장을 위해 생명과도 같은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되어있는 35조 환경권과 34조 인간다운 생활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적 법률이 될 수 밖에 없다. 수자원공사는 2030년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물이 하루 325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이번에 발의된 세 법안은 첨단산업의 자원 독점을 제도적으로 완성하려는 시도다. 

 

물관리기본법의 기본 취지에 반하는 개정안

 

하나의 패키지로 작동되는 개정안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물관리기본법 개정안이다. 물관리기본법 개정안은 “댐용수의 여유량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산업 대비 3배 많은 물을 사용하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안정적 유치 및 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용수 공급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며 “물의 전략적 가치”라는 표현을 들어 첨단산업의 필요 수량 확보를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로 명시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물관리기본법의 기본 취지에 반하는 내용이다. 물관리기본법의 제14조(물의 배분)은 다음과 같이 단 한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 제14조(물의 배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의 편익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물을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배분하여야 하며, 이 경우 동ㆍ식물 등 생태계의 건강성 확보를 위한 물의 배분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 내용은 물의 배분에 대한 대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만일 여기에 물의 배분에 용도별 우선권이 명시된다면, 가장 먼저 명시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생존권과 관련되어 있는 생활용수의 안정적 공급일 것이다. 

 

하지만 현 개정안은 물 분배의 기본 원칙을 명시한 원 법안의 내용을 1항으로 놓으면서 바로 다음 동등한 위계(항)로 더 큰 이윤을 만들어내는 첨단전략산업의 용수 확보를 가장 먼저 명시함으로서 ‘물의 전략적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러한 개정안은 그 자체로 물관리기본법의 1조에 명시된 기본 목적-제1조(목적) 이 법은… 물의 안정적인 확보, 물환경의 보전ㆍ관리, 가뭄ㆍ홍수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의 예방 등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에 반하는 내용이다.

 

한편, 함께 발의된 수도법 개정안은 수도기본계획의 타당성 재검토 주기를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수도사업자가 아닌 주체가 수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도정비기본계획은 법정계획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수도정비를 위해 의무적으로 세워야 하는 계획으로 행정/재정적인 자원이 상당히 소요되는 바, 특정 산업을 위해 이러한 계획의 검토 주기를 단축하고 지자체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자체와 수자원공사 등 공공의 영역으로 한정되어 있는 수도 사업을 수도사업자가 아닌 기업 등이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것이 물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환경기술법 개정안도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 효율 지표 등 환경정보 공개 의무를 확대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환경정보는 제외한다”는 조항을 명시적으로 담고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 수십 년간 유해물질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이름 아래 은폐되며 반도체 노동자들이 자신의 위험을 알 ‘권리’가 배제되었던 역사는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 공개 의무를 확대하는 법안 안에 기업이 가장 핵심적인 정보를 숨길 법적 근거를 함께 심어두는 것이다.

 

물 대신 반도체를 마시며 살 수는 없다

 

물은 공공재다. 그리고, 물은 생명이다. 이번 법안들은 누가 우선적으로 물을 쓸 수 있는지를 노동자와 시민이 아닌 국가와 산업이 결정하도록 제도화하려 한다. 반도체·AI 산업이 공적 자원을 소모하며 이윤을 사유화하는 동안, 그 비용과 위험은 언제나 시민의 몫이 되어왔다. 기후위기 시대에 물 배분의 문제는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우리의 기본권, 생존권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 법안들은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는 산업에 물을 우선 배분함으로서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법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 배분의 우선권을 산업과 자본의 손에 쥐어주려는 이 법안들의 통과를 반대하며, 기후위기 시대 우리 모두의 생존권을 위해 노동자/농민/시민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다.

 

2026년 7월 2일

반도체산업의 정의로운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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