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23.02.16)

기고

박다혜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금속노조 법률원)

지난 9일 태안화력발전소 중대재해 항소심 선고를 돌이켜 보면, 재판부가 법정에 들어서고 1분이 채 지나기 전에 불안감이 엄습했던 것 같다. “선고에 앞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첫 문장에 이어 “피고인들도 긴 시간 수사와 재판받느라 고생하셨다”는 문장이 들렸기 때문이다. 귀를 의심했다. 기업의 안전범죄로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것과, 이를 야기한 피고인들이 죄를 덜기 위해 방어권 행사를 하느라 애쓴 것을 나란히 두고 함께 논할 수 있는 막된 언어. 거짓 등가성의 오류라는 지적까지 갈 것도 없다. 본격적인 선고 전에 재판을 진행한 판사의 감상 내지 소회를 밝힌 것일 텐데, 어쩌면 이는 116페이지에 달하는 판결의 예고편과도 같다.

구체적 쟁점과 법리 등에 대한 평가는 판례 평석에 미뤄두고, 이 판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중대재해를 바라보는 법원의 인식에 대해 짧게 남기려고 한다. 먼저 항소심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소속 임직원들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를 모두 무죄로 판단하면서 기업범죄로서 원청의 책임을 일체 부정했다. 법원은 원청이 피해자 김용균과 같은 하청노동자들의 개별 업무수행에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들의 취급 설비 및 작업환경을 모두 원청이 지배·관리하고 하청의 인력운영도 원청이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모두 계약의 특수성의 문제라 선을 그은 채 원청과 하청노동자 간의 실질적 고용관계를 부인했다.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대상을 사업주와 고용관계에 있는 소속 노동자로 한정하는 경우 야기되는 불합리한 처벌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실질적 고용관계’라는 개념을 들고 있다. 이는 근로의 실질에 있어 노동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해당 사업주의 재해방지 의무의 보호대상이 된다는 취지다. 법원은 공공기관인 서부발전의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대상에 김용균과 같은 하청노동자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읽기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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