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필자의 페이스북 친구 중 한 분은 포스팅하는 글마다 오늘이 며칠째인지 날짜를 꼽는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불과 6시간 전 그녀가 올린 페북에는 ‘1,074일째’라는 기록이 담겼다. 2019년 4월 수원시 고색동의 아파트형 공장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김태규님의 어머니 신현숙님이 아들의 죽음 이후, 또 다른 오늘을 살아 내고 있는 방식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인 고 김태규님만을 기억하지 않는다. 지난 18일 오전, 그녀는 307일이라는 날짜도 기록하고 있었다. 그녀는 항소심이 열리기까지 무려 307일이 걸린 또 다른 산재사망 노동자 경동건설 고 정순규님의 사건 재판이 열리는 곳에 참석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유족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산으로 향하는 SRT열차에 올라타며 날짜를 기록했다. 아마도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조각난 심장을 부여잡고 울분을 토하는 또 다른 산재사망 피해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그들이 기댈 수 있도록 자신의 좁은 어깨를 기꺼이 내주고, 온기를 전하기 위해 두 손을 꼭 쥐었을 것이다. 이렇듯 그녀의 하루하루는 조각난 일상을 겨우 추스르게 되는 과정일지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의 하루하루는 아픔만을 되새기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태규’와 ‘태규들’이 더 이상은 일터에서 희생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문읽기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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