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빅데이터’로 직업성 암 위험성평가가 가능하려면 (22.11.17)

기고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거대한 반구의 솥, 코끼리도 담아낼 듯한 국통과 찜통, 삽과 가래와도 같은 조리도구를 다루며, 씻고 썰고 다지고 볶고 튀기는 노동! 끊임없이 찬 물과 뜨거운 물이 쏟아지고 불과 기름이 튄다. 그리고 층층이 쌓아 올려지거나 무너지는 스테인레스와 견고한 플라스틱 식기들이 내는 금속성 소음! 차분히 식판 위에 올라앉은 밥과 찬만을 마주하는 사람들은 짐작하지 못한다, 그 음식들이 만들어지는 현장의 살풍경을. 20킬로그램이 넘는 쌀가마와 밀가루 포대를 들어 옮기고, 씻고 앉히고 반죽을 하고 튀김옷을 입히고, 조림이며 찬거리를 반구의 거대한 솥에 넣고 삽자루와 맞먹을 조리기구로 쉼 없이 뒤집고 섞어가며 볶고 조려내는 과정은 마치, 모래를 치고 시멘트를 섞고 물을 부어 콘크리트를 개어 올리며 삽질이 난무하는 건설현장과도 같으며, 부글부글 끓는 기름 솥에 온갖 식재료를 튀겨내는 과정은 불꽃 튀는 용접이나 주물 작업에서처럼 화상이 흔한 현장이다. 채소며 육류며 손목이 끊어질 듯 썰어내야 하는 칼질 도마질과 수시로 씻고 닦아내야 하는 세척(설거지) 작업은 제조업의 통상적인 조립공정 이상으로 고된 반복 작업이며 소음노출 작업이다. 그런 노동과정에 엄마의 손맛과 정성은 언감생심이다. (류현철,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나름북스, 2017)

지난 3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주최한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증언대회가 열렸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는 미끄러짐·베임·화상 등 안전과 근골격계질환 문제로 출발했다. 지난해 2월 폐암이 최초로 산재로 인정된 이후 조리흄 노출으로 인한 호흡기계 및 기타 악성 종양의 문제로까지 확산됐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14일 기준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신청은 79건, 승인 50건(승인율 63%), 불승인 7건, 진행 중 21건이다. 산재로 사망한 학교 급식노동자는 현재까지 5명이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노동안전보건단체인 일과건강에서 운영하는 직업성·환경성암 119를 통해서 모두 73명의 학교 급식노동자가 폐암(45명), 유방암(11명), 갑상선암(6명), 백혈병(4명) 등의 문제를 접수했다고 한다.

전문읽기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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