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22.07.07)

기고

박다혜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고백하자면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기분 좋게 듣던 시기가 있었다. 업무일정과 과업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또 그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출퇴근 버스에서 깨어나지 못해 종점까지 가기 일쑤였고, 택시에 짐짝처럼 실려 귀가하는 일도 잦았다. 문자 그대로 ‘뇌를 갈아 넣은’ 서면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고, 눈뜬 직후부터 눈감기 직전까지(가끔은 눈을 감고도 잠들기 전까지) 머릿속으로 업무회로를 돌리며 누락된 것을 챙기고 떠오르는 문구를 쓰느라 스마트폰 메모장은 언제나 새로운 메모로 가득 찼다. 내가 몸과 마음을 가진 인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망각했고, 내 시간과 일상은 고무줄처럼 늘리거나 잘게 쪼개 필요한 때에 이어붙여도 된다고 여겼다. 필요한 일이고 보람도 있으니,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 줄 알았다.

노동안전활동가 또는 노동변호사로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부끄러운 시간을 말하는 이유는, ‘바짝’ 일하고 쉬면 된다는 무치한 언어가 한탄하며 비웃고 말 것이 아니라 국정 내용을 이루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인식이 비단 대통령의 것만은 아닌 듯하다. 인간의 몸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이 일상과 시간을 분절해 ‘테트리스’처럼 끼워 맞춰도 된다는 위험한 생각이, 누구를 향해 표출되는지만 다를 뿐 우리 안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교과서적인 전개지만, 필자가 회심(?)하게 된 계기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면서 시작된 고민이었다. 노동시간이 단순히 수당으로 치환되는 임금계산의 영역이거나, 노사 간 교섭 내지 계약의 의제로서 당사자가 동의하거나 감수하면 되는 임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몸과 삶에 대한 관점의 문제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문읽기: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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