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죽음의 외주화 넘어설 노조법 개정 (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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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일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대표(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또 하청노동자들이 죽었다.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로 시설관리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과 물류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희생됐다. 모두 하청노동자들이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현장을 찾아 사과문을 발표하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청인 현대백화점과 그 경영책임자인 정 회장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조금씩 원청의 의무를 강화해 왔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원청의 의무와 책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그리고 법정에서 그 법적 정의가 구현되는 것을 우리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아울렛 참사에서도 고용노동부와 사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은 어디까지인지, 원청의 실질적 책임과 구체적 의무위반은 무엇이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또 한번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자. 피눈물이 날 정도로.

이처럼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누구라도 원청의 책임을 둘러싼 논란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고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하지만 눈을 조금 돌려보자. 목숨을 잃고 중상을 입은 노동자들에게로 말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지난 6월의 소방점검 결과 24건의 지적사항’을 과연 하청노동자들은 알고 있었을까? 자신들이 일하는 곳에 당장 불이 나도 경보기도 소화설비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알려 주기라도 했을까? 어쩌다 알게 됐다 하더라도 당장 고쳐 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을까? 누구에게 요구해야 했을까? 하청업체 사장에게? 원청에게? 그들이 요구를 들어 주지 않으면 하청노동자들은 작업중지라도 할 수 있었을까?

산업안전보건법은 63조에서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64조에서 도급에 따른 산재예방조치로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의체에 하청노동자가 앉을 자리는 없다. 원·하청 사용자들만 모여서 협의하면 그만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떤가? 5조에서 ‘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시행령으로 내려가면 여기에도 노동자들이 설 자리는 없다. 그나마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라고 명시돼 있지만 이마저도 산업안전보건법 64조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로 갈음할 수 있다.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권리라고는 그저 한 사람의 ‘종사자’로서 안전점검에 참여하고 의견을 말할 권리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읽기 :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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