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무대 안전 참사의 책임은 어디로 갔는가?
무대 위 죽음 앞에 침묵한 자, 국립오페라단의 수장이 될 자격은 없다
– 서울시오페라단 <마술피리> 故 안영재 님 무대 참사 책임자
국립오페라단 단장 임명을 강력히 규탄한다 –
2023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서울시오페라단의 <마술피리> 공연 리허설 중 발생한 400kg 구조물 충돌 사고는 대한민국 공연예술계의 뿌리 깊은 안전 불감증이 낳은 참혹한 인재였다.
이 사고로 사지마비 판정을 받은 젊은 예술인 故 안영재 님은 긴 시간 고통 속에서 싸우다 끝내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이 비극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책임 있는 자의 사과는 없었고, 납득할 만한 진상 규명도 없었으며, 끝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화려한 무대와 스펙타클 뒤에서 외주 예술 노동자는 끝내 ‘부속물’로 취급되었다. 사고 이후 치료와 재활의 책임은 오롯이 피해자 개인에게 전가되었고, 고인의 사망 이후까지도 세종문화회관도 서울시오페라단 그리고 외주합창단까지 어떤 기관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이것이 오늘 대한민국 공연예술 현장의 민낯이다.
故 안영재 님은 척수 손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재활을 이어갔고, 더 이상 노래할 수 없는 몸으로도 다시 노래하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이어갔다. 그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시간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는 도저히 믿기 힘든 소식을 접하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당시 공연의 책임자이자 안전 관리의 책임 위치에 있었던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오페라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박혜진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신임 예술감독 임명 보도자료에서 ‘2022년부터 최근까지 서울시오페라단을 이끌며 오페라 공연예술 현장과 교육을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사라고 평가받고 있다’라고 치켜세웠다.
우리는 묻고 싶다. 문체부가 말하는 전문성에 예술인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이번 인사는 사실상 “무대 위에서 예술인이 죽어 나가도 책임만 피하면 영전할 수 있다”, “예술 현장에서 사람이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국가적 선언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면, 무대에서 쓰러져간 예술인의 고통 또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에 우리는 이재명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무책임한 인사 행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문화체육관광부는 박혜진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
공공 예술기관의 수장은 예술적 기량과 성과 이전에 예술인의 생명과 안전을 존중하고 책임지는 윤리적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비극적인 참사 앞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 인물을 국립단체의 수장으로 앉히는 것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표방하는 정부의 기조를 스스로 전면 부정하는 처사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박혜진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
2. 이재명 정부는 예술 노동자의 생명권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을 수립하라
외주 단원이라는 이유로 안전의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 인사가 예술 현장에 주는 고통을 직시하고, 무대 위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생명권 보호 대책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라.
3. 서울시오페라단 전 단장 박혜진과 세종문화회관 전 사장 안호상은 유가족과 예술계 앞에 공식 사과하고 책임을 다하라
과오를 덮은 채 더 높은 자리로 이동하는 행태는 예술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윤리마저 저버린 것이다. 진정한 예술의 가치는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예술을 함께하는 예술인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故 안영재님에게 책임을 돌리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멈추고 책임있는 자세로 공식 사과하라. 우리는 동료의 죽음을 외면한 채 세워진 어떤 권위도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인사가 철회될 때까지 우리는 뜻을 함께하는 모든 이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6년 4월 8일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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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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