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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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중단하라!
정부 정책 들러리 선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노동법 개편안에 대한 입장

지난 11월 17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시간 법제 개편안이 발표됐다. ‘노동시간의 자율적인 선택권 확대 방안’을 제목으로 달고 있지만,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를 1주에서 월 단위 이상으로 늘리고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고 ▲고소득 전문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적용 제외를 검토하는 방안 등 이미 경영계가 요구하고 정부가 추진해 온 ‘주 52시간 연장노동 상한제 무력화’의 구체적인 뼈대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를 연장하는 것은, 이미 많은 언론도 비판하고 있다시피 1주일에 최대 91시간까지 일터에 매여 있도록 하는 개악이다. 지금도 연 500여명이 과로사로 산재 승인 받고 있는데, 과로사 기준을 훌쩍 넘긴 노동이 가능하게 된다. 유럽 나라들이 노동시간 관리단위를 4주에서 수 개월까지로 하는 것은, 그들의 노동시간 기준이 40시간 혹은 48시간으로 추가적인 주당 연장노동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4달을 관리기준으로 하지만 평균 주 40시간을 넘으면 안 되고, 영국은 17주 평균을 내지만 주당 48시간을 넘으면 안 된다. 이미 주당 12시간 즉 법정 근로시간의 30%에 해당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해 엄청난 유연성을 가지고 있는 한국 노동시간 법제에서 노동시간 관리단위를 연장하는 것은, 사업주들이 노동자의 몸을 고무줄로 보고 마음껏 편하게 사용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시도되었지만, 연차휴가도 제대로 소진하지 못 하는 노동자가 여전히 많고, 회사가 원하는 시기에 강제로 연차를 사용해야 하는 현실에서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연장수당 회피 용도로 악용될 뿐이라는 논리로 여러 차례 폐기되었던 내용이다. 또한 휴가기간이나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협상력이 높지 않은 현실에서,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결국 사업주가 원하는 시기에 장시간 일 시키고, 역시 사업주가 원하는 시기에 쉬다 오라고 하게 되어 노동자의 노동시간과 휴식 시간 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시간 대신 더 긴 휴가와 휴식, 인간다운 삶을 선택하기를 바란다면, 저임금 장시간 노동구조를 어떻게 해소해나갈 것인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결정권을 어떻게 높일지를 제안해야 한다.

고소득 전문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적용 제외를 검토하는 방안 역시, 한국보다 장시간 노동하는 사람 비율이 훨씬 낮은 일본과 미국에서도 전문직의 과로(사)를 조장하는 법률이라고 문제제기가 많았다. 이미 변호사, 의사, 금융종사자 등 고소득 전문/관리직의 과로사가 많은 한국에서 고소득 전문직 노동자라 하여 과도한 노동으로부터 보호의 필요가 없을까? 불법이라는 것이 이미 여러 판결로 확인되고, 스스로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던 사무직의 포괄임금제부터 제대로 없애기 위한 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시간을 제대로 기록하고, 보상받으며, 회사가 필요하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연구회의 최종 개편안이 다음 달 나온다고 하지만,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결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근거를 대 주는 과정에 불과할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가 나갈 방향은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니라, 노동자의 노동시간 결정권을 확대하고,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노동시간과 임금을 보장하는 길이다. 정부는 전문가 들러리 세운 노동시간 유연화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

2022.11.21.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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