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 창원지법은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즉각 기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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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일상의 안부를 다시금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믿을 수 없는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 우리는 국가의 부재를 또다시 목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안전 사회를 열망하는 우리의 바람이 결코 허망한 무엇이 아님을 믿는다. 일터에 출근했던 모습 그대로 퇴근하기를 바라는 평범한 마음이 사치가 아님을 믿는다. 누군가 일터에서 폭발과 화재로 희생되지 않는 사회가 오리라고 믿는다. 청춘의 꿈이 컨베이어 벨트에 짓이겨져 목숨을 빼앗기지 않는 일터가 정착될 것이라고 믿는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하루를 살아내던 이가, 안전망 하나 없는 허공에서 낙엽처럼 떨어져 사망하는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바람과 믿음을 담아 우리는 실질적인 경영책임자가 일터와 공중시설 등에 대한 포괄적 안전확보 책임을 부여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아래로부터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런 우리 사회의 열망과 바람을 비웃고 역행하는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독성 세척제 사태’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기소된 두성산업은 죗값에 대한 반성은커녕 어이없는 작태를 저질러 또다시 노동시민사회를 분노하게 하고 있다. 두성산업은 지난 10월 13일 창원지방법원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두성산업을 비호하며 변호에 나선, 국내 최대의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화우는 ‘헌법상의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에 앞장섰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국회에서 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헌법재판소가 심사하는 것으로, 창원지법이 이를 받아들이면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중지된다.

두성산업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았고, 유해물질을 취급하면서 국소 배기장치 설치 등 최소한으로 필요한 보건조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에 의해 국내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당사자가 됐다. 도대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기까지 1년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두성산업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 문제는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등의 경우 규정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하다며 기업의 편에 선 대형로펌의 행태이다. 회사를 운영해 돈은 벌고 싶지만,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데 투여해야 할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노동자를 유해·위험에서 예방해야 할 어떤 조치와 의무도 다하지 않은 기업을 변호하며, 생명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조차 무력화하겠다는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또한, 기업의 요구만을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령을 통해 무력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던 윤석열 정부의 행보가, 이런 두성산업의 위헌심판제청을 불러왔다. 노동자와 시민들의 죽음에 통감하고,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고 외면하고 발뺌하려는 태도는 생명안전 사회를 열망하는 대중들의 바람에 역행하는 행태이다. 이제라도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이들에게, 그 책임의 무게가 무엇인지 단단히 보여주어야 한다. 창원지법은 두성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위헌심판제청에 즉각 기각으로 답해야 한다. 참담함과 비통함을 딛고, 생명안전 사회를 향해 조금씩 더딘 발걸음을 내딛는 행보에 법원도 우리 사회의 일부로서 상식의 편에 서야 한다.

2022년 11월 8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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