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태아산재’ 인정 반영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통과, 환영과 함께 여성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방향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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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태아산재’ 인정 반영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통과,

환영과 함께 여성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방향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

드디어 지난 12월 9일 임신 중인 노동자가 유해·위험 요인에 노출돼 자녀가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나거나 사망한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태아산재법’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임신한 노동자가 업무상 요인으로 태아의 건강이 손상된 경우 태아에 대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고 보험급여 지급이 가능해졌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만 보상 받을 수 있다. 법원은 태아의 경우 노동 능력과 산재 급여 청구권이 없다며 임신한 여성노동자의 유해요인 노출로 인해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에 대해서는 산재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2010년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12명 가운데 5명은 유산을 겪어야만 했고, 자녀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역학조사 결과 간호사들은 임신 중에도 3교대 근무를 해야만 했고, 업무 중 알약을 가루로 분쇄하는 일을 했는데 이 중에 임신부에게 매우 위험한 약들도 포함된 것이 드러났다. 결국 아이들이 10살이 되던 2020년 4월 대법원은 임신 중 업무 때문에 장애가 생겼다며 아이들에게도 산재를 인정했다. 10년을 투쟁한 결과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난지 1년이 지나도록 태아산재 인정을 반영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지 않았다. 여성노동자들은 유산이 자신의 잘못과 책임인것 마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고, 아픈 자녀들을 보며 편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 자녀에 대한 돌봄과 책임이 대부분 여성에게 맡겨지는 가부장사회에서 여성노동자의 업무로 인한 태아손상 역시 본인의 탓으로 여겨야만 했던 고통과 슬픔, 죄책감이 비단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유산은 드문 일이 아니다. 정춘숙 의원실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2년까지 5년 간 유산을 겪은 여성은 45만8417명에 달한다. 미취업 여성 유산은 2020년 3만3877명이었고, 유산으로 진료 받은 여성 취업자는 같은 해 5만893명으로 여성 취업자가 미취업 여성보다 약 1.5배 높게 나타났다. 유산을 겪은 여성 10명 중 6명은 노동자인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환경이 여성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장시간 노동을 할 수록 유산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불안정한 고용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는 환경도 치명적이다. 이는 분명한 재생산권에 대한 침해이며, 저출생 운운하며 여성에게 아이를 낳으라고만 강요하는 정부가 여성의 몸을 노동력 재생산의 도구로만 보고 있다는 점으로 날카롭게 지적할 부분이다.

태아산재 인정은 오래동안 여성 개인에게 맡겨져 왔던 임신과 출산, 양육 더 나아가 인간의 생식 활동에 관련된 건강과 활동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렇기에 이번 법 개정은 끝이 아니라 여성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싸움의 시작이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임신중인 근로자’로 규정했기 때문에 아버지인 남성 노동자의 업무로 인한 건강손상은 해당되지 않는다. 남성 노동자의 업무로 인한 태아에 대한 영향과 질환도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고, 임신 중인 근로자로만 제한할 경우 임신과 출산, 양육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남성 노동자까지 확장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급여 내용 중 휴업급여, 유족급여, 상병보상연금이 제외된 것도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여성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싸움에 함께할 것이다.

2021년 12월 10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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