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전보건기준에관한 검토] 개별 노동자에게 정보 접근권을! 소득 보장되는 작업전환을! – ILO 162호 석면 협약 검토 / 20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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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노동자에게 정보 접근권을!

소득 보장되는 작업전환을!

– ILO 162호 석면 협약 검토

최민 상임활동가

석면은 일찍부터 잘 알려진 발암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는 1973년 석면을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평가했다. 하지만 열에 강하고, 부식이나 마모가 잘 안 되고, 보온성이 좋아 20세기 내내(국제암연구소의 평가 이후에도) 산업적, 상업적으로 널리 이용됐다. 세계보건기구는 2006년에도 매년 1억 2천5백만 명이 직업적으로 석면에 노출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래서,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작업 중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의 건강상 위험을 예방하고, 석면 사용을 통제하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1986년 석면 협약을 채택했다(ILO 제162호 협약). 

한국은 2007년 이 협약을 비준했으며, 이후 단계적으로 석면 사용을 금지해오다, 현재는 모든 석면, 석면함유제품의 제조, 수입, 양도, 제공,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미 석면 사용이 금지됐는데도, 이 협약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이전에 사용된 석면에 뒤늦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건물을 철거하는 건설노동자나 폐선박을 수선·정비하는 노동자의 경우다. 또, ILO의 석면 협약은 1조에서 ‘노동자의 석면 노출과 관련된 모든 활동’에 적용하고 있다. 즉 석면을 직접 다루는 일을 하는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업무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될 경우 모두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석면과 전혀 관련 없는 제조업 노동자가 낡은 공장 설비에 포함된 석면에 노출되거나,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가 사용된 학교에서 일하던 교사 등 노동자의 경우가 해당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도 석면함유물질 가공 등의 업무 외에도, 건축물이나 설비의 천장재, 벽체 재료 등의 손상이나 노후화로 석면 분진이 발생해 노동자가 노출될 우려가 있을 때 조치를 취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석면 노출과 관련돼 작업환경 측정, 노동자 건강진단, 석면 폐기물 처리, 보관 용기 및 작업복 관리까지 매우 자세하게 사업주의 의무와 노동자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ILO 협약의 중요한 원칙을 빠뜨리고 있다.

첫째, 적극적 주체로서의 노동자다. ILO 협약은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사업주로 하여금 작업장 공기 중 석면 먼지의 농도를 측정하고, 공인된 방법으로, 주기적으로 노동자의 석면 노출을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산업안전보건법도 보장하는 바이다. 그런데, ILO 협약은 ‘관련 노동자들과 그 대표자, 감독기관은 이러한 기록에 대한 접근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또는 근로자대표가 요구하는 경우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대해 설명회 등을 열도록 하고 있고, ‘근로자대표가 요구하는 경우’ 근로자 대표가 입회하게 돼 있을 뿐이다. 개별 노동자들이 관련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다. 꼭 석면 노출 기록뿐 아니라,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정보에 개별 노동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건강 검진 시행 관련 원칙이다. ILO 협약은 석면의 사용과 관련한 노동자 건강검진은 노동자 소득에 손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무료여야 할 뿐 아니라, ‘가능하면 근무 시간 중에 행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특수건강진단은 사업주 부담으로 진행되지만, 근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진행되는 경우는 흔히 볼수 있다. 야간작업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검진을 받고 나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간혹 휴가를 사용하고 검진을 받는 노동자도 만날 수 있다.

또, ILO 협약은 건강 진단 결과 석면에 대한 노출이 수반되는 작업에 계속 배치되는 것이 의학적으로 권할 만하지 않은 경우, 관련 노동자에게 ‘그들의 소득을 유지하는 별도의 수단을 제공하기 위하여 국가의 상황과 관행에 부합하는 모든 노력’이 행하여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모든 특수건강진단에서도 검진한 의사가 작업 전환 등을 권고할 수 있지만, 고용을 보장한 작업 전환의 강제력이 없어 현실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특별히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을 받는 진폐 환자의 경우에만, 지방고용노동관서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장이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노동자에게 작업전환조치를 권고하거나 명령할 수 있지만, 진폐로 인한 9급 이상의 장해등급 판정 등 비교적 진폐가 심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석면뿐만 아니라, 분명한 발암물질에 대해서는 건강진단 결과에 따라 고용이 보장된 작업 전환을 강제하거나 노동자의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의 상황과 관행에 부합하는 모든 노력’이 행해지는 것이 노동자 건강진단과 관련된 분명한 원칙으로 법에 도입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보호구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다. 이 역시 비단 석면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ILO 협약은 사업주에게 작업장 내 석면 노출 기준이 반드시 준수되도록 하고, 노출을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한 최저 수준으로 줄이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조치를 취했는데도, 석면 노출이 여러 가지 노출 기준을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 사업주는 적합한 호흡용 방호 기구와 특수방호복을 근로자의 비용 부담 없이 적절하게 제공, 유지, 교체해주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호흡용 방호 기구는 ‘보조적, 일시적, 비상시 혹은 예외적 조치로만 사용되고 기술적 통제에 대한 대안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작업장 유해요인은 덜 위험한 요인으로 대체하거나, 최대한 격리하는 등의 공학적 제어를 우선으로 하고, 보호구 사용은 ‘보조적, 일시적, 비상시 혹은 예외적 조치’로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가장 손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보호구 착용’이 작업환경 개선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ILO 석면협약에서처럼 작업환경 제어에 대한 원칙을 법적 수준에서 명시하는 것이 작업 현장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2일터기사

[현장의 목소리] 광호가 꿈꿨던 노조파괴 없는 세상을 꿈꾸며 –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이정훈 지회장 인터뷰 / 2018.04

일터기사

광호가 꿈꿨던 노조파괴 없는 세상을 꿈꾸며

–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이정훈 지회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자동차 부품회사 유성기업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비인간적인 노조파괴와 가학적 노무관리로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결국 2년 전 3월 17일 한광호 조합원이 노조파괴 이후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한광호 열사의 2주기를 맞아 노동조합은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로 숨진 고 한광호 열사의 2주기를 추모하고 노조파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결의를 모으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3월 16일 집회 시작에 앞서 고 한광호 열사 2주기 투쟁을 비롯해 노조파괴에 맞선 지난 투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이정훈 지회장을 만났다.

제2의 한광호가 나오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한광호 열사 기일이 다가왔는데 이정훈 지회장과 조합원들의 마음이 어떨지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사진출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광호의 원을 풀지 못해서 가슴 한쪽에 뭔가 응아리가 맺힌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광호의 한을 풀지 못한 것만큼이나 조합원들 중에 제2의 광호가 나올까봐 불안한 게 사실이다. 지난 2월에도 조합원들 중에 3명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려졌다. 2명은 그나마 퇴원해서 통원치료 받고 있는데 1명은 아직 병원에 있는 상황이다. 노조파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언제 해결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동조합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빨리 공개하고 후속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2017년 1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체 조합원건강 실태조사를 했다. 그런데 아직도 결과 공개를 안 해서 지난 2월 19일에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과정에서 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내용을 구두로 전달 받았는데 고위험군 조합원이 상당히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한 결과를 확인해야겠지만 노동조합은 노조파괴 투쟁 초기인 2011년과 2012년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 ‘두리공감’에서 실태조사를 했을 때 보다 고위험군 조합원이 더 많은 것으로 예상하고 빠르게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금 유성기업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고 딴지를 걸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종 3개 병원을 지정해서 고위험군 조합원에게 필요한 치료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인데, 유성기업에서 그 병원을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계속해서 후속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이정훈 지회장은 조합원들의 유성기업의 끝없는 노조파괴가 조합원들의 생계와 건강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벌써 한광호 열사 2주기인데 건강 실태조사도 조사지만 노조파괴 문제가 8년이 되도록 정리가 안 되다 보니까 조합원들이 생계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노조파괴자 유시영 회장을 감방에 보냈는데 회사의 전혀 태도의 변화가 없다. 유시영 회장이 이제 4월 16일이면 만기출소 하는데 회사가 이판사판으로 가보자고 하니까, 조합원들은 이대로 아무런 변화를 못 만들어내고 끝나는 거 아닌가라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마 별별 생각이 들텐데 노동조합 입장에서 참 안타깝다.”

광호의 한을 풀기 위해 다시 투쟁에 돌입한다

노동조합은 한광호 열사 2주기를 맞아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고 교섭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광호 열사 기일을 맞아서 전국적으로 투쟁을 확대 하려고 기획하고 있는데 주체들이 먼저 투쟁에 나서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지난 3월 12일부터 3월23일가지 노동조합이 속해있는 금속노조 충남지부와 충북지부가 집회를 열고, 지역 현대자동차 대리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조파괴를 일정 부분 끝내기 위해 싸울거다. 노조파괴를 끝내지 못하면 제2의 한광호가 나올 수도 있다. 유성기업은 계속해서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지속해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노동조합이 계속해서 교섭을 요구하자 설 명절 바로 직전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본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상견례 이후에 교섭을 요구해도 회사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본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3월 15일에도 본 교섭을 요구했는데 회사는 역시 실무자 한명 내보내고 불참했다. 유성기업은 8년 동안 지금까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회사가 노동조합과 대화를 일체 거부하다 보니 지난 8년 동안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임금인상,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그 어떠한 약속도 받아낼 수 없었다. 조합원들에게 돌아온 건 각종 징계와 일터 괴롭힘, 빈곤한 생활이었다.

“2011년에 금속노조 단체협약이 해지되고 임금협상도 8년 간 못하면서 조합원들은 최저 생계비를 받으며 살고 있다. 거기에 계속 파업 투쟁해야 했던 해고자 19명과 영동과 아산에 노동조합 간부 6명 활동비까지 조합원들이 책임지고 있다 보니 생계가 다들 어려운 게 사실이다.”

투쟁으로 노조파괴의 진실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2월 6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비롯해 과거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12건의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중 하나로 2011년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선정되면서 노조파괴와 관련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사건이 있을텐데 그 중에 하나로 선정됐다. 이번 3월부터 6개월 동안 집중 조사한다고 하는데 조사 포인트가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어떻게 개입했나라고 들었다. 현대자동차와 창조컨설팅, 유성기업이 수십만 문건을 만들면서 노조파괴를 저질렀는데 왜 검찰은 이들을 불구속했는지, 유성 자본을 재판에 빠르게 기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

여전히 묵묵부답인 노조파괴 주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노조파괴의 주범이자 공범 현대자동차에 책임을 묻기 위해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기에 천막을 친 게 309일 정도 됐고, 농성을 한건 2년 가까이 되가는데 대화는 전혀 안 되고 있다. 우리는 뜬구름 잡는 듯 여기와서 집회하고 농성하는게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노조파괴에 개입했다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투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본사 사옥 10층으로 유시영 회장과 창조컨설팅 심종두대표를 불러서 1주일에 1번씩 기획회의를 했다. 그 다음에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에 주던 납품대금을 기존 가격에 23% 올려서 더 줬다. 노조파괴에 필요한 자금을 이런 방식으로 조달한거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져서 현대차 임원이 검찰로부터 기소 됐는데 현재 위헌 시비가 붙어서 재판은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 대선 직후인 5월 검찰은 현대자동차 임직원 4명과 현대자동차 법인을 기소했다. 노동조합은 8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노조파괴의 주범이자 공범인 현대자동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 잠시 재판이 중단되었다. 지난 9월 현대자동차 법인이 임직원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해서 법인까지 같이 처벌하도록 하는 노조법 양벌규정이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재판은 헌재가 노조법 양벌규정이 위헌인지 합법인지 결정을 내린 후에야 진행이 가능해졌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투쟁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한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현대자동차 재벌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상대로 8년간 노조파괴문제로 투쟁하는 것이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것 같다. 한 쪽에선 너무 무모한 거 아니냐 대체 어쩌려고 그러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 않았나.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보았다. 



(사진출처: 노동과세계)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2011년 지역에서부터 노조파괴가 시작되었다. 우리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조합 운동을 말살하기 위해 정부와 자본이 기획한 폭력이었던거다. 그래서 노조파괴로 투쟁하는 다른 사업장들이 우리처럼 같이 싸워줬으면 조금만 버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러면 조금덜 힘들었을텐데 아쉬움이 있다. 이렇다보니 유성기업 노동조합은 많은 사람들에게 “너희는 왜 뒤도 안돌아보고 싸우냐”는 질문을 받았다.

노조파괴 공작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쟁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는 너무나 억울한 마음이 크다. 대체 우리가 대체 뭘 잘못했나. 죄가 있다면 올해 유성기업이 58년 됐는데 여기서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 그런데 왜 용역깡패가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사람을 죽이려고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너무 원통하고 이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그런와중에 투쟁하면 투쟁할수록 우리가 주장하는 게 맞다는 근거 자료들이 계속확인되니까 거기에 또 분노하게 되고 뒤도 안돌아보고 싸우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정훈 지회장이 우리는 승리감을 느끼고 있다고 희망이 있다고 했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아직 투쟁을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승리감을 느낀다. 그동안 우리가 진게 없다. 어용 노조하고 싸워서 금속노조를 다수 노조로 지켜냈고 우리 투쟁이 정당하다고 세상 사람들도 법원도 인정해줬다. 힘든 길이지만 희망도 보이고 나름 쟁취감도 있다.”

현대자동차와 유성기업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8년이란 시간동안 벽에 균열을 내며 투쟁해왔던 유성기업 노동조합이 반드시 승리해서 고 한광호 열사의 한을 풀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34일터기사

[노동시간 에세이 – 과로자살 거둬내기] 세상의 중심에서 ‘과로죽음 이후의 무거운 짐덩어리’를 외치다 –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들의 이야기 / 2018.04

일터기사

세상의 중심에서 ‘과로죽음 이후의 무거운 짐덩어리’를 외치다

–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들의 이야기

강민정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운영자

1. ‘무거운 짐덩어리를 어떻게 하라고’

과로 죽음 유가족과의 대화에서 들은 말이다. 과로 죽음 유가족들이 지니고 있는 ‘복잡·미묘한 마음 상태’를 잘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미디어 등을 통해 과로사, 과로 자살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크게 일어나자 혹자는 과로 죽음 피해자인 망인에 대해 안타까움을 크게 표현하기도 하고, 과로하게 만드는 회사 더 나아가서는 이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에 커다란 질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로 죽음으로 드리워진 커다란 그림자 속에 숨어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남겨진 유가족들의 ‘무거운 짐’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절실하다. 가족의 과로 죽음사건을 처음 맞닥뜨린 순간의 ‘무거운 짐덩어리’가족의 과로 죽음은 늘 예견 없이 찾아온다. 과로 죽음 사건을 갑작스레 겪게 되는 대부분의 유족은, 죽음에 대해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애도의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가족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불편한 시선과 함께 ‘일하다가 죽었는데… 이건 뭐지?’와 같은 약간은 ‘어딘지 명쾌하지 않은 감정’을 시작으로 일명 ‘과로 죽음의 뒤처리’를 시작하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유가족은 장례를 치루며 사측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게 되고 이때 부검을 진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과 함께 매우 커다란 감정적, 심리적 동요를 겪게 된다. 노동조합이 있지 않은, 개별화된 유가족의 경우에는 그 동요가 더욱 극심하다.

“새벽에 야간근로 중 회사에서 그렇게 된거라고 갑자기 전화가 왔길래.. 우리 애기아빠가 그냥 사고는 아닌건가? 그런 찜찜한 생각이 계속 들긴 했어요. 근데 마침 회사에서 장례식장에 찾아와서 장례마치면 산재처리랑 전부 해준다고 했어요. 근데 발인 마치니깐 말이 바로 달라지더라고요. 알아서 하란거에요.회사에서 진심어린 사과만 했어도 어쩌면 산재 안넣었을꺼에요. 내 남편이 열심히 일해서 키워놓은 회사인데… 내가 산재신청해서 그런 회사에 피해가 간다면 그건 남편도 원하지 않을 수 있으니깐.. 근데 세상에.. 회사에서 이렇게 나오니깐…어이가 없더라고요. 근데 뭘 어떻게 누구한테 이 문제를 말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장례를 치르고 가족이 없는 빈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가족의 황망한 과로 죽음에 대한 의문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과로 죽음 해결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하는지 지식의 한계에 봉착한다. 나아가 가족을 보살피지 못했다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남에게 섣불리 조언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고립된다. 앞으로 자신이 홀로 풀어나가야 할 ‘산업재해 인정문제’와 ‘회사 일은 혼자 다 하냐며 핀잔을 줬던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이라는 커다란 짐을 복합적으로 느끼며 오늘도 과로사·과로 자살 유가족들은 사회에 무언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가족의 과로죽음사건에 대한 산재인정과정에서의 ‘무거운 짐덩어리’

과로사·과로 자살은 궁극적으로 인사노무관리과정에 생기는 산업재해로 의학적, 법률적, 사회학적 인과관계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절대 유가족의 경험에 근거한 지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우며 변호사, 노무사, 의사, 연구자 등 전문가들과의 결합 하에서만 온전하게 수행될 수 있다. 특히 의학적 진단과 사고에 대한 법률소송 진행은 제도화된 자격을 요구하기 때문에 유족이 독자적으로 진행이 어렵다. 이에 유가족들은 다양한 창구를 통해 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을 선임하게 되고, 이들과 함께 가족의 과로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늘 여러모로 바쁜 전문가들은 조력자일 뿐이다. 절대 알아서 잘해주지 않는다. 현재 과로사·과로 자살에 대한 입증책임은 유가족에게 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산재처리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가져다줘야 하는 것은 온전히 유가족의 몫이다. 망인의 과로 생활을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유가족이기에, 자꾸만 관련 자료를 숨기는 회사에 대응하여 온종일 아니, 꿈 속에서도 과로를 입증할 수 있는 단서는 무엇이 있을까? 이 자료를 가져다주면 도움이 될까? 망인의 목소리, 생활을 되짚으며 치열하게 고민한다. 소장, 의견서, 진료기록감정서 등 관련 서류를 자세히 검토하고 끊임없이 전문가들과 의사소통하며 발벗고 나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정신적, 심리적 소진을 경험한다. 

아빠의 산재 인정을 준비하고 있는 딸 민희 씨(28세)의 자화상이다. 현재 그녀는 가족 중 가장 앞장서서 고군분투 중이다. 민희 씨에게 산재 인정은 늘 든든했던 아빠에게 ‘당신! 참 열심히 살았네요. 수고했어요.’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 나무는 저에요.’ 라는 말로 그녀는 자기 자신의 현 심정을 설명해줬다.



(사진출처: 본인제공)

“저는 나무인데 제 밑에 뿌리가 참 많아요. 뿌리는 저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산재를 준비해나가는 과정이에요. 이런 뿌리가 저의 양분을 뺏어먹고 있어요. 나무는 뿌리가 깊어지면 거기로 양분이 전부 가잖아요. 그런것처럼요. 아빠 사고 이후 산재를 준비하면서 하루하루 뭐라도 해야한다는 압박감은 있는데 뭐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너무 힘들어요. 노무사님이 어드바이스를 해주셔도 결국은 제 몫이거든요. 하루종일 어떤 자료가 유리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는데 이 자체도 스트레스에요. 답이 없는데 그것을 찾아야 하는게 너무 어렵고, 뭐를 준비해야할지 모르니 엄마와 분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내가 힘들다고 이미 시작한 이상 그만둘 수도 없어요. 내 마음을 추스릴 시간조차 없어요.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관련 자료가 다 없어질 것 같으니깐… 마음은 급한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답답해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풍성한 나뭇잎을 가진 조금은 슬프지만, 긍정적인 나무라며 애써 자신을 다독인다. 비록 산재 인정과정이 너무 외롭고 힘들지만 그래도 아빠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기에 좋은 결과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가지에 싹을 틔우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가족의 과로 죽음사건에 대한 산재 처리 마무리 후의 ‘무거운 짐덩어리’

산재 인정결과는 그것이 ‘승인’이든 ‘불승인’이든 유가족들의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불승인된다면, 좌절감은 물론이고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은 유가족들의 경제적 여건 문제 등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승인된 유가족의 경우는 어떠할까? 혜원씨(48세)는 남편의 과로 자살에 대하여 산재 인정을 받은 후 3년 동안 지속적해서 근로복지공단에 전화해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가족들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루하루 생각나는 것에 대하여 낙서하듯 작성한 그녀의 핸드폰 메모장에 그 이유가 있다.



(사진출처: 본인제공)

물질적, 경제적 보상으로는 절대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 즉,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아빠의 과로 죽음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빠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등 과로 죽음 이후의 가족해체 문제 등에 대해 늘 고민이었던 혜원 씨는 스스로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싶었던 것이었다. 산재승인 된 이후 3년 동안 혜원 씨는 사회에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2. 무거운 짐덩어리 덜어놓을 수 있는 ‘유가족모임’

그렇다면 이러한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들의 ‘짐덩어리’를 덜어낼 방안은 무엇일까? 바로 ‘유가족모임’이다. 일본에는 현재 약 3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존재한다. 공식명칭은 ‘전국과로사를생각하는가족회(全国過労死を考える家族の会)’이다. 1981년 7월 오사카에서 과로사·과로 자살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노동조합, 유족, 변호사, 의료관계자 등 55명이 참가하여 ‘급성사등’ 산재인정연락회(急性死等労災認定連絡会)가 처음결성되었다. 이후 1988년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과로사변호단전국연락협의회(過労死弁護団全国連絡協議会)가 결성되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각 지역별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유족들이 중심이 되어 모임이 소규모로 이루어졌다. 초창기에는 나고야, 도쿄, 교토 3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1989년 각 지역 모임의 제안을 계기로 1991년 11월22일 근로감사의 날(勤労感謝の日)을 앞두고 전국 조직인 ‘전국과로사를생각하는가족’이라는 유족모임이 결성되었다. 

일본의 유족모임을 연구해본 결과 다음의 역할이 수행되고 있었다. 

일상적인 연락 및 공동양육, 1박2일 캠핑: 유족모임을 통한 심리적 지원

지역별 유족모임 지부가 있으며 친구 혹은 가족에게 연락하듯 서로 간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도모한다. 나아가 공동양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다 함께 낚시, 스키 캠핑을 가기도한다. 아빠 혹은 엄마가 존재하지 않을 때의 빈자리를 서로가 채워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가족들은 소중한 가족의 과로사, 과로 자살이라는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한 입장을 공유함으로써 유대감과 일치감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감 및 지지를 얻게 된다. 분명한 점은 다른 유족과는 달리 과로사, 과로 자살 유가족들은 이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1박2일 학습회: 유족모임을 통한 지식획득

일본의 유가족모임은 1년에 한 번 1박2일 학습회를 진행한다. 전국의 유가족, 연구자, 기자, 변호사, 의사, 심리상담가, 단체 활동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1박일 함께 숙박하며 과로 죽음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유족들은 같은 일을 경험한 타인으로서 다른 유족 및 전문가들과 정기적인 학습회에서 교류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고 앞으로의 대응원칙과 구체적인 대응 방향, 목표 지점을 공유하게 된다. 즉 과로 죽음에 대한 체화된 지식을 유족 간에 공유하는 한편, 경험적인 원칙을 스스로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과로죽음에 대한 승소율 등도 높아지게 되며 설사 패소하게 되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과로사방지법제정: 유족모임을 통한 법·제도 개선

일본에서는 2014년 11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과로사 방지법)(過労死等防止対策推進法)이 제정되었다. 이는 일본의 과로사 유족회가 해낸 일이다. 과로사방지법은 노동 관련 입법 중 유일하게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요청된 것으로 국회의원의 100% 찬성을 받아야만 제정이 가능한 실정이었다. 이에 일본 유가족모임이 주축이 되어 2013년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집중적으로 연 3회 집회를 여는 등 의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 특히 일본유족모임 대표 테라니시 씨를 중심으로 의원실에 직접 찾아다니며 과로사 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물론 법적 근거 등을 설명하기 위해 변호사 단체, 교수진 등과 함께 했지만, 진정한 과로사, 과로 자살에 대한 실태 설명, 산재 신청의 어려움, 인정받기의 어려움은 직접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라고 볼수 있는 유족만이 할 수 있는바 유족회 회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결국 의원들은 유족들의 호소를 듣고 심각성을 인식, 100% 찬성을 받아 과로사 방지법 제정을 이뤄냈다.

유족들은 과로 죽음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의 당사자로 조직화하는 전후 과정에서 의식의 전환을 맞이 한다. 개인화된 유가족들은 개인화되었을 때보다 집단의식을 가지고 자신이 겪은 문제가 사회적 문제임을 목소리 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고, 함께 법, 제도 등의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된다. 특히 피해자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아 법, 제도 개선이 된다면 이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화하여 나타날 수있다는 이점이 있다.

3. 한국 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2017년 7월, 한국에서도 첫 번째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있었고 현재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매달 함께 모여 예술치료를 통해 심리치유를 진행하고 있으며, 과로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 지난 가을엔 다 함께 손잡고 단풍구경을 갔다 왔다. 모임 날에는 늘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모임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가족들 간의 관계도 깊어져 이젠, 모임에서 보이지 않은 가족이 있으면 안부를 걱정하기도 한다. 올 해엔 다 함께 힘을 합쳐 스토리펀딩도 준비 중이다. 과로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도록 활발히 활동하자며 서로 굳은 다짐을 하기도 했다. 일본 유가족모임과의 교류도 준비 중에 있다.

앞으로 한국의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과로 죽음 유가족들의 무거운 짐 덩어리를 덜어내는데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

40일터기사

[연구리포트]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 – 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 / 2018.04

일터기사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

– 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1. 들어가며

작년 12월 13일에 항공기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한국공항(주) 소속 고 이기하 노동자(만 49세)가 장시간 노동으로 일터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12월 30일에는 한국공항(주)의 기내청소 외주위탁업체인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가 노동조건 개선을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공항에서 항공기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1월 18일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고 여객과 화물 수요도 앞으로 대폭 증가할 것이므로 이러한 노동실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항공산업의 발전과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공항 시설을 확대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공항에서 항공기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에만 매몰되어서 정규직 인력을 적절하게 충원하지 않고 외주화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공공부문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가 추진되고 있다.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소속에 상관없이 비행기의 안전한 운행과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음에도 민간부문은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다.

그래서 본 페이퍼는 한국공항(주) 소속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실태와 한국공항(주)의 경영 분석을 바탕으로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조건 개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2. 지상조업 항공편수는 늘어나지만 정규직 인력이 늘어나지 않고 비정규직 확대 

항공기 지상조업은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도착과 출발을 위해 필요한 급유, 화물상하역, 정비, 견인·유도, 기내청소,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나라 항공기 지상조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재벌 대기업이 출자해서 설립한 자회사가 대부분 담당하고있다. 항공기 지상조업은 지상조업을 수행한 항공편수로 업무량을 가늠할 수 있는데 지상조업 항공편수는 2016년에 184,303편 수로 2010년 대비 40,956편 수(28.5%)가 증가했다. 항공편수가 대폭 증가하면서 업무도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저가항공도 늘어나고 있는데 소형비행기의 경우, 전부 수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해외여행 증가는 물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항 등으로 한국공항(주)의 사업 부문은 2017년 이후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공항(주)의 현업 정규직 인원은 2010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강화되고 있다. 2017년 9월 현재 인력은 2,973명인데 2010년 인력 규모인 2,913명 수준으로 회귀했다. 




인력 구성을 보면 관리직의 인력변화는 거의 없고 현업직의 변화가 다소 심한 편이다. 그런데 현업직도 기간제와 정규직으로 나눠보면 정규직의 인력변화는 거의 없었다. 2014년과 2015년 등에서 현업직이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업직 정규직은 2010년에 2,144명에서 2017년 9월에 2,229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관리직은 정규직과 기간제 모두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현업직 기간제 인력의 변화가 한국공항(주) 총인원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공항(주)은 수하물과 화물 상하역, 객실 기내 등의 청소, 세탁, 시설경비, 화물창고 업무, 항공유 수송, 항공기 정비, 기내 판매 등의 업무를 20개 업체들에 외주하청을 주고 있다. 2017년 현재 고용형태 공시제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공항(주)의 외주위탁(간접고용) 노동자는 2,794명으로 나와 있다. 2017년 9월 현재 한국공항의 정규직이 2,955명이므로 정규직 대비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94.5%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자료를 보면 한국공항(주)은 2010년에 3,637억 원이었던 매출이 계속 증가하며 2016년에는 4,421억 원에 이르렀다. 해마다 증감률의 차이는 있지만, 영업이익도 2013년을 제외하고는 백억 원대를 넘고있다. 2016년에는 무려 249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 자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2017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공항(주)은 사업매출은 대폭 늘어나고 있음에도 정규직 대신에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리는 인력운영을 해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충분히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3. 한국공항(주)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실태

현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1) 1일 8시간을 넘는 과도한 근무시간 2) 근무와 근무 다음의 휴게시간 부족 3) 주 내지 월 단위 근무시간(일수) 과도 4) 근무 중 휴게시간이나 장소 부족 등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우선 고 이기하 노동자의 출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사망 직전 3개월 동안 1일 12시간 이상 근무한 날들을 산정해보면 9월에는 9일, 10월에 7일, 11월에 7일 등이었다. 고 이기하 노동자가 속한 램프 여객팀뿐만 아니라 한국공항(주)의 타 현업직도 1일 노동시간이 12시간이 넘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1일 근무시간이 많으면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그만큼 근무와 다음 근무 사이의 연속 휴게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 이기하 노동자들도 이러한 상태에 내몰리고 있었다. 10시간 연속휴게를 보장받지 못한 날이 9월에는 6일이나 되었다. 9월 2일에는 퇴근이 밤 9시 24분이었는데 출근은 다음 날 6시 32분이었다. 근무와 근무 사이의 휴게시간이 9시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인천공항은 접근하는 데에 시간이 더욱 걸리므로 2시간 이상의 출퇴근 시간을 제하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6시간도 되지않았다.

1일 노동시간이 많으면 주당 노동시간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항공정비부서 노동자들의 근무표를 보면 11월 19일부터 25일까지 정상근무시간은 45.5시간(2,730분)이고 연장 발생시간은 총 1,200분으로 20시간이었다. 주당 총 근로시간은 65.5시간에 달했다. 그다음 주도 비슷한데 정상근무시간이 44.5시간(2,670분)이고 연장 발생시간도 11.5시간(690분)으로 총 56시간에 달했다. 램프 화물소속의 노동자도 11월 7일~13일까지 정상근무시간이 52.3시간(3,142분), 연장이 7.3시간(440분)으로 총 54.1시간이었다. 그 다음 주도 각각 52.3시간(3,143분)과 5.8시간(350분)으로 총 58.1시간이었다. 특히 램프 화물소속 노동자는 주 6일 근무를 계속하고 있는데 때때로 주5일근무도 지켜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한국공항(주) 현업 정규직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항공기 지상조업에 투입되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 이기하 조합원이 조업장으로 근무한 램프 여객 93조의 9월 9일 작업 현황을 보면 1개 조에 5인이 근무하고 있었다. 지상조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개 조에 6인이 편성되어야 함에도 5인이 근무하도록 작업지시가 짜여 진 것이었다.

외주위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상당히 열악하다. 2018년 1월 2일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와 건강한노동세상이 이케이맨파워(주)소속 노동자 14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4시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9.7시간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항공기가 연착되면 계속 기다리면서 근무시간도 늘어나게 되며 공항의 특성상, 휴무를 제대로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더욱이 한국공항(주)은 외주위탁업체에 20~30분 안에 항공기 청소를 끝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만약 작업이 늦어지면 한국공항(주)이 회사에 페널티 비용을 청구할 수 있어서 노동자들은 짧은 시간에 모든 청소를 끝내야 하며, 일이 끝나면 바로 대기 중에 다른 항공기에 투입된다. 이러한 작업환경이다 보니 위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2.4%가 근골격계질환(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외주위탁 업체에서 자주 야기되는 최저임금 위반 문제도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수당을 삭감하여 기본금을 인상하는 조삼모사식의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식사나 생리현상을 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휴게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산재사고 은폐도 지적되고 있다.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청소노동자 6명은 지난해 8월 항공기 안에서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가 몇 분 만에 구토 증상과 함께 쓰러졌다. 대양주(호주, 뉴질랜드 등)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는 의무적으로 운항 전에 비행기 실내와 화물구역에 대한 전체소독을 진행하여야 한다. 그래서 소독 이후에 충분한 시간(3~5시간) 동안 환기를 하고 객실 청소 등의 조업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원청의 요구로 빨리 청소를 해야 하고 소독업체에서도 20분만 환기하면 문제가 된다고 하여 충분한 환기 시간 없이(또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객실 청소가 진행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결국, 지난해 8월에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직원 6인이 환기가 충분하게 되지 않은 비행기에 청소작업을 들어갔다가 혼절하여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4. 개선방향 : 재벌 대기업 모회사-자회사 원하청 관계 개선과 사업매출 규모에 맞는 인력충원과 직영화 필요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공항(주)이 사업매출 규모에 맞게 적절한 정규직 인력을 충원해야하고 외주위탁 업무를 직영화해야 한다. 한국공항(주)은 사업매출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 정규직 대신에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늘리면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인력운영이 지속된다면 한국공항(주)의 장시간 노동문제는 해소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한항공 등의 대기업 모회사들이 원하청 관계를 개선하고 자회사의 경영을 압박하지 않아야한다. 모회사인 대한항공이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자회사에 지급하는 지상조업 서비스 단가를 계속 깎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이윤을 창출하도록 압박한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와 국회 등에서도 민간 기업영역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통되었음에도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은 늘어난 수요만큼 적절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 막대한 정부재정이 투자되면서 수혜를 입었지만, 민간 기업은 이윤확보에만 혈안이되어 있는 것이다. 공항 사업 자체도 공공과 민간이 혼재되어 있고 공공부문 성격이 강하므로 민간 기업영역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정부나 국회 등에서도 개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고 이기하 노동자와 같은 산재 사망이 항공기 지상조업 사업장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고 적절한 노동시간이 보장되어야한다. 아울러 외주위탁 업무의 직영화를 통해서 비정규직들의 노동조건 또한 개선되어야할 것이다.

49일터기사

특집4.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 일합니다 / 2018.04

일터기사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 일 합니다

–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영은 권익옹호활동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차별에 맞서 배제에 맞서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 지역사회 내 동등한 주체와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접근권, 이동권, 자립생활권리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장애인 권익옹호활동가’다. 지난 3월 29일,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익옹호활동가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 최영은 님을 만나 장애인 노동자로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보람, 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최영은 님은 지체 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중복장애 1급으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어플 「진소리」를 이용했다. 그리고 활동보조인¹ 정지원 선생님도 함께했다.



(사진출처: 최영은 님) 

“올해 권익옹호활동가로 일한지 3년째예요. 저를 포함한 4명의 장애인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른 일도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멘토를 하기도 하고, 지금은 장애인인권교육을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영은 님은 5살 때부터 장애인시설에서 살다가 3년 전 탈시설을 하게 되면서 권익옹호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장애인은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으로주한다. 보호의 대상으로 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이것은 일터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최영은 님도 3년 전에야 시설에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오게 됐다. 탈시설을 통한 자립생활 그리고 노동자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장애인이 일하는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규정이다. 이 규정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이 위원회가 2014년에폐지를 권고한 사항이다. 무엇보다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향상을 기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 자체에 어긋난다. 다행히 영은 님은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일자리 지원 사업으로 재정지원을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보다 약간 웃도는 임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장애인 보호작업장,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다. 더 많은 장애인에게는 일할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올해 주 20시간 일하고 77만8천 원을 받고 있어요. 노동조건도 많이 좋아졌어요. 연차도 있고, 퇴직금도 있고 센터 측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종로청에 요구해서 명절 선물도 받게 됐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 자기실현, 자기발전의 기회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일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자기발전의 기회를 엊는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애초에 노동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은 님에게 일은 자기 안의 기쁨과 어려움을 발견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3년 동안 활동보조인을 하고 계시는 정지인 선생님께서도 장애인 동료에게 멘토 역할을 하며 서로 사는 이야기, 안부도 전하면서 그분이 자립하자 영은 님이 큰 기쁨을 얻은 적이 있다고 했다.

“전장연에서 발언 요청도 들어오면 A.A.C²로 발언 준비해서 집회에서 발언하는 게 보람돼요. 발언하고 나면 기쁘고, 저 스스로 너무 뿌듯해요. 자신감을 상시키고,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력을 쌓는과정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변한 것 같아요. 한편으론 장애인 인권에 대한 집회나 행사에 다 참여하거든요. 가끔 주말에도 나가야 할 때가 있어서 힘들 때가 있어요.”

장애인 일자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의 장애인에 대한 관점은 시혜적이기 때문에 일자리 역시 그렇다. 속도와 방식이 다를수밖에 없는 중증장애인들을 같이 일하기 불편해하고, 힘들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일자리는 손발과 말이 자유로운 경증 장애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증장애인 역시 한 사회의 일원으로써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제도개선과 노력이 필요하다. 영은 님에게 장애인 당사자로서 일하는 장애인이 왜 극소수일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물었다.

“장애인들의 경제활동이 너무 없다 보니 이런 제도를 알아도 장애인들의 취업 정보가 잘 안 알려지고, 최저임금이 너무 적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잘 못 하고 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며 배제와 차별 없이 일 할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영은 님은 어플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전했다.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노동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안정적으로 일해야 좋은 일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이 노동하게 된다면 다양한 정보와 장애유형별로 안내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어를 풀어서 설명하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편의시설과 여러 가지 정보가 필요하겠죠.”

* 각주

1)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중증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갖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기 위해 일상생활(식사, 신변처리, 세면 등)과 사회활동(외출, 등하교, 교우관계 등)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활동을 지원해주는 사회서비스 노동자이다.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1급~3급 장애인이 대상이다.

2) A.A.C(Augmentative Alternative Communication)이란 보완대체의사소통을 의미한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의 말을 ‘보완(Agumentative)’하거나 말 이외의 방식으로 ‘대체(Alternative)’해서 ‘의사소통(Communocation)’능력을 향상시켜주는 다양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스마트폰 등 장비들을 이용해 장애인이 하고 싶은 말을 기기가 대신 출력해줄 수 있다.

34일터기사

특집3. 사용자에게 부속품 취급 당하는 산재 노동자 – 산재 노동자 유○○ 님 인터뷰 / 2018.04

일터기사

사용자에게 부속품 취급 당하는 산재 노동자

– 산재 노동자 유○○ 님 인터

재현 선전위원장

장애인 노동자의 건강권을 고민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다 산재로 장애나 장해가 남은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3월 13일 인천에서 한 노동자를 만났다.

일하다 언제 산재 요양을 갔던 건가요?

저는 1978년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업무는 자동차 지붕을 칠하는 업무였는데 이 작업을 하다가 낙상해서 허리 척추 1, 2번 4, 5번을 다쳤었죠. 그게 1998년 4월인데 산재를 인정받아서 그해 11월까지 쉬다가 현장으로 복귀했어요.

복귀해서 일할 때 별다른 문제는 없었나요?

그때만 해도 작업 발판이 낮고 미끄러워도 안전조치라는 게 특별히 없었어요. 그러다 사고가 나서 산재 요양을 받고 현장에 복귀했는데 2001년도에 해고를 당했어요. 해고는 왜 당했냐, 기준이 명확한 건 아닌데, 그때 IMF가 오면서 회사 관리자들이 정리해고자 명단을 만들었거든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을 받으면 정리해고 대상자가 된다고 했는데, 산재를 나갔다 복귀한 노동자는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기본 5점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산재 노동자들은 쉽게 해고 대상자가 되었죠. 결국, 1,750명이 해고됐는데 100명 정도가 산재 노동자였고 심지어 요양 중이거나 통원치료 중인 노동자들도 쫓겨났어요.

정리해고도 그렇고 산재 요양 중인 노동자에게 해고는 불법 아닌가요?

노동부 찾아가서 항의하고 그랬죠. 당시에 정부가 400억인가 투자해서 정리해고자들 재취업 기회를 만들겠다고 희망센터를 운영했는데 저처럼 산재 요양을 받았거나 현재 요양 중인 노동자들은 희망센터에서 전화도 안 받아 줬어요. 일하다 다치고 해고당한 것도 억울한데 아무도 나를 받아준다는 곳이 없으니 동료들이랑 복직 투쟁에 전념했죠. 저랑 같은 처지인 산재 노동자 30∼40명 정도가 투쟁했는데 시간이 길어지고 생계가 어려워지니까 다들 떠나가고 5명이 남았어요. 그러다 2002년 12월 23일에 5명이 복직했는데 이미 저는 왕따였죠. 은근히 따돌린다고 해야 하나 동료들이 저랑 얘기도 안 하고 밥도 같이 안 먹고요. 회식이라도 있으면 저는 일부러 늦게 가요. 눈치가 보이니까. 회식자리 가보면 구석에 제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어요. 술따라 주는 사람도 없고 대화도 안 하고 저랑 누가 얘기라도 하면 관리자들이 뭐라 하고요.

대체 왜 그런 거예요?

제가 계속해서 산재 노동자 해고는 불법 아니냐고 복직시키라고 투쟁을 했으니까, 다시 현장을 시끄럽게 할까 봐 감시한 거예요. 하도 왕따 당하고 감시받으니까 나중에는 공황장애가 오더라고요. 지금도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잠도 안와요.

산재 이후 장해가 남으셨다고 들었는데 일할 때 눈치가 보이거나 압박감을 느끼거나 그런가요?

아무래도 능률이 떨어지죠. 근로복지공단에서 충분히 요양 기간을 주는 것도 아니니까 완전히 회복해서 현장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거든요. 열심히 일하려하는데 몸은 안 따라주고 동료들은 내가 못 따라가는게 보이니까 도와준다고는 하는데 마음이 계속 불편하고 눈치가 보이죠. 그러다 2016년 12월에 오른쪽 어깨가 파열돼서 산재 요양을 한 번 더 나갔고요.

장해가 남은 동료들도 비슷한 상황인가요?

아무래도 그렇죠. 아시겠지만 산재는 로또고 고통이고 파산이에요. 산재 신청을 한다 해도 될지 안 될지 늘노심초사하고, 된다 해도 고통은 남아있고 산재가 안되면 돈이 없으니까 파산하고 가정생활은 불화가 생기고요. 주변에 장해가 남아서 이혼하고 사회생활 못하는 사람도 4명이나 봤어요. 장해 급여를 받으면 돈은 있겠지만 산재 노동자와 가족들 마음에 편안함을 주지는 않거든요. 게다가 중증장애인은 누군가의 보조가 필요하고 도움을 받아야 움직일 수 있으니까 그러다보면 우울증도 생기고 극단적으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거죠. 그거 아시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는 거요.

산재 이후 현장에 변화가 없나 봐요?

작업장은 잘 안 바뀌어요. 설비를 투자해서 바꾸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부서를 바꿔준다고는 하는데 그래 봐야 작업에 부담이 있는 건 비슷하고, 저 같은 경우는 부서를 옮기고 싶어도 다른 라인 작업자들 물들인다고 바꿔 주지도 않았거든요.

요즘 경제도 어렵고 회사도 다시 위기라고 하잖아요. 어떤 심정인가요?

요즘은 잠도 잘 못 자요. 산재 노동자에게 해고는 살인인데 다시 희망퇴직서를 쓰라니 그냥 죽으라는 거죠. 장애나 장해가 없는 사람도 고통스러운데 정말이지 산재 노동자는 회사에 부속품이에요! 부속품!!

39일터기사

[성명]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故김기철님에 대한, 법원의 조정권고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 처분을 환영한다.”

활동소식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故김기철님에 대한, 법원의 조정권고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 처분을 환영한다.” 

○ 서울행정법원, “고인의 업무 내용, 진료기록 감정결과, 최근 대법원 판례, 소송이 장기화됨에 따라 유족이 겪었을 어려움 등 고려” 조정 권고 결정.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수용하여 산재승인 취지로 재 처분.

○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가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등 산재입증에 필요한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아 소송이 지연되는 사이, 고인은 백혈병 악화로 사망(만 31세)

○ 삼성 반도체·LCD 노동자의 26번째 직업병 인정. 법원의 조정 권고로 종결된 첫 사례

1. 서울행정법원(행정1단독 차지원 판사)은 지난 2월 26일, 삼성전자 협력업체 소속 백혈병 피해자 故김기철님이 2015. 2. 4.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피고 근로복지공단에게 종전 불승인 처분을 직접 취소하라는 조정 권고를 내렸다.


법원은 이러한 조정 결정의 이유에 대해, “망 김기철이 담당한 업무의 내용, 이 법원의 각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종양혈액내과 진료기록 감정의는 망인의 방사선 노출이 급성골수성백혈병의 발병 혹은 악화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고, 직업환경의학과 진료기록감정의도 망인의 급성골수성백혈병의 발생에 비직업적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비록 그 노출량이 작다 하더라도 화학물질(유기용제 등),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그리고 전리방사선 및 극저주파 자기장의 노출이 급성골수성백혈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기여하였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첨단산업분야의 특성과 관련하여,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는 어려움(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참조), 그와 관련한 증거신청의 회신 지연 등에 따라 이 사건 소송이 장기화 되었고, 그로 인하여 망인의 유족들인 원고 소송수계인들이 겪었을 어려움 등 기록에 나타난 모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관련한 법률관계가 조속히 확정될 수 있도록 주문(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와 원고의 소 취하)과 같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법원의 조정권고를 수용하여, 2014. 3. 4.자 ‘요약불승인 처분’을 취소하고 2018. 3. 30. ‘요양승인 처분’을 하였다.

2. 고인은 만 21세이던 2006. 11. 30. 삼성전자 협렵업체인 크린팩토메이션(주)에 입사하여 약 5년 10개월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OHT(웨이퍼 자동 반송장비.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이용하여 반도체 웨이퍼를 자동으로 운반하는 설비) 설비 유지보수 업무 등을 담당했다. 고인은 공장 곳곳에 퍼져있는 OHT 설비를 수리 및 관리하느라 반도체 제조라인에 속하는 모든 공정과 설비 사이를 구석구석 다니며 작업했고, 그 과정에서 전리방사선ㆍ벤젠 등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었다. 더욱이 고인이 근무했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고인이 업무를 중단한 그 다음해(2013년)에,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에서 무려 2,00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된 곳이었다.

고인은 2012. 9. 경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자, 같은 해 10월 반올림과 함께 산재보상 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단은 2014. 3. 4. “유해물질 노출량이 특별히 높다는 증거가 없다”며 산재불승인 처분을 내렸고, 고인은 다시 반올림과 함께 2015. 2. 4.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3. 이 사건 행정소송에서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의 자료 은폐는 특히 심각했다. 삼성전자는 재판부가 고인의 작업환경에 관한 각종 자료들을 요청하자, 1년 6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답변 독촉을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보다 못한 재판부가 문서제출 ‘명령’을 내리려 하자, 그제서야 “해당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본부와 그 산하기관(경기지청, 안전보건공단)들도 고인의 작업환경 관련 자료들을 “삼성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화성사업장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문서제출 ‘명령’이 있었음에도, 삼성의 영업비밀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주요 내용이 삭제된 일부만 제출했다.

이러한 사유로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고인은 2017. 1. 14. 백혈병이 악화되어 만 31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말았다.

4. 고인은 생전에 제기했던 산재보상 신청을 사후에 승인받게 되었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한지 5년 5개월만이고, 소송을 제기한지는 3년 2개월만이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이 법원의 조정권고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산재가 인정되어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부실한 역학조사에 기대어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남발한 점과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영업비밀 주장을 무분별하게 수용하여 고인의 작업환경에 관한 자료를 은폐한 점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5. 한편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은폐문제는 날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작업환경 보고서’(산업안전보건법 제42조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는 고 김기철 님의 소송을 지연시킨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재판부가 수차례에 걸쳐 고용노동부와 그 산하기관들에게 이 보고서의 제출을 요청하고 명령하였음에도, 결국 보고서 전문이 제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주장 때문이었다.


최근 대전고등법원의 판결(2018.2.1. 대전고등법원 선고 2017누10874 판결)은 이 보고서의 공개여부에 대한 논란을 사실상 종식시키는 것이었다. 대전고등법원은 이 작업환경보고서의 내용이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의 생명·신체·보건과 직결된 정보로서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또한 설령 그 내용 중 일부가 삼성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라고 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최근 직업병 피해자 측이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과 삼성반도체 기흥 및 화성 사업장의 측정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이를 막기 위해 행정심판과 소송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작업환경 은폐에만 골몰하는 삼성의 태도를 보며, 그 많은 노동자들이 왜 죽고 병들어야 했는지 분명하게 깨닫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은폐를 중단하라.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공개하라.

*삼성은 고 김기철 님의 죽음에 대해 사죄하라!


2018. 4. 9.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34활동소식

[성명] “산재 입증과 공공복리에 필요한 정보공개 가로막고 삼성 권익부터 챙기는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활동소식

“산재 입증과 공공복리에 필요한 정보공개 가로막고 삼성 권익부터 챙기는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공개를 가로막은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집행정지 결정’ 에 대하여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권하의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은 삼성 반도체, LCD 사업장의 유해물질 등 정보가 담긴 각종 보고서에 대하여 삼성의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 해왔다. 심지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보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해서, 산재입증을 위해 재해노동자나 유족이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경우조차도 ‘삼성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해왔다. 유해물질이 영업비밀이라니! 더욱이 아픈 노동자나 유족에게 산재입증의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유해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조차 삼성의 영업비밀이라며 받아볼 수 없었던 지난 10년의 세월은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크나큰 고통이었다.

그런데 최근(2018. 2. 1.) 대전고등법원은 이러한 부당한 행정처분에 쐐기를 박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故이범우 님의 유족이 제기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법원은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산재노동자나 유족, 삼성의 전·현직노동자, 나아가 사업장 인근 지역주민의 안전권과 보건권을 위해 필요한 정보이므로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하였고, 더 이상의 다툼 없이 판결은 확정되었다(참고1: 2017누10874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판결).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정보공개처리지침을 변경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하였다. 이는 10년 만에 상식과 피해자의 존엄을 조금이나마 되찾는 결정이었고 앞으로는 최소한 산재신청을 한 노동자나 유족이 해당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고용노동부를 통해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는 국민권익위에 의해 또다시 좌절됐다.

● 법원 확정 판결도 무시하고 삼성 유해물질 보고서 정보공개 집행 정지 결정

삼성디스플레이(주) 탕정사업장에서 일하다 퇴직 후 비호지킨림프종이 발병한 김00님은 이 질병이 탕정사업장의 유해물질 노출 때문임을 증명하기 위해 지난 2월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에 해당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보여 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에 대하여 천안지청은 3월 12일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하였으나, 정작 보고서를 내주기로 약속한 3월 27일에 갑자기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위원장(현재 위원장 공석으로 김대희 상임위원이 직무대행 중)이 직권으로 ‘정보공개 집행정지’ 결정을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보고서를 내줄 수 없다고 하였다.

● 위원장 직권 집행정지에 이어 위원회 사후추인으로 또다시 정보공개 보류

위원회는 4월 3일자로 위원장 직권 결정에 사후추인 회의를 가졌으나 반올림 및 신청당사자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집행정지 결정을 유지하였다. 반올림은 사후추인을 결정하는 회의에 앞서, 4월 2일자로 국민권익위원장과 중앙행정심판위원장 직무대행 및 심판위원회에 ‘항의 공문’을 보내어 집행정지 및 행정심판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할 것을 촉구하였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참고2. 4월 2일자 반올림 항의공문)


삼성은 보고서 내용 중 “측정위치도 등의 공개를 정지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원은 이미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상 ‘측정위치도’는 “공장의 개략적인 도면 위에 유해인자 등의 측정위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여” 정보공개법이 보호하는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법원은 이 ‘측정위치도’는 “근로자의 생명ㆍ신체ㆍ보건과 직결된 정보로서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이 보고서의 일반적인 의의와 성격ㆍ내용에 근거한 판결로서 특정 사업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이 판결 이후, 다른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해서도 공개 결정을 한 것은 그러한 판결 취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심판위원회가 삼성의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이며 “사업장이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판결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한 행태이다. 또한 직업병 피해가족들이 정보공개 소송까지 제기하며 힘겹게 쟁취한 ‘알권리’를 다시금 짓밟는 행태이다.

● 삼성 임원 출신의 상임위원이 삼성 작업환경보고서 집행정지를 결정하는 회의에 참가

마지막으로 우리는 3명의 상임위원 중에 판사 경력으로 삼성에 입사한 뒤 삼성생명 인사팀 부장, 삼성전자 인사팀 상무, 삼성카드 준법지원실 상무 등을 두루 거친 소위 ‘삼성장학생’으로 의심되는 경력을 가진 상임위원이 금번 집행정지 결정을 추인하는 회의에 참석한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백번 양보하여 그러한 경력을 가진 상임위원이 있더라도 이번 집행정지 결정을 하는 회의에는 행정심판법에 따라 위원회가 사전 제척하거나 위원 스스로 사전 회피했어야 마땅했는데, 이러한 결정도 없었다. 오히려 위원회는 피해를 본 정보공개신청당사자(직업병 피해자의 대리인 노무사)의 참여요청에 대해서는 ‘비공개회의’라는 이유로 참석불가를 구두 통보하면서 동시에 위원 기피신청에 대해서도 집행정지 신청사건 당사자가 아니라며 서면 각하 판정하였다.

우리는 법원 결정도 무시한 채 삼성의 이해를 대변하고 국민과 노동자의 권익을 저버린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설령, 수개월 뒤에 열릴 예정인 본안 심리(행정심판 본안회의)에서 정보공개 결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수개월동안 재해당사자는 산재입증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집행정지 결정을 즉각 취소하라.

무엇보다 확정된 판결 취지대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가 영업비밀이 될 수 없고 공개되어야 하는 이유에는 재해노동자 개인의 권익을 넘어 전·현직 노동자, 나아가 지역주민들의 생명, 신체의 건강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심판법 제30조 3항에 의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이번 집행정지 결정은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

2018년 4월 4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참고1. 2017누10874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판결 (별첨)

*참고2. 4월 2일자 반올림 항의공문

35활동소식

[기자회견] 삼성창립 80주년/삼성전자 주주총회 시민사회 기자회견

활동소식

삼성은 범죄자 이재용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오늘 이 시각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주주총회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하여, 사내이사 4인 선임, 사외이사 3인 선임,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는 방안 등이다. 이번 삼성전자 주주총회의 모든 안건들에 대해서 논평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안건이 빠져 있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 그룹의 총수 이재용은 뇌물죄와 횡령죄, 재산국외도피죄 등의 혐의로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용 때문에 삼성전자는 엄청난 물적 손실은 물론, 회사의 평판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 거센 비난여론 때문에 창립 80주년을 맞은 어제 삼성은 변변한 기념행사도 치르지 못했다.

삼성전자 정관 27조 2항은 “선관주의 의무”를 명시하여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27조 3항에서는 ‘충실의무’를 명시하여 법과 규범을 지킬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배임이나 횡령은 중대한 범죄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특검은 이재용에게 뇌물 433억 원을 비롯하여 298억 원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를 적용하였다. 횡령과 관련하여 1심 재판부는 81억 원을 인정하였고, 2심 재판부는 36억 원을 인정했다. 솜방망이 처벌의 부당함을 논하지 않더라도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며 중대 범죄이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2018년 2월 6일 공시를 통해 이재용을 비롯한 5인이 36억원을 횡령 배임한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 본인도 지난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모든 법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은 이미 2심 선고 직전에, 1심 재판부가 인정한 횡령액 81억을 삼성전자에 변제하며 사실상 횡령 사실을 인정했다.

이렇게 회사와 본인 모두 횡령범죄를 인정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이재용의 등기이사직을 비롯한 공식 직위를 박탈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는 주주와 구성원이 아닌 총수의 사익을 위해 범죄마저도 비호한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의 지위에 걸맞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국민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인만큼 범죄자 이재용의 권한을 박탈하라는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여 이재용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난 삼성합병 과정에서 이재용의 범죄를 도와서 국민연금에 손해까지 끼쳤던 과오를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는 길이다.

이재용은 책임 경영을 내세우며 등기이사에 취임했지만, 불법세습을 계속해 온 것은 물론, 사회적 책임도 내팽개쳐왔다. 2008년 이건희 비자금 사태 때 약속했던 사회환원은 고사하고, 세금조차 내지 않았다. 추가로 비자금이 드러나고 있지만 사과도 대책도 없다. 국정농단 범죄로 얻은 이익을 반환하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광고로 언론을 압박하지 않겠다는 이재용의 약속은 이번에도 공염불에 그쳤다.

삼성은 여전히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 진정한 사과와 배제 없는 보상을 요구하는 반올림의 농성은 내일이면 900일을 맞는다. 어렵게 노동조합을 만든 삼성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도 변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삼성 해외공장 노동자들의 건강과 노동조건을 보고한 시민단체와 노동자들을 협박하여 국제적 비난까지 사고 있다.

삼성창립 80주년을 먹칠하고 있는 것은 총수일가의 범죄와 비리, 그리고 무책임이다. 이제 범죄없고 투명한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 약속했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시작은 이재용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는 것이다. 추락한 신뢰를 스스로 되찾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오래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 삼성은 범죄자 이재용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라!

– 삼성은 약속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 삼성은 광고통한 언론압박을 중단하라!

– 삼성은 불법도급, 노조탄압을 중단하라!

– 삼성은 직업병문제 해결하라!

2018년 3월 23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31활동소식

특집2. 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와 노동권 투쟁의 의의 / 2018.04

일터기사

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와 노동권 투쟁의 의의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중증장애인의 경제 활동 실태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과 빈곤은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다. 굳이 수치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일단 중증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경우를 보기가 드물고,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는 더 드물다. 장애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은 고스란히 가족 구성원에게 떠넘겨지고, 가족이 부양의 부담을 감당하지 못 하는 경우 장애인은 거주시설에 보내진다.

고용과 관련된 여러 가지 통계 자료 중에서도, 전체 인구 통계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차이 나는 중증장애인 통계는 바로 현격히 높은 ‘비경제활동인구’이다. 전체 인구의 경우, 10명 중 3.6명이 비경제활동인구지만 중증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는 10명 중 7.8명이다. 이처럼 중증장애인의 현격히 높은 비경제활동비율은 더욱 질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취업을 하지 않은 중증장애인을 경제활동인구인 실업자로 볼 것인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치부하고 기생적 소비계층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실업자는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증장애인은 전체 인구보다 노동할 ‘의사’가 부족한가? 혹시 노동할 ‘능력’을 의심받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중증장애인은 왜 구직활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가?

중증장애인에게 노동권이란 단순히 생존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독립된 구성원으로서 자기 삶을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부분 중증장애인은 노동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 비장애인 중심의 노동 환경에서 ‘능력’을 의심받으며 ‘훈련’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왜 중증장애인들이 구직을 포기하겠는가?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와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중증장애인도 노동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사회는 그 선택지 자체를 고려하지도, 만들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장애인이 ‘노동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복지서비스에 머무르며 보호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노동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노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중증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노동’을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증장애인이 접근 가능하며 사회 통합적인 노동

‘중증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노동’으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14조’에서는 보호 고용을 정의하고 있다. ‘보호 고용’이란 정상적인 작업 조건에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하여 특정한 근로 환경을 제공하고 그 근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호 고용의 본 취지는 근로 경험이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후에 일반 고용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호 고용을 제공하는 직업재활시설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짚어볼 문제점은, ‘최저임금법 제7조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에 따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인원의 94.4%가 직업재활시설에서 노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를 신청한 후, 정해진 절차를 거쳐 인가를 받으면 장애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직업재활시설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매년 20~30개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장애인 인원수도 3,436명(`12년)→8,108명(`16년)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 제도, 기능보강사업, 고용장려금 등의 여러 가지 직업재활시설 지원 제도에도 불구하고 직업재활시설의 많은 중증장애인은 보호 고용에서 경쟁 고용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배제했던 ‘장애인 거주시설’과 마찬가지로 직업재활시설도 장애인의 노동에 있어서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 것이다. 요컨대 모든 일터가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장애인의 사회통합이 가능하다. 중증장애인을 한데 모아 그들만이 노동하는 보호 고용은 ‘중증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노동’일 수는 있어도, 사회 배제적인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유엔의 최종 견해’¹에서 ‘심리사회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이하의 보상을 받는 것과 개방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 보호 작업장이 지속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민간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는 ‘의무고용제도’는 이미 한계를 드러내 

장애인고용법 시행 25년이 되어가고 의무고용 이행률도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의무고용률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의무고용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내는 고용부담금 현황을 살펴보면 2016년 기준으로 민간 기업은 4,424억 원, 공공기관은 150억 원, 국가 및 지자체는 28억 원을 냈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의무고용 이행률이 낮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부담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려고 하기보다는 부담금을 내는 방식을 간편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와 같은 행태에도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기업의 의무고용 이행을 위해 과연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기업들이 낸 고용부담금으로 조성된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억재활 기금’으로부터 운영비와 사업비를 출연받기 때문이다. 의무고용제도는 한국의 주된 장애인 고용 정책이지만 그것을 이행하면 운영비가 고갈된다. 정부가 장애인 고용 정책에 대하여 일반 회계를 투여하지 않는 한, 모순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기업체 장애인고용실태조사(2016)」를 통하여 장애인 근로자 채용이 쉽지않은 이유를 조사하였는데,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가 부족해서(32.0%)’, ‘업무 능력을 갖춘 장애인이 부족해서(20.6%)’, ‘장애인 지원자 자체가 없어서(12.1%)’라는 응답 결과가 나왔다. 기업의 이윤과 효율을 중심으로 문제를 진단한다면, 장애인의 노동력은 평가의 대상일뿐이며 비장애인보다 능률이 떨어지는 존재일 뿐이다. 결국,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처방으로 장애인을 기업이 원하는 수준만큼 훈련만 반복하는 것 이상이 제시되지 않는다. 

중증장애인 노동권 정책 요구 3가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장애인 고용 정책은 그 심각성에 비해 민간의 영역으로만 떠넘겨져 있기 때문에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7년 11월 21일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소속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3가지 정책을 요구하며 85일간 점거 농성을 했다. 그 결과 고용노동부와 장애계 간의 민관협의체가 구성되어 정책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책 요구 첫 번째는 중증장애인 특성과 속도를 고려한 신규 ‘공공일자리’ 1만 개를 창출하는 것이다.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사회적 활동, ▲장애인동료 상담 활동 ▲장애인 인권 옹호 활동 ▲장애인인식개선 활동 ▲장애인 민원 안내 활동 ▲장애인문화 예술 활동 등을 종합적인 직무로 구성하여, 그 업무를 신규 ‘공공일자리’로 만들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로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규정 (최저임금법 제7조) 폐지 및 지원 대책 마련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는 취약한 노동자 계층을 지나친 저임금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취약한 노동자 계층인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도 예외일 수 없다.

세 번째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사업을 중증장애인 중심으로 전면 개혁하고 선 배치·후 훈련 제도인 ‘지원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원 고용’이란 일반 사업장에 중증장애인을 우선 취직시키되, 중증장애인의 적응을 돕는 ‘직무지도원’이라는 인력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직무 지도원은 장애인의 직장으로 찾아가 작업 분석, 직무 분석, 환경 분석, 고용주와 직장동료와의 대화 등을 통해 장애인이 직업기술을 현장에서 배우고 적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²을 한다. 장애인 고용 패러다임이 분리에서 통합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원 고용은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마치며

중증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 지워진 유령 같은 존재였다. 소득과 직업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라 할2009지라도 ‘실업자’라는 인정도 받지 못했고, 오랜 시간 동안 비경제활동인구로 방치됐다. 즉, 노동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없는 사람들로 취급받아온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라는 출연기관에 모든 것을 떠넘겼고, 공단은 기업이 내는 부담금으로 근근이 연명하며 기업이 원하는 대로 장애인의 노동력을 평가하고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되었다. 직업재활시설은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저임금·사회 분리 정책으로 전락시켰다.

돌이켜보면 ‘장애인 운동’이란 교육권·이동권·사회서비스권리·주거권 등 수많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를 조금씩 바꾸는 것이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통해 일반 버스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로 바꾸었더니 모든 사람이 버스를 편리하게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모든 일터가 중증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일터가 된다면? 모든 사람이 성과와 효율 중심으로 평가받지 않고, 고유의 특성을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투쟁은 단지 장애인만의 문제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윤과 효율 중심의 한국 사회 전체를 바꾸는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다.

* 각주

1) 한국 국회는 2008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함. 이에 한국 정부가 제출한 국가 보고서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심의하여 2014년 9월 30일에 채택함.

2) 네이버 지식 백과 참조

– 국립특수교육원, 특수교육학용어사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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