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활동가운동장] 아직 끝나지 않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

일터기사

아직 끝나지 않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

유성욱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장)

택배 노동은 장시간 고강도 노동이다. 하루 2~300개 수준의 택배를 차량에 실어야 하고, 당일에 배송을 마치기 위해 계속 뛰어다녀야 한다. 뛰다시피 계단을 오르내리니 무릎 관절이 남아나질 않고, 팔과 허리 등에는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 주 6일, 주 60시간에 육박하는 노동으로 인해 뇌심혈관질환의 위험도 크다. 주문한 택배를 빨리 가져다 달라는 고객들의 요구에 응대하는 감정노동도 해야 한다.
이처럼 택배노동자들이 놓여있는 문제는 정말 많다. 근골격계 질환, 지상 공원화 아파트의 저상 탑차 문제, 너무 낮은 산재 인정률, 연월차가 없어 병원에 가려면 내 돈으로 용차비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 감정노동 등…. 이 글에서는 과로사 문제만 다루고자 한다.

사라지지 않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여전히 어려운 문제들

택배 현장에서의 과로사 문제는 과로사방지 사회적 합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6명이 사망한 2020~21년 당시 택배 노동자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70시간 수준이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루 2시간가량의 분류작업이 빠지면서 주 60시간 안쪽으로 들어왔다.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는 눈에 띄게 줄었으나, 과로사 의심 사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주 60시간에 약간 못 미치는 근무를 했다는 것이 과로사 인정을 받지 못하는 데 크게 작용하고 있다.
과로사 문제의 경우 사망 사실을 확인하는 것부터 난제다. 일단 사망 사실을 알기도 어렵고, 안다 해도 99%에 달하는 확률로 회사가 노동조합보다 이를 먼저 알게 돼 유족을 더 빨리 만나게 된다. 노동조합이 뒤늦게 유족을 만나도 이미 사측과 이야기가 끝난 뒤라 설득이 쉽지 않다. 산재보험에 대한 유족들의 인식이 충분하지 못하고, 인정을 받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며, 산재 인정 가능성 역시 확답할 수 없기에, 유족들은 사측이 제안한 보상안에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수많은 과로사 의심 사건들이 그대로 묻혀버리는 실정이다. 최근 쿠팡(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서 두 명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사망사건 제보는 4건이었다. 2건은 사망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사망 사실이 확인된 2건 역시, 위의 문제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쿠팡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빠르고 절실한 개입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은 최근 쿠팡의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쿠팡의 경우 타 택배사와 달리 2~3회전이 보편화되어 있다. 타 택배사의 경우 오전에 출근해 짐을 다 실은 뒤 배송을 시작해 오후 5~6시경 마무리되는 게 보통이다(1회전). 그러나 쿠팡의 경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전에 오는 물건을 싣고 배송한 뒤, 오후 2~3시경 다시 캠프로 돌아와 오후에 들어온 택배를 싣고 다시 배송지로 가서 배송해야 한다. 배송지와 캠프 왕복 시간이 추가되고, 퇴근 시간이 겹치면서 노동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왔던 곳을 되돌아가 다시 배송하는 데 대한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심지어 쿠팡은 주간의 경우 저녁 8시까지 신선식품 배송을 마감해야 해서,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시간에 쫓기며 고강도 노동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신선식품 배송을 마치고 남은 물량을 배송하면 밤 9시경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식사 및 휴게시간을 일 1시간씩 제외하더라도(택배기사들은 배송을 빨리해야 해서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주당 노동시간이 66시간이나 된다.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경우 보통 저녁 9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을 한다.
새벽배송은 모든 물품을 오전 7시 전까지 배송해야 하며, 밤 9시 반~10시 반, 새벽 1~2시, 새벽 3~4시에 마지막 간선차가 들어오기 때문에 3회전을 해야 한다. 노동시간은 하루 10시간이고, 휴게시간 1시간 제외 시 9시간이다. 그러나 밤 10시~오전 6시까지의 노동시간은 주간업무와 비교했을 때 30% 가산해야 한다. 낮과 비교해 밤에 일하는 게 노동강도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노동시간을 다시 계산해보자. 휴게시간이 없다고 치면 하루 8시간(22~06시)×1.3+2시간(21~22시, 06~07시)=12.4시간, 주 6일 일하기에 주 74.4 시간이다.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해도 하루 11.1시간, 주 66.6시간이다. 주간, 야간 할 것 없이 주당 60시간을 초과하며 일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부분적 개선을 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언제든 집단 과로사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 이에 관한 관심과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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