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 활동가운동장] 울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의 함성이 울려 퍼질 때까지

일터기사

울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의 함성이 울려 퍼질 때까지

양동민(회원,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대량 학살이 빠른 속도로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다. 학살이 발생한 지역은 오랜 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핍박을 받아온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이다.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을 시작한 이래 12월 18일 현재 약 18,787명의 팔레스타인 민중이 가자 지구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에서 싹튼 팔레스타인 연대의 씨앗
학살 시작 후 일주일이 지난 10월 15일, 한국에서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이하 평화연대)와 플랫폼c의 주관으로 긴급포럼이 개최되었다. 이후 서울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이 결성되었고, 10월 26일에는 긴급행동의첫 집회가 열렸다. 울산에서도 활동가들이 지역에서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울산의 여러 조직과 개별활동가들이 함께 11월 6일 평화연대에 강연회를 제안했다.
다수의 주류언론들은 이번 학살의 원인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에게 있는 것처럼 양비론적으로 학살을 다루고 있다. 주류 언론만 봐서는 팔레스타인 강제점령의 역사도, 왜 전 세계에서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시위를 여는지도 알기 어렵다. 제안자들은 이번 강연회가 울산 노동자들이 주류 언론에서 얘기해주지 않는 팔레스타인의 역사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희망했다. 평화연대는 흔쾌히 강연 제안을 수락했고, 그렇게 지난 11월 13일 울산에서 강연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강연회에서 평화연대 활동가들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울산에 위치한 기업인 HD현대건설기계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가 10년 넘게 여러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하는 작업에 계속 사용된 것이다. 이스라엘의 폭력을 더 이상 참지 못한 ‘마사페르 야타’(Masafer Yatta) 마을의 거주민과 활동가들은 지난 2월 3일, 현대건설기계 최철곤 사장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현대건설기계의 장비를 이스라엘에 팔지 말 것을 촉구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어 강연자들은 이스라엘에 맞선 국제적 연대인 BDS 운동을 소개했다. BDS는 ‘보이콧, 투자철회 및 제재’(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를 뜻하는 영단어를 줄인 말이며, BDS 운동은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행위를 멈추기 위해 이스라엘에 관계된 모든 것을 철저히 거부하는 실천 행동을 일컫는다. 현대건설기계에 이스라엘과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 또한 BDS 운동에 속한다.
토론에서 한 참가자는 노동자들에게 BDS 운동에 함께 하자고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팔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며, 과연 노동자가 해야 할 운동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이유였다. 이에 다른 참가자는 오히려 그러기에 현대건설기계 노동자가 스스로 나서서 BDS 운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오늘 강연회를 계기로 울산에서도 구체적인 실천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더욱 많은 노동자들에게 팔레스타인 민중의 외침을 전달하기 위해
강연회 이후로도 서울 긴급행동 집회에 맞춰 울산에서 두 차례 팔레스타인 연대집회를 진행했다. 11월 26일에는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집회 대오와 함께 집회를 개최했고, 12월 10일 2차 집회에는 약 수십여 명이 참여해 울산 시내에서 집회를 열었다. 12월 24일에도 3차 울산 긴급행동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 강연회 때 한 참가자가 우려와 고민을 표시했던 것처럼 노동자들이 이스라엘에 맞선 실천의 주체로 나서는 일은 당장은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평화연대의 한 활동가는 현대건설기계 앞에서 연 선전전에서 “‘마사페르 야타’에서 온 절박한 외침이 단지 먼 곳의 이질적인 이야기로만 들릴까 두렵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기도 했다.
그러나 평화연대 활동가들이 마사페르 야타 마을을 직접 방문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강연회의 형식을 통해 울산에 전달해주었던 것처럼, 울산의 꾸준한 연대와 실천이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절박한 외침이 닿도록 만든다고 믿는다. 단 한 명의 노동자라도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 살인무기로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는 생산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면, 그 운동은 분명 위대한 첫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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