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무엇을 위한 기업건강증진활동 평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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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무엇을 위한 기업건강증진활동 평가인가

– 안전보건공단 기업건강증진지수를 보며

안전보건공단은 5월 초 사업장의 건강증진 활동수준과 취약분야를 쉽게 알 수 있는 ‘기업 건강증진지수’를 개발·보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참고: http://www.kosha.or.kr/content.do?menuId=11426)

공단에 따르면, 기업 건강증진지수는 사업장 스스로 건강수준을 파악하고, 취약부분을 보완해 효율적인 건강증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발됐다. 근로특성, 건강실태, 건강증진 활동현황 등 3가지 분야에서 총 20개 평가항목을 입력하면 해당 사업장의 종합적인 건강수준이 100점 만점 기준으로 매겨진다. 그러나 제출된 ‘기업건강증진지수’ 평가 기준을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 협소한 ‘건강증진’ 개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평가가 건강증진 개념을 협소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증진(Health Promotion)을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며, 최근에는 개인행동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회적, 환경적 중재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안전보건공단의 기업증진지수는 뇌심혈관질환, 근골격계질환, 감정노동 중심의 직무스트레스, 생활습관 문제만을 건강증진의 과제로 다루고 있다. 다양한 직무유해요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작업환경 개선과 건강증진 활동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여전히 OECD 최고의 산재사망률을 보이고, 한 해에 2천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한국사회에서 지금의 기업건강지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 건강증진은 자기 건강에 대한 권리를 키우는 과정

또한 세계보건기구가 제안하는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통제력’에 대한 평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올해 초 발생한 파견 노동자 메탄올 중독 사태에서 보듯, 불안정한 고용과 이로 인한 건강에 대한 알권리와 관련 결정에 참여할 권리, 위험할 때 중지할 권리의 침해는 직접적으로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에 대한 평가가 없는 ‘건강 증진’ 개념은, 여전히 노동자를 건강 정책의 대상으로, 행동을 변화, 계도시킬 대상으로 제한하며, 자연스럽게 개별 노동자의 신체적 건강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 부적절한 평가 항목들

게다가 현재 구성돼 있는 구체적인 평가 항목들도 부적절하다. 뇌심혈관질환에 대한 잠재위험도 평가 항목인 장시간 노동은 주당노동시간이 무려 60시간 이상인 노동자 비율이 기준이다. 주당노동시간이 60시간 이상인 노동자가 50%가 넘는 ‘불법적’인 사업장 노동자만이 이 최고 점수의 위험도를 갖는다.

직무스트레스는 한국형직무스트레스평가도구의 항목들조차 다 반영하지 않고, 고객응대/ 장시간 노동/ 교대근무만 반영하고 있다. 업무요구도나 재량권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척도는 물론 고용불안, 직장문화 등 한국사회에서 특징적인 스트레스요인도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근골질환자, 뇌심질환자를 평가하는 기준도 ‘업무상질병’ 승인을 받은 경우로 공상 비율이 높고, 산재 승인율이 낮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며, 그 범위가 산재 인정자로 제한되므로 건강 증진과 예방이라는 취지에도 미치지 못한다.

▲ 건강증진의 주체는 빠져 있는 평가도구

우리는 안전보건공단의 이런 헛발질이 현장의 노동자, 실제 건강증진의 주체가 될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도구를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평가지표를 가지고 산재 다발 사업장, 직무스트레스가 높다고 알려진 사업장, 비정규직이 많은 사업장에서 평가를 해보라. 그리고 그 점수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이 수긍하는지 확인해보라. 노동자들이 평가를 인정할 수 없다면 왜 그런지, 어떻게 그 필요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 무엇보다, 그 이전에, 기업들이 정말로 실효있는 노동자 건강증진에 나서게 하려면 안전공단과 노동부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조용히 자문해보라. 그러면, 현재의 평가지표가 무엇을 위한 기업건강증진활동 평가인지 스스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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