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단체 성명] 노동부는 유성기업 임시건강진단을 책임있게 실시하라

활동소식




노동부는 유성기업 임시건강진단을 책임있게 실시하라



우리는 노동안전보건단체로서, 회사의 가학적 노무관리로 여러 명의 노동자들이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고, 급기야 한광호 열사가 자살을 하기에 이른 유성기업 사태를 뼈아프게 바라보며, 유성지회 조합원들을 포함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괴로움과 고통에 깊이 공감한다.

한광호 열사가 사망하기 이전부터, 노동조합과 여러 단체에서 조합원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대책의 시급함을 주장해왔다. 한광호 열사 사망 직후부터는, 임시건강진단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주장해왔다. 임시건강진단은 직업병이 여러 명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질병의 발생 원인을 찾고 예방하기 위해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이 명령하는 건강진단이다. 유성기업에서는 계속 발생하는 직업성 정신질환의 실태와 원인을 밝혀 즉각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포함한 대책을 마련하고, 더 이상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처음에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은 임시건강진단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안일하고, 무책임하며 법리에도 맞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의 적극적인 문제제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의 의견서 제출 등을 통해, 5월 25~26일에 드디어 임시건강진단의 필요성을 인식하며 검진명령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내놓았다.

그러나 동시에 천안지청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진을 위해 공동관리위원회를 구성하며 그를 위해 유성기업 회사 측, 공단, 유성지회, 제3 노조에서 추천하는 전문가 1인씩 4인으로 공동관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런 고용노동부의 입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첫째, 절충식 공동관리위원회는 임시건강진단을 지연시키고 제대로 된 조치를 방해할 것이다.

임시건강진단이 필요하다 생각하여 명령을 내렸다면, ‘공동관리위원회’ 자체가 목적이 불분명하고 옥상옥 형태의 불필요한 구조다. 한광호 열사의 죽음은 물론이고 금속노조 유성지회의 다수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효성있는 대책을 수립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후 대책 집행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 노동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심지어 임시건강진단을 거부하고 조롱하는 회사를 한 주체로 두는 공동관리위원회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건 해결이 지연되고 임시건강진단 취지가 훼손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다. 천안지청이 제출한 공동관리위원회 구조는 그 안에서 의견 대립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조치나 해결책이 없어, 이미 늦을 만큼 늦은 임시건강진단 빠르고, 충분하고, 독립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부가 실제 문제를 밝히고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시늉을 하고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발뺌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둘째, 임시건강진단은 사업주에 대한 명령이다.

임시건강진단은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긴박한 필요에 의해, 사업주를 강제하는 제도이며, 노동자가 보호받고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이 명령하고 사업주가 시행한다는 것은, 조사의 비용을 대고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사업주의 책임을 명시한 것이지, 조사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개입하라는 뜻이 아니다.

특히 유성기업은 노사갈등, 회사의 노무관리정책, 복수노조 사이의 갈등과 폭력이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규명,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임시건강진단 명령은 받은 회사의 역할은, 임시건강진단 주체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제안되는 대책을 적극 이행하는 것이지, 임시건강진단 자체에 개입하거나 자기 입맛에 맞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학적 노무관리의 책임당사자인 회사는 임시건강진단 전 과정에서 배제해야 마땅하다.


셋째, 회사 주도의 임시건강진단은 노동자의 참여를 가로막을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유성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책임당사자는 ‘회사’다. 이런 경우 임시건강진단을 회사가 결정한 기관이 실시한다면, 노동자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의 직접적인 책임이 회사가 아닌 경우에조차, 정신건강과 관련된 정보는 매우 민감하여 기관 선정, 진단, 결과 해석과 발표 등 일련의 과정에서 철저한 비밀 보장과 회사로부터의 독립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회사가 책임당사자인 지금과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노동자들의 폭넓은 참여를 통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도 임시건강진단 전 과정에서 회사는 배제되어야 한다.


이미 노동부의 지지부진한 대응 속에 임시건강진단의 취지와 의미가 상당히 훼손되어 노동자들의 고통은 방치되고 있다. 노동부는 스스로 법과 제도의 신뢰를 좀먹는 태도를 버리고, 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노동부는 임시건강진단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노동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기관이 임시건강진단을 조속히 실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

2. 노동부는 기관선정 이후에도 임시건강진단이 온전히 그 취지에 맞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의 책임을 다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으로 노동자의 고통을 해결하고, 회사의 책임을 분명히 하라.



2016년 5월 30일

건강한 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사회진보연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일과 건강/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1활동소식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