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게임 속 노동과 노동의 시뮬레이션 / 2019.04

일터기사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게임 속 노동과 노동의 시뮬레이션

 

 

 

 

김상민 / 문화사회연구소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쯤 아이패드라는 물건이 세상에 나왔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컴퓨터 보다 납작한 이 태블릿으로 이런저런 것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되었다. 유튜브를 찾아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용도였다. 친구들이 하던 게임이나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게임을 설치해 플레이하곤 했는데, 유난히 좋아했던 게임들이 있다. 다름 아닌 미용실 게임과 햄버거 가게 게임이었다.

 

 

노동과정부터 자본주의 윤리의식까지 가르치는 게임의 공식 

미용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애견 미용사가 되어서 줄 서 있는 손님을 자리로 안내하고 머리를 손질한 다음 샴푸를 하고 드라이어로 말려 주고서 돈을 받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빨리하지 않거나 순서가 꼬이면 손님들이 화를 내고 가버리거나 돈을 지불하지 않기도 했다. 햄버거 가게도 비슷하다.

아이 입장에서는 난이도 높은 게임이나 멀티 플레이어 게임은 즐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나마 단순한 루틴으로 이루어지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적절한 타이밍에 클릭이나 터치를 해주기만 하면 되니 나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주어진 단순 업무를 완료하면 금색 동전이나 초록색 지폐가 짤랑 혹은 촤르륵 소리를 내면서 자기의 아바타에게 날아가는 장면을 보는 것은 무척 보람된 일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놀이와 그에 대한 보상은 많은 게임들이 채택한 기본적 방식이다. 플레이어가 받는 보상이 실제 돈은 아니지만, 게임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주어진 임무(머리 깎기, 햄버거 만들기 등)를 한정된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수행할 때에만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가르친다. 아이는 게임을 플레이할 뿐이지만 언젠가 자신이 살아갈 현실의 노동 조건 하에서 어떻게 고객에 응대하고 주어진 노동의 프로세스에 맞춰나가야 하는지 학습하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정해진 순서나 시간에 맞추지 못하거나 한눈을 팔아 손님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경우에는 여지없이 자기 노동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매우 자본주의적인 윤리의식도 어느새 심어준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게임이지만 진지하게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어느새 게임들은 점점 세련되고 복잡한 방식으로 디자인된다. 화려한 그래픽과 실감 나는 장면, 캐릭터의 묘사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 내에서 노동하도록 혹은 ‘노동을 플레이’하면서 게임을 즐기도록 한다. 일종의 시뮬레이션 게임들에서 특히 그런 특성들이 보인다. 예컨대 농사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트럭운전 시뮬레이션 게임은 플레이하는 일-노동이 얼마나 신나고 흥미롭고 매력적인지를 보여준다.

농사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광활한 미국, 유럽의 농장에서 가축을 기르거나 각종 트랙터와 콤바인 등 성능 좋은 첨단 농기계와 시설을 선택해가면서 파종에서부터 수확과 저장에 이르기까지 실제 농사를 짓는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현재 실제로 시판되고 있는 고가의 농기계 브랜드가 그대로 등장하고 농장주와 계약을 맺어 특정 농작물을 수확하는 등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이들도 실감나게 농사를 지어볼 수 있다.

트럭운전 시뮬레이션 게임 또한 플레이어가 운전기사가 되어 유럽의 경계를 넘나들며 여러 나라의 풍경과 날씨, 도로 등을 경험하면서 화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판매되고 있는 유명 자동차 제조사의 트럭 모델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게임 속에서 대출도 받아야 하고 운전 도중 사고가 발생하거나 교통법규 위반을 할 경우 수리비가 들거나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트럭에서 라디오를 듣거나 내비게이션 장치를 켤 수도 있고 심지어 장시간 운전 시에는 졸음운전을 할 위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게임은 정말 ‘게임’일 뿐일까

이처럼 현실에서의 노동 환경과 조건은 시뮬레이션 게임 속으로 들어오면서도 여전히 유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플레이어들은 노동에 대한 시뮬레이션으로, 즉 노동을 재미로 플레이하면서 경험의 재미를 얻는다. 게임이 재현하는 상황이나 시각적 경험은 현실에서와 무척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게임을 통해서 플레이하는 노동은 언제나 노동이 아니라 플레이, 즉 놀이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 속에서의 노동이 무의미하거나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노동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플레이어는 여전히 노동을 경험하는 셈인데, 때로는 그 노동의 시간과 강도가 단순히 감내해야 할 것, 게임처럼 즐겁고 즐길만한 것으로 낭만화하게 된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니 즐기기만 하라는 것도 일견 맞는 말이지만, 게임 속에서 이루어지는 플레이어의 노동과 그 노동에 투여되는 시간, 그리고 플레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실제로 매우 물질적인 것으로 그것이 현실과 맺는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말하자면, 게임의 플레이 혹은 게임을 통한 노동은 그 자체로 플레이어의 재미만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지는 않는다.

모든 노동의 절차가 자동화되고 가상화되는 게임 자체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플레이어는 스스로 경영자가 되는 자본주의적 인간, 호모에코노미쿠스, 나아가 노동을 놀이하거나 놀이로 노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지금 여기에서의 노동 현실과 조건을 그저 하나의 시뮬레이션의 대상으로 경험한다.

또한 게임은 플레이어의 노동 시뮬레이션이면서 동시에 플레이어의 게임 데이터 수집과 이를 통한 미래 경제의 시뮬레이션이 될 수도 있다. 트럭운전 시뮬레이션 게임 플레이어들의 데이터가 머지않아 무인(자동운전) 트럭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나 플랫폼을 제작하기 위한 기본 데이터로 쓰일지 누가 알겠는가. 게임 속 노동이 현실노동의 시뮬레이션이 되고 또 그것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자동화의 시뮬레이션이 되는 그런 시대가 금방 도달할 것만 같다. 그때 인간의 노동은 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35일터기사

특집3. 견디는 사람의 얼굴을 보라-산재 유가족들의 활동에 함께 하자 / 2019.04

일터기사

[특집 산재 유가족 ,슬픔을 안고 연대로 나아가다③]

 

 

 

 

견디는 사람의 얼굴을 보라

-산재 유가족들의 활동에 함께 하자 

 

 

 

 

최민 / 상임활동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은 인간은 이성으로 사유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먼저 고통 받는 존재이며, 그것이 인간을 인간이 되게 하는 더 중요한 측면이라는 점에서 호모 파티엔스(고통 받는 인간)라는 말을 제안했다고 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빅터 프랭클의 논의를 이어, 인간이 단순히 고통을 받는 위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감당해내고 견뎌내며, 그 점이 인간을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질문한다.¹ 고통을 받으면서 인생의 비참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고통을 견디면서 인간임을 증명해내는 사람들이 견디는 사람이다. 견디는 사람이 보여주는 것은 인생의 비참, 삶의 비극, 개인이 어찌하기 어려운 구조의 폭력이지만, 동시에 비극을 넘어선 삶 그 자체의 숭고함, 폭력 너머 새로운 구조에의 꿈이기도 하다.

 

아픔을 함께 견디는 산재 유가족들

최근 모여서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산재 유가족을 보면서 ‘견디는 사람’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둥그렇게 둘러서서 어깨를 옹송그리고 남극의 겨울을 버티는 펭귄들을 떠올리게 한다. 유가족은 무엇보다 함께 모여 아픔을 ‘견디는’ 중이다.
 
“세월호 예은 아빠 유경근씨가 민호 1주기 때 왔어요. ‘많이 아프지? 많이 아플 거야.’ 이 말 한마디 해주는데, 그게 저한테는 너무 큰 위로가 됐어요.” – 2017.11.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민호 님의 아버지 이상영씨 

“씩씩한 얼굴로 외출을 해도 당신이 지금 어떤지 안다라고 누군가가 위로를 해줘도 ‘대체 뭘 알아?’라고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와서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담당 변호사 외의 사람에게도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너무 기뻤습니다.” – 일본 과로사 유가족 모임 ㅇㅋㅁㅌ
 
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모여 견디는 것은 단순히 가족을 잃은 ‘슬픔’만은 아니다. 일하다 발생한 노동자의 죽음은 개인 탓이 아닌 구조의 문제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받지 못하고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은 개인 부주의 탓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상 노동시간 관련 조항이 모두 적용 제외되어, 일주일에 80시간 근무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서, 장시간 일하다 숨진 60대 학교 경비 노동자의 죽음은 개인 탓이 아니다. 일터에서 폭력과 폭언을 당하고,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의 죽음은 개인의 탓이 아니다. 

 

울분을 함께 견디는 산재 유가족들 

하지만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죽음은 쉽게 ‘동정’의 대상이 되거나, ‘불운’의 상징이 되고, 결국 개인의 문제로 돌아간다. 심지어 남겨진 가족들은 ‘왜 그런 험한 일을 시켜서’,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지 몰랐냐?’, ‘평소에 건강 좀 잘 챙겨주지 그랬냐’와 같은 비난에 부닥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산재 유가족들은 거대한 울분에 휩싸이게 된다. 일하다가 생긴 사고인데 왜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가? 일하다 죽은 것도 억울한데 왜 우리가 숨을 죽이고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가?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일하다 죽어갔다는데, 왜 세상은 아무 일 없는 듯 돌아가는가?

최근 정신보건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울분’은 분노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한다. 울분은 ‘이런 처사는 부당하다’는 생각이 지속되면서 감정적 고통이 격화된 상태라 공정성이나 정의에 대한 감각과 뗄 수 없다고 한다. ‘세상은 공정해야 한다’는 기대와 ‘실제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는 경험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² 산재유가족의 고통은 여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제 아들은 현장실습으로 나간 업체에서 일하다 자살했습니다. 전공과도 맞지 않는 실습처였고, 학교에서 체결했다는 표준계약서에는 엉뚱한 사람의 사인이 들어 있을 정도로 엉망인 채 나간 실습이었는데 학교에서는 끝내 사과 한마디가 없었어요.” –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가족모임 김용만 씨 

“(산재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유가족들에게 있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회사가 자료를 다 가지고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뿐이에요. 자료를 요청할 때 우울증이 있었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이지 회사랑은 관계없다고 얘기하기까지 했어요.”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장향미씨

 

현실을 바꾸려 손을 잡는 산재 유가족들 

이렇게 고통을 함께 견디고, 울분을 함께 견디던 유가족들은 끝내 울화통 터지는 현실을 함께 바꿔보기로 결심하기도 한다. 유가족들이 피해자로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가는 주체로 나서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 낯설지 않다. 가까이에는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물으며 싸워 온 세월호 유가족이 있다. 독재 정권 시절 사망한 열사들의 가족들이 결성해 민주화운동에 함께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도 있다.

일본에서는 좀 더 특수한 산재 유가족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 모임이 있다. 공식 명칭은 ‘전국과로사를생각하는가족회’이다. 약 300여 명의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이 가입된 이 모임은 1991년 결성되어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과로사·과로자살을 낳은 구조적 원인에 대해 학습하고, 과로사·과로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끊임없이 환기해, 결국 2014년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과로사 방지법)의 제정을 이끌어냈다.

한국에서도 2018년 반올림이 10년 넘는 싸움 끝에 삼성과의 합의에 도달하고, 김용균씨의 어머니가 나서 산업안전보건법을 고치는 모습을 보면서 산재 유가족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조금씩 모임을 이어 가던 ‘한국 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직업계고현장실습희생자가족모임’, ‘재난· 참사가족모임’, ‘산재피해자및가족모임’ 등 다양한 형태의 모임들이 활동의 싹을 틔우고 있다.

한 해에 2천여 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현실에 비추어 이런 모임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산재 사망자의 1차 가족만 해도 한 해에 8천~1만 명이 발생하고 있다. 홀로, 각개로 견디고 견디던 그들이 이제 함께 세상을 바꾸자고 손을 잡은 것이다.

“제 남편의 자살은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유족모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비록 승소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남편과 같은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고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다른 유족들을 보니 ‘그래! 이들과 함께라면 끝까지 싸워보자!’란 생각이 들었고, 이젠 남편 산재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닌 일본사회에 과로사와 과로자살문제를 없애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일본 과로자살 유가족. ㅅㅇㄹㅋ

견디는 사람의 얼굴을 보라. 거기에는 인생의 비참, 삶의 비극, 구조의 폭력이 있지만, 동시에 비참함을 견디는 인간의 숭고함이 있고, 비극에도 다시 이어지는 인생의 이야기가 있고, 다른 구조, 다른 삶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의 얼굴이 있다.

한국에서 이제 본격화되는 산재 유가족들의 활동에 함께 하자.

 

 

각주1) 신형철, ‘호모 파티엔스’에게 바치는 경의, 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해설 259면.
각주2) 박권일, 한국인의 대표감정, 한겨레신문 칼럼, 2019.3.8
*일본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 구술은 모두 <<과로자살 사례 연구>>보고서에 실린 「과로자살 이후 남겨진 유가족들의 이야기」(강민정, 2018)에서 인용.

 

 

 

 

 

35일터기사

특집2. “형의 이름을 밝히는 것, 그것이 나의 바람입니다” / 2019.04

일터기사

[특집 산재 유가족 ,슬픔을 안고 연대로 나아가다]

 

 

 

 

“형의 이름을 밝히는 것, 그것이 나의 바람입니다”

 

 

 

나래 / 상임활동가

 

 

 

 

사랑했던 이의 이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건 어떤 무게일까.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다. 2017년 4월 비상식적인 장시간 노동과 비정규직 스태프 해고 문제로 괴로워한 형의 이름이 새겨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 이한솔씨를 지난 3월 30일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tvN의 <혼술남녀> 조연출을 맡았던 고 이한빛 PD의 죽음은 감춰져 있던 방송업계의 장시간 노동, 비정규직 문제 등을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관심과 응원,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 속에서 CJ E&M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던 유족들은 마침내 회사의 공식 사과를 받았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CJ E&M의 출연기금, 유족 기부금, 시민들의 성금이 모여 ‘방송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한 줄기의 빛’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2018년 1월 24일 설립됐다. 이후 여러 사건이 있었고 1년이 지났다. 그에게 현재 센터의 주요 사업과 활동에 관해 물었다.

“혼술남녀 사건 이후로 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센터)까지 이어온 운동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방송업계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는데, 그걸 해결하기 위한 주된 사업이 바로 ‘Drama Safe 캠페인’입니다.

제작 가이드 라인은 캠페인 차원에서 나온 거고 노동법 강연, 쉼터 공간 마련 활동을 병행해서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현장에서 노동시간이 살인적이란 건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안 지켜지는 것도 있고, 아예 사각지대 영역도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상식적 노동환경으로 바뀔 수 있도록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까지 드라마 제작 개선활동 TF를 구성해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활동이 한 축으로 있었죠. 또 다른 하나는 제보센터를 운영해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노조와 대응하는 건데요. 심각한 현장은 건별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센터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근처에 있는데, 역주변엔 방송국이 참 많다. CJ E&M은 물론이고 MBC 본사, SBS 프리즘타워, KBS 미디어센터, YTN 본사 뉴스퀘어, JTBC 본사뿐만 아니라 IT 기업도 상당수다. 방송업계 노동자들이 하루의 상당 부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당연히 센터는 현장의 목소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홈페이지 익명 게시판, 온라인 채팅 등으로 제보가 들어온다. 다들 흩어져서 일하기도 하고 아직 자신을 드러내고 문제를 밝히기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지금도 방송업계는 장시간 노동이 심각하다. 다른 문제도 상당하지만, 하루 21시간씩 일하는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다른 유형의 제보가 들어오기엔 갈 길이 멀다.

“작년만 하더라도 33건의 제보가 들어왔어요. 다 다른 드라마였어요. 제보가 안 들어오는 드라마도 있을 거에요. 웹드라마를 제외한 수치죠. 웹드라마도 다른 차원으로 심각한데요. 주로 들어오는 건 KMS(KBS, MBC, SBS), CJ E&M, JTBC 쪽으로 들어옵니다. 종편 합쳐 1년에 드라마가 백 건 정도 제작돼요. 그렇기 때문에 현장을 전수 조사하면 2건 중 1건은 노동시간 위반으로 걸린다고 예상해요.”

고 이한빛 PD의 죽음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인의 죽음을 ‘평소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나약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던 CJ E&M측도 유가족과 연대 단위의 대응과 지지로 결국 자사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관행적인 제작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죽음은 명백히 개인의 죽음이 아닌 사회적·구조적 문제로 인한 것임을 주장했고 회사도 이를 결국 인정했다. 절대 쉽지 않은 싸움이었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그였다.

“응원을 많이 받아요. 그럴 때 제일 보람찹니다. 문제가 해결되고 그럴 때마다 건건이 기쁘죠. 형의 이름을 걸고 하는 활동이니깐요. 최대한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응원을 들을 때 기뻐요.”

유가족은 관련자를 처벌하기보다 방송사에서 책임을 지고, 형의 죽음 이후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이라 생각하고 노력해왔다. 그에게 센터 설립을 결정하기까지 유가족으로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질감과 온도가 좀 다른데요. 형은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고, 그와 더불어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어요. CJ E&M 측이 정말 밉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회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드라마 산업 전체와 묶여있는 것이기 때문에 형의 이름을 잘 간직하고, 기억하고 추모하는 차원에서 형이 바라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초기 협상 국면에서 처벌 같은 건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대신 CJ E&M이 선도적으로 드라마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역할을 하라고 요구했고요. 부담감은 있었지만 해야 할 일은 명확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진 않았어요. 위로금을 받아봐야 마음이 쓰여서 쓸 수도 없었을 거고요. 센터에 사용하도록 하는 게 맞았던 거죠.”
 
며칠 걸러 노동자의 자살 소식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이들의 눈총은 따가울 때가 많다. 그렇게 힘들면 그만둬야 했지 않느냐는 시선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다. 유가족으로서 이런 사람들의 시선과 인식이 어떻게 다가올까.

“사회적 타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은 안타깝죠. 사회적 타살, 노동에 대한 관점이 아직 시대가 요구하는 감수성을 못 따라오는 것 같기도 해요. 과거 산업화시대 유산이 지금의 수많은, 특히 젊은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그냥 시키는 대로 일하라는 게 익숙했던 사회가 이제는 새로운 감수성을 받아들여야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요새 위로와 지지가 많아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특히 젊은 층의 사람들은 어떤 문제인지 잘 알기 때문에요.”

작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을 계기로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 됐고, 한편에선 산재, 재난 유가족들이 모여 직접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최근엔 노동자 죽게 한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자리에 함께하기도 했다. 이처럼 단순히 피해자의 자리가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고, 변화를 직접 만들어가기 시작한 유가족들의 모임 구성과 활동에 대해 물었다.

“유가족들의 경우 비슷한 입장일 것 같아요. 삶의 선택지가 다양하겠지만 사실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유가족은 삶 자체가 온전하게 살아가지 못해요. 아마 유가족 모임을 만드신 분들도 당연하단 생각을 갖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가 떳떳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말이에요. 저도 그랬고요. 사회가 유가족을 존중해주고 함께 모여 활동해나가길 바랍니다.

그 활동의 의미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더불어 방송업계에 맞게 노동자에게 필요한 권리를 요구하려면, 모여서 문제를 토로하고 그것들을 이슈화시킬 수 있는 응집력과 조직들이 더 필요해요. 제작사는 거대 제작사까지 더해서 더 뭉치고 강해지죠.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 다 흩어져 있어요. 조금은 어려워도 일터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모여서 함께 해결해나가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30일터기사

[언론보도] [기고] 유해물질과 노동자 건강 (19.04.05, 참여연대)

기고

유해물질과 노동자 건강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2019.04.05 (11:03:00) 

 



유해물질에 관한 지식과 기술이 만들어지더라도 현실의 법과 제도에 적용되게 만드는 힘, 그리고 그것들이 실행되도록 하는 힘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 힘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노동자와 그 이웃들에서 나온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주장하며, 권리의 실현을 가로막는 힘을 밀어낼 만큼 조직된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모든 힘들의 시작은 앎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내 일터에서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고, 그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를 알고, 그렇지 않다면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621230

 

 

※ 기사 시리즈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621217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nt_srl=1621247

 

 

29기고

[언론보도] 사고 목격 절반이 트라우마 (190415, 한겨레21)

기고

사고 목격 절반이 트라우마
해마다 최소 30만 명이 잠재적·심리적 충격에 노출
등록 : 2019-04-15 11:03 수정 : 2019-04-15 11:31



2017년 5월1일, 노동절(근로자의 날)에도 공기를 맞추기 위해 현장에 나온 노동자들 중 6명이 죽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 때, 조선소에는 1만5천 명이 일하고 있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따르면, 사고가 난 모듈에서 그날 근무한 인원은 1600여 명으로, 이들 중 적잖은 수가 사고 때와 사고 후 현장을 목격했다. 목격자 중에는 분노, 불안, 무서움, 무기력함 같은 트라우마에 시달린 사람들이 있다. 이 중 10여 명(부상자 포함)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뒤 얻는 정신적 장애를 말한다.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46913.html

24기고

[안내] 노동자 참여제도 현장실태 증언대회 및 토론회

활동소식



노동자 참여제도 

현장실태 증언대회 및 토론회

 

[현장증언] 1. 학교 현장 노동안전보건 실태와 산안법 일부 적용제외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유정

 

2. 건설현장 하청노동자의 노동안전 현실과 참여확대 필요성

: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함경식

 

3. 위험성 평가, 노동자 참여가 중요한 이유

: 금속노조 다스아산지회 이준우

 

4. 현장 안전보건 활동의 걸림돌,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도)

: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한창운

 

5. 소수노조, 복수노조의 노동안전보건 참여 문제

: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오동영

 

[발제] 노동자 참여 확대, 왜 필요하고 개선할 점은 무엇인가?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 최명선

 

일시: 2019년 4월 19일 (금) 오전10시

장소: 국회도서관 소회의실

주최: 민주노총, 국회의원실 송옥주, 신창현, 이정미 

27활동소식

특집1. 산재 유가족, 그들의 못다한 이야기 / 2019.04

일터기사

[특집 산재 유가족 ,슬픔을 안고 연대로 나아가다①]

 

 

 

 

산재 유가족, 그들의 못다 한 이야기 

 

 

 

 

정리 선전위원회

 

 

 

 

하루 5~6명의 노동자가 죽는 나라. 감춰지거나 혹은 밝힐 수 없는 노동자들의 죽음은 훨씬 많을 거라 짐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신년사에서 안전, 특히 산업재해 예방에 정부가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미 2022년까지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하며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등 3대 분야를 국민생명 의제로 설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일 노동자의 사망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한 시인은 얘기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한 사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그만큼 사회안전망은 허술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은 침해당하기 일쑤다.

 

일하다 세상을 떠난 노동자의 이야기는 주목받지 못한다. 더군다나 유가족들의 존재는 더욱 흐려진다. 그러나 여기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높여 사회를 바꾸기 위한 행동을 시작한 유가족들이 있다. 지난 3월 17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3명의 유가족과 함께 가슴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부터 최근 유가족 모임을 만들기까지의 경과를 이야기 나눴다.

– 대담 참여 유가족 : 장향미 님(ST유니타스 고 장민순 씨 유가족), 김미숙 님(태안화력 고 김용균 씨 유가족), 김용만 님(군포 토다이 현장실습생 고 김동균 씨 유가족)

  • 진행: 이나래 (상임활동가)
  • 기록: 박기형 (상임활동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용만 “제 아들 동균이가 한국 토다이 분당점에서 일하다가 뛰쳐나가서 다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저 혼자 3~4개월 정도 힘들게 싸웠죠. 시민단체도 만나고, 전교조나 민주노총과 힘을 합쳐서 매주 수요일마다 광장에 모여서 집회를 6개월 정도 했어요. 1인 시위도 회사 앞에서 했죠. 1년 10개월가량 진행했습니다. 제대로 진상 규명 되지 못했어요. 사과 한마디 받아본 적도 없어요. 사측과는 협의가 돼서 끝났지만, 과제가 남았죠. 현장실습생 홍수현 양, 이민호 군 등이요. 그때 싸웠을 때 좀 더 강력하게 밀고 나갈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제 아들은 인터넷 쇼핑몰을 전공했어요. 자격증과 특허 5개씩 땄죠. 학교는 실적 때문에 전공이 다른 곳으로 내보냈어요. 회사는 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겠죠. 실습 전에 학교 선생님과 상담했는데 대기업이라 대우가 좋을 것이라고 했데요. 또 선생님은 교장·교감의 압박을 받기도 했겠죠.”

 

김미숙 “용균이도 학교에서 견학 가면 전공이나 원하는 것과 맞지도 않고 현장 상태가 안전하지 않다고 했는데, 피해서 간 게 태안화력발전소였어요. 교수들은 취업률을 목표로 여기저기 알선해줬죠. 사실 전 안전하지 않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에 나보다는 낫겠지 하고 보냈어요. 취업하는 것 때문에 걱정도 되고, 그런 상태에서 애가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상태가 됐죠. 동료들도 위험 취업하더라도 취업 하기 힘드니깐 여기서 버티다 경력 쌓아 이직해야지 생각했을 텐데 결국 다치게 되죠. 30대가 없고 아주 많거나 어리거나, 비슷한 또래들 많았다고 했어요. 자기가 위험한지 모르고 일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죠. 그냥 여기는 당연히 그렇게 일하는 곳인가 보다 생각했던 거예요.”

 

장향미 “동생은 웹디자이너였어요, 공단기, 영단기 등 상품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회사였어요. 회사에 다닌 지 2년 8개월 정도였고, 웹디자인 경력은 10년 정도 됐죠. 이 업종이 야근을 많이 해요. 그렇기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만을 얘기할 수 없는 분위기죠.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새벽 3~4시까지 일을 했어요. 5일 중 3일은 야근이었죠. 포괄임금제여서 일한 만큼 제대로 돈도 못 받았어요. 일하면서 건강 상태가 나빠졌어요. 불면증, 스트레스로 밥을 못 먹어서 살이 많이 빠졌죠. 동생이 죽은 게 작년 1월이었는데 2017년도 여름부터 휴직하고 싶다고 신청했더라고요. 그런데 두 번인가 반려가 됐고, 마지막으로 동생이 퇴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해서 그때서야 한 달 휴직을 받았어요. 일로 괴롭힘을 당한 거죠. 일을 안 해야 하는데, ‘못 해’라는 말이 안 나왔고 동생 입장에서는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는 시야가 좁아져요.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 거죠.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가 안 되는 거예요.”

 

 

산재 유가족에게 사건 발생 이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걸로 예상돼요. 실제 가족의 죽음 이후 가장 어려우셨던 점이 무엇이었나요?

 

장향미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요.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유가족들에게 있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책임은 회사에 있는데 회사가 아니라 유가족이 입증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회사가 자료를 다 가지고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뿐이에요. 자료를 요청할 때 우울증이 있었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이지 회사랑은 관계없다고 얘기하기까지 했어요.”

 

김용만 “저희도 그랬습니다. 경찰이 우울증이 있는지 의료기록을 확인해오라고 했어요.”

 

김미숙 “여기 회사도 용균이 잘못으로 죽었다고 말했어요. 가지 말라는 곳 갔고 하지 말라는 것 해서 죽은 거라고요. 그런데 회사 동료들은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무조건 고치러 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얘길 듣고 회사 사람들이 용균이 잘못으로 돌리려고 하나보다 판단했죠. 사회 시스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직접 일하는 장소도 가봤죠. 현장 상태가 너무 열악했어요. 탈의실부터 모든 경로 다 가봤죠. 회사는 부검 관련해서도 술이나 약물 등 주장을 했어요. 회사가 개인의 문제로 돌리려고 했던 거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기 계신 분들의 경우 대책위원회도 꾸려지고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힘을 모았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었나요?

김미숙 “힘 있게 갈 수 있었던 점이요. 저 혼자만이 아니라 100개 넘는 단체가 함께 했어요. 사회 전체의 문제, 비정규직과 안전 문제에 대해 발언할 때마다 도와달라고 호소했죠. 사실 한 집 건너 한집이 비정규직이잖아요. 연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힘 있게 할 수 있었어요.”

 

김용만 “혼자서 시작했어요. 여기저기 찾아다녔죠. 가정이나 개인의 잘못이라고 하는데, 증거를 찾아서 입증해야겠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회사에서 동료들 입단속을 시켰더라고요. 6~7월까지 증거 수집하러 혼자 다녔어요. 언론에 알리려고 했는데 자살 사건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기피하더라고요. 조그맣게 대책위가 생기면서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내가 죽더라도 이거는 해야겠다는 심정이었습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서 한 사람의 목숨이 아니라 가정과 다른 사람들의 삶이 파괴됐어요.”

 

 

그렇다면 산재 유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정부와 사회의 지원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장향미 “산재 신청의 문턱이 높아요. 입증자료 모으는 것부터가 힘들죠. 회사가 순순히 내주지 않거든요. 저희도 법원에 증거보존신청, 판결까지 받아서 받아냈어요. 그런데도 회사가 불성실하게 자료를 줬죠. 법적 강제력이 없어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거죠. 어떻게든 은폐시키려고 해요. 법적 강제력 없는 상황에서 자료를 확보하는 싸움이 불가능합니다. 개인 대 조직의 싸움이기 때문이죠. 대책위와 함께할 수 있어서 가능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유가족이 그렇게 못하기 때문에 포기해요. 그런데 자료를 모아도 문제에요. 추가 자료요청, 진술요청, 자료보관 등, 산재 판결이 날 때까지 죽음을 안고 있어야 해요. 경제적 문제를 떠나서 이게 끝나지 않으면 일상으로 돌아가지를 못해요. 오래 걸리는 산재승인 기간문제도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산재인정 여부나 개인보상 차원의 문제로 여겨지고, 그러다 돈 때문에 저러는 거 아니냐는 유가족에 대한 비난이 가해지기도 해요.”

 

김미숙 “서로가 자책하게 돼요.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는데, 거기만 안 보내면 되었는데, 그만두라고 왜 말하지 못했을까, 했는데도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들어요. 치유는 그냥 되지 않아요. 법 제도가 바뀌고 개선되는 상황을 봐야 치유가 되는 거예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죽은 사람이 헛되이 죽은 게 아니라는 걸 입증해야죠.”

 

김용만 “죽을 때까지는 고통 속에서 가슴 아파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변화 없이는 그런 상황이 반복될 거잖아요. 그걸 지켜보기 힘들어요. 나 혼자보다는 같이 뭉쳐서 해결해나가고 싶어요. 사실 삶 자체도 피폐해졌습니다. 저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자요. 1년 동안 악몽에 시달렸어요.”

 

 

유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다시는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장향미 “정부도 문제의식을 점차 가지게 되는 중인 것 같아요. 사실 개인의 문제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약한 사람만 있는 걸까요? 사회 구조적 문제죠. 자살자 한 명으로 인해서 영향을 받는 사람은 평균 8명 정도 될 거예요. 그에 따른 여파가 있을 거란 거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케어를 해줘야 해요. 하지만 현재로는 없죠. 지자체에서는 연락을 취하고 매뉴얼을 갖추려고 하는 것 같은데 초반이라 배려 없이 기계적이고 유가족 입장에 와 닿지 않아요.”

 

김미숙 “사람 목숨값이 제일 싼 거로 취급되잖아요. 영국처럼 강력하게 기업을 처벌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용만 “교육부의 개악 안으로 그동안 요구해온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 노력이 물거품이 됐어요. 다시 요구해야 합니다. 사실 공공기관의 정책을 신뢰하기 어려워요. 유가족, 시민단체, 전문가 등의 참여하에 바꿔나가야 해요.”

 

 

장향미 님은 과로사·자살 유가족 모임에 참여하고 계시고, 다른 두 분도 얼마 전 출범한 산업재해, 현장실습 유가족 모임에 함께 하고 계시는데요.

 

장향미 “일본 과로사, 과로자살 모임에 참여했던 연구자분이 주도해서 유가족들과 연락이 닿게 되어 모임이 결성됐어요.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회사와 어떻게 싸워나가야 하는지 배워나가 다른 가족들은 시행착오를 안 겪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유가족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에요. 일련의 절차와 노하우, 쟁점 등을 다룰 생각입니다. 누구도 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죠. 일본은 유가족 모임이 지속되면서 과로사 방지법까지 만들어 냈어요. 향후엔 이를 한국에서도 실현해보고 싶은 바람이에요.”

 

김미숙 “힘을 모아서 싸워나가야 해요. 법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조차 유가족들이 나서지 않고서는 못해요.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한테 닥치지 않을 것이라 자기 문제가 아닐 것이라 생각하기 쉬워요. 유가족들이 뭉친다면 사회적 목소리도 커질 거라 생각해요.”

 

김용만 “들불처럼 번질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 산재사망 유가족 모임이 서로 연대하지 않으면 사회를 바꾸기 쉽지 않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 전해졌으면 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미숙 “인식의 변화, 법제도 변화, 노동과 안전에 대한 생각이 전환되어야 해요. 사회가 안전하게 상생하여 삶이 윤택해지려면 우리가 나서야 해요. 의지가 있다고 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있고, 기업이나 정치인들은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잖아요.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예요.”

 

장향미 “정부도 기업도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해서 경제가 안 좋아진다고 하는데요. 그런 논리면 소위 선진국들은 다 경제위기에 처해야겠죠.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려고 하는 건 기업의 입장을 반영하는 거예요. 출산율이 낮아져서 위기라고 하는데 안전하지 않은 나라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어요. 자살률, 산재사망률 높은 이유가 뭔가요. 해결 방법을 1차원적으로 접근하면 안 돼요.”

 

김용만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유가족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돼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싸워나간 것처럼 같이 일어설 수 있어야 해요. 생업에 쫓기다 보니 힘들겠지만, 당사자들이 힘들더라도 서로 다독여주며, 서로 연락을 해서 뭉치고 연대를 해서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노동자-기업이 상생해서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해요.”

 

 

 

 

 

44일터기사

[언론보도] 우리는 왜 서울아산병원의 사과를 요구하나 (190412, 오마이뉴스)

기고

우리는 왜 서울아산병원의 사과를 요구하나

[연속 기고 ①] 서울아산병원 사과받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자
19.04.12 06:57 l 최종 업데이트 19.04.12 06:57 l 최민(kilsh)

 



기업살인법으로도 알려져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도 이런 것이다. 기업이 스스로는 진짜 책임 있는 자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산업재해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형재해 사건은 특정한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래서 이런 사고의 책임은 안전관리의 주체인 경영자 및 그 기업 자체에 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경영자나 기업의 책임을 묻지 못 하고, 일선 현장 노동자 또는 중간관리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는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실제 재난, 참사,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의 경영자와 기업 자체가 책임지게, 처벌받게 하자는 것이다. 

이 법의 제정이 기업들에게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경각심을 높이고, 노동자와 시민에게 발생한 재해에 대한 책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거꾸로, 거대 기업들에게 책임이 있는 사고에 대해 끝까지 사과를 받아내고 책임을 묻는 것은, 이런 법을 만들어 내는 데 힘이 될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서울아산병원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할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사과를 반드시 받아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꼭 제정해낼 것이다. 

지금 서울아산병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있는 모든 기업들이 깜짝 놀라도록,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http://bit.ly/서울아산병원사과하라

 

http://omn.kr/1iiy3

37기고

[언론보도] 건강권 흔드는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190411, 매일노동뉴스)

기고

건강권 흔드는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9.04.11 08:00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여야가 합의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이미 살인적이다. 그것을 그나마 정상에 가깝게 바꾸는 중이다. 그리고 그 살인적이던 노동시간이 실제로 감소하고 있는지도 사실은 확인이 잘 되지 않고 있다(노동시간단축 및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용실태 분석, 황선웅). 그런데도 다급한 듯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서두르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단한 건강보호 조치인 양 최저 11시간의 연속휴식시간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1일 24시간 단위의 11시간 휴식이 아니고, 근무 종료 기준의 연속휴식 규정이다. 따라서 하루 근무시간을 1박2일로 상한 없이 늘려도 근무가 끝나야 쉴 수 있는 것이다. 건강보호에 보다 핵심적인 1일 상한을 피해 나갈 뿐이다. 그리고 이마저도 노조 조직률이 10% 내외인 상황에서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로 예외가 허용된다.

29기고

[안내] 서울의료원 故 서지윤 간호사 100일 추모제

활동소식

 



서울의료원 故 서지윤 간호사 100일 추모제 

 

일시: 2019년 4월 15일 (월) 16시

장소: 서울의료원 정문 앞

진행

1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최 추모제

2부 제대로 된 진상조사 촉구 문화제 

 

서울의료원직장내괴롭힘에의한고서지윤간호사사망사건시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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