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단체급식조리실 노동환경 및 건강 영향실태 조사연구 보고서/2021.10

발간보고서



 

Ⅰ. 연구의 배경 및 방법

1. 연구의 배경

2.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단체급식실 현황
1) 인력배치 기준
2) 고용 형태
3) 직종별 차이
4) 식당별 근무시간 및 시간대별 노동자 수
5) 휴가 및 병가
6) 임금, 호봉 및 수당

3.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4. 연구조사 방법
1) 노동강도 및 건강실태 평가 설문조사
2) 면접조사
3) 현장조사
4) 실태조사 사업 일정

Ⅱ. 조사 결과

1. 설문조사 결과
1) 설문조사 개요 및 설문 참여자 기본 정보
2) 노동조건
3) 작업환경
4) 신체부위별 불편도 및 통증
5) 노동강도 및 건강 실태
6) 해결 과제
7) 소결

2. 면접조사
1) 면접조사의 목적 및 방법
2) 면접조사 결과
3) 소결

3. 현장조사
1) 개요 및 방법
2)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단체급식조리실 노동과정과 특성
3) 현장조사 분석결과
4) 소결

Ⅲ. 결론 및 제언

1. 결론
1) 설문조사
2) 면접조사
3) 현장조사

2. 제언
1) 사회적 공론화
2) 현장 안전보건 문제의식 고취
3)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과제

※ 부록 : 설문지 및 면접 질문 개요

 

46발간보고서자료실

[9월_직환의이야기]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 출근할 수 있게 되길

일터기사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출근할 수 있게 되길

 

김은경 후원회원,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마스크 밖으로 보이는 눈매가 무척 선해 보이는 남자 분을 외래에서 만났다. 40대 초중반, 세 아이의 아빠라며, 병원에 입원해있으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하는 것이 가장 싫고 불편하다면서 수줍게 말하는 환자였다. 202010월의 어느 날, 여느 새벽처럼 트럭을 운전해서 나갔고, 늘 해왔던 것처럼 동료를 돕기 위해 운전석에서 내려 트럭 뒤쪽에서 작업을 하던 중 승용차가 추돌하면서 환자의 양다리에 부딪혔다고 한다. 그 사고로 왼쪽다리는 무릎 위에서 절단하고 오른쪽은 골절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다리를 잃었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던 평범한 일상이 깨졌고, 20여년을 성실하게 매일 출근하던 회사에 다시 출근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태로 20216월 외래에서 나와 만났다. 근로복지공단 지역본부의 직장복귀지원팀장님과 우리 병원의 직장복귀지원팀은 환자분과 첫 만남 이후, 왼쪽 다리 절단 상태에서도 트럭 운전 업무를 하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사고 후 치료받고 열심히 재활 훈련을 받는 환자분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꼭 직장에 복귀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환자의 회사에 물었더니 이 회사에서 운행하는 모든 차량이 수동 변속기 차량이라고 답해주었다. 왼다리로 순발력 있게 크러치를 밟지 못하는 상태로는 운전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렇다면 자동 변속기로 개조하자고 의기투합하여 견적을 내보니 비용이 2,000만원이 넘게 든다고 하였다. 개조 비용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아쉽게도 근로복지공단에는 해당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이나 규정이 없고, 안전보건공단의 클린사업장조성지원사업도, 장애인고용공단의 차량개조 비용지원도 예산소진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다행히 청주의 일환경건강센터 예산으로 사례 당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어 우리 병원과 협약도 진행하였으나, 나머지 1,500만원은 어디서 구해야할지 난감했다. 사업주는 추가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한 대를 개조한다 해도 그 차량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며 난색을 표했다. 난감해하며 수소문 하던 중 수동변속기 차량을 세미오토로 개조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대 당 160만 원 정도 소요되는 터라 일환경건강센터의 지원으로 세 대까지 개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를 만나 진행 상황을 설명하니 눈물을 글썽였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우직한 환자의 얼굴에 잠시 스쳐지나갔다. 환자는 우리 병원의 재활의학과에서 작업능력강화 등 맞춤형 재활치료를 통해 전반적인 신체능력을 향상 시키며 의족 적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8월부터 9월 사이에는 요양 중 직장적응훈련까지 진행하여 10월경에는 고대한 것처럼 원래 직장에 복귀하게 될 것이다.

 

산재는 노동자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2020년 한 연구결과는 산재환자들의 자살위험은 경제활동을 하는 일반인들과 비교하여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일반인구의 2배 이상이라니! 아파서 미안한 마음, 투병이 길어질수록 생기는 직장이나 동료들과의 단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생기는 가족 안에서의 갈등, 원하는 만큼 호전되지 않아서 생기는 좌절감. 이런 복잡한 상황과 감정은 산재환자들을 자칫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 산재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직장복귀를 위해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 그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순한 치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산재 이후의 직장복귀가 일상 회복에 있어 매우 중요함에도 우리나라의 산재환자 직장복귀율(원직장 또는 타직장)은 몇 년째 70퍼센트 안팎이며, 원직복귀율은 40퍼센트 남짓이다. OECD 국가들의 상당수가 원직복귀율 70퍼센트 이상을 보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초라한 성적표다.

 

개정된 산재보상보험법에 의해 2022년부터 사업주가 산재환자들에 대한 원직복귀계획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할 수 있고, 공단은 적절한 절차를 만들어 사업주와 산재환자들을 지원 할 예정이다. 산재환자의 직장복귀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인 법적근거가 생기고 사회적 인식이 생기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다만, 앞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산재환자의 직장복귀는 설득 또는 협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스포츠 선수들이 수상 후 복귀를 위해 스포츠 재활을 하는 것처럼 직장복귀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장해가 발생한 환자들이나 업무상 질병이 발생해 요양 후 복귀하는 환자들을 위해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원과 절차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이해 당사자인 노측과 사측이 산재 이후 직장복귀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안전보건공단이 지혜를 모아 가용한 자원을 파악하고 산재환자의 직장복귀와 재손상 방지, 동료노동자들의 유사 손상과 질병발생 예방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산재는 적용 받고 승인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최적의 요양과정을 거쳐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하는 제도이다. ‘목걸이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한다는 독일 수공업자들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산재환자는 우리나라의 약한 고리 중 하나가 아닐까? 산업전선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은 분들이 끊어지지 않는 강한 고리가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53일터기사

[9월호_여성노동건강상식] 중년의 불청객, 화병

일터기사

중년의 불청객, 화병

 

권윤영 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0대 중반 여성이자 주부인 A씨는 최근 20대 딸의 간곡한 요청으로 난생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다. 지난 10년간 울화가 치밀고 열이 오르며, 목구멍이 가슴에 응어리가 지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편과 싸울 때면 증상이 더욱 두드러졌지만, 일상생활은 그럭저럭할 만해 병원에 방문할 생각은 딱히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달 전, 남편이 안 하겠다고 다짐했던 인터넷 게임을 다시 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빚에 허덕일 때도 무책임하게 게임에만 몰두했던 남편의 예전 모습이 떠오르며 분노가 되살아난 것이다. 남편과 살갑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저 싸우지만 않으면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앞으로 남은 세월을 한집에서 살아갈 게 막막하게 느껴졌다. 화르르 불이 번지듯 한동안 괜찮던 증상이 심해져 답답함에 집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다. 부부 사이에 서운했던 일, 시댁으로부터 당한 부당한 대우 등 그간 억울했던 일이 계속 떠올라, 딸에게 끊임없이 하소연하기도 했다. 급기야 한 달 전부터 가슴에 열불이 나 가만히 있을 수 없고, 밤에 잠도 설치게 돼 기력이 떨어져 늘 하던 집안일을 하기도 벅차 차라리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화병에서 시작돼 우울증으로 번질 뻔한 사례다. 이후 A씨는 항우울제 복용 등 치료를 시작한 지 한달 내에 가슴의 뜨거운 응어리와 불면이 완화됐다. 치료받으며 스스로 시작한 운동과 딸이 보내는 정서적 지지가 큰 도움이 돼, 반년 만에 안정적인 컨디션을 찾으며 빠른 회복을 보였다.

 

화병은 우리에게서 멀지 않은, 친숙한 존재지만 정신의학과적으로 정식 진단명은 아니어서 개념이 다소 모호하다. 특정 지역의 고유문화에 따라 특유한 정신질환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가리켜 문화관련 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s)’이라 한다. 한국의 문화관련 증후군으로 화병(火病, Hwa Byung)’이 제시돼왔다. 화병은 분노를 장기간 참으면서 화·열감·억울함·증오를 보이고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나 가슴에 응어리·답답함·두근거림을 호소하며, 입 마름, 한숨, 잡념, 하소연 등의 특징을 보인다. 분노를 드러내거나 자기주장을 하는 게 어려운 문화,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참을 수밖에 없는 집단에서 발생하기 쉽다.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합의된 진단 기준이 없긴 해도, 넓은 의미에서 우울증의 한 종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반 인구의 유병률은 4~5% 정도로 추정되고, 주로 중년 이후의 여성·기혼자·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배 이상 많이 관찰된다.

 

화병과 우울증, 범불안장애, 신체증상장애 등 유사성이 높은 다른 정신과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화병은 대체로 앞서 제시한 장애보다 경미하며 증상의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고, 정서적 지지를 받으면 회복이 빠르다. 그러나 화병을 방치하면 정신과 질환뿐만 아니라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생리적으로 이상이 생겨, 심장병·성인병·위장병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화병의 유발인자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시댁·사업 실패와 사기·가난·자녀 문제·오랜 지병과 같은 스트레스 요인이 네댓 개 중첩되는 경우, 화병을 앓게 된다고 한다. 화병에 취약한 심리적 요인으로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갈등이나 위험 자체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거나 완벽주의, 낮은 자존감과 낮은 사회기술을 지닌 경우다. 중년 이후의 여성은 주로 가족 내 문제로 인해 화병 증상을 호소한다. 가족은 물리적·감정적으로 가까워 서로 영향을 깊이 주고받으며, 쉽게 단절할 수 없는 관계다. 그렇다 보니 전통적으로 가족 내 돌봄 관리자인 기혼 여성의 화병 원인이 가족이 되곤 한다. 동시에 가족은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많은 화병 환자는 가족으로부터 공감과 인정을 받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따라서 가족 내 소통을 점검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가족 내 상호작용 패턴이 달라지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구성원 모두가 문제점을 함께 느끼며 각자 변화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가 없다면 가족 대상의 교육과 치료도 쉽지 않다.

 

설령 가족이 조력자로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나를 돕는 방법이 있다. 개인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 요인을 조력자 도움을 받거나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개인적 차원에서 화병의 원인인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우선 스트레스 요인과 스트레스 반응을 구분해 다뤄보자. 스트레스 요인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으로, 더위 등 물리적 환경·사회적 환경·개인적 사건·생활 습관이나 생리적 상태 등을 가리킨다. 스트레스 반응은 심리적, 신체적 영역 모두에게서 나타난다. 불면 등 수면장애·피로·근육 뭉침이나 소화불량·심장 두근거림·숨쉬기 곤란한 느낌·어지러움 등을 보일 수 있으며, 신경질·거친 언행·충동구매·과식, 과음 등의 행동을 동반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요인을 잘 관리하려면 가족·일터 등 사회적 관계 내에서 적절한 자기주장, 타협과 조율을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우선 스트레스 요인과 스트레스 반응인 불편을 인지하고, 불편을 표현하고 해결책을 찾거나 상대에게 타협점을 요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많은 수의 화병 환자는 나만 참으면 별 탈 없다라는 생각을 하거나, 참지 않았을 때 생길 위험·갈등에 대해 미리 두려움을 갖는 나머지 자기주장을 하는 대신 무작정 참는 쪽을 택한다. 물론 때로는 꾹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고, 참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피하려고 화나도 참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더 나은 문제해결을 위해서 경청하되 할 말은 하는 기회를 점차 늘려야 한다.

 

시작은 애정이 있거나 두렵지 않은 대상을 상대로, 여유롭고 편안한 태도로 한계를 알려주거나 거절혹은 타협을 해본다. 예를 들어 자녀가 용돈을 추가로 요구할 경우, 부모로서 마음이 불편해질 수 있다. 이때 잔소리하거나 그냥 용돈 주며 불편한 마음을 덮어놓고 지나치지 말고, 자녀와 잠시 눈을 맞추고 문제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용돈 인상을 요구하는 자녀의 사정을 일단 경청한 뒤, 부모로서 추가로 줄 수 있는 용돈의 한계를 알려주고 이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지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을 전달한다. 그리고 함께 해결책을 의논해본다. 이런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자기주장이 익숙해지고 감정표현의 기술도 점차 세련돼진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을 직면하는 걸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무작정 참는 것만이 나와 상대를 위하는 길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적절한 감정표현, 자기주장이나 세련된 사회기술에 대해선 시중에 나와 있는 서적과 동영상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전에 적용할 상담이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 반응을 관리를 위해선 규칙적인 생활, 질 좋은 수면 등 일반적인 건강 수칙을 준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심호흡과 근육 이완 역시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하면 우리 몸에선 스트레스 호르몬이 늘어나면서, 자율신경계를 흥분시키고 과민하게 만든다. 자율신경계는 의지로는 잘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진정시키는 방법으로 호흡과 근육 이완을 이용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가 높은 환자에게 보건복지부에서 제작한 영상을 자주 안내하는 편인데, 이 밖에도 유튜브에서 마음 안정화를 위한 복식 훈련 기법이나 마음 안정화를 위한 근육 이완 운동등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도움이 될만한 영상을 볼 수 있다. 관련된 영상을 보고 꾸준히 따라하며 수주 간 훈련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항우울제 등의 약물치료도 과민해진 신경계를 빠르게 안정화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48일터기사

[9월호_알아보자LAW동건강]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기준 개선안, 어떤 내용일까

일터기사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기준 개선안, 어떤 내용일까

 

박경환 회원, 노무사

 

고용노동부는 2021.08.18.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을 위한 휴게시설과 근로조건의 기준을 개선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의 개정안을 행정예고 하였다. 그동안 아파트 경비 노동자나 노동조합, 시민단체에서는 감시단속적 근로 승인으로 인해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여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감시단속적 근로 승인 제도의 일부 개선을 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늦었지만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조금이나마 인간답게 노동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현행 아파트 경비업무의 감시적 근로 승인 요건

 

아파트 경비 업무는 감시 업무만 수행함으로써 심신의 피로가 적은 감시적 근로에 해당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라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감시적 근로자 승인 절차는 고용노동부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68조에 따른다. 해당 규정에서는 불규칙적으로 단시간동안 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외에 감시적 업무가 본래의 업무일 것 24시간 격일제 근무의 경우 수면시간 또는 휴게시간을 8시간 이상 확보할 것 근무장소 외에 노동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이 마련되어 있을 것 등의 감시적 근로 승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은 감시적 근로 승인 신청을 접수한 경우 반드시 현장에 가서 근로조건 실태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살펴보면 아파트 경비원들의 업무는 심신의 피로가 적은 감시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휴게시간도 충분히 보장되어 있으며, 휴게시설도 별도로 있어 편하게 수면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보호로부터 배제된 아파트 경비원들의 현실은 감시적 업무 승인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열악했다. 먼저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경비초소 내 감시 업무만 수행할 수 없었다.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2015~2020년 경비노동자 과로사 사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감시 업무 외에 화단관리·가지치기·청소 등의 환경관리 업무와 주차 차량관리나 택배관리 등의 업무를 추가적으로 수행하였다. 그리고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였다. 2015~2020년 경비노동자 과로사 산재 접수 건 중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건에서 노동자의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2.7시간, 휴게시간은 평균 3.08시간으로 수면시간과 휴게시간은 하루 8시간이 되지 않았다. 휴게시간에도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입주민의 민원, 주차·택배 관리로 인하여 사실상 업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독립된 휴게시설 또한 갖추지 않은 사업장이 많았다. 사례들을 살펴보면 독립된 휴게시설이 존재하지 않아 경비초소에서 간이침대나 의자에서 수면을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독립된 휴게시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무초소에서 너무 멀어 가기 힘들거나 냉·난방 시설이 갖춰지지 못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경비초소에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는 경우에는 상시적으로 입주민의 민원, 주차나 택배관리 업무를 맡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또한,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24시간 교대제의 형태로 근무함으로써 건강에 부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교대근무는 생리적 리듬을 변화시켜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교대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질병의 발생 위험도는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자의 59.52%가 심혈관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적 근로자의 대표사례인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현실은 열악하나 고용노동부의 감시단속적 근로자 적용제외 승인 비율은 2015~2020년 동안 평균 93.7%에 달한다. 신청 건수 100건 중 93건은 승인이 된다. 사용자가 신청을 하게 되면 대부분 승인이 되는 것이다. 승인의 유효기간도 없었다. 승인 요건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도 승인을 행한 노동청에서는 이를 쉽사리 취소하지 않기 때문에 승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해야만 한다. 또한 승인처분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은 승인처분이 취소된 이후에 대해 발생한다. 승인처분 취소로 나아가는 긴 기간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몫이 된다.

 

위와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 승인제도 운영상의 문제점 등에 대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제도 개정을 하게 된 것이다.

 

휴게시설 기준의 구체화

 

현행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68조에서도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 마련을 승인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별도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부재하다. 이에 근로감독관들은 현장조사를 하더라도 그야말로 별도 휴게시설만 있으면 해당 요건은 충족하였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2021.08.21.자 개정안에서는 수면 또는 휴게시설에 여름 20~28, 겨울 18~22도의 적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유해물질이나 소음에 노출되지 않는 공간일 것, 식수 등 최소한의 비품을 비치하고 청결을 유지하며 창고와 같이 수납공간으로 활용되지 않는 곳일 것, 수면 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침구 등의 물품이 구비되어 있을 것의 요건이 추가되었다.

 

근로조건 기준의 강화

 

현재 근로감독관 집무규정68조 제1항 제5호에서는 근로자가 감시적 근로자로서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이 제외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근로계약서, 확인서 등에서 명시하도록 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감시적 근로자 승인을 받겠다며 근로계약서 등에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 적용 제외를 기재하였을 때, 불안정한 고용을 걱정하는 노동자들이 이를 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있으나마나한 조항인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하여 휴게시간이 근로시간보다 짧을 것,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입주민 등이 인지할 수 있도록 외부 알림판 부착, 근무초소 소등 조치, 안내 등의 조치를 취할 것, 월평균 4회 이상의 휴무일이 보장될 것의 요건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나, 아직도 애매한 부분이 남아 있다.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업을 영위하는 경비업자는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도록 할 수 없다. 그러나 2020.10.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의2가 신설되어 공동주택에 경비원을 배치한 경비업자는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 일부 공동주택 관리업무도 수행하게 할 수 있다. 해당 조항은 2021.10.21.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경비노동자들은 경비업무 외에 주차, 택배, 환경관리 등의 관리업무도 합법적으로 겸직하게 되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감시적 근로 승인 요건에 따르면 감시업무 외에 타 업무를 겸직하게 되는 경우 이는 불승인 대상이다. 경비업무 외 관리업무를 수행하게 될 경우 감시적 근로 승인 처분이 취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소극적 모습을 보인다. 2021.02.18. 고용노동부 설명자료에 의하면 경비 업무 외 다른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승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업무의 시간·빈도·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경비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겸직하더라도 감시적 근로자 승인을 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되었다.

 

결국 10월 정도가 되어서야 고용노동부의 최종 결정을 알 수 있겠으나, 경비원을 비롯한 감시적 근로자에게 감시업무 외에 타 업무를 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3조의 취지에 반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50일터기사

[9월호_다양한노동이야기] 부스 안팎, 그 어디에도 없는 요금 징수원의 안전_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 김혜수 지회장 인터뷰

일터기사

부스 안팎, 그 어디에도 없는 요금 징수원의 안전

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 김혜수 지회장 인터뷰

 

박시윤 상임활동가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광안대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 복층 현수교로, 밤에는 아름다운 조명으로 광안리를 밝히는 부산의 대표 명물이다. 광안대교로 진입하기 위해선 우선 요금소 부스를 거쳐야만 한다. 광안대교를 찾는 많은 이들이 교량이나 고속도로의 요금소를 일상적으로 지나치지만, 부스 안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광안대교 요금소를 지키는 요금 징수원 노동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일할까? 광안대교의 요금 징수원은 약 90명으로, 50대 노동자의 비중이 가장 높고 열에 아홉은 여성 노동자다. 이들의 노동이 어떤 모습인지, 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 김혜수 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금소는 지금 업무와의 전쟁

 

종일 차량이 이동하는 광안대교에선 요금소 역시 24시간 운영된다. 이 때문에 요금 징수원은 43교대 근무를 하며, 24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희의 주된 업무는 광안대교를 통과하는 차량의 대교 통과요금을 받는 일이에요. 자동차 중에서 통행료 면제 스티커나 카드가 부착된 경우가 있는데, 이걸 일일이 눈으로 구분해서 징수해야 해요. 이외에도 통행료 미납요금이 고지서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기록 업무나 교통카드 충전, 길 안내도 맡고 있어요. 하루에 부스 하나당 3천에서 4천 대의 차량을 다루는데 한 번 엉키면 혼란이 발생할 경우가 많고, 민원 발생의 소지가 될 우려도 있죠. 그래서 요금소 안에선 항상 전방주시를 하는 터라, 일하는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수 천대의 차량을 처리하다 보면 요금을 내지 않고 통과하는 도주 차량이 적게는 50, 많게는 120대 정도로 발생해요. 도주 차량은 차량번호를 파악한 뒤 우편으로 고지서가 발송하는데 해당 업무는 미납팀이 담당하고 있지만, 일차처리는 요금 징수원이 현장에서 맡고 있어요. 간혹 일하다 실수가 생기면, 뒤에 오던 다른 차가 도주 차량으로 처리될 수도 있어서 늘 조심해야 해요. 민원 응대도 요금 징수원의 업무 중 하나인데요, 광안대교의 경우 BC·롯데·농협 등 일부 카드만 사용할 수 있어서 이와 관련된 불편 호소도 종종 들어오곤 합니다.”

 

짧게는 몇 초, 길어봤자 1분 이내. 요금 징수원은 차량이 요금소에 머무는 단시간 내에 차량번호 파악, 하이패스 및 면제 카드 유무 확인, 도주 차량 발생 시 정보 수집, 이전에 미납된 요금 등 수많은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통행료 부과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뒤따라오던 차량이 빵빵거리며 압박을 주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스 안에서 일하는 2시간 동안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잠시 숨을 돌릴 여유조차 없다.

 

쉴 수 없는 휴식 시간

 

“2시간 근무당 40분 휴식 시간이 있어요. 이걸 하루에 3번 하는 구조죠. 40분 안에 화장실도 가고 식사도 해야 하는데, 휴게실까지 왔다 갔다만 해도 20분이 소요되니까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직고용되면 모든 게 나아질 거란 기대는 잘못된 생각이었죠. 직고용되기 전엔 2시간 근무당 1시간 휴식 시간이었는데, 오히려 정규직 전환이 되면서 인원과 휴식 시간이 감소했어요. 모든 게 돈의 기준에 따라 바뀌고, 현장의 특수성이 고려되기엔 우리 사회가 노동 존중을 기반으로 해 성장한 사회가 아니란 걸 입증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일하면서 이동 시간이 많기도 하고, 휴게실에 별도의 식당도 없어서 싸 온 도시락을 데워먹어야 해요. 항상 시간이 빠듯해 마음이 급하고 식사도 빨리 끝내느라, 소화불량에 걸리는 사람도 많죠. 휴식 시간에 화장실을 가지 못했거나 배탈이 나는 등 긴급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니 쉬고 있는 사람을 불러내요. 불려 나온 사람은 쉬지도 못하고, 휴식 시간도 그대로 끝나 버려요. 그러면 해당 근무자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그건 또 도미노 현상처럼 퍼져나가고 되고요.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늘 음식 조심, 컨디션 조절을 합니다. 이외에도 노동자의 근속연수가 높기도 하고, 50대가 대부분이어서 근골격계질환도 심각해요. 순환기질환이나 호흡기질환도 많고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죠.”

 

일하러 갈 때마다 차에 치일까 노심초사

 

야간근무할 때면 잠을 거의 못 자요. 집이 멀었던 직원이 있었는데, 오전 730분에 일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졸음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었어요. 교통사고의 위험도 커요. 요금소 부스를 올라갈 때 부산항의 경우에는 아치형으로 된 통로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여기는 별도의 통로가 없어서 차량 사이를 지나다녀야 하거든요. 이동하는 구간에 횡단보도가 있긴 하지만 법적으로 정해진 횡단보도는 아니에요. 길을 건널 때마다 눈에 잘 띄는 조끼를 입고, 불이 들어오는 비상봉을 흔들기도 하는데 날이 밝을 때면 이마저도 표시가 잘 나진 않아요. 이렇게 늘 조심해서 길을 건너지만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할 때도 있죠.”

 

실제로 부스로 향하는 길은 교량 기둥에 시야가 가로막혀 차량이 오는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 또한 달려오는 차량도 마찬가지로 부스 사이를 이동하는 사람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교대근무를 하는 요금 징수원은 해당 길을 건너는 일도 잦아, 길을 건널 때마다 치이진 않을지 걱정하며 차량 통행이 드문 시간에 조심해 건너곤 한다. 요금 징수원이 시달리는 건 비단 일상적인 교통사고의 위험뿐만이 아니다. 좁디좁은 공간에서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일하는 탓에 각종 질환에 시달린다.

 

일단 2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서 한 자세로 앉아서 일하느라 허리가 아파요. 변비나 비뇨기계 질환, 자궁근종이 많이 발생하고요. 관리자가 정규직 전환이 되기 전까지는 병가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선 왜 이렇게 병가가 많이 생기냐는 거예요. 정규직 전환 이후 인원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시간 내 노동 강도가 높아졌고, 여유 인력이 부족해 연차 사용도 자유롭지 못하니 병에 걸리기 더 쉬워진 거죠. 점점 더 몸이 버티기 힘드니까,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해도 연장근무를 많이 하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요.”

 

숙명처럼 여겨지는 감정노동의 굴레

 

요금이 1,000원인데 수중에 있는 돈이 900원밖에 없다며 너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손님이 있었어요. 이때 대신 100원을 내드리기도 하죠. 그러면 다음에 올 때는 더 많은 돈을 주고 가시기도 해요. 물론 요금보다 더 많이 주신 경우에도 무조건 공단으로 입금해야 하고, 간혹 정산이 맞지 않아 돈이 부족할 때면 노동자가 충당해야 해요. 나중에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사비로 메꾸는 거죠.

 

고객 중에서 네가 나와서 받아 가라라고 하거나 찢어진 돈을 주는 경우, 500원인데 5만 원을 주는 사람, ‘배 째라라며 요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카메라로 직원의 얼굴을 촬영한다든지, 고의로 거짓 민원을 넣는 일도 있죠. 그리고 반말하는 사람, 욕설하는 사람도 아직 있고요.”

 

감정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관련된 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예전보다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 등의 문제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고객의 갑질은 존재한다. 고객 응대가 주된 업무 중 하나인 요금 징수원 역시 하루에 만나는 수천 명의 고객에게 친절해야 한다. 일하면서 고객에게 상처를 받더라도 당장 해소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이 일을 하기 위해선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는 여전히 필요하다.

 

그래도 요금소를 지나는 짧은 찰나에 고생이 많다며 요금 징수원의 노동에 공감하고, 그들의 고됨에 위로해주며 고마움을 전하는 고객들이 있어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매일 새롭다라고 한다.

 

광안대교를 매일 지나가야 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중에선 우리더러 고생한다고 인사하거나 박카스를 챙겨주는 분도 있어요. 새벽 두 시쯤 장사 나가는 어르신은 잠을 못 자면서 일하는 고단함을 안다며 껌이나 초코바, 김밥을 챙겨주시기도 해요. 음식이나 음료를 받아도 부스 안에서 먹을 순 없어요. 하지만 함께 건네주는 손길에 담긴 그 마음과 표정, 눈인사에 힘들었던 몸이 확 가벼워지고 보람을 느끼곤 하죠.”

 

노동조합의 길을 선택한 까닭

 

정규직 전환 이전에 용역으로 관리되고 있을 당시 현장 관리소장의 지나친 갑질과 비리가 있었다. 심한 횡포를 견디다 못한 직원들이 말 그대로 폭발하기 직전이었을 때,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가 설립됐다. 당시 조합원들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던 용역회사의 회장을 부산으로 불러내, 단체협약을 맺고 임금체계를 잡아가는 등 시설공단의 잘못된 용역 수주 비리와 싸웠다. 장장 3년간의 치열한 투쟁 끝에 20204,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고 마침내 문제 많던 소장과도 끝을 볼 수 있었다.

 

정규직 전환 투쟁을 하면서 몸으로 습득한 게 있어요. 사소한 두루마리 휴지 하나도 쟁취하려 노력하지 않고선 우리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게 없다는 거예요. 저희가 소수노조이다 보니, 어용인 대표노조에 의지해 나가야 하는 현실이 불만족스럽고 빛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길이 맞는 거라고, 바른길로 가고 있다고 서로 위로하며 쉬지 않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41일터기사

[공지] 2021 노동안전보건연구 공모 선정 결과

공지사항

2021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보건연구 공모 선정 결과



2021년 ‘노동안전보건 연구 공모’ 심사 결과를 안내드립니다.

연구 공모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연구소는 앞으로도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 할 권리 쟁취를 위해 한 걸음씩 내딛겠습니다. 

 

[선정연구 주제 및 연구자]

웹툰 작가들의 정신건강과 불안정 노동 실태 및 대응조사

(팀대표 : 민지희)

49공지사항활동소식

[9월호_다양한노동이야기] 부스 안팎, 그 어디에도 없는 요금 징수원의 안전_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 김혜수 지회장 인터뷰

일터기사

부스 안팎, 그 어디에도 없는 요금 징수원의 안전

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 김혜수 지회장 인터뷰

 

박시윤 상임활동가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광안대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 복층 현수교로, 밤에는 아름다운 조명으로 광안리를 밝히는 부산의 대표 명물이다. 광안대교로 진입하기 위해선 우선 요금소 부스를 거쳐야만 한다. 광안대교를 찾는 많은 이들이 교량이나 고속도로의 요금소를 일상적으로 지나치지만, 부스 안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광안대교 요금소를 지키는 요금 징수원 노동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일할까? 광안대교의 요금 징수원은 약 90명으로, 50대 노동자의 비중이 가장 높고 열에 아홉은 여성 노동자다. 이들의 노동이 어떤 모습인지, 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 김혜수 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금소는 지금 업무와의 전쟁

 

종일 차량이 이동하는 광안대교에선 요금소 역시 24시간 운영된다. 이 때문에 요금 징수원은 43교대 근무를 하며, 24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희의 주된 업무는 광안대교를 통과하는 차량의 대교 통과요금을 받는 일이에요. 자동차 중에서 통행료 면제 스티커나 카드가 부착된 경우가 있는데, 이걸 일일이 눈으로 구분해서 징수해야 해요. 이외에도 통행료 미납요금이 고지서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기록 업무나 교통카드 충전, 길 안내도 맡고 있어요. 하루에 부스 하나당 3천에서 4천 대의 차량을 다루는데 한 번 엉키면 혼란이 발생할 경우가 많고, 민원 발생의 소지가 될 우려도 있죠. 그래서 요금소 안에선 항상 전방주시를 하는 터라, 일하는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수 천대의 차량을 처리하다 보면 요금을 내지 않고 통과하는 도주 차량이 적게는 50, 많게는 120대 정도로 발생해요. 도주 차량은 차량번호를 파악한 뒤 우편으로 고지서가 발송하는데 해당 업무는 미납팀이 담당하고 있지만, 일차처리는 요금 징수원이 현장에서 맡고 있어요. 간혹 일하다 실수가 생기면, 뒤에 오던 다른 차가 도주 차량으로 처리될 수도 있어서 늘 조심해야 해요. 민원 응대도 요금 징수원의 업무 중 하나인데요, 광안대교의 경우 BC·롯데·농협 등 일부 카드만 사용할 수 있어서 이와 관련된 불편 호소도 종종 들어오곤 합니다.”

 

짧게는 몇 초, 길어봤자 1분 이내. 요금 징수원은 차량이 요금소에 머무는 단시간 내에 차량번호 파악, 하이패스 및 면제 카드 유무 확인, 도주 차량 발생 시 정보 수집, 이전에 미납된 요금 등 수많은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통행료 부과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뒤따라오던 차량이 빵빵거리며 압박을 주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스 안에서 일하는 2시간 동안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잠시 숨을 돌릴 여유조차 없다.

 

쉴 수 없는 휴식 시간

 

“2시간 근무당 40분 휴식 시간이 있어요. 이걸 하루에 3번 하는 구조죠. 40분 안에 화장실도 가고 식사도 해야 하는데, 휴게실까지 왔다 갔다만 해도 20분이 소요되니까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직고용되면 모든 게 나아질 거란 기대는 잘못된 생각이었죠. 직고용되기 전엔 2시간 근무당 1시간 휴식 시간이었는데, 오히려 정규직 전환이 되면서 인원과 휴식 시간이 감소했어요. 모든 게 돈의 기준에 따라 바뀌고, 현장의 특수성이 고려되기엔 우리 사회가 노동 존중을 기반으로 해 성장한 사회가 아니란 걸 입증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일하면서 이동 시간이 많기도 하고, 휴게실에 별도의 식당도 없어서 싸 온 도시락을 데워먹어야 해요. 항상 시간이 빠듯해 마음이 급하고 식사도 빨리 끝내느라, 소화불량에 걸리는 사람도 많죠. 휴식 시간에 화장실을 가지 못했거나 배탈이 나는 등 긴급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니 쉬고 있는 사람을 불러내요. 불려 나온 사람은 쉬지도 못하고, 휴식 시간도 그대로 끝나 버려요. 그러면 해당 근무자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그건 또 도미노 현상처럼 퍼져나가고 되고요.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늘 음식 조심, 컨디션 조절을 합니다. 이외에도 노동자의 근속연수가 높기도 하고, 50대가 대부분이어서 근골격계질환도 심각해요. 순환기질환이나 호흡기질환도 많고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죠.”

 

일하러 갈 때마다 차에 치일까 노심초사

 

야간근무할 때면 잠을 거의 못 자요. 집이 멀었던 직원이 있었는데, 오전 730분에 일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졸음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었어요. 교통사고의 위험도 커요. 요금소 부스를 올라갈 때 부산항의 경우에는 아치형으로 된 통로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여기는 별도의 통로가 없어서 차량 사이를 지나다녀야 하거든요. 이동하는 구간에 횡단보도가 있긴 하지만 법적으로 정해진 횡단보도는 아니에요. 길을 건널 때마다 눈에 잘 띄는 조끼를 입고, 불이 들어오는 비상봉을 흔들기도 하는데 날이 밝을 때면 이마저도 표시가 잘 나진 않아요. 이렇게 늘 조심해서 길을 건너지만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할 때도 있죠.”

 

실제로 부스로 향하는 길은 교량 기둥에 시야가 가로막혀 차량이 오는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 또한 달려오는 차량도 마찬가지로 부스 사이를 이동하는 사람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교대근무를 하는 요금 징수원은 해당 길을 건너는 일도 잦아, 길을 건널 때마다 치이진 않을지 걱정하며 차량 통행이 드문 시간에 조심해 건너곤 한다. 요금 징수원이 시달리는 건 비단 일상적인 교통사고의 위험뿐만이 아니다. 좁디좁은 공간에서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일하는 탓에 각종 질환에 시달린다.

 

일단 2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서 한 자세로 앉아서 일하느라 허리가 아파요. 변비나 비뇨기계 질환, 자궁근종이 많이 발생하고요. 관리자가 정규직 전환이 되기 전까지는 병가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선 왜 이렇게 병가가 많이 생기냐는 거예요. 정규직 전환 이후 인원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시간 내 노동 강도가 높아졌고, 여유 인력이 부족해 연차 사용도 자유롭지 못하니 병에 걸리기 더 쉬워진 거죠. 점점 더 몸이 버티기 힘드니까,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해도 연장근무를 많이 하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요.”

 

숙명처럼 여겨지는 감정노동의 굴레

 

요금이 1,000원인데 수중에 있는 돈이 900원밖에 없다며 너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손님이 있었어요. 이때 대신 100원을 내드리기도 하죠. 그러면 다음에 올 때는 더 많은 돈을 주고 가시기도 해요. 물론 요금보다 더 많이 주신 경우에도 무조건 공단으로 입금해야 하고, 간혹 정산이 맞지 않아 돈이 부족할 때면 노동자가 충당해야 해요. 나중에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사비로 메꾸는 거죠.

 

고객 중에서 네가 나와서 받아 가라라고 하거나 찢어진 돈을 주는 경우, 500원인데 5만 원을 주는 사람, ‘배 째라라며 요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카메라로 직원의 얼굴을 촬영한다든지, 고의로 거짓 민원을 넣는 일도 있죠. 그리고 반말하는 사람, 욕설하는 사람도 아직 있고요.”

 

감정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관련된 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예전보다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 등의 문제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고객의 갑질은 존재한다. 고객 응대가 주된 업무 중 하나인 요금 징수원 역시 하루에 만나는 수천 명의 고객에게 친절해야 한다. 일하면서 고객에게 상처를 받더라도 당장 해소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이 일을 하기 위해선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는 여전히 필요하다.

 

그래도 요금소를 지나는 짧은 찰나에 고생이 많다며 요금 징수원의 노동에 공감하고, 그들의 고됨에 위로해주며 고마움을 전하는 고객들이 있어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매일 새롭다라고 한다.

 

광안대교를 매일 지나가야 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중에선 우리더러 고생한다고 인사하거나 박카스를 챙겨주는 분도 있어요. 새벽 두 시쯤 장사 나가는 어르신은 잠을 못 자면서 일하는 고단함을 안다며 껌이나 초코바, 김밥을 챙겨주시기도 해요. 음식이나 음료를 받아도 부스 안에서 먹을 순 없어요. 하지만 함께 건네주는 손길에 담긴 그 마음과 표정, 눈인사에 힘들었던 몸이 확 가벼워지고 보람을 느끼곤 하죠.”

 

노동조합의 길을 선택한 까닭

 

정규직 전환 이전에 용역으로 관리되고 있을 당시 현장 관리소장의 지나친 갑질과 비리가 있었다. 심한 횡포를 견디다 못한 직원들이 말 그대로 폭발하기 직전이었을 때,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가 설립됐다. 당시 조합원들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던 용역회사의 회장을 부산으로 불러내, 단체협약을 맺고 임금체계를 잡아가는 등 시설공단의 잘못된 용역 수주 비리와 싸웠다. 장장 3년간의 치열한 투쟁 끝에 20204,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고 마침내 문제 많던 소장과도 끝을 볼 수 있었다.

 

정규직 전환 투쟁을 하면서 몸으로 습득한 게 있어요. 사소한 두루마리 휴지 하나도 쟁취하려 노력하지 않고선 우리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게 없다는 거예요. 저희가 소수노조이다 보니, 어용인 대표노조에 의지해 나가야 하는 현실이 불만족스럽고 빛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길이 맞는 거라고, 바른길로 가고 있다고 서로 위로하며 쉬지 않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47일터기사

[9월_동아시아과로사통신] 정부기관의 인력남용으로 인한 과로사, 감찰원으로부터 시정요구 받아

일터기사

정부기관의 인력남용으로 인한 과로사, 감찰원으로부터 시정요구 받아

 

황이링(Hwang Yiling), OSHLink

 

2021818, 감찰원은 고용주의 보호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법령에 따라 필요한 안전 보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신베이시(新北市) 진산(金山) 구청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감찰위원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신베이시 정부에 관련 직무 과실 인원의 처분을 요구하였다. 이번 시정요구는 지난해 진산 구청에서 근무했던 29세 직원의 과로사가 발단이 되었다.

 

2020년 당시 29세의 천지아웨이(陳嘉緯)는 신베이시 진산 구청에서 언론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업무내용에는 기관신문 연락담당, 뉴미디어팀 팀장, 구청 공식 페이스북 계정 운영 및 관리 등이 포함되었다. 작년 84일 오후 63, 천지아웨이는 구청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구청장의 공식 일정 활동에 대한 글을 업데이트한 후, 7시쯤 집에 돌아와 먼저 샤워를 하고 이어서 업무 관련 홍보영상을 편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욕실에 들어가서 줄곧 나오지 않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가족들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문을 세게 당겨 열어보니 그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천지아웨이의 생전 근무 시간을 확인해보니, 그가 장기간에 걸쳐 초과 근로를 했음이 드러났다. 사망 전 6개월 동안의 월 평균 초과 근로시간은 89시간에 달하였고, 그 중 2개월은 초과 근로시간이 100시간이 넘었다. 가족들 역시 그가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잦았고, 어떤 때는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을 시간조차 없어서 밤참으로 먹어야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놀랍게도 이렇게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던 그의 월급은 겨우 27,000위안(한화 약108만원)에 불과했다. 행정기관은 고용주의 입장이 되어서 오히려 노동 착취에 앞장서며 저임금 과로를 조장했다.

 

사건 발생 후 사회적 관심이 일었고, 감찰위원 역시 적극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1년여의 조사 끝에 2021818일 조사보고서가 발표되었고, 행정기관이 다음과 같은 과실을 범한 사실이 적발됐다.

 

1. 임시직에게 팀장직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천지아웨이는 진산구청의 계약직 직원으로, 정식 공무원이 아니었다. 201711월부터 직무 대리인이라는 이름으로 임용되어서 사망 전 총 28개월 동안 다섯 차례의 대리직무전환을 거쳤다. 대리한 직무는 계속 바뀌었어도 실제로는 모두 동일한 언론홍보 업무였다.

 

관련 법규정에 따르면 계약직은 각 기관의 행정계약에 의해 기간제로 고용되는 인력을 지칭하며 사무 업무, 간단한 행정 혹은 기술업무를 처리하고, 팀장 직무를 담당하거나 겸임할 수 없다. 그러나 천지아웨이가 임용되기 전에, 언론 연락담당은 사무처장(구청장 다음으로 높은 고위 관리자)이 담당했으며, 202074일 이후에는 원래 천지아웨이가 맡았던 뉴미디어팀의 팀장 역시 사무처장이 담당했다. 그가 담당했던 업무 내용이 모두 고위 관리자의 직무임이 분명했다. 행정기관은 인력을 남용하여 임시 인력으로 하여금 팀장급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2. 고용주의 보호의무과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천지아웨이는 정부 기관의 임시직으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지만 <산업 안전 보건법>의 보호범위에는 포함되었다. 고용주는 교대근무, 야간근무, 장시간 근무 등 업무에 대해 질병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 보건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구청은 적극적으로 효과적인 조치를 마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가 장기간 야근을 하도록 만들어 과로사에 이르게 함으로써 법적 보호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

 

3. 야근 수당 상한은 있고, 근로시간 상한은 없는 제도의 허점

 

정부에 고용된 계약직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많은 규범을 공무원법령으로 준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은 국가 공무법상 직무관계에 기반하므로 초과 근로시간의 상한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연장 근로수당 청구 상한선만 정해져 있어 인위적으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장시간노동 문제가 쉽게 발생한다. 게다가 계약직은 정식 공무원과 동일한 보호와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도 동일한 규범과 요구 사항이 적용되어 그 권익의 피해 가능성이 더 크다.

 

또한 공무원법이 비록 많은 복지제도의 보장면에서 근로기준법보다 우수하지만 주로 사후 보상의 개념에 치중되어 있으며, 사전 예방 부분은 관련 법규가 미흡하다. 특히 산재보상제도는 여전히 시혜적 사고방식에 머물러, 사후관리를 위한 복지제도만 있을 뿐 예방개념이 결여되어 관련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과로와 같은 직업상병의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관련 통계 자료와 사례 분석을 통해 위험 요인을 찾아내어야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많은 부정행위에 대해, 감찰원은 이번 조사 보고서를 통해 신베이시 진산 구청에 대해 시정안을 전달하고 신베이시 정부에 관련 부정행위 인원에 대한 처분을 요구하고 개선방안을 전달했다. 동시에 현행 법규상 공무원에 대한 합당한 근로시간 규정이 부족하고, 공무제도가 사고 후 보상에 치중하고 과로 등 직업상병의 예방을 소홀히 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 기관에 관련 인원의 기본 권익 보장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토론 및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48일터기사

[9월_현장의목소리] 게임 개발자가 행복해야 게임하는 사람들도 행복합니다._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smile gate guild)지부장 차상준 인터뷰

일터기사

게임 개발자가 행복해야 게임하는 사람들도 행복합니다.

_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smile gate guild)지부장 차상준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장

 

국내 게임산업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급성장해왔다. 2010년 게임시장은 7.8조 규모였는데, 2020년 기준 17조 규모까지 늘어났다. 앞으로도 모바일게임을 필두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업무조건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프로젝트 단위로 채용돼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야근수당 등 법정수당을 기본급과 구분하지 않는 포괄임금제로 인해 야근과 장시간 노동이 만연했다.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자살이 잇따른 적도 있었다. 열악한 노동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IT업계 노동자들은 하나둘씩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시작하였다. 판교의 중견 게임회사인 스마일 게이트 노동자들은 20189월 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3년째,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아본다.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게임업계는 2018년 주 52시간을 앞두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 했습니다. 게임 개발과정에서 특정시기, 예를 들면 게임을 출시하는 시기, 이후 업데이트 하는 시기에 업무가 집중이 되는데요. 야근도 많이 했습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노동시간을 조절해서 일이 몰리는 특정시기에는 업무시간을 늘리고, 업무가 줄어들게 되면 쉬자는 취지입니다.

선택적 근로제를 도입하려면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자대표와 합의를 해야 합니다. 저는 당시 근로자 대표로 선출이 되었습니다. 근로자대표로 뽑힌 다음날 회사는 선택적근로제 동의에 관한 문서를 들고 와서 일방적으로 서명하라고 내밀더라고요. 근로자대표로 회사와 협의를 진행할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일단 내부적으로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아 그 문서에 서명을 했는데 향후에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논의결과 근로자대표라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넥슨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이슈로 노조가 만들어 졌습니다.

 

최근 한 유명 대선 후보가 주 120시간을 이야기 하면서 선택근로시간을 이야기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도 저 발언으로 활발하게 논의했었는데요, 다들 놀랬습니다. 이미 게임업계는 앞에서 언급한 이유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도를 많이 도입하고 있습니다. 법을 판단하고 집행했던 분이 현실과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비상식적인 발언이었다고 봅니다. 무엇을 더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사용자들은 주 52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니깐 노동자들도 더 일하고 싶은데 일을 못하게 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IT업계는 창작과 연결되기 때문에 투입한 근무시간=성과로 이어지는 제조업 분야가 아닙니다. 그런데 자리 오래 앉아 있고 야근 많이 하면 좋은 인재라는 구시대적 인식이 있어요. 예전에는 업무시간으로 평가했다면 이제는 업무의 효율을 고민할 때가 되었습니다. 개인이 아닌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많이 미흡했다고 봅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과 후의 차이는요?

 

한국의 게임산업은 단시간에 급성장 했습니다. 초창기에는 20대 매니아들이 골방에서 라면 먹으며 밤새 게임을 만들었지요. 저도 예전에는 그런식으로 밤샘 작업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게임개발에 성공한 사람들이 현재 경영자가 되었는데 여전히 라떼마인드를 못 버리고 있는 거예요. IT업계가 양적으로는 빠른 성장을 거쳤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을 살펴보진 않았습니다. 저희가 속해 있는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에서 같이 연구를 수행했던 분들이 우리나라의 과거, 현재의 모든 노동문제를 IT업계에서 다 볼 수 있다고 할 정도였어요.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뒤에야, 포괄임금제와 권고사직 문화가 사라지고 주 52시간 노동시간제가 정착되었습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가 도입이 되고도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자체적으로 실태조사를 했고, 실제로 주 52시간을 넘긴 케이스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였으나 해결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신청 했었지요, 마침 그때 국정감사를 하게 되고 언론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어, 근로감독까지 받게 되었어요. 지금은 회사가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컴퓨터를 끄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고용이 안정되었습니다. 그간 게임개발 업계는 권고사직 문화가 있었습니다. 게임회사에서 동시에 여러 개의 게임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작은 스타트업 기업이 여러 개 있는 셈이에요. 게임의 성공은 아이돌의 성공과 비슷해서 대부분의 개발된 게임은 실패로 끝나고 단 1개의 게임만이 성공하는 식이에요. 그러면 실패한 프로젝트는 공중분해되고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권고사직 당했습니다. 우리 회사를 포함한 다수의 게임업 종사자 대부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고사직에 동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 등에 대해 배운 적이 없으니깐요. 회사가 나가라고 하면 당연히 나가야 되는 줄 알았어요. 게임업에 오래 종사한 분들은 권고사직은 한두 번은 경험했다고 봐야돼요. 사직당하고 이직하는 게 여기선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 근속연수가 2~3년 밖에 안 됩니다. 다른 게임회사도 5년 넘어가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저는 입사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드문 경우지요. 젊을 때는 이직이 어렵지 않지만 나이가 들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으면 쉽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정규직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어요. 정규직은 기한을 정하지 않은 정규계약으로, 경영상 심각한 위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요. 그 설명을 듣고 다들 권고사직에 사인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지 의아해했어요. 그동안 게임 개발자 머리속에는 노동조합은 없었고 권고사직에 사인을 해왔으니까요. 노동조합이 생기고 난 뒤, 권고사직 문화도 많이 사라지고 고용이 안정화되었다고 봅니다.

아직까지는 회사에서는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원하진 않고 대화로 해결하려는 편입니다. IT 업계에서는 언론에서 미치는 이미지와 여론에 민감한 편이거든요. 더구나 우리 회사는 그간 노동이슈로 국정감사를 2번이나 받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대해 비상식적인 무시나 억압은 아직까진 없는 편으로 보입니다.

 

회사의 조직 분위기는 어떠한지?

 

게임을 개발하는 다양한 직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일률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윗사람의 주관적인 평가에 의존하게 되고 상관에 함부로 할 수 없는 구조가 되버렸습니다.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최하 평가 주는 식으로요. 그래서 최근 네이버 갑질 사건도 생겼다고 봐요. 서로 호칭만 으로 존중하면 뭐합니까? 밖에서는 IT업계라고 하면 수평적이고 자율적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직적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대책위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데요. 인사고과는 업무의 범위라고 간주되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라고도 보여지는데요. 사례를 더 찾고 해결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노동조합에서 더 하고 싶은 일은요?

 

저는 게임을 좋아했고 게임업계에서 일 한지 오래되었는데요, 게임잡지 기자, 게임방송국에서 일해보고, 프로게이머도 해 보았습니다. 첫 회사에서는 회사 사규, 취업규칙을 정리하는 업무를 했는데요, 그걸 보면서 근로기준법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법과 현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적절한 시기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요, 우선 일하다가 아픈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하다가 아픈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앞으로도 게임산업이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음 젊은 세대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간 산재신고가 잘 안되고 있었는데요. 산재문제도 관심을 가지면 사례가 나올 거라고 봅니다. 이상적으로 들리겠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즐거워야지 남이 즐길 수 있는 게임도 잘 만들 수 있어요.

또 공정하게 성과가 분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IT업계에서는 임원과 직원의 임금격차가 큽니다. 게임업계 평균임금이 높다고 보도되잖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임원 급여가 워낙 높으니 전체 평균도 높아진 착시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이직이 잦다보니 업계간 연봉도 비슷한 편인데요. 올해 초 IT업계가 똑같이 연봉을 인상했어요. 회사는 성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려 않고 우리 회사의 실적을 기반으로 연봉을 정하기보다는 옆에 회사와 임금을 비슷하게 맞추려는 경향이 있어요. 정보와 의견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저의 과제라고 봅니다. 앞으로 해야 할 게 많네요.

 

 

 

 

 

 

 

 

 

 

 

 

 

 

44일터기사

[9월_문화로읽는노동] 저 너머의 굴뚝은 언젠가 찾아온다_극단고래의 17번째 작품, 연극

일터기사

저 너머의 굴뚝은 언젠가 찾아온다.

극단고래의 17번째 작품, 연극 <굴뚝을 기다리며>

 

박기형 선전위원

 

연극 <굴뚝을 기다리며>의 막이 오르고, 두 사람이 절뚝이며 무대 가운데로 걸어 나온다. 그들의 이름은 누누와 나나. 누가 누구인지, 내가 나인지, 나는 여기 왜 여기 있는지 잊은 듯 너는 누구냐며 서로의 이름을 묻다가, 스스로를 가리키며 부르는 이름. 마치 언어유희와 같은 이름을 가진 누누와 나나는 굴뚝의 좁은 난간 사이를 위태롭게 절뚝이며 돌아다닌다.

그때 갑자기 누누가 발이 아프다며 주저앉는다. 나나는 누누의 발을 낫게 하려고 어디가 아픈지 묻는다. 하지만 누누는 이 발이 아프다고 물으면 저 발이 아프다고 답하고, 저 발이 아프냐고 물으면 저 발이 아프다고 답한다. 나나가 재차 발이 왜 아프냐고 묻자 누누는 신발(작업화)이 작은 것 같다고 한다. 그러자 나나는 신발이 작은 게 아니라 발이 커서 그런 거라고 말한다. 발이 큰 건지 신발이 작은 건지를 두고 한참을 얘기한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자꾸만 질문과 답이 비켜나면서, 대화는 도돌이표처럼 맴돈다. 통하지 않은 말들은 굴뚝 너머 공중으로 흩어지고 만다. 그 가운데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무의미한 하루하루의 반복. 그때, 누누가 나나에게 묻는다. 우리는 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저 너머를 바라보며, 나나가 대답한다.

 

우린 굴뚝을 기다리고 있지.’

 

연극 <굴뚝을 기다리며>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중심이 되는 축은 앞서 소개한 누누와 나나의 이야기다. 다른 한 축은 누누와 나나가 지내는 굴뚝으로 손님이 한명씩 찾아오면서 펼쳐진다. 홀로 굴뚝을 청소하는 노동자 청소와 굴뚝청소를 담당하는 AI로봇 미소’, 배달라이더 이소의 방문이다.

본 연극이 오마주한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두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또한, 시덥잖은 얘기를 하염없이 주고받는다. 중간마다 누군가 그들을 방문하고 다시 떠난다. 그러다 그들의 대화는 언제나 고도에 대한 기다림으로 귀결된다. “오늘은 고도가 올까? (글쎄, 어쨌든 기다려보자고.)” 관객들 사이에선 고도가 누군지 또는 무엇인지에 관한 수많은 논쟁이 오갔다. 하지만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두 희곡과 연극 모두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건 다름 아닌 기다림이다.

 

기다림, 그 치열한 몸짓

 

흔히 기다린다고 하면, 누군가 저 멀리 무언가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옛 설화에서 떠난 사람을 기다리는 망부석의 이미지랄까. 그래서 기다림은 정적이고 수동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말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멈춰 서있는 걸까? 철학자 고병권은 저서 다이너마이트 니체에 관한 한 강연에서 니체가 선악의 저편에 논의한 것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니체는 가만히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고 말해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가만히 있지 않고 두드립니다. 열매를 기다리는 사람은 씨앗을 심어요. 기다림은 중요해요. 기다림이 없으면 사건이 없어요. 그 점에서 기다림은 실천입니다.”

기다림이 적극적인 몸짓인 이유는 뭘까? 기다림은 언제나 바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망부석처럼 떠난 임이 돌아오기를 바라고,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오기를 소원하는 것 등등. 기다리는 사람은 자신의 기대와 소원 등이 장래에 실현되길 바란다. 그래서 기다림은 여기와는 다른 저기,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저 너머를 향해 끊임없이 행동한다.

본 연극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이해성 님은 블랙리스트 사태 당시 광화문 광장 캠핑촌에서 함께했던 유성, 쌍용차, 콜트콜텍, 파인텍 등 고공농성을 했던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8년 겨울, 426일에 걸친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었던 2018파인텍 투쟁15일간 연대하면서, 이 투쟁을 모티브 삼고 고공농성투쟁의 당사자들의 일기와 이야기를 반영해 구체화시켰다. 이에 비춰볼 때, 누누와 나나가 굴뚝에 올라간 이유가 극 중에 밝혀지지 않지만, 추정해볼 수 있다.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노동권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굴뚝 위에서 굴뚝을 기다리는 삶도 아래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올리고, 내리고, 뒤집고, 넘기고올리고, 내리고 뒤집고, 넘기고아침에 일어나 씻고, 점심엔 운동하고 밥 먹고, 저녁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잠을 청한다. 그렇게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낸다. 그럴 때 지루함의 끝에 뒤이어 찾아오는 고립감. 홀로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 ‘우리의 바람이 정녕 이뤄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연이어 떠오른다. 품고 있던 기대는 쉬이 흔들린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 굴뚝 아래 사람들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굴뚝에 올라온 이유를 되새긴다. “우린 굴뚝을 기다려야 해.” 흔들리고 다잡는 일의 무한한 반복. 어쩌면, 우리 삶의 실존적 면모일테다.

 

기다림의 형태

 

수십 미터에 이르는 굴뚝은 생을 걸고 올라가야만 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혹시나 여기가 너무 낮아서 우리를 찾지 못하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갖는다. 하지만 자신의 발아래를 보면 까마득하기만 하다. 지루하고 무의미한 기다림을 그만두고서, 이 위험하고 고독한 곳에서 벗어나 저 아래로 내려가고 싶기도 하다. 도대체 우리는 왜 여기 있는 것일까?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이 정녕 이 높은 곳에서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일까? 그래서 누누와 나나는 굴뚝의 높이를 두고 우습고도 씁쓸한 다툼을 벌인다.

 

여기는 높은 곳. (여기는 낮은 곳인데.) 아니야. 여기는 높은 곳이야. (아니야, 여기는 낮은 곳이라니까?) ······ 여기는 너무 높아. (아니야. 여긴 너무 낮아.) 너무 높다니깐? (너무 낮다니깐?)”

 

우리는 살면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길 바란다. 하지만 그 바람, 즉 기다림의 형태는 누누와 나나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남들보다 높은 곳에서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을 누리고 싶다. 그러니 내가 속한 여기는 여전히 낮다. 내가 기다리는 건, 저 너머로부터 찾아올 굴뚝이 아니라, 이 굴뚝이 더 높아지는 거다.

더 많은 자산·소득을 갖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기다림들. 각지의 랜드마크를 자처하며 경쟁적으로 짓고 있는 초고층 빌딩들. 어쩌면, 오늘날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은 그 수많은 높은 곳들에 가려 손쉽게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닐까.

누누와 나나는 굴뚝 위에서 굴뚝을 기다린다. ‘굴뚝이 혹시나 우리를 찾지 못할까 전전긍긍한다. 여기서 굴뚝은 가장 단순하게는 누누와 나나의 복직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또 다른 굴뚝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굴뚝처럼 높은 곳에 올라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는 또 다른 이들을 기다리는 일이 아닐까. 누누와 나나의 굴뚝만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간직한 수많은 이들의 굴뚝 말이다.

극의 말미에 나나는 굴뚝에 서서 무대와 객석 저 너머를 응시한다. 언젠가 저 너머에서 찾아올 굴뚝을 기다리며. 아마도 막이 내리고, 나나는 다시 똑같은 굴뚝 위의 일상을 보낼 것이다. 어쩌면 어느 날 굴뚝 아래로 내려와 일상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 모든 순간, 언젠가는 굴뚝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굳건히 버틸 수 있을까. 저 너머 굴뚝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또 다른 굴뚝이 함께 이 땅에 있음을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러나 각자도생의 길만 남은 듯한 오늘날, 우리는 나만의 기다림외에는 다른 곳을 바라볼 여유도 없는 것일지 모르겠다. 또 다른 굴뚝이 있음을 알고도, 우리가 딛고 있는 이 자리가 올라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닐는지. 그러면, 이 자리에 찾아올 또 다른 굴뚝을 향한 기다림이란 정녕 불가능한가? 나아가 또 다른 굴뚝이 우리를 찾도록 하려면, 우리는 어떤 기다림의 형태를 만들어가야 할까?

 

 

 

42일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