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기나긴 10여 년의 투쟁을 돌아보다 – 유성기업 영동지회 김성민 교육부장 인터뷰 / 2021. 04

일터기사

[현장의 목소리]

기나긴 10여 년의 투쟁을 돌아보다 

– 유성기업 영동지회 김성민 교육부장 인터뷰

거니 회원, 보건의료학생 매듭

긴 시간동안 수많은 투쟁과 상처를 안고 온 유성노조 노동자들의 삶은 어땠을까. 그리고 지금의 심정과 향후 계획은 무엇일까. 지난 2월 2일, 수많은 질문의 답을 듣기 위해 유성기업 영동공장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김성민 교육부장을 만났다.

노동과 투쟁의 하루일과
‘유성기업’하면 노조파괴부터 먼저 떠오른다. 회사와 국가는 잔인하게 노동자의 일상을 파괴해왔고, 자본은 자신이 짠 일정과 강도로 노동자를 유도하며 성과로 하루 일과를 점검했다. 이에 맞서 투쟁해온 유성노조 노동자들의 노동은 어떤 모습일까.

“주조부에서는 합금을 제작해요. 우선 쇠를 녹여서 쇳물을 만들고 니켈·망간·크롬 등을 섞어서 합금을 만드는 거죠. 금형 틀에다가 넣으면 동그랗게 나오는데, 이걸 생산부에 넘기면 가공을 시작해요. 면을 깔끔하게 만들고 피스톤을 왔다 갔다 한 뒤 검사하고 내 보내는 거죠.”



출처: 거니

현재 정비과에 소속돼 노동 중인 김성미 교육부장은 이전까지 노조간부로도 활동했다. 그 간의 투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됐는지 궁금했다.

“작년 12월 31일까지는 출근투쟁(이하 출투)을 했어요. 2011년 처음 투쟁할 때는 회사가 용역을 세우고, 매일 몸싸움 하는 게 일이다보니까 출투하기가 어려웠대요. 조합원들은 두려움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죠.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공포가 있는 걸요. 2012년부터는 재정비하고 현장조직화를 했어요. 어용으로 넘어간 사람들을 금속으로 오게 하는 거죠. 2015년까지는 현장에서 싸우는 게 자주 있었어요. 그러다 2016년 3월에 한광호 열사가 목숨을 끊었어요. 이를 계기로 조합원들이 다시 투쟁해야 한다고 마음 먹고, 내부에서 관리자하고만 싸우는 문제를 넘어 사회화 투쟁으로 가는 것에 동의했죠. 한광호 열사가 돌아가신 날부터 서울 상경 투쟁을 시작했고, 투쟁은 시청과 양재동으로까지 이어졌어요. 2017~2019년 초까지 조를 짜서 농성한 양재동 투쟁 때는 현대차가 직접 개입한 걸 두고 볼 수 없다해서 새벽같이 출투하고, 농성장에 와서 아침 먹고 점심에는 대법원 가서 피켓 들고 그랬어요. 그러다 2016년 11월 산재인정을 받았고, 다음 해 2월에는 유시영 대표가 구속됐죠.”

심야노동 철폐와 주간연속2교대제
야간노동의 유해함은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야간수당을 받아야만 하는 경제적 이유나 지금 당장의 즉각적인 피해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을 뿐이다. 그러나 정말 심야노동은 노동자의 몸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김성민 교육부장의 대답은 ‘아니었다’이다.

“야간작업에 들어가면서 괜찮다고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저도 너무 힘들어서 3년 밖에 못 하겠더라고요. 야간작업에 들어 갈 때는 출근길에 누가 뒤에서 라이트를 조금만 비춰도 화가 났어요. 스트레스가 상당하니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는 거죠. 그리고 야간작업을 하면 패턴이 자주 바뀌니 만성 피로가 생겨요. 낮에 농사 일손을 돕는다거나 가족들하고 시간을 보내는 등의 다른 일 들은 아무것도 못했죠. 너무 피곤해서 퇴근하면 잠만 자게 되고 그러다 조금 있으면 출근해야 하고 그러니까요.”

유성기업에서는 야간노동으로 노동자가 사망했다. 함께하던 동료가 영영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을 보며, 노조는 노동시간 문제와 건강권을 연결한 투쟁을 전개했다. 그렇게 심야노동 철폐의 요구와 투쟁이 시작됐다.

“조합원 중 한 명이 야간노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못 내렸어요. 차 안에서 돌아가신 거예요. 당시에는 산재고 뭐고 몰랐 어요. 50대였는데 죽을 수도 있구나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러다 제가 지회장을 맡고 나서 29살짜리 조합원이 자다가 죽은 거예요. 산재 신청을 했는데 불승인 나면서 회사가 줬던 임금을 도로 뺏어갔어요. 그걸 갚기 위해서 3주 연속으로 야간에 들어갔었대요. 그렇게 들어가면 안 되거든요. 이후로 우리에게 숙제가 남았어요. 왜 사람들이 죽는 걸까, 우리는 뭘 해야 할까하는 숙제요.

심야노동이 문제라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죠. 저 역시도 야간노동을 안 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됐거든요. 그러다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알게 되면서, 저도 공부하고 노조 사업에도 포함하기 시작했어요. 주간연속 2교대제의 핵심은 월급제와 심야노 동 철폐라고 생각해요. 2009년에 실물경제 위기가 오면서 야간 잔업도 없고 퇴근 시키더라고요. 그러면 월급이 80~100만원씩 줄어드는 거죠. 오히려 이때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가 탄력을 받았어요. 사람이 죽었을 땐 초반에 반짝하고 말다가 실질적인 임금이 줄어드니까 문제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기본급 인상과 잔업 줄이기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했어요.”

노조파괴가 끼친 영향들
노조파괴로 개별화·파편화된 노동자들은 사측의 징계를 피하고자, 생존전략의 일환으로써 본인의 노동 강도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었다.

“2011년에 생산수량이 20~30% 정도 증가 했어요. 노조가 깨지니까 어용으로 간 사람들이 회사에 잘 보이기 위해서 생산수량을 높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거부하면 징계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니까요.”

사측은 CCTV 설치를 비롯해 일상적 감시· 민/형사소송·임금 삭감 등 온갖 방법으로 조합원의 일상을 파괴했다. 이렇게 자행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탄압은 조합원들의 몸과 정신 모두에 비가역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탄압의 결과는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스트레스는 가족에게로의 폭력으로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누구도 우리의 억울함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막막함이 가장 힘들었어요. 월급을 받았더니 이유도 없이 삭감돼 있는 거예요. 항의 하면 지금 일하는 시간이니까 쉬는 시간에 오라고 해요. 당연히 10분 안에 다 이야기 못하죠. 그런데도 쉬는 시간 끝나면 작업장 이탈이라고 하면서 가라 하죠. 노조파괴의 핵심은 법으로 가는 거예요. 해고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받으려면 5년이 걸려요. 법으 로 해결하려면 굉장히 긴 시간이 걸려요. 그나마 버텨서 이기면 다행인데, 중간에 포기해버리면 회사가 이기는 거잖아요. 그러니 더 힘들죠.

CCTV 감시는 회사가 책임 전가를 위해서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끼리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하기도 했어요. ‘조용히 얘기해. 누가 있을지도 몰라’ 이런 식으로요. 스트레스 받으면 모든 일에 다 짜증이 나잖아요. 평소라면 안 그랬을 텐데 아 이들이 조금만 떠들어도 화내고, 가정폭력도 일어나고 그랬어요. 노조파괴가 사람도 파괴하고 가정마저 파괴했어요.”

떠난 사람들이 남긴 숙제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고(古) 한광호 열사 를 비롯해 여러 동료를 떠나보냈다.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했던 열사에게 회사는 수많은 소송과 징계, 폭행 등 갖은 탄압을 자행해왔다. 결국 2016년, 열사는 죽음으로 내몰렸다. 떠나간 사람을 안고 남긴 숙제를 풀어나가며, 투쟁을 지속하는 시간을 노조는 어떻게 보냈을까.

“제가 지회장을 한 번 더 맡았을 때 저희 간부가 지게차에 치여 죽었어요. 한광호 열사도 돌아가셨고요. 돌아가신 분들이 남기고 간 것들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심야노동이었고 두 번째는 재해에 의한 사고였죠. 누가 지게차에 치여 죽을 줄 알았겠어요. 그런 데 적재물은 2단으로 쌓았지, 사람이 지나갈 길은 없지 이런 상황이니 그렇게 된 거예요. 마지막으로는 정신적 재해였어요. 노조 파괴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사람이 죽어 나가니까요. 그래서 해고자들 중 일부가 개별적으로 산재신청을 했어요. 문제는 굉장 히 오래 걸린다는 거예요. 그나마 한광호 열사 경우에는 빨리 나온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사람이 죽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는 거 고, 그 이유를 밝히고 해결하는 게 남아있는 사람들의 숙제죠. 이런 것들을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과 고통의 역치가 너무나도 높아졌다. 산재사망은 그동안 내재된 문제들이 곪다가 터진 가장 극단적인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단식을 하거나 죽어나가야만 겨우 이슈화 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산재로 사람이 하루에 7~8명 죽는 것보다, 주식이 1% 내려가고 올라가는 게 훨씬 더 큰 문제다’는 김성민 동지의 말이 이를 단적으로 반영한다. 이러한 사회에 ‘감수성’과 ‘경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저 역시 이 정도 힘든 일은 좀 견뎌야지, 참고 일하면 안 되나? 이렇게 생각 하고 살았어요. 그러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감수성이란 걸 배운 거 같아요. 평등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 이런 감수성을 가진 구성원을 키워내는 게 필요하다 생각해요. 누군가의 노동문제가 당장 내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LG 트윈타워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까 이런 생각과 감수성이 있어야 해요.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것도 그런 거잖아요. 양재동 투쟁 때처럼요. 저기서 힘들게 투쟁한다더라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을 자꾸 만들어주는 게 필요해요. 1등만이 옳고, 경쟁체제가 당연하다는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거죠.”

투쟁의 의미와 이후의 과제
연대의 힘으로 버티고, 투쟁으로 이끈 변화들이 많다. 유성기업 노조 조합원들이 꼽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현장에서 자율적 행동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지금도 일하는 시간에 이렇게 인터뷰하고 있잖아요. 지금은 조합원들도 자율적 행동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투쟁에서 졌으면 이렇게 못했을 걸요? 다음으로는 비록 조합원의 수가 절반 으로 줄어들었지만 노동조합을 끝까지 지켰다는 거죠.”

작년 연말에 이뤄졌던 합의안에는 감시카메라 철거와 부당노동행위 책임자 처벌·조합원 트라우마 심리 치유사업 지원·노조 간 차별 금지·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위한 실행위원회 가동 등이 들어있다. 앞으로의 노조에게는 어떤 과제가 남아있을까.

“악은 징벌하고 선은 복을 받아야 하는데 안 되는 거잖아요. 이제 일상을 찾아가려고 하는데, 산 넘어 산이예요. 왜냐하면 어용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장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10년째 같이 일을 한 사람들이니 아예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잖 아요. 이런 갈등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 예상해요. 이제는 주워 담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 서로간의 감정싸움도 추스르고, 투쟁하면서 미뤄뒀던 치유도 노조가 담아야 할 때인 거죠.”

오래된 탄압은 노동자들을 만성적 긴장상태로 내몰았다. 그간의 묵은 감정을 추스르고 상처를 치유하며,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이 앞으로 꿈꾸는 소망이나 계획이 궁금했다.

“10년이나 지났잖아요. 항상 불안하게 살다 보니 아이들이 어떻게 컸는지도 잘 몰라요. 아직은 조합원들도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죠. 그냥 얼마 안 있으면 정년퇴직인데 돈 벌어야지 그런 말들을 나누곤 해요. 지금 조합원들 평균 연령이 10년 뒤면 정년 퇴직을 할 때니까요. 아무래도 제일 하고 싶은 건 쉬는 거죠. 앞으로는 충분히 휴식도 취하고, 가족들하고 놀러 가고 그러고 싶어 요. 개인적으로는 지금 현장에 돌아온 지 1년 됐거든요. 1년 새에 조합원들하고 많이 친해졌어요. 임원하다보면 아무래도 그러기 힘드니까 지금의 일상이 좋아요.”

32일터기사

[문화로 읽는 노동] 세상의 해고에 맞서는 불굴의 투쟁: -영화 가 보여주는 노동의 모든 문제들 / 2021. 04

일터기사

[문화로 읽는 노동]

세상의 해고에 맞서는 불굴의 투쟁: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가 보여주는 노동의 모든 문제들

김상민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누군가 늦은 밤 지방 소도시로 장시간 자동차를 운전해간다. 새벽녘 임시 숙소에서 전형적인 사무직 노동자 복장 한 여성이 빨대 꽂은 팩소주를 마시면서 절망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에 가득 차있다. 주인공인 그녀는 무슨 이유인지 지방 하청업체에서의 1년간의 시한부 파견 근무를 명령받았다. 

이 장면에서 나는 언젠가 사무직 여성 노동자가 오지에 있는 현장으로 파견 발령이 났으나 개의치 않고 그 상황을 극복해 최고의 현장 노동자가 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이태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도 바로 그 뉴스 때문이라고 한다.

“당신 자리 여기 없습니다”
동기들 중에서도 제일 잘나가고 사내 모든 일에 일등이던 박정은 대리는 무슨 일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권고사직을 종용받다가 타협으로 1년만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돌아오라는 파견 명령을 받는다. 하지만 모든 걸 포기하듯 내려온 낙후된 지방 소도시의 송전탑 관리하청업체는 소장 포함 직원이 고작 네 명뿐이고,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원청에서 좌천되어 온 사무직 직원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무직이던 정은은 작업관리대장을 만드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돌아오는 동료들의 말과 시선은 차갑다. 

게다가 하청에서는 파견 노동자의 인건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 원청의 인원감축 방침은 원래 일하던 직원들의 일자리까지 위협한다. 파견 내려온 정은을 잘라내려는 목적이지만 근무평가 결과에 따라 누가 해고될지 모를 일이다. 급기야 원청은 평가관을 내려 보내 하청업체 평가를 실시한다. 

한편, 정은은 꿋꿋하게 자신도 현장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밤늦게까지 무거운 전기 작업 도구들과 혼자 씨름해가며 스스로 일을 배운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작업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 자신이 입을만한 작업복도 없으며 심지어 현장 노동자들에게 특수 방전 작업복이 지급되기는커녕 그것을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원청의 갑질과도 같은 평가과정, 노동자의 안전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행태는 공공기관의 민영화와 다단계 하청구조나 노동자를 어떤 식으로 쥐어짜고 위험으로 내모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출처: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여자가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냐, 아직도 모르겠어?”

정은이 자신의 일을 혹은 ‘자리’를 찾지 못하던 처음 며칠, 남성 동료들은 작업장 구석 칸막이 옆에 조그만 책상을 배치해둔다. 이미 원청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뺏기고 사무실 바깥 복도 어딘가에 놓인 좁은 책상에 앉아서 일하던 그녀에게는 파견 명령을 받던 그 시간이 소환된다. 사무직 여성에게 현장직 남성들의 일이 주어질 리는 만무하고, 남성 동료는 자신들이 식사하고 난 자리를 치우는 것이 그녀의 일이라고 여긴다. 정은은 더욱 오기가 난다. 일을 주지 않는다고 지방노동위에 신고할 생각까지 한다. 

성별에 따라 해야 할 일의 종류를 구분하려던 남성 동료들의 잘못된 인식만큼이나 견고하게 여성을 노동 현장에서 차별하는 것은 바로 노동의 환경 자체다. 여성 노동자의 신체 사이즈에 적합하지 않게 만들어진 작업복, 작업 도구, 송전탑에 오르는 발판 사이의 폭조차도 남성 노동자의 신체에 맞추어져 있다. 모든 것이 여성 노동자를 작업의 환경으로부터 
배제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래도 여성이 한 걸음도 그 안으로 들어설 수 없도록 만들어진 강고한 남성 중심의 노동 환경은 정은의 끈질긴 노력과 동료들의 수긍으로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사는 게 그냥 알바에요”
동료 중 ‘막내’씨는 낮 시간에는 송전탑 관리 일을 하고 저녁에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 편의점이 끝나면 밤늦게 또 대리운전까지 한다. 아내 없이 딸 셋을 키우는 그는 적어도 쓰리잡 이상을 뛰고, 그러다보니 직장에 출근해서도 늘 피곤해 시간이 날 때마다 쪽잠을 잔다. 그런 것이 또 그의 근무평점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잠이 부족할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는데도 삶은 풍요해지지 않는다. 아니, 이미 불안정한 삶 자체는 끊임없이 알바와 부수입을 강제한다. 사는 게 알바와 다름없다.

그런 막내씨가 두려운 것은 일하다가 죽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서운 거는 해고예요. 해고되면 알바만 해야 되니까.” 죽음보다도 직장 없이 불안한 삶이 지속되는 것이 더 공포스럽다는 것은 그것을 겪어 본 이들, 그것을 겪고 있는 이들, 혹은 그것을 곧 겪게 될 이들이기에 알 수 있는 것이다. 해고는 죽음이라는 것을,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두려움이 
따르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해고든 사망이든 그게 뭐가 달라요.”

“송전탑 위에서는 동료밖에 없어요, 동료를 믿어야지”
퇴근 후 편의점에서 늘 정은과 마주치던 막내씨는 원청의 실태 점검 평가 기간에 정은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알바로 그녀에게 일을 가르친다. 평가에서 자신이 낮은 점수를 받고 해고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동료를 위해 시간을 내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고소공포증을 약까지 먹어가며 극복해보려는 정은은 처음엔 송전탑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
힌다. 처음엔 동료의 작업이 다 끝날 때까지 1미터도 올라가지 못했지만, 막내씨 덕분에 고소공포증도 극복하고 일도 배우면서 삶의 활기를 조금씩 찾아간다. 

파견을 내려온 지 90일째 되는 날, 전기 작업을 하기 좋지 않은 흐린 날씨지만 응급상황이라 작업팀은 송전탑 작업에 나선다. 하지만 송전탑에 오른 막내씨는 그만 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만다. 장례식장으로 걸려온 원청 동료의 전화는 근무평가가 낮은 막내씨만 제치면 정은이 직장에 남아있을 수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정은에게 그의 죽음은 경쟁자가 
아니라 동료의 죽음이다. 동료의 죽음이자 나의 죽음. “우리가 제발 살 수 있게만 해달라”고 원청 관리자들에게 외치는 정은에게 파견이든 하청이든 구분은 의미가 없다. 오직 동료밖에 없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정전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부패해가는 동료의 시신, 섬마을이라 가볍게 무시되는 전기의 혜택을 정은은 이제 두고 볼 수 없다. 그녀가 이미 해고되었다는 원청 관리자의 말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해고 통보, 만류하는 소장, 흐린 날씨, 바람에 흔들리는 송전선, 이 모든 악조건을 뚫고 혼자의 힘으로 송전탑에 올라 기어코 전선을 연결해낸다. 그들이 나를 해고하
더라도, 자신은 결코 스스로를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저 굳은 결심. 

통쾌한 복수나 반전을 보여주는 결말은 없다.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이 영화에는 정말 노동의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종류의 문제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들어있다. 민영화, 권고사직, 하도급 파견노동의 차별,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의 무한 경쟁, 관리감독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본사의 갑질, 여성 노동(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 불안정 노동으로 인한 불안정한 삶. 

정말 당장 포기하고 싶을 만큼 노동을 둘러싼 모든 문제들이 나를 둘러싸고 옥죌 때에도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정은에게서 강철처럼 단련되는 삶의 의지, 노동의 의지를 읽는다. 그리고 매일 아침 그들이 외치던 
“우리는 생명, 우리는 빛”이라는 현장 구호는 노동과 삶의 가치를 스스로 드높이고 긍지를 갖게 만드는 주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동과 삶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손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들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
지는 동료들과의 뜨거운 연대처럼 송전탑을 통해 저 멀리까지 이어진다.

33일터기사

[연구리포트] 노동시간센터 연구동향 보고 – 최근 직업환경의학에서 주목할 연구들 / 2021. 04

일터기사

[연구리포트]

노동시간센터 연구동향 보고 – 최근 직업환경의학에서 주목할 연구들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노동시간센터에서는 <일터> 2021년 4~5월 2차례 걸쳐, 노동시간과 관련한 주요 연구, 정책 동향을 싣고자 한다. 최근 직업환경의학 분야에서 주목받았던 연구 세 편을 소개하고 한국 사회에 비춰볼 때, 참고하거나 논의할 거리를 나누고자 한다.

1. 비정규직의 건강이 더 나쁜가? – 호주 사례를 중심으로 (각주: Is casual employment in Australia bad for workers’ health?”. Occup Environ Med 2021; 78:15–21. )

첫 번째 소개하려는 연구는 호주에서 진행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건강을 비교한 연구이다. 노동시간과 관련한 연구는 아니지만, 고용형태와 관련해서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 연구 결과와 그에 대한 해석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호주에서 진행된 몇 차례 연구에서 호주 비정규직들의 건강이 정규직에 비해 나쁘지 않거나, 오히려 건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건강수준을 ‘SF-36’이라는 설문도구를 이용하여 조사하였는데, 육체적 활동, 통증, 활력, 사회적 기능 등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이 더 좋게 나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북유럽, 국내 연구에서 나온 결과와 반대로 나온 것이어서, 관련된 연구가 제대로 나온 결과인지, 호주만의 특성이 반영된 것인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논문에서는 호주에서 비정규직은 대부분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고, 법에 의해 비정규직에게 임금을 더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에 주목한다. 호주에서는 동일한 노동을 하는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에게 20%의 임금을 더 주도
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삶의 질의 측면에서 오히려 비정규직을 선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고용의 안정 대신 임금을 더 주는 선택이 오히려 책임감은 적고, 스트레스가 적어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덜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설문도구가 아닌, 실제 건강의 차이가 나타날지 확인해 봐야 하는 것과 고용시장이 안정적인 상황과 그렇지 않은 시기에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날지 등은 추가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이 연구의 결과를 근거로 고용안정과 임금의 트레이딩 논의가 가능할지, 우려 지점은 무엇인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건강영역
(기준집단: 정규직)
남자 여자
점수 Coefficient 95% 신뢰구간 점수 Coefficient 95% 신뢰구간
육체적 기능 0.55 -0.11 to 1.2 0.27 -0.26 to 0.8
통증 0.37 -0.35 to 1.1 0.9 0.25 to 1.54
일반적 건강 0.44 -0.07 to 0.96 0.41 -0.02 to 0.85
활력 0.53 -0.04 to 1.1 0.65 0.13 to 1.18
사회적 기능 1 0.28 to 1.73 0.58 -0.07 to 1.23
감정 1.81 0.73 to 2.89 1.24 0.24 to 2.24
정신건강 0.38 -0.15 to 0.9 -0.04 -0.51 to 0.42

표. 고용형태와 일반적 건강수준 (SF-36)

2. 과로사의 위험요인으로서 수면 부족 – 일본 트럭 운전 노동자 대상 연구 (각주:
“Shorter sleep duration is associated with potential risks for overwork-related death among Japanese truck drivers: use of the Karoshi prodromes from worker’s compensation cases”. International Archive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 published online. )

두 번째 소개하는 연구는 일본의 트럭 운전자들의 과로 실태를 점검하여, 해당 노동자들이 수면 부족과 이로 인해 과로사의 전구증상인 피로의 위험에 처해있는 현실을 밝혀낸 연구이다.

본 연구에서는 과로사로 산재 승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건 발생 전 전구증상을 중심으로 과로사위험상태를 정의하였다(Excessive fatigue symptom inventory). 일본 트럭 운전 노동자를 대상으로 과로사위험상태를 측정한 결과, 과로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수면, 노동시간 등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과로사의 위험지표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에서 매우 주목해야 할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로사로 산재 승인된 분들의 의무기록 등을 찾아,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있었던 전구증상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과로사 위험을 나타내는 설문 도구를 개발하였다. 26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해당 문항들은 아래와 같다.

(1) 땀이 많아짐, (2) 요통, 어깨통증 (3) 얼굴홍조, (4) 흉통, 압박감, (5) 호흡곤란, (6) 반복적인 구토, (7) 빈맥, (8) 팔다리 감각소실, (9) 갑작스런 시각 상실, (10)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 (11) 말이 어눌해짐, (12) 심한 치통, (13) 감정적인 다툼, (14) 갑작스런 의식 상실, (15) 멈추지 않은 코피, (16) 밤에 잠들기 힘듦, (17) 유의미한 체중 감소, (18) 수면이나 휴식을 취했음에도 회복되지 않는 피로감 (19) 졸음, (20) 화를 참지 못하고 욱하는 일이 자주 발생, (21) 식욕 상실, (22)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생각함, (23) 하루종일 잠을 잠, (24) 직장 끝나고 지쳐서 바로 잠이 듬, (25) 잠에서 일어나기 힘듦, (26)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움

과로사가 이미 발생하면 대응할 수 없다. 이런 전구증상을 위험신호로, 빠른 대책을 마련하는 전략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림 1. 수면시간과 과로사 위험상태 관련성

이 연구에서 다른 트럭 운전 노동자들은 국내에서도 많은 연구와 정책 대안 등이 제시된 적이 있다. 이 연구가 진행된 일본은 직업 운전자에 대해 운전시간 제한을 두고 있는 나라이지만, 실제 트럭 운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한 달에 80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를 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8.7%였다. 국내는 어떨까?

국내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한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반화물차 운전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7시간, 월평균 일수는 23.3일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월평균 약 300시간(12.7시간×23.3)을 일하는 셈이다. 표준운임비 산정, (전속성 등의 문제로) 산재 적용의 어려움 등 우리나라 화물 노동자들의 문제도 해결을 위한 방안이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3. 야간노동 건강문제를 줄이기 위한 스케쥴링 (각주: “How to schedule night shift work in order to reduce
health and safety risks. Scandinavian Journal of Work”, Environment & Health; Stockholm Vol. 46, Iss. 6, 
(2020): 557-569. )

세 번째 연구는 야간노동의 건강 문제를 줄이기 위한 교대제 스케쥴링에 대한 연구이다. 워크숍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나눈 논의와 체계적인 분석 등을 토대로 야간노동의 위험에 분석을 근거로 한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야간노동의 제한은 유방암, 손상예방이 주요 근거로 만들어졌다. 연속야간근무 최소화, 근무간 시간간격 충분한 제공, 야간근무 시간 최소화가 가장 중요한 관리 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야간노동에 대한 위험 중 첫 번째는 야간근무 동안 졸음과 사고 위험 증가하므로, 이에 대한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연속 3일미만 야간근무, 교대근무 사이 시간은 11시간 이상으로, 근무시간은 9시간 미만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산예방을 위해서는 임신여성은 일주일에 1회를 초과하여 야간근무를 해서는 안 된다.

고혈압, 당뇨 유방암 등과 야간고정작업, 야간작업의 강도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순방향 교대가 실험연구에서 생리적으로 더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연령증가와 수면장애가 특별히 관련이 있다는 근거는 없지만, 야간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수면효율이 떨어져, 야간근무후 수면을 단축시킨다. 50세 이상에서는 야간근무와 빠른 업무복귀(근무와 근무 사
이 시간이 짧음)가 피로와 수면장애를 증가시킨다. 야간근무시 조명, 개인적인 선호도를 반영하여 교대 스케쥴 반영, 피로 관리 프로그램 제공, 피로 발견 기술 (집중력검사, 눈깜박 확인 등), 멜라토닌 공급 등이 논의되고 있다.

교대근무를 하는 이상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 같다. 역시 ‘좋은 교대제’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교대근무를 해야 한다면, 여기서 이야기하는 야간근무 최소화, 고령, 임신노동자에서 야간노동을 제한하는 것은 최소한의 요구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내에는 야간노동에 대한 규정이 많지 않고, 그나마 청소년, 임신노동자에게 야간노동을 금지하는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본인이 동의하면 야간노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실효성이 없다. 연속야간노동을 금지하는 규정은 아예 없다. 그래서 최근 물류노동자들이 연속 5-6일 야간 노동만 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고, 야간에 고정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 당장 이를 금지하는 규제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39일터기사

[일터4월_특집3] 질병권의 관점에서 만성질환자의 노동권을 이야기하기 / 2021. 04

일터기사

[만성질환 노동자의 자리]

질병권의 관점에서 만성질환자의 노동권을 이야기하기

김다연 상임활동가

작년 성공회대 시설관리 용역업체는 ‘정년을 맞은 노동자도 “건강상 업무수행“에 문제가 없으면, 1년 단위로 촉탁연장 계약을 최대 3번까지 맺을 수 있다’는 골자의 단협을 깨고, 방광암으로 수술과 요양을 위해 2개월 병가를 사용했던 한 노동자를 해고했다. “건강한 육체”를 바탕으로 청소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노동자는 건강에 이상 없다는 의사 소견서도 제출했었다. 

질병 없는 “건강한 육체”를 도달해야 할 이상이자 노동자라면 갖춰야 할 기본값으로 여기는 사회의 노동시장에서는, 만성질환자들과 같이 회복하기 어려운 병과 함께 해야 하는 몸 혹은 아픈 적이 있는 몸(미래에 아플지도 모를 몸)은 그 자체로 결격사유다. 어릴 적 소아암 이력이 차별의 근거가 되기도 할 정도니. (각주: 조한진희, 기사 <건강 중심 세계의 질병 난민>, 비마이너, 2020.04.01 ) 아픈 이들은 자신의 질병, 질병 이력을 감추고 몸을 돌보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도 쉬쉬한다. 설사 채용이 되어도, 건강한 육체도 병들게 할 만큼 과도한 근무 시간과 일의 양은 질병과 통증을 악화시키니 버텨내는 게 불가능하다.

이런 어려움은, 자신의 질병과 통증을 이기적인 핑계로 보는 동료들의 시선이 주는 두려움으로 배가된다. 아픈 이들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해야 사정을 양해받고, 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에 자기 몸의 상태와 통증을 입증하고 설득해야 한다. 질병이 눈에 잘 띄지 않거나 질병명이 없는 경우는 더 쉽게 의심의 대상이 된다. 사회는 폭력의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듯, 아픈 사람에게도 ‘아픈 사람다움’을 강요한다. 

타인의 시선을 포함한 감당할 수 없는 노동조건은, 아픈 몸들을 노동에서 배제하고 노동권을 박탈한다. 이렇게 사회에서 몸이 오롯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들은, 아픈 이들이 질병과 질병을 앓는 자신을 스스로도 수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질병권, 아픈 몸을 기본값으로 하는 노동조건을 말하다

이런 한국 사회에서, 몇 년 전부터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자신의 질병 경험과 삶을 공적으로 드러내며 ‘잘 아플 권리’를 주장하는 “질병권”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질병권이란, “(건강이 아닌) 질병을 중심에 배치하고, 아픈 몸을 사회의 기본 몸으로 설정하며, 질병을 겪는 상태도 삶의 ’정상적‘시기로 본다. 더 이상의 건강을 쟁취할 수 없는 아픈 몸을 인정하고, 모든 이가 건강을 삶의 최우선 목표로 두지 않을 수 있음을 존중” (각주: 조한진희(다른몸들), <우리 시대 건강권을 넘어, 질병권을 제안하다>, 2020한국문화인류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174p ) 받을 권리이다. 

질병권은 “아파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여건” 정도가 아니라, “취약하고 아픈 몸을 기본값으로 하는 사회”를 강조한다. 이런 사회의 노동권은 어떤 모습일까. 아픈 몸들도 ‘정상적으로 아프면서’ 무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노동환경의 구성을 전제조건으로 할 것이다. (각주: 물론, 아픈 몸들 중 전혀 일할 수 없는 몸도 있을 것이다. 질병권은 일하지 않을 권리 역시 동시에 주장한다.(조한진희(다른몸들), 2020, 175p 참고) ) 포인트는 건강한 몸에 기준을 둔 채 예외적으로 아픈 몸들을 특별히 배려하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아프고 약한 몸에 맞는 노동환경을 설계를 주장한다는 점이다. 이는 ILO의 산업보건서비스의 원칙 중 노동자의 능력에 기준을 두고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을 맞춰야 한다는 ‘적응의 원칙’과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또한, 질병권 담론에서는 한 사회의 폭력과 배제와 차별과 극심한 경쟁과 과로와 오염된 환경과 같은 요소들은 몸에 질병과 통증으로 현현하지만, 아픈 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이 역시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해치는 노동조건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주장과 직결된다.

질병권의 관점에서 노동권을 볼 때, 더 주목할 점은 이제까지 사회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던 “아픈 몸이라는 정체성”이다. 질병권에서는 건강중심 사회에서 소수자가 될 수밖에 없던 아픈 몸들이 바로 여기에 존재하며, 정당한 노동조건을 이야기할 때 이 몸들의 특수성을 배제해선 안 되고, 더 나아가 바로 이 아픈 몸이 사회의 기준이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이제까지 아픈 몸은 비생산적인 몸, 폐를 끼치는 몸, 독립적이지 못하고 의존하는 몸, 쉽게 주류에서 밀려나는 몸이기에 배제와 혐오의 대상이었다. (각주: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에서는, 아픈 몸에 대한 혐오는 곧 인간이라면 마땅히 피해야 할 ”추함과 역겨움“을 ”’나‘의 현실에서 지우려는 욕구“로 본다. 돌봐져야 할 아픈 몸들은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내가 차마 맞이하고 싶지 않은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하기 때문이다.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개인”이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되고, 아픈 이를 위한 제대로 된 사회적 지원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의존할 곳은 가족뿐이다. 그마저도 운이 좋아야 한다. 돌봄제공자(주로 여성가족구성원)와 집에 고립되어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 불안한 미래를 감당하며 생존 이외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협소한 삶은 취약한 인간의 몸과 타인에의 의존을 혐오하게 할만큼 충분히 좌절스럽다. ) 하지만 몸은 질병과 각종 통증을 포함한 변화에 늘 열려있기에, 아픈 몸 정체성은 누구나의 것이기도 하다. 질병권의 관점은, “취약한 몸”이라는 인간생명체의 본질적인 특성을 기준으로 노동조건을 구성해야 하며, 이는 건
강한 이들에게도 훨씬 유익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넓은 스펙트럼의 아픈 몸 중, 기준이 되어야 할 ‘아픈 몸’은 무엇일까. 

“아픈 몸을 인정하는 것”(질병권 개념정의 일부)은, 몸 상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수용 받음을 의미한다. 결국 질병권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노동조건이란, 그 개개인의 특수한 몸의 조건과 경험들이 모두 존중받는 환경을 말한다. 이는 “정상적인 몸, 표준의 몸의 기준에 도전함으로써 정상성에 균열을 만들고 새로운 n개의 정상을 만드는 것이다” (각주: 조한진희(다른몸들), 2020, 174p )

동일노동의 기준
몸의 조건에 따라 생산량을 배분하면 비교적 건강한 몸이 더 많은 생산량을 소화하게 될 텐데, 이것이 역차별로 오인될 수 있다. “동일노동”을 계산하는 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익숙한 슬로건인 “동일노동 동일임금”에서, 동일노동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신체적(정신을 포함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동일한 시간/작업량과 같이 완전하게 동일한 조건
의 노동은 과연 평등한가?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요즘 자주 이야기되는 평등이란, 이러한 기계적 평등에 머무는 듯하다.

“크론병 환자는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염증이 심해지고, 장에 구멍이 뚫리기도 한다. (…) 크론병을 ‘딛고’ 성공하는 이들도 존재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통을 계속 외면하고 참아야 한다. 이는 목숨을 건 싸움이 된다.” (각주: 안희제, 『난치의 상상력』, 동녘, 2020, 94p )

누군가에게는 피로감을 주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건 사투다. 겉으로 볼 때 동등해 보이는 노동조건은, 사람의 신체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의 노동강도를 유발할 수 있다. 나에게 오는 신체적 부담의 관점에서, 이는 아픈몸에 대한 차별이다. 따라서 동일노동의 기준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노동강도라는 관점에서 설정해야 한다. (각주: 기저질환 환자의 경우, 주 52시간 이상 노동시 기저질환이 없는 이에 비해 심뇌혈관질환 발병률이 1.58배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노동현장은 돌봄현장이다
노동권은 천부적으로 태어나면서 부여되는 게 아니라,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에서 생성된다. 그러니 아픈 몸의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건, 일정 선 이상으로는 노동할 수 없고 때론 통증으로만 가득 차 몸을 돌보는 일에 전념해야 하면서도, 생존을 유지하고 사회관계망에서 배제되지 않으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노동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복잡다단한 몸들의 욕망에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여건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수반한다. 그렇게 세부적인 개별성을 고려할 때에서야, 아픈 몸들도 “동등한 인간”의 조건을 누리게 된다. 

아픈 몸이 가진 특수성에 주목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노동조건을 만들어내는 일은 ‘돌봄’ 그 자체이다. 노동현장은 돌봄현장이다. 하지만 법은 공식적인 강제력을 동원하여 최소한 지켜져야 할 것들이 지켜지게끔 할 뿐,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세밀한 조정이 필요한 아픈 몸에 대한 제대로 된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상호 간에 ‘섬세한 눈길과 손을 가진 돌봄의 자세’로 몸을 대해주는 대인관계(방식)라는 제도가 때론 더 중요하다. 돌봄은 법이나 기타 규제로는 차마 파악할 수 없는, 상대방의 독특성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인관계방식의 변화는 단순히 주체들의 마음
먹기에 기대어서는 안 되며,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덜 경쟁적인 사내 문화, 아픈 몸을 기준으로 한 넉넉한 인원 배치와 같은 조건들 역시 받쳐줘야 한다.

아픈 몸들이 함께 노동현장에 안녕히 존재할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이 곧 모두가 더 편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아픈 이들의 각양각색의 질병 경험과 이들의 노동권에 대해 더 자주, 많이 듣고 말해야 할 이유이다.

 

34일터기사

[일터4월_특집2] 아픈 몸들은 외친다.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은 ‘잘 아플 권리’ 보장하라. / 2021. 04

일터기사

[만성질환 노동자의 자리]

아픈 몸들은 외친다.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은 ‘잘 아플 권리’ 보장하라.

이종란 회원, 반올림 상임활동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아픈 몸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아파도 학교에 가야 했고, 아파도 일터에 나갔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병 시대를 관통하면서 우리는 ‘아프면 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처음엔 단지 감염병 전파로 인한 위험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필요에서 시작된 의미겠지만, 점점 ‘아프면 쉴 권리’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과 공감대는 커지고 있다.

‘아프면 쉴 권리’에서 좀 더 나아가 ‘잘 아플 권리’에 대한 주장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건강권’이라는 개념 대신에, ‘질병권’이라는 개념으로, ‘잘 아플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조한진희 님은, 아픈 몸으로 여러 해를 살다 보니 우리 사회의 제도가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고, ‘아픈 몸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고 한다. 매우 공감 가는 말이다. 반올림에서 암이나 난치성 질환 피해자분들을 만나오면서도 ‘잘 아플 권리’가 얼마나 부족한지 느낄 수 있다.

아픈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픈 이는 질병 자체가 주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 외에도 힘든 점이 많다. 아프면 일을 못 하니 치료비, 생계비 부담이 크다. 오랜 투병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돌봄의 문제는 본인을 넘어 가족 전체의 문제가 된다. 아픈 게 미안할 일이 아닌데도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보인다. 혼자 살다가 아프면 요양병원에라 도 의지해야 한다.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다가 기초생활 수급권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급권자가 되면 의료보호 대상이 되므로 치료비 걱정은 줄지만, 빈곤으로 인한 은근한 차별을 당하며, 작은 일자리도 얻을 수 없다.

이처럼 아픈 몸으로 살아가다 보면 빈곤과 소외가 현실이 된다. 오로지 노동으로만 먹고 살게 설계되어 있는 현대사회 구조에서 장애인이나 아픈 몸들은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나마 존재하는 사회보장제도는 부족하고 허술하다. 차별당하지 않은 사람이 차별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 하듯이,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이 아픈 사람이 겪는 어려움을 바탕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면 제도는 겉 돌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암이나 난치성 질환 등에 대해 산재 인정이 시작된 지 수년이 흘렀으나, 산재보험은 이들의 현실적 필요를 잘 흡수·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올림에서 경험한 몇 사례를 공유하면서 개선의 필요성을 이야기해보겠다. 또한 암이나 만성질환의 경우 건강보험 영역에서의 보호가 중요하다. 따라서 최근 논의되는 건강보험 상병수당에 거는 기대로 글을 마무리해 보겠다.

난치성 질환, 암 피해자의 휴업급여 부지급 사례

은희씨(가명)는 루푸스 환자이다. 25년 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할 때 이 병이 발병했 다. 치료제가 없어 25년째 이 병과 함께 살아간다. 2019년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인정을 받았다. 루푸스는 신체 장기 침범이 주요 증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신체 장기 어디에서든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갑자기 중환자실에 실려 가기도 했고, 뇌경색이 와서 현재까지 후유증이 있다. 합병증으로 생긴 쇼그렌(건조증후군) 때문에 치아의 80%에 손상이 오고, 한쪽 눈은 궤 양이 생겨 각막 이식까지 받았다. 그나마 수급권자가 되어 병원비 부담은 덜었으나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은희씨에게 산재 인정은 큰 희망을 주었다. 시효가 남아있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우선 8년 치의 휴업급여를 신청했다. 그런데 믿을 수 없게도 고작 76일 치의 휴업급여만 지급이 되었다. 류마티스 내과 통원치료 일만 지급된 것이다. 몸이 아파 집 밖에 나가지 못했던 시간들을 보냈음에도, 휴업급여가 거절된 이유는 무엇일까.

‘휴업급여’란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노동자가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지급하는 보험급여를 말한다. 평균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지급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52조) 여기서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했다’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근로복지공단은 ‘요양급여 신청소견서’ 서식란에 주치의에게 통원치료 기간 중 환자의 취업이 가능한지 또는 불가능한지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묻는 체크박스를 만들었다. 어떤 설명도 없이 그 서식을 맞닥뜨린 주치의는 어떤 생각을 할까. 주치의는 산재보험 휴업급여 제도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니 자신의 소견으로 취업 불가능하다고 하면 환자가 노동시장에서 배제당해 생계의 위협을 받을까봐 우려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주치의는 근전도 검사결과 떨림은 있지만 그래도 움직임이 양호하니 취업 가능에 체크했다고 한다.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몰랐다는 것이다.

휴업급여 지급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아픈 노동자의 절박한 생존권이나 다름없는 휴업급여 문제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주치의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간편한 체크리스트 하나로 휴업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취업할 수 없는 상태’를 ‘의학적 소견’으로만 판단하는 것도 재고되어야 한다. 의학적으로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지 않으면 취업 가능하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그런데 현실적인 노동시장은 어떤가.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하고, 밤낮이 뒤바뀌는 힘든 교대근무를 견딘다. 아주 튼튼한 몸으로도 버티기가 힘들어 과로가 일으키는 여러 질병으로 고통 받는 것이 만연한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아픈 환자가 억지로 취업시장에 내몰리는 것은 부당하다.

은희 씨의 경우, 다행히 재심사 결정으로 8년 치의 휴업급여를 지급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은희 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반올림의 최근 사례만 해도 두 사례가 더 있다. 암이 재발한 림프종 피해자의 경우, 주치의는 요양급여신청서 소견서 란에 취업이 가능하다고 체크하였다. 암에 대한 두려움, 약해진 면역력으로 취업은 고사하고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주치의의 소견 때문에 휴업급여는 부지급 되었다. 마찬가지로 뼈로 전이가 된 폐암 피해자에게도 같은 이유로 휴업급여가 부지급 되었다.

암 만성질환자를 보호하는 보험급여가 마련되어야

건강보험은 암 환자에 대해 요양비 산정 특례를 두고, 총액의 5%만 부담하게 한다. 5년 동안은 적어도 이 특례가 적용된다. 그러나 산재보험은 직업성 암 환자에 대해 별다른 대책 같은 것이 없다. 암이나 만성질환에 맞는 보험 급여가 필요하다.

산재 보험급여 중에 상병보상연금 제도가 있긴 하다. 요양급여를 받는 노동자가 요양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치유되지 않고 ‘중증’요양 상태인 경우에 상병보상연금을 지급한다(산재법 66조). 그러나 그야말로 중증의 경우만 지급하는 것으로는 보호가 미흡하다. 이 상태에까지 이르는 정도가 아닌 만성질환자들은 현실적으로 취업을 할 수 없는데도, 상병 보상연금을 지급 받을 수 없다. 휴업급여의 경우 요양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나면 계속 심사 대상에 오른다. 제도가 불안정한 것이다. 만성 질환자들을 폭넓게 보호하도록 휴업급여 및 상병보상연금 지급기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산재 비지정 병원의 문제, 건강보험 요양비 부당 환수의 문제

산재 비지정 병원의 문제, 건강보험 요양비 부당 환수의 문제도 심각하다. 난소암을 진단 받은 장00님은 생사를 오가는 투병 과정에서 부득이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어렵게 산재가 인정되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에서는 해당 요양병원이 산재 비지정 병원이므로 산재 요양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안내를 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산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건강보험이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2년 뒤 갑자기 건강보험공단에서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해왔다. 산재 노동자인데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은 ‘부정수급’이니 이달 안으로 요양병원 치료비 1400만원을 반환하라는 것이다. 산재로도 처리가 안 되었는데, 건강보험 요양비마저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산재노동자는 산재의료기관(지정병원)에서 요양하는 경우만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부득이 한 경우에 한해서만 사후 요양비 처리를 할 수 있다(산재법 제40조). 이러한 적용방식은 의료 기관 선택권에 대한 심각한 제약이자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장00 님의 사례처럼 돌봄이 꼭 필요한 환자가 요양병원을 이용하려 해도, 가까운 곳에 산재 지정병원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국림암센터나 원자력병원도 지정병원이 아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비지정병원의 요양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만 예외를 허용하는 부당한 법조항도 개정되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도 문제가 크다. 아픈 노동자는 단지 몰랐을 뿐이다. 이러한 사정을 건강보험공단에 수차 이야기해도 자신들이 고려할 사항이 아니란다. 건강보험공단은 이제라도 산재 노동자를 부정수급자 취급하며 1400만원을 반환하라는 독촉과 협박을 멈추길 바란다.

2007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 국민권익위)는 ‘산재환자의 요양급여 지급제도 개선 권고안’을 냈다. 요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대상 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국민건강보험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사회보험이익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제도의 본질에도 반하는 것이므로 산재보험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 요양은 건강보험법을 적용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 ‘산재노동자가 건강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니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될 때까지 지침을 마련하거나 관련 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권고안이 나온 지 14년이 흘렀다. 이제라도 법이 바뀌어야 한다. 법이 바뀌기 전이라도 건강보험공단은 부당한 환수조치를 멈춰야 한다. 두 보험 간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보장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재해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아프면 쉴 권리, 건강보험 ‘상병수당’ 도입에 거는 기대

코로나19 감염병 시대에 아프면 쉴 권리를 제도상 정착하기 위한 논의가 한참이다. ‘업무 외 질병’에 있어서도 아프면 쉴 권리를 구현하기 위해 건강보험에 상병수당 도입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제 논의 중이라는데, 부디 단기적 대안으로 그치지 않길 기대해본다.

아프면 쉴 권리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급 기간과 보장수준에서 충분한 수당이 되어야 한다. 휴업급여처럼 지급에 있어 까다로운 조건을 걸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직장에 복귀하는데 있어 어떠한 불이익도 없어야 권리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의 상병수당 논의는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이자 보편적 복지의 문제이다. 사실, 아픈 이유가 일 때문인지, 또 다른 이유 때문인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유가 혼재되어 있기도 하고 이유를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다. 산재라 하더라도 규명이 어렵기도 하고, 산재가 아니면 휴업급여 같은 것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의 원인과 무관하게 아프면 치료비와 생계비 걱정 없이 잘 치료받고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상병수당이 제대로 설계되길 바란다.

36일터기사

[건강한노동이야기] 죽을 때까지 일하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

기고



이번주 <건강한 노동이야기>는 정흥준님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그 중 쿠팡의 심각한 과로문제와 노동환경의 문제를 다루어주셨습니다. 제목처럼 죽을 때까지 일하길 원하는 사람이 없지만 계속 죽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사회가, 기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짚어주셨습니다.

“다시 택배 노동을 돌아보자.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자발적인 선택으로 말이다. 아마 없을 것이다. 현재 대책으로는 죽을지도 모르는 시스템에 사람을 밀어 넣고 알아서 죽지 말고 일하라는 택배 회사의 이기심을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택배 회사에 선의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죽지 않고 일할 택배 산업 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탓’ 좀 하지 말고, 말이다.”

http://www.vop.co.kr/A00001563547.html

 

 

24기고

[일터4월_특집1]만성질환자의 몸과 마음을 담은 사회제도, 있어? – 삼성반도체직업병(전신 홍반성 루프스) 피해자 구진선(가명) 님 인터뷰 / 2021. 04

일터기사

[만성질환 노동자의 자리]

만성질환자의 몸과 마음을 담은 사회제도, 있어?

– 삼성반도체직업병(전신 홍반성 루프스) 피해자 구진선(가명) 님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구진선 님은 IMF 이후 갑작스런 부서이동 이후 1999년 삼성전자(주) 기흥공장에서 퇴사 하였다. 웨이퍼 가공공정의 포토공정에서 4년 7개월간 3교대 근무를 하였고, 2020년 ‘전신성 홍반 루프스’로 업무상 질병 승인을 받았다. 지난 26년간 그녀의 삶을 통해 만성질환자가 겪 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자, 3월 17일 요양을 목적으로 이사한 여주 시골집을 찾아 인터뷰하였다.



구진선 님이 여주 시골집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구진선

퇴사 후 결혼, 임신 중에 나타난 몸의 이상 증상

구진선 님이 근무하던 라인은 정예 멤버만 남기고 인원감축에 들어갔다. 자진퇴사여부를 가리는 면담과정을 거쳐 그녀는 반자동 신규라인에 남기로 했다. 그러나 신규라인은 납기일에 맞춰 물량을 빼기도 하고 반자동이다 보니 그만큼 일도 많았다. 무엇보다 라인멤버의 유대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퇴사의사를 밝힌 후부터 퇴사당일까지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장비만 돌아가는 곳에 혼자 있게 했어요. 그동안 열심히 일해 왔는데, 일하다 퇴사하는 것은 선택 가능한 당연한 권리 아닌가? 당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었죠. 근무 할 당시 피로감이나 편두통 같은 두통이 많았어 요. 눈의 피로가 심했고, 한번 라인에 들어가면 방진복을 입고, 담당설비가 있으니 화장실을 자유롭게 갈 수가 없으니 방광염 등으로 병원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우리가 취급하는 물질이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어본 적도 교육받은 적도 없어서 누구나 아프니까 아픈 게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퇴사한 해 남자친구였던 현재 남편의 청혼으로 결혼을 했고, 임신 7개월쯤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단백뇨가 나오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순간이 지난 20년 동안 겪고 있는 고통의 시작이었다고 구진선 님은 회고했다. 가정을 꾸리고 새 가족을 맞이할 중요하고도 행복한 시기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몸이 붓고 다리도 부었는데 정확한 진단을 못 내리는 거예요. 임신중독 증상인지, 루프스인지 애매하게 생각만 할 뿐이었어요. 그런데 원주 기독병원 갔을 때 애기 심장소리가 안 들린다고 하는 거예요. 8개월에 1.43kg 미숙아로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 한 달 반가량 있었고 저는 먼저 퇴원했어요. 애기 낳고나니 친정엄마가 병원에 면회 오셨어요. 몸이 붓기도 하고 얼굴에 나비모양 반점이 있어서인지 엄마가 저를 못 알아보시는 거예요. 퇴원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아산 병원에서 검사하고 남편이랑 결과 들으러 갔더니 ‘이건 완치가 없는 병이라 치료가 안 돼요.’ 라고 했어요. 당황스러워서 남편과 서로 쳐다만 봤어요. 지금은 신장이 안 좋지만 다음에는 어디로 갈지 모르고 눈에도 가고, 머리에도 가고 전신을 다 공격한다고 무서운 얘기를 들으며 ‘루프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달수를 채우고 퇴원할 때도 애기는 2.5kg 밖에 되지 않았고, 한돌 쯤 됐을 때 코에 동그랗게 낭종이 생긴 거예요. 검사하니 뇌종양이었이라 고 하더라고요. 머리를 열어서 수술할 뻔 했는데 캐나다에서 소아신경외과 선생님이 오셔서 코로 수술했어요. 병원 다니면서부터는 온 집안이 난리가 났으니 남편이나 저나 결혼해서 신혼의 달콤함은 남의 말이었어요. 병원생활하기도 어렵고 힘들었죠.”

루프스 자가면역질환자로 살아가기

잠복기와 활동기를 반복하는 루프스는 활동기에 생명을 위협하고, 잠복기에는 드러나지 않는 통증과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활성화로 늘 불안의 연속이라고 한다. 고통의 시간을 다시 떠올리시게 해서 죄송했지만, 루프스 자가 면역질환 투병생활에 대해 여쭤보았다.

“잠복기에는 일반사람들과 겉으로는 똑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계속 약을 먹고 염증을 일으키지 않게 조심해야 되고, 햇볕을 보면 안 되고, 거의 외부활동도 못하죠. 애기 낳고 퇴원했을 때 관절이 너무 아팠어요. 기어다녀야해서 애기 케어를 못하는 거죠. 우유도 못 탈 정도로요.

2005년도쯤 심해져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염증수치가 높았던 어느 날 친정 부모형제가 모두 병문안을 왔어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죽는다 고 마지막으로 가족들 다 모셔오라고 의사선생 님이 말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로 인해 애기 가 아팠고, 뇌종양 수술을 했고, 남편은 신장을 떼 줬어요. 그래서 남편도 사회활동을 하는 게 힘들어요. 남편이 감기만 걸려도 제 입장에서는 엄청 미안한 거예요.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 원래 건강한 사람인데 신장이 하나 없어서 그럴까 미안함도 크고요.

저는 신장이식수술, 자궁적출술도 했어요. 자궁에 염증이 있었는데 일반인 같으면 간단하 게 치료를 받으면 되지만, 면역억제제를 먹기 때문에 모든 장기 문제가 암으로 갈 수 있는 확률이 엄청 높대요. 그래서 건강검진하고 1년 뒤에 자궁을 적출했어요. 자궁적출하고 신장이식하고 퇴원하려는데 후유증으로 눈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거예요. 퇴원은 하고 버스타고 병원 다니 면서 약을 먹었어요. 신장 이식 초기에는 감염에 취약한데 마스크 쓰고 감염내과, 안과에 같이 다녔죠. 지금도 좌안이 시력이 떨어져있고, 비문증이 있어서 운전도 조심스럽고 컴퓨터 보는 것도 힘들어요. 지금은 신장이식센터에서 약이랑 관리하고, 거기 약이랑 루프스에 쓰는 면역억제제가 같아서 6개월에 한 번씩 류마티스내과에 가고 있어요.”

발병 후 15년이 지나서 산재신청을 했고, 20년이 지나서야 업무상 질병 승인을 받았다. 그렇다면 기나긴 투병기간 동안 그녀는 생활비와 의료비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루프스가 희귀질환이라 진료비는 10~20% 정도 본인부담금을 낼 수 있었는데, 약값이 비싸서 남편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의 사선생님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두 알씩 먹으라고 했는데, 하루는 아침에만 두 알 먹고, 다음날 은 저녁에만 두 알 먹고 이렇게 빼먹은 적도 있었어요. 대출, 식구들 도움도 한계가 있었고, 약 값 때문에 남편이 밤에 대리운전도 했어요. 누가 건강보험공단에서 재난지원금이 있다고 알려줘서 혜택 조금 받았고, 보건소에 본인부담금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어 조금 받았고요.

병원비도 그렇고, 애기 인큐베이터 값도 엄청 나왔고, 경제적으로 힘드니까 몸이 좀더 나은 잠복기가 되면 일을 다녔어요. 애기 4살 무렵에 는 집 가까이 걸어갈 수 있는 곳에서 아르바이트 를 했었거든요. 힘든 일 아니고 시청에서 오래된 문서 정리하는 간단한 일이요. 집에 있으면서 우울증이 있었거든요.”

일했다면 일할 수 있는데 왜 안하냐, 휴업수당 못 준다는 근로복지공단

황산, 염산, 불산이 있는 베쓰에 흄이 올라 오는 걸 쳐다보면서 세척하고, 먼지에 예민한 반도체와 장비를 아세톤으로 청소를 했다. 웨이퍼로 코팅을 할 때는 케미칼이 많이 튄 볼도 장비에 올라가 직접 교체하고, 주변에 튀면 손수 닦아주었는데 그 작업들이 자신의 몸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는 그녀는 2020년에야 업무상질병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아픈 몸으로 여기저기 20년 가까이 진료 본 수많은 자료를 냈는데 2015년 10월에 신청해서 승인받기까지 기간이 너무 길었잖아요. 발병 초기 검사하고 수술, 치료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병원 진료비 세부 영수증 보관기관이 5년밖에 안 돼서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중 간에 일을 할 수 있는데 왜 안 했냐고 휴업수당도 줄 수 없다더라고요. 공단에도 자문의가 있으면 신장이식을 한 사람은 평생 다시 투석이나 신장이 망가져서 이식을 하거나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고 계속 진료를 해야 한다는 것을 더 잘 알텐데, 계속 자료를 원하더라고요.

승인 이후라도 마음 편하게 병원 다녔으면 좋겠는데 의사선생님 만나서 요양연기신청서도 내야 해요. 바쁜 의사선생님께 ‘연장신청서 써주세요’ 어떻게 말을 꺼낼지 엄청 고민되고요. 공단에서 환자의 동의를 받아서 의료기관에 조치를 취해주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환자가 직접 받 으러 다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아픈 사람이 중심에 있지 않고 공단이나 기관이 더 중심에 있는 것 같아요.”

서로의 몸 상태가 다름을 인정하고 상처 주고받지 않게 살아가기

건강함이 정상성으로 인정되는 사회에서 질병을 개인의 잘못이나 부족함으로 치부하는 시선은 또 다른 고통이다. 구진선 님 역시 그런 시선 때문에 상처를 받아왔다. 그녀가 경제적 어려움과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다녔던 일과 동료의 반응, 그녀의 기대에 대해 들었다.

“그 사람이 아프다는 걸 알면, ‘너 오늘은 어 디가 안 좋아 보인다’, ‘오늘은 얼굴이 왜 이래?’ 등 신체적으로 콕 집어서 대놓고 하는 말들이 다 상처거든요. 그냥 저 사람이 아프니까 그런가보 다 속으로만 생각하고 그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해요. 다름을 인정하고 이상하게 보지 않는 태도 도 필요해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자기만큼 못 한다고 해서 ‘야 힘 좀 써라’, ‘그것도 못 드냐’, 이 런 말들이 다 상처니까 저 사람이 아프다고 생각 하면 그런 말들은 삼갔으면 좋겠어요.”

아픈 사람도 정규성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면

“언제 발병할지 모르니까 업무를 하다가 갑자기 아플 수 있고 피해를 주게 되니까 정규직으 로 일하지 못했어요. 관공서 같은 데서 10~11개월 일하고 조금 쉬었다가, 또 몸이 괜찮다 싶으면 다시 했지 퇴사 이후 제대로 된 직장을 가져보질 못 했어요. 잠복기에는 멀쩡해도 조금씩 아프거나 관절이 아플 수 있는데 어디가 아프다는 말을 안 했어요. 관공서에서 사무보조로 의자에 앉아서 서류 정리, 입력해주는 정도 일을 주로 했죠.

저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이 일하기 위해서는 휴게시설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계속 일을 하는 건 안 되고, 질병의 특성을 동료들이 이해하고 어느 정도 일하고 쉴 때 눈치 안 주는 분위기, 단순한 일이라도 서로 공감할 수 있게 만성질환자들끼리 모여서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면 더 좋겠고요. 주변에서 눈치를 안 준다고 해도 우리가 눈치를 봐요. 만성질환자들은 폐, 신장 등이 안 좋기 때문에 공기나 환경적으로 깨끗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만성질환자는 평생을 병원에 다니는데 일 하다가 아프다고 쉬면서 치료 받고, 다시 직장에 들어가려면 힘들거든요. 솔직히 건강한 사람을 쓰지 누가 아픈 사람을 쓰겠어요. 그러니까 아프다는 얘기를 안 하고 일하다 아프면 그만 두는데, 아픈 사람도 꾸준히 일을 할 수 있게끔 했으 면 좋겠어요. 솔직히 아픈 사람들이 점점 사회하고 멀어지고 우울해지거든요. 잠깐 일을 하더라도 나가게 되면 일어나서 씻고 챙기고 자기를 가꾸면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권 활동, 그러나 이미 사고나 질병으로 아픈 사람은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고 사회는 이를 보장해야한다. 구진선 님의 인터뷰를 통해 아픈 사람이 살아가기에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 서로 다른 몸들이 살아가기 위해 가져갈 삶의 태도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기꺼이 고통의 시간을 소환해주신 구진선 님께 감사드리며, 활동기로부터 불안감을 떨쳐버릴 만큼 잠복기가 지속되길 기원한다.

41일터기사

[자료집] 경비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국회토론회

기타



경비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국회토론회 

최근 6년, 과로사 전수조사 사례분석 발표

– 일시: 2021년 4월 19일 월요일 오전10시
– 장소: 이룸센터 제1회의실 
유튜브 ‘기본소득당 용혜인’ 채널 생중계

– 좌장: 김현주 교수 (이대 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 발표: 경비노동자 과로사 업무상질병판정서 전수조사 결과 발표 /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
– 토론 
: 남우근 노무사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 공동사업단 연구위원)
: 김형렬 교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서울성모병원 직어보한경의학과)
: 김은풍 노무사 (서울노동권익센터)
: 김승희 사무관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 현장 아파트 경비노동자 

자료집 다운 받기

http://www.dropbox.com/s/zx27t45zy2exwgk/%EA%B2%BD%EB%B9%84%EB%85%B8%EB%8F%99%EC%9E%90%EA%B3%BC%EB%A1%9C%EC%82%AC%EB%B0%A9%EC%A7%80%EB%A5%BC%EC%9C%84%ED%95%9C%EA%B5%AD%ED%9A%8C%ED%86%A0%EB%A1%A0%ED%9A%8C%EC%9E%90%EB%A3%8C%EC%A7%91_%EA%B3%B5%EC%9C%A0%EC%9A%A9_compressed.pdf?dl=0

 

 

41기타자료실

[월례토론회 안내] 여성/가사노동의 가치불인정 문제와 과제

활동소식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시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여성노동자 건강권을 활동 시작을 위해 올해 4월부터 주요 주제를 선정하여 ‘월례토론회’를 개최합니다.

4월 월례토론회 주제는 ‘여성/가사노동’이 왜 온전히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지, 가치 불인정이 노동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그 속에서 배제되는 여성노동의 권리는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여성노동 문제, 여성의 노동안전보건/건강권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4월 월례토론 안내>

* 주제: 여성/가사노동의 가치불인정 문제와 과제 
* 연사: 고정갑희 (NGA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사무실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층)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사무실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층)
** 온라인: ZOOM (줌) 

* 온라인,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진행합니다. 
가능하신 분은 사무실로 직접 오셔서 참여하셔도 되고, 온라인이 가능하신 분들은 온라인 접속 가능합니다. 

* 온라인 접속 링크는 사전 신청해주신 분에 한하여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 신청 링크

bit.ly/여성노동건강권월례토론회신청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참여 신청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는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 있는 노동조합 활동가, 의료인, 법률인, 연구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docs.google.com

 

* 문의

kilshlabor@gmail.com 

34활동소식

[기자회견]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 유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 “우리는 함께 추모하고 애도할 권리가 있다!”

활동소식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 유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 

“우리는 함께 추모하고 애도할 권리가 있다!”

– 일시 : 2021년 4월 13일 화요일 오전11시30분

– 장소: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 

– 주최: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외 단체 연명 

 

우리는 함께 추모하고 애도할 권리가 있다!  

기억하는가.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슬픔과 참담함을 기억하는가.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외면한 박근혜 정부를 기억하는가. 그러한 정부를 향한 분노를 기억하는가. 교사들은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위한 선언’을 했다. 유가족은 청와대를 향해 안산에서부터 행진을 했다. 전 국민이 슬픔과 분노를 함께 하며 거리로 나왔다. 문화제와 추모제에 자발적으로 참석했고, 철문을 굳게 닫은 청와대를 향해 유가족과 함께 걸었다. 그러나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은 징계를 받았고 끝내 기소되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차벽에 막힌 채 경찰의 진압장비와 폭력에 다치고 연행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폭력 사태의 주동자라며 김혜진, 박래군 당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기소했다. 기소에서 그치지 않고 손해배상청구의 소까지 제기했다. 형사사건의 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도 사실상 검찰의 손을 들어 주었다. 2016년 10월 상고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그 사이 많은 일이 발생했다. 교사들의 바람대로,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은 퇴진했다. 정부가 사법부 재판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졌고 사법 개혁이 시작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세월호 1주기 문화제, 추모제 때 경찰이 최루액을 살포한 행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최루액을 혼합 살수한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해서도 ‘무죄’ 선고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변한 것이 없음을 지금 우리는 절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책임을 외면했다. 사법개혁은 좌초되었다. 폭력과 불법으로 시민들을 제압했던 경찰은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오히려 감염병 예방을 빌미로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자의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집회, 시위를 선별적으로 허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침묵했던 대법원이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작년 11월 대법원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은 퇴진하라는 요구가 “정치적 편향성, 당파성을 분명하게 드러낸 의사표현”이라며, 이러한 행위가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집단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해 이루어진 공무원의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집단행위”라고 판시했다.  

상고한 지 4년 6개월이 지난 3월 25일에는 세월호 참사 1주기 문화제, 추모제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집시법 제15조, 공모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원심은 박래군, 김혜진을 주동자로 몰면서 마치 이들이 벌인 판에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끌려 나온 것처럼 묘사했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간단한 몇 문장의 표현으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김혜진, 박래군의 선동에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유모차를 끌고 노란리본을 달고 온 사람들, 세월호의 아픔을 안고 진실을 원해서 온 사람들이 전부였다. 자율적인 추모와 행동을 하는 시민들을, 통제하고 막지 못했다고 죄를 물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공모공동정범이라는 법리를 들이대며 모두를 능욕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원심의 사회봉사명령 판단도 그대로 유지했다. 사회봉사명령 부과 기준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세월호 참사로 죽은 이들을 기리고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이들에게 사회봉사명령을 부과하는 것은 의도가 다분하다. 사회에 불만을 가지지 말고 안주하며 살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법부의 논리는 간명하다. 평화를 깨는 것은 옳지 않고, 시끄러워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계속 강조했던 ‘가만히 있으라’는 요구를 사법부는 법을 빌미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간 침묵했던 대법원이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과 거리로 나온 시민들, 청와대를 향해 걸은 사람들의 말이 진실이었고, 이들의 행동 덕분에 무능력하고 부패한 정권이 물러났다는 것을 안다. 인권은 원래 불온하며 시끄러운 것임을 우리는 안다.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데 왜 무고한 시민들이 또 다시 희생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들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한 발 내딛을 수 있었겠냐는 말인가. 역사를 거스르려는 작금의 상황에 분노한다.  

– 국가폭력에는 눈감고 시민에게 책임을 전가한 대법원 결정을 규탄한다! 
– 정부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서 발생한 경찰폭력에 대해 사과하라. 
– 대통령은 박래군 김혜진,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의 침해된 권리를 원상회복하라. 

2021년 4월 13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 유죄 선고 규탄  
4/13 시민사회 기자회견 공동주최 단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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