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단결권 보장을 통해 만들어갈 노동권 사각지대의 노동운동 / 2020.06

일터기사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③] 

 

 

단결권 보장을 통해 만들어갈 노동권 사각지대의 노동운동

 

 

박기형 / 상임활동가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일하는 사람들에게 당면한 물음이 있다. 우리는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와 그에 걸맞은 권리를 누리고 있는가? 

특수고용 노동자(아래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겪는 안전보건 문제를 얘기할 때마다 ‘노동자성’ 문제가 근본적인 쟁점으로 거론된다.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이들이 겪는 문제는 노동법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등 제도 내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더욱이 노동자 스스로 요구하지 않으면 논의조차 되기 어렵다.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함께 모여서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조차 쉽지 않다. 이런 난관을 넘어서기 위해 그동안 노동운동계에서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전태일 3법 제정’의 의미와 노동운동의 과제는 무엇일지, 지난달 19일 박정환 서비스연맹 정책기획국장을 연맹 사무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눠보았다.

 



서비스연맹 박경환 정책기획국장을 만났다.

노동권 사각지대의 핵심 쟁점, 노동자성 인정

박정환 정책국장은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일이 난관이었다고 말했다. 서비스연맹에서도 특고와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였는데, 그때마다 부딪혔던 문제가 바로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 특히 설립 필증을 받는 것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제10조(설립의 신고)에 따르면, 설립신고서를 접수하면 행정관청에서 3일 이내에 신고증을 교부하게 돼있다. 물론 법에 규정된 사항에 따라 행정관청에서 설립신고서를 반려하거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신고필증을 기간 내에 교부해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의 사례를 들며,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법적 인정 문제를 지적했다. 서비스 연맹 산하의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노동조합 설립 필증을 받는 데 무려 103일이나 걸렸다.

회사와 노동부를 상대로 한 투쟁 끝에 지난 5월 13일 노동조합 필증을 발부받았다. 그리하여 가전제품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법적 지위를 보장받고 집단적으로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 행정관청에서는 노동자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인정해주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요. 노조법에서는 신고제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행정에서는 허가제처럼 운용되고 있었죠. 최근 노동부 또한 노조설립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지만,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처럼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죠. 

노조법 제2조를 개정하는 것은 이러한 노조설립 절차를 변화시키는 것이죠. 합법노조와 불법노조, 법외노조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죠.”

전태일 3법 중 한 축은 바로 노조법 제2조를 전면개정하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 제2조 제1항은 노동 3권을 보장받는 근로자를 임금으로 생활하는 자로 한정한다. 같은 법 제2조 제2항은 사용자를 해당 사업의 사업주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1항을 개정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단결권’을 쟁취하고, 제2항을 개정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단결권 보장, 자주적 노동운동의 기초

노동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는 일터의 노동환경을 노동자 스스로 바꿀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은 단결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단체교섭을 하더라도 사업주와의 교섭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노조로서 안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안전보건 문제를 논의하거나 작업환경을 바꿔나가는 일에서도 충분한 역량을 마련하거나 발휘하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사업장 바깥에서 정부와 법원의 조치가 이를 대신하면서,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기도 했다.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되면, 더 확실한 자주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조건에 맞게 요구를 만들고 관철시켜 나갈 수 있다.

물론 노조를 결성하고 단결권을 보장받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업처럼 고용구조가 복잡한 경우, 교섭을 진행하면서 드러내고 대응해야 할 쟁점이 많다.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성을 드러내고 복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각각의 책임을 구체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면세점 노동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산업구조와 고용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노동권 사각지대가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서비스업이 대표적이죠. 면세점의 서비스노동자는 면세점의 여러 가게 중에서도 특정 브랜드의 매장에서 일하고 있죠. 그런데 면세점이나 해당 입점 업체가 아닌 면세점 판매위탁법인에 고용되어 있어요. 면세점-입점 업체-판매위탁법인 3자 간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서, 인력을 공급받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면세점 서비스노동자가 일하는 장소가 면세점과 해당 매장이라는 점이에요. 예컨대 화장실 개선, 의자 비치 등 노동환경 개선 요구를 하려면, 면세점과 매장과 협의가 필요한 거예요. 고객 응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노동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죠. 

결국은 지시·관리·감독 등의 실질적 사항 즉, 공동사용자성을 문제 삼아야 하죠. 면세점 위탁법인과 협상 후 업체와 면세점에 요구를 전달하는 이중 교섭 전략만으론 한계가 있어요. 실효성 있는 조처를 하게 하고 실질적인 종속관계를 드러내기 위해선 이들 모두와 교섭할 수 있어야 해요. 노조법 제2조 개정이 그 발판이 될 수 있어요.”

플랫폼 산업,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플랫폼 산업 또한 서비스업과 유사한 구조를 지니며,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투쟁의 연장선에 있다. 온라인 플랫폼, 클라우드 등이 노동을 매개하는 새로운 창구로 등장하게 되면서, 복잡한 노동관계의 또 다른 유형이 등장했다. 

동네 배달대행사와의 위탁계약이나 인력관리업체와의 아웃소싱 계약 등을 맺음으로써,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복잡해진다. 이에 따라, 법이 규정한 사용자와 노동자의 지위는 현실에 대입할 때마다 불명확해진다.

그럴 때,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한편에서는 플랫폼 자본주의, 플랫폼 산업이라 불리는 것들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며, ‘새로운 노무관리’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기존 노동자 개념으로부터 배제된 노동자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법규정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특수고용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온전히 전통적인 노동자성 개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실적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자영업자로서의 특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복수의 사용자가 있을 때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사업장 변경이 잦은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법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남는다. 그리하여 법제도를 단순히 확장하는 것으론 부족하고, 기존의 노동자 개념 자체를 문제삼아 재규정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얘기되기도 한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이러한 논쟁 가운데 중요한 것은 해당 산업과 노동시장 내에서 질서와 규범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구까지 사용자와 노동자로 볼 것인지, 그때 말하는 사용자와 노동자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다퉈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주적 노동운동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며, 이런 점에서 전태일 3법 입법 요구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는 것일 테다.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배달료 보장, 지역 차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단결권 보장을 넘어선 노동운동의 과제
 

그럼에도 남는 문제는, 단결권이 법적으로 보장된다고 해도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으로부터 일감을 할당받는다. 그러니 다른 노동자를 한정된 일감을 두고 경쟁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임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지금과 같은 고용 형태를 감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에 따라 노동자들 간의 연대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서비스업 특고의 경우 고용 기간이 짧은데, 이는 노동조건이 불안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동자가 이직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이직을 통해 자기 가치를 올려 더 높은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고, 상황에 따라 노동시간을 조정하거나 잠시 일을 그만둘 수 있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서비스업 특고의 경우에도, 고용유지 및 소득안정 등의 문제를 놓고 고민이 깊었다. 이때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산재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 문제 등 안전보건, 복지 의제와 관련해서, 노동자성 인정의 중요성 및 연대의 필요성 등을 알려내려는 시도도 있었다. 

박정환 정책국장 또한 서비스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안전보건과 복지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하자 노조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안전보건을 비롯한 다양한 노동 의제를 함께 고민하고 투쟁하기 위한 집단으로서의 단위, 노동조합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전태일 3법 제정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화가 더욱 활성화되고, 나아가 플랫폼 노동자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39일터기사

특집2.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일터기사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②]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지안 / 상임활동가 

코로나19 이후의 위기 상황은 한국 사회를 지탱해온 열악한 노동의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현재 노동을 하고 있으나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시간 일자리거나,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근로계약이 아니라 도급이나 용역 계약 형태라서, 일감과 노동자 사이를 중개만 한 것이기 때문에 등등.

이런 갖가지 이유로 인해 그동안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수많은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그렇게 양산된 ‘임금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노동자의 규모는 221만 명에 달한다.01

노동력이 필요한 시기에 열악한 조건으로 고용해 이윤을 창출하고, 위기 상황에는 쉽게 해고하는 자본과 그것을 합법적으로 허용해준 법이 불안정 노동자의 층을 지속적으로 양산한 것이다. 이들은 일상적으로도 고용불안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위험의 비대칭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동일한 위기 상황이 고용 형태에 따라 달라지며, 불안정 노동자들의 심각한 소득감소와 무급휴가, 해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산업과 노동의 변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우에는 표면적으로는 ‘자영업자’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인 사회보험에서 배제되어있기에 더욱 문제적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법적 정의를 ‘모든 일하는 사람들’로 확대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고민 속에서 지난 5월 31일,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이대근 대외협력국장을 만났다.

전국보험설계사노조는 노동자성 인정 여부 때문에 아직 인가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얼마 전 노동부 지침에 의거한 집단 산재신청을 통해 화물노동자, 그리고 산재보험에서 배제된 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환기하고 있다. 이번 고용보험 개정에 대한 비판부터 코로나19 이후 특수고용노동자(이하 특고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회보험, ‘시혜가 아닌 권리’02로 보장하라

지난 5월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고용보험법 개정을 의결했다. 정부가 ‘전국민고용보험제’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도, 특고노동자는 여전히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위기 속에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노동자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지 드러났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전국민고용보험제’를 꺼냈지만 실제로는 특고보다 훨씬 작은 규모(5만명)의 ‘예술인’ 직종만을 특례 조항을 통해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대한 시급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환노위 고용소위원회 임이자 위원장은 특고가 이번 개정 논의에서 제외된 까닭을 범위가 넓어 쟁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선 범위가 크다는 것은 단순히 법 개념의 적용 범위가 크거나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실제의 삶이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고용불안과 생계 위협 속에 있다는 의미다.

이미 산업의 변화 속에서 특수고용·플랫폼·단시간·일용직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전히 수세적인 법 개정은 전통적인 근로관계에 준거해 땜질에 그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에게 집중된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도 사회보험 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불가능하다면, 대체 언제까지 평등을 유보해야 하는가?

나아가 화물연대가 성명을 통해 비판했듯이, 2018년 특고, 예술인 노동자가 함께 논의하고 제기한 결과 만들어진 한정애 의원 발의안(2018.11.6.)에는 적용대상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사람으로서 이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었고, 또한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 혜택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를 규정하는 제도적 설계가 포함되어있었다.

“특고를 고용보험에 포함시키면 실업급여 등 부정수급이나 악용사례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데요. 2018년 논의된 합의안에서는 기존 실업급여 납입일 기준인 180일이, 특고의 경우 12개월로 설정되어있었어요. 악용을 막을 장치를 ‘보수적으로’ 마련해 둔 거죠. 그러니 이런 비판은 근본적으로 고용 관계에 대한 사업주 책임성과 고용보험료에 대한 부담을 비가시화하는 핑계입니다.” –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

또한 이러한 포함 방식 자체에 대해 비판할 필요가 있다. 의결 이후 5월 12일 문화예술노동연대는 노동권이 시혜가 아닌 권리로써 주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시하며 개정안을 비판했다.

당초 예술인, 특고 노동자들이 줄곧 제기하고 싸워 마련한 결과로써 한정애 의원의 발의안(2018.11.6)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논의 과정이 묵살 당한 채 ‘특례조항’의 형태로 예술인만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기존 법체계를 바꾸지 않고, 특정 직종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평등한 노동자의 권리로써 노동법 적용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올해 7월 1일부터 화물노동자 중 일부 직종도 산재보험에 포함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화물노동자 중에서 극히 일부 품목을 다루는 화물차의 노동자만 포함이 되었고, 두 번째로 과반 소득을 얻는 사업장이 있어야 적용이 됩니다. 비록 산재보험의 예시를 들었지만, 이렇게 몇몇 직종들만 추가되는 식으로 법이 개정되면 특고 노동자가 광범위하게 포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전속성의 정도를 따지고 결국 사용자가 누구냐는 이야기로 전도됩니다.”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이대근 대외협력국장

지난 5월 고용보험 개정 의결 당시, 환노위는 21대 국회에서 특고에 대한 적용 논의를 다루겠다고 하였고, 본 인터뷰가 이루어진 이후 6월 9일 21대 국회에서 다시 개정 법안이 발의되었다. 우려한 대로 20대 국회에서 ‘예술인’이 특례로 규정된 것처럼, 이번에도 특고 중 산재보험에서 규정하는 9개 직종만 특례로 도입되는 방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당초 의결안에는 없었던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는 제약이 추가되었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위 역시 이 규정 하나로 인해 실제 사업주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는 방식으로 일하는 수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제외된다는 점을 비판했다. ‘특례’ 형태로 적용 제외된 노동자 중 일부만을 다시 법 안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산업 특성, 고용구조의 문제로 인해 사회 안전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보편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속 특수고용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문제

가장 열악한 노동 계층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경험적인 사실을 드러낸 통계가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소득감소가 정규직 대비 30%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 위기의 영향이 집중되고 있다. 03

그렇다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은 어떨까. 보험설계사노조에 따르면, 소득감소 상황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첫째, 고객을 대면해 보험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설계사의 노동 특성상 실제 보험 계약 건수가 낮아졌다. 이는 대부분 100% 성과에 따른 임금을 받는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둘째, 소득감소를 노동시간 증가를 통해 모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일한 임금을 받기 위해 이전에는 8시간의 노동을 했다면, 다수의 설계사들이 스스로 노동시간을 10~12시간으로 증가시킴으로써 성과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임금이 100% 성과제로 구성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비)자발적인 장시간 노동은 필연적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노력은 개인의 책임이 된 사이, 성과의 이윤은 앉은 자리에서 보험사가 나누어 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안전 및 건강 문제를 규제하고 감독할 방안 역시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장시간 노동 자체의 건강 영향도 크지만, 노동시간이 증가할 경우 대면 노동자에게 더욱 취약한 감염병 위험 역시 문제다.

“감염병 관련 예방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에요. 또 보험설계사들은 산재보험에서 규정하는 9개 직종 중 하나지만, 현재 보험설계사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0%밖에 되지 않아요. 의무가입이 아니기에 노동자들이 제도를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가입하려고 해도 회사에서 막는 경우가 많아요.” –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

감염병 유행 시기에 노동자들이 생계뿐 아니라 건강을 훼손하지 않도록 산재보험이 폭넓게 적용되어야 하고, 이미 적용된 직종 역시 실질적으로 가입 및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무가입화 해야 할 것이다.

화물노동자의 경우 97년 합법화된 지입제의 도입 이후로 등록은 운송사 명의이더라도 화물 운송에 필요한 차량은 직접 구매하고 있다. 화물 운송 차량은 1~2억을 쉽게 호가하기 때문에 대부분 캐피탈사를 끼고 할부금과 이자를 갚아 나간다. 그래서 물량 감소로 인한 당장의 생계비도 문제지만, 소득이 없어도 한 달에 200~300만 원에 달하는 고정비용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경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경제적 위협은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에도 악영향일 뿐 아니라, 특히 화물노동자에겐 과적, 과속을 하게 되는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월 50만 원씩 총 150만 원을 지원하는 특고 대상 지원 정책이 얼마나 큰 실효성이 있을까. 노동자들의 삶이 하루 빨리 안정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법, 정책의 변화가 시급하다.

게다가 스스로 노동시간을 늘려 소득을 보전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소득감소’를 기준으로 하는 정부의 특고 지원정책은 무효한 상황이다. 또 3~4월 감소분을 기준으로 특고 노동자를 지원하는, ‘시기’의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물류 산업의 특성상, 코로나19 이후 전체 물량이 줄어도 항구 컨테이너에 집적된 분이 있기에 실제 화물노동자에게 소득감소 타격이 오기 시작하는 것은 다른 산업보다 뒤늦다. 이런 정부 정책 전달의 공백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 특성을 다면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배제 없는 사회 안전망 구축하라
 

법을 누더기처럼 개정한 결과, 사회보험을 둘러싼 현장의 쟁점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산재보험 적용 직종이더라도 세부 기준에서는 누락되는 직종이 너무 많은 화물노동자, 그리고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기에 제도의 실질적 효과가 미미한 보험설계사들, 법의 사각지대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안전보건 문제가 누락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화물연대의 집단 산재신청의 의의는 무엇인지 물었다.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산재보험 적용대상은 전체 화물노동자 중에 극히 일부이지만, 일하다가 업무 외 작업 때문에 다치는 사고에 대해서는 전 직종 화물노동자에게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동부 지침이 신설되었어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업무 지시가 없었다고 발뺌하거나, 화물운송법상 차주의 의무(적재물 낙하 방지 조치, 복포작업, 밴딩작업)를 가지고 업무 외 작업이 아니라고 해석할 것이 우려됩니다.

상하차 작업은 화물노동자의 업무가 아니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인력 부족으로 스스로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낙상사고 또는 물체에 의해 깔리거나 다치는 사고가 빈번해요. 차주의 업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적 지시를 폭넓게 승인해야 실질적으로 화물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거예요. 집단 산재신청을 통해 그런 의미를 알리고 싶고, 현장에도 잘 안착되길 바랍니다.”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이대근 대외협력국장

화물연대의 집단 산재신청 역시 현장의 노동을 충분히 반영해 지침의 취지를 살리자는 의미가 크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정책과 사회보험 논의도 애초 취지를 살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 특히 산업이 다변화하고, 점차 사업주를 가리는 것이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노동의 형태가 달라진 시대에 더 이상 전속성, 종속성이 적용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전속성이 불분명한 노동이 벌어들인 이윤은 대자본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고용은 물론이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더욱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며 등한시될 것이다. 위기를 통해 근본적인 법체계를 변화시키고 배제 없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01 
여기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에 대해서는 ⑴ 이전까지 정확히 통계화 되지 않았고 ⑵ 기존의 특고의 범위를 너무 좁게 설정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전체 노동자에서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디지털 특고’로 불리는 플랫폼 노동자 55만 명은 기존 정의된 특고보다 종속성은 더 약하지만,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에 있는 존재다. 따라서 이 글에는 양 집단을 합산한 221만명을 기술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추정을 위한 기초연구>, 정흥준, 2018

02 
2020년 5월 12일, 문화예술노동연대 성명 중.

03
<코로나19 비정규노동의 현실과 고용안정 방안>, 황선웅, 직장인 1천명 코로나19 설문결과와 건강·일자리 긴급토론회, 2020.5.12.

 

37일터기사

특집1. 노동안전보건의 경계를 허무는 전장, 노동자성 인정 / 2020.06

일터기사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①]

 

노동안전보건의 경계를 허무는 전장, 노동자성 인정

 

 

류현철 / 한노보연 소장, 직업환경전문의 

 

‘평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평등한가’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사회적 규범과 법제도의 경계를 문제 삼으면서, 경계를 무너뜨리고 확장시킨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다룰 때도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현재의 평등과 차별의 경계를 인정하고 방치하거나, 때로는 조장하고 강화하는 법 제도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경계를 문제 삼다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의 위임을 받아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겠다고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이 만들어진 취지가 온전히 지켜지고 있을까?

전형적인 근로계약관계나 사용종속관계만을 대상으로 해온 근로기준법을 위시한 노동법제와 정책은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수고용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등장은 근로기준법의 경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소위 ‘특수고용'(이하 특고)의 본격적인 등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부도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키면서, 정부는 정리해고 합법화, 파견노동 도입 등 노동유연화 정책을 시행하였고, 이로 인해 전통적인 고용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특수한 형태의 ‘자영업자’가 늘어났다.

예컨대, 건설회사는 고용하고 있던 대형트럭 기사들을 해고하고, 계속 일을 하고 싶으면 트럭을 구매하여 회사와 일대일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화물트럭기사나 택배기사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근로계약을 가진 노동자에서 위·수탁계약을 하는 독립 자영업자로 노동시장 내 지위가 변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의 특고 종사자는 보험설계사, 방문판매원, 학습지교사, 대리운전기사 등으로 확대되어 왔다(정흥준, 특수형태고용종사자의 현황과 실태, 2019). 

노동자성 은폐로 만들어진 회색지대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기업이 근로자(employee)개념에 대한 정교한 조작을 통해 노동법을 회피하는 데 성공해 왔으며, 이를 통해 기업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들을 사회에 전가해왔던 과정이었다고 규정한다. 특히 기업은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존재로 은폐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노동자를 자영인으로 오분류하게 만들었고, 그들이 마땅히 누렸어야 할 노동법적 보호가 박탈되고 말았다(권오성, 플랫폼 유니온 출범의 기회와 도전, 2020).

택배노동자였으며 동시에 만화작가였던 이종철은 자신의 책 <까대기>(2019, 보리출판사)에서 “개인 사업자인데 개인 사업자의 자율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게 바로 특수고용직이죠”라는 대사를 통해 노동권의 회색지대를 지적했다.

하는 일이 똑같아도 종이 문서 한 장만으로 특고는 회색지대에 놓이게 된다. 그리하여 실은 강요이지만 자신의 선택이라는 포장된 채, 일과 관련한 모든 걸 자기 책임을 넘겨받는다. 그 대가로 근로기준법상의 부여되고 있는 근로자의 권리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는 플랫폼 노동에도 마찬가지다.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내는 과정과 거기에 결부되는 노동의 투입과 매개의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다. 사회는 이것을 소위 4차산업혁명, 혁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와중에 기업과 사용자들은 오로지 책임회피의 측면에서만 창의적이고 희한한 고용계약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점에서 특고의 문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플랫폼 노동은 장소라는 측면에서 산업화 이후로 등장한 공장형태의 공동 작업공간에 기반하지 않고, 노동(혹은 서비스)의 수요가 발생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작은 직무로 세분화된 초단기 일자리라는 특징도 가지게 된다. 이 속에서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붕괴, 노동자와 사용자 간 경계의 모호성, 집과 일터 간 경계의 모호성 등이 발생한다. 그로 인해 노동과정에서의 건강위험은 상존하지만, 그에 대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는 어려워진다.

플랫폼 노동은 기술변화에 따라서 생산·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고용과 노동을 매개하는 방식이 바뀐다는 점에선 새롭다. 그러나 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불안정한 노동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는 특고의 등장 이래로 전혀 새롭지 않다.

안전보건의 관점에서도 유해·위험요인의 노출 결과로 나타난 손상이나 질환 등의 건강 문제에 대한 치료기법이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들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에서 마주치는 건강상의 유해인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두어야 사고와 질환을 예방할 것인가에 있으며, 또한 건강문제에 뒤따르게 되는 치료·보상·재활·생계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의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다.

또한 노출되는 유해요인 자체의 고유한 위험성을 넘어서, 건강의 사회적인 결정요인에 대해 주목하는 게 필요하다. 노동을 통해서 안정적으로 생활임금이 유지가능하지 않다면 개인은 노동시간이나 노동밀도를 높이고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며, 파편화된 노동에서 발생하는 건강상의 위험은 관리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윤을 취하는 이들은 어떤 책임도 나누지 않고 숨어있게 된다.

노동자성 인정이라는 전장

이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부재한 상황에서, 근로자성을 다투는 일이 격렬한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고에 대해 국가는 산재보험제도로의 반쪽 편입이라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2008년 산업재해보상법에서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법정 요건에 해당하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규정하여 최초로 법률상에 특고가 등장하게 된다.

기형적인 고용관행은 ‘특수형태’가 되고, 차마 근로자로 호명하지 못하여 ‘근로종사자’가 된 모양새였다.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 가운데에서도 법정 요건(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그리고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을 갖춘 자 가운데 산재보험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제한적으로 부르는 이름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박은정, 특수형태고용종사자에 대한 법적 보호, 2019).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2008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최초로 규정된 보험설계사나 모집인,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자,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에서출발해서 현재는 택배원,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방문판매원, 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설치 수리원, 컨테이너 운전기사, 화물자동차 운전사 일부까지 포함하고 있다.

직업군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보험업법, 건설기계관리법,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대부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등의 법률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특고’의 규모는 정의에 따라서 매우 편차가 커서 50만에서 230만까지 다양한 추정을 하고 있으며,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특수형태근로(특수고용)종사자의 규모추정을 위한 기초연구’에서는 166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정흥준·장희은, 2018).



특고 종사자의 규모 결과 출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추청을 위한 기초연구, 정흥준, 2018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에는 그 규모의 추정이 매우 어려우나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의 ‘플랫폼경제종사자 규모 추정과 특성 분석’ 보고서에서는 무작위 추출 표본조사 방식으로 최소 47만에서 최대 54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근로기준법은 기존 법률의 ‘근로자’의 개념의 고루함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수많은 노동자를 ‘노동자’라 불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적용 제외를 ‘제외’하라

이름을 제대로 얻지 못하면, 권리에서도 배제된다. 노동자가 분명함에도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서도 차별받고 있다. 이것은 근로기준법에서만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고용특례업종, 영세업종(업주) 보호, 공익필수직종,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위험작업의 범위 등 여러 가지 설명을 곁들여 이들 법의 적용범위에 ‘차이’를 두고 있고, 이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일터의 안전과 건강문제에 있어서 ‘차별’을 낳는다. 사용자와 사업주가 지켜야 할 기준 적용에 있어서 예외(특례)는 결국 불평등을 낳고, 이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의 수준이 낮아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일수록 권리의 박탈과 건강과 안전상 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존재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지 않고 법을 통해 포괄하고자 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차별과 배제를 낳게 된다. 합리적 이유나 설명 없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손봐야 한다. 단지 사업장의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자신의 권리에 대한 제약이 따르고, 안전과 건강문제에 대해서 작업환경이나 업무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관리 전략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업주의 경제적 여건이나 기형적인 계약 관행에 따라 적용을 달리하는 것은 차별이다.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여 향상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하기 위한다는 법의 예외는 그 목적(법익)에 충실히 부합하는 한에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예외는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하며, 그 어쩔 수 없는 이유라는 게 누구의 이해에 맞닿아 있는 것인가를 살펴야 한다.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가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플랫폼 혁신’이라는 허울 좋은 말이나 ‘특고’라는 족보 없는 단어 사용을 지속하면서, 새로운 고용 관계들에 대한 적극적 해석을 방기하거나 법제도 내로 포괄하려는 노력이 결여된다면, 권리의 사각지대는 자꾸만 넓어질 뿐이다.

사업의 규모나 사업주의 여건을 고려한 적용 제외조항이 남아있는 한 고용 관행의 왜곡은 지속될 것이며,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로 인해 법률상 권리도 조직력도 없는 노동자들은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법의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발된 기묘한 편법들을 방치하게 되면, 법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채, 본연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여러 번 주장하거니와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용제외 조항을 제외하여야 한다. 새롭게 시작되는 21대 국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법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으로 대표되는 ‘전태일 3법’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37일터기사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코로나19 대응시 근로자건강센터가노동자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 2020.05

일터기사

코로나19 대응시 근로자건강센터가 노동자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강충원 후원회원, 서울서부근로자건강센터

 

코로나19 대응 과정은 “방역저지선이 뚫렸다”, “전사, 영웅” 등의 단어부터 재난 극복을 위한 총동원 체제, 고양된 어조로 전하는 뉴스속보 등 흡사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과 같은 재난은 일상을 잊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노동자’, ‘노동’이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춘다.

필자가 속한 서울서부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오는 노동자분들의 발길 또한 끊어졌다.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정되었던 안전보건교육과 운동교실, 집단상담, 찾아가는 이동상담이 모두 취소되었다. 국가적 재난에 모든 공공기관의 의료진들과 정신보건요원,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 동원되어 코로나19의 위험에 대응하고 있지만, 내방과 출장 없이 멈춰버린 근로자건강센터(이하 근건센)는 위기에 대응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다. 안전보건공단과 계약한 실적목표 이외에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이 없는 만큼 책임도 없는 민간위탁사업이기 때문이다.

근로자건강센터가 21곳이나 있지만, 그림자처럼 멈춰 있었다. 그래도 50인 미만 사업장 중 ‘우리회사 주치의’ 관계를 맺은 사업장, 센터와 연결된 돌봄노동자, 이동노동자, 항공 관련 업종, 문래동 철강단지의 소공인 사업장, 대중교통 운전기사, 자동차 정비업체, 분진노출 사업장 등에 산업용 마스크를 전달하고 방역수칙을 전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손씻기는 물론 방진용 마스크 착용을 꺼려하던 분들이 이번 기회로 보호구 착용이 일상화되는 변화가 생겼다. 소규모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한다는 체면은 세운 것이다.

코로나19로 돌아보게 된 일할 권리, 건강할 권리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과 A보험회사 콜센터에서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환자로서의 인권뿐 아니라, 노동자로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아플 때 쉴 권리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만든 사건이다. 2015년 우리는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서울삼성병원과 같이 큰 병원도 감염관리가 되지 않으면 더 위험한 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의료시스템을 민영화하는 것으로는 감염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 전반의 감염위기상황에서는 반드시 공공의료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당시에는 병원이송노동자, 보안노동자 등 서울삼성병원이라는 대기업 원청에서 관리되지 않던 수많은 병원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메르스 감염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근건센에서도 이전까지 3~4개의 콜센터사업장직원들의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었음에도, 조밀한 책상배치와 아플 때 쉬지 못하는 노무관리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상담사들의 감염위험을 키울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없었다.

사업장의 보건관리가 기초서비스 제공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권 회복이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재확인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고용유지지원금 등 생활유지를 위한 논의와 더불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상병수당제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   또 다른 판데믹에 맞서, 열악한 작업환경에 처한 소규모 사업장들의 안전보건을 지키기 위해서, 근로자건강센터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pixabay

 

건강할 권리와 함께 일할 권리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건강문제보다 실직문제가 더 큰 고민인 노동자들도 있다. 서울·서울서부 근건센 2곳에서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 소속의 학교급식종사자들의 작업환경개선과 보건관리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가 교육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보건관리가 이뤄지지 않다가, 2017년 학교급식소는 “기관내구내식당업”이라는 유권해석으로 현재는 산안법이 적용되어 각 학교별로 급식설비의 개선과 함께, 건강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조리종사자의 직위도 교육공무직으로 변경되었지만, 여전히 방학 기간에는 무급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며, 사실상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사라진 상황이다.

이전에는 2달 정도의 방학, 즉 실업 기간에 근건센에서 아픈 몸을 쉬면서 재활운동과 건강관리를 받는 분들도 계셨는데, 개학이 연기되면서 보건관리사업도 함께 연기되었다. 5월부터 개학하기로 된 것은 다행이지만, 교육청에서 발표한 개학 이후 학교급식 운영방안은 여전히 조리종사자들의 업무부담 증가와 감염관리, 환기관리 대책이 부족하다. 인력충원 없는 부담 증가가 미치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 영향, 급식종사자의 건강이상 발생 시 유급병가 부여와 대체인력 확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취약한 사업장들의 감염관리/산재예방체계를 갖춰야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일이 더 많아진 사업장도 있다.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될 겨를도 없이 마스크 생산업체가 24시간 비상가동을 시작했다. 마스크 생산량 확보를 위해 정부는 사업체들에 추가고용지원금을 제공했고, 근건센은 생산업체의 건강관리 긴급지원을 담당하기로 했다. 기존보다 몇 배를 더 생산하게 된 노동자들은 피로누적과 과로, 수면문제, 근골격계 문제를 겪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근건센 지원의 문제점은 사업주 요청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물량확보가 중요했고, 정부의 눈치를 보는 사업주의 납기일을 맞추기 위한 노력에 노동자 건강을 관리한다는 구호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일부 지역에서 마스크제조업체의 건강지원을 나갔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업장과 근건센이 연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규모사업장, 취약작업환경사업장, 건강실태조사 고위험 사업장 등 이름도 어려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업장과 노동자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한 것 같은 씁쓸함이 남는다.

우리는 어쩌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또 다른 판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장의 감염관리체계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실적 중심의 예방관리체계에서 벗어나 급작스런 위험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노동조건과 작업환경 조성과 공공보건 지원체계 확립의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전환 가운데서 공공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근건센 또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34일터기사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 조금 더 담대하게! – 반올림 이상수 활동가 인터뷰 / 2020.05

일터기사

노동자 건강권 쟁취, 조금 더 담대하게!

-반올림 이상수 활동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인터뷰하러 가는 길, 마치 헤어졌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 것 마냥 들썩거렸다. 5년 넘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와 동고동락했던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은 올해 1월 말 각자 둥지를 틀게 됐다. 오랜 시간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묵묵히 걸어온 이들이 독립 공간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22일 오후 구로구 반올림 사무실에서 2017년부터 상임활동가로 일해 온 이상수씨를 만나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 그리고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로서의 고민을 나누었다.

반올림과의 만남, 다시 만난 세계

가장 첫 질문으로 반올림에서 상임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상수씨 본인 역시 삼성전기에서 PCB(인쇄회로기판)를 연구, 개발하는 일을 했다. 1999년에 입사해서 11년 조금 넘게 일을 하고 퇴사했다. 이때의 경험이 상수씨를 반올림 투쟁에 함께하게 했다.
  
“반올림의 이종란 활동가를 만나게 됐는데 저에게 뭘 많이 물어봤어요. 제가 일했던 곳에서 사람이 병에 걸리고 심지어 죽기까지 했으니까요.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몇 번 자문도 하게 됐죠. 법정 증언도 했어요. 이후 농성을 하게 되면서 농성장에 직접 가기도 했어요.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죠.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프셨던, 돌아가신 분들을 제가 개인적으로 알았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 현장에 대해선 잘 안다고 할 수 있었죠. 자세히 들여다보니 PCB(인쇄회로기판)를 만드는 게 LCD(액정표시장치) 못지않게 유해하다는 걸 배웠어요. 중요한 계기가 됐죠.”

그곳의 모습이 상수씨에겐 아직도 선명하다. 다양한 색깔의 화학물질이 목욕탕 크기의 어딘가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기도 하고, 거대한 기계들이 돌아가면서 만들어내는 소음 등 일단 공장에 들어선 순간 압도된다.

하얀 방진복을 입고 ‘클린룸’에 들어선 순간 누구나 멍해지는 걸 느낀다. 기압 자체가 다르다. 온도, 습도, 불빛 등 환경 요인으로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 반도체 산업은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린다. 환경오염도 없고 더불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위험하지 않은 듯한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올해 2월 기준 삼성 계열사(전자산업 분야)의 직업성질환 제보현황을 보면 총 588건, 그중 사망은 179건에 달한다. 상수 씨가 일했던 삼성전기에서도 제보가 25건, 사망은 17건에 달한다.

“반올림 운동 그 자체가 인상적이에요. 개인적으로 이전에 거쳤던 전업활동가는 아니지만 활동가로 살아오면서 이래저래 받았던 좌절, 상처가 치유되는 기간이기도 했어요. 반올림의 운동은 산재피해가족운동이기도 하면서 활동가, 시민, 의사, 법률가, 언론인 등 각자 자기 몫을 해냄으로써 불가능했을 과제를, 다들 버거웠을 과제를 끌어안고 성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노력을 신뢰하게 됐죠.”

촛불 투쟁 그리고 희망

반올림과 인연을 맺게 된 이후부터 상임활동을 하는 지금까지 가장 기뻤던 때가 언제였는지 떠올려 달라고 했다. 그는 2018년인 2년 전 삼성전자와 맺은 협약을 떠올렸다. 전자산업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를 전 사회적으로 알리게 된 삼성전자 노동자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11년, 중재가 시작된 지 4년 만에 일군 의미가 큰 성과였다.

“기뻤어요. 사실 2015년 10월부터 시작한 농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2015년 10월 7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있는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는데 삼성전자, 반올림, 가족대책위가 수용해서 만들어진 조정위원회가 열렸지만 삼성전자는 조정위 권고가 아닌 자신들이 만든 보상위원회 때문에 조정위 권고안을 미루자는 입장을 발표했어요. 저희는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간 거예요. 2016년엔 삼성전자가 옴부즈만 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사회 전체 인식은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냐였어요. 전혀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2016년 11월 말부터 광화문에서 촛불이 벌어지면서 완전히 뒤바뀌었어요. 당시 광장에서 황상기 아버님이 중앙 연단에서 연설도 하셨죠. 그때 우리가 맨날 하는 방진복 다잉 퍼포먼스를 했는데, 사실 사람들이 되게 낯설어했거든요. 그런데 해가 바뀌고 연초에 퍼포먼스를 사람들이 알아보고 낯선 이에게 설명도 해주시더라고요.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봐 준다고 느꼈어요. 촛불을 거치면서 생긴 힘이 농성을 지속할 수 있게 했고, 그렇게 버틴 힘으로 협상까지 갔다고 생각해요. 사회 변화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반올림의 시작은 삼성반도체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죽음이 계기가 되었고, 진실에 다가갈수록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님이 밝혀졌다. 황유미씨 산재 신청을 준비하면서 미국의 IBM, 타이완의 RCA 공장 등 암으로 죽어 나간 젊은 노동자의 이야기가 한국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08년 본격적으로 반올림 이름을 사용하면서 활동 목표를 ‘직업병과 환경오염이라는 반도체 산업 세계화에 대한 폭로와 저항’으로 설정한 것도 그 까닭이다.

담대함으로 나아가는 노동자 건강권 운동을 꿈꾸다

최근 상수씨와 반올림에 전환점이 된 사건이 있다. 바로 서울반도체의 이가영씨 산재 사망과 대학교 현장실습생 방사능 피폭 사고 그리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이다. 이가영씨는 서울반도체에 2015년 2월 입사했다. 그리고 2년 뒤 악성림프종을 진단받았고, 2018년 9월 림프종이 재발했다. 그는 유해 물질에 대한 교육,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고 주야 2교대로 장시간 근무했다. 어렵게 산재 인정을 받았지만 회사는 산재 취소 소송까지 냈다. 게다가 회사는 올해 1월 14일 직원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으며 설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한 내용의 사내 뉴스를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7월에는 서울반도체에서 대학생 현장실습생 방사능 피폭 사고가 있었다. 안전장치가 임의로 해제된 반도체 결합검사용 X선 발생장치에 손을 넣고 작업을 하다 피폭을 당한 것이다. 이들 역시 현장실습 첫날부터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한 것이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이 사건은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가 피해자 가족과 함께 대응하면서 학교와 업체 측에 사과, 보상, 재발방지 대책 등 합의와 이행을 앞두고 있다. 특히 현장실습 나가기 전 안전보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애쓸 예정이다.



▲   작년 8월 27일 안산시청 앞에서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회복을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다. 안산시흥지역의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곳이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 반올림

  
“서울반도체 사건은 악랄한 기업의 문제고, 방사선 피폭 사고입니다.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주된 주인공으로 얘기해왔는데 방사선도 등장한 거죠. 게다가 피해자로 현장실습생까지 생긴 거예요. 저는 대학생도 현장실습을 한다는 걸 이번 계기로 알았어요. 고등학생만 하는 줄 알았거든요.

사실 서울반도체에 노동조합도 있었지만 노조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고서야 뒤늦게 산재 사고를 알았어요. 회사는 이가영씨가 산재 인정받았을 때 그걸 되돌리겠다고 취소 소송을 냈어요. 고인이 살아있을 때 그 소식을 듣기까지 했고, 결국 돌아가시면서 장례 투쟁까지 해서 비로소 소송 취하가 됐죠.

산업기술보호법 개악도 저희에겐 매우 중요한 사건이에요. 개정된 걸 알고 나서 분노와 허탈이 뒤섞였어요. 노동자의 알권리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간신히 진전되는 와중에 누군가 반칙을 써서 바꿔놓은 느낌이었죠. 10년 만에 산재인정 받은 삼성LCD 반도체 피해자 한혜경씨가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왜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냐’는 거에요. 회사 다닐 때 극기훈련을 가서 나무에 매달려 떨어지면 혼나고, 물에 들어가서 숨 차는 훈련을 받았었데요. 말도 안 되는 복종훈련을 받은 거죠. 그런 걸 가르칠 시간은 있었으면서 정작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던 거죠.

그런 배경이 있어 산업기술보호법 대응 활동에 특히 한혜경씨와 김시녀 어머니가 활동을 열심히 하셨어요. 저는 알권리라는 건 기본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단지 일하는 사람에게만 공개하면 되는 문제인가 싶어요. 당연히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청소년, 청년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반올림은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이 유해 물질에 대한 알권리, 사업장의 유해환경 공론화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개정법 시행 바로 이틀 전 2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작업환경보고서 일부 비공개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직업병 피해노동자의 산재 입증, 나아가 작업장의 안전보건 조치를 사전에 할 수 있는데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주장에 내몰린 것이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결국 3월 5일 반올림과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는 헌법소원 투쟁에 돌입했다. 이 싸움은 한국 사회의 노동자 알권리가 얼마나 진전될 수 있느냐의 촌각을 다투는 중요한 싸움이 될 것이다.

상수씨는 마지막으로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훨씬 담대하게, 꿈을 같이 꾸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8년 김용균 죽음 이후 한국사회의 안전에 대한 감수성 자체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지금은 이전의 성과를 기반으로 담대한 진전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 같아요.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가 됐다는 것은 전체 사회 운동 속에서 유기체적으로 놓일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함께 성과를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38일터기사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뉴미디어 산업은 MCU 히어로처럼 멋지기만 할까? – 자유로운만큼 불안정한 뉴미디어 산업의 과제들 / 2020.05

일터기사

뉴미디어 산업은 MCU 히어로처럼 멋지기만 할까?

– 자유로운만큼 불안정한 뉴미디어 산업의 과제들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4월호에서는 온라인 방송 산업의 구조와 MCN의 역할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5월호에서는 파트너쉽 매니저와 크리에이터들이 노동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소개하고, 신산업으로 주목받는 온라인 방송 산업이 제대로 된 산업으로 자리 잡고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하는지 검토해보고자 한다.

[관련기사] 전략분석부터 발굴까지… 크리에이터 매니저의 일과 http://omn.kr/1nd39

뉴미디어의 특성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
 

뉴미디어 콘텐츠는 크리에이터 각각의 특성이 자유롭게 드러난다. 그렇기에 MCN이나 광고회사 등이 콘텐츠 생산 자체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뉴미디어의 강점이 사라질 수 있다. 크리에이터의 색깔이 사라져서, 콘텐츠의 독특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MCN에서는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의 창작을 자율성에 맡기고, 도움을 통해 그들이 강점을 살릴 수 있을 때나, 도움을 통해 더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가 제작될 것으로 기대될 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4월호에 살펴봤던 기획과 모니터링이었으며, 그 외에도 기술적, 인프라적으로도 지원한다. 기획에 따라 평소와 달리, 외부촬영을 하게 될 경우, 장소섭외를 도와주거나, 외부촬영 장비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별한 컨셉의 촬영 시 MCN이 보유하고 있는 스튜디오를 빌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지원 서비스들이 크리에이터들에게 제공될 때에는 파트너쉽 매니저가 중간에서 소통 역할을 담당한다.

이렇듯 파트너쉽 매니저가 컨설팅과 기획 등을 주된 업무로 한다고 해도, 늘 중심에 놓인 것은 다수의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이다. 즉 업무 전반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게 빠질 수가 없다. 이는 크리에이터들도 마찬가지다. 뉴미디어의 특성 중 상호작용이 빠르고 활발하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면 부정적인 피드백도 빠르고 자극적으로 전달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예인들처럼 크리에이터들도 온갖 악플과 위협 등에 노출되어요. 그러다 보니 크리에이터들도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게 되죠. 소통 과정 자체가 늘 수반되다 보니 피할 수도 없죠. 여러 방식으로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죠. 그럼에도 받는 스트레스가 있죠. 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누게 되는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담당 매니저예요. 매니저가 직접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크리에이터와 협업을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악플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게 되죠. 이는 상당히 힘든 일이에요. 매니저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 바깥의 일이지만, 업무에 상당한 부담을 주죠. 크리에이터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최근 MCN에서도 대면 업무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이나 악플 등에 대한 대처 등 파트너쉽 매니저들의 감정노동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분명히 인지하고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한다.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심리치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감정노동과 관련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 지원도 도입했다. 이러한 사후적 대처뿐만 아니라, 매니저 등 직원의 감정노동에 대한 사전적 예방 조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  뉴미디어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다양성이 실현되는 매체가 될 수 있을까? ⓒ pixabay

 

뉴미디어의 발전, 특성에 맞는 사회적 보장이 뒷받침되어야

“악플 등으로 인한 감정노동 외에 또 다른 어려움은 모든 게 자유로운 만큼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내가 만드는 것이다 보니 규칙도 없고 정해진 시간도 없어요. 그런데 시청자들의 요청과 피드백은 끊이질 않죠.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어요. 기획, 출연, 촬영, 편집을 다 하는 상황에서 1일 1업로드, 1주일 1업로드를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모든 콘텐츠를 언제까지고 혼자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편집자와 섬네일러가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이들을 프리랜서 등의 형태로 고용한다. 이렇듯 뉴미디어에서도 간단하고 단순한 형태의 분업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뉴미디어 산업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이다. 업계 표준이나 법적 규정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편집자들과 섬네일러들을 고용할 때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든, 혼자서 만들든,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어도 반드시 고소득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에요. 한 달에 수천만 원씩 버는 유튜버들이 주목받으면서 많은 사람이 유명 크리에이터를 꿈꾸게 되었죠. 하지만 마치 자영업처럼 내가 열심히 일하는 거랑 대중이 나를 선택하는 건 별개의 문제에요. 그래서 크리에이터들의 주된 고충이 규정되지 않는 노동시간과 소득 불안정성이에요. 뉴미디어에서 인기가 급상승하는 것과 급하락하는 것은 순식간인데, 이를 예측할 수도 없고, 명확한 이유를 알기도 힘들죠. 이를 직업으로 삼게 되면, 누구라도 큰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안정적으로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나도 저렇게 성공하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 삶이 보장되는 산업이 절대 아니니까요.”

필자가 상상해보건대,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세상은 참으로 흥미롭고 재밌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상이 실현되기 위해선 아무런 분석이나 대책 없이 장려할 것만이 아니라, 누구나 안심하고 이 산업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탄탄하게 만드는 일부터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안정적인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도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는 새로운 노동 형태가 등장하고 안정화되는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사회정책을 시행하고자 한다면, 뉴미디어 산업의 자유로운 만큼 불안정하기도 한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급속도로 변하는 미디어 환경은 서로 다른 삶을 연결시켜준다. 이러한 관계망을 바탕으로 한 뉴미디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는 무엇이 뒷받침 되어야 할까? ⓒ LIUC.it

그럼에도 뉴미디어와 함께하고 싶은 이유

그렇다면 H씨가 파트너쉽 매니저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뉴미디어 산업이 갖는 매력이 분명히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4월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뉴미디어는 레거시 미디어와 달리, 쌍방향 소통이 내재해있다. 기존의 창작활동들은 일방향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아무리 소통하려고 해도, 사후적이거나 제한적인 영향만을 행사할 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H씨는 뉴미디어 산업은 기획부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하고 빠른 게 강점이라고 보았다. 그로 인해 때론 영상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얘기했다. 문턱이 낮아지면서,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어 다양한 콘텐츠를 더 쉽게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저에게는 큰 매력이었어요. 저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누구나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의 독특성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뉴미디어 산업은 혁신적인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전문가가 아니어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미디어 산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영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의견을 덧붙이고, 나아가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이 계속 자리를 바꿀 수 있는 상호연쇄 작용이 빠르고 자유롭게 일어나는 게 너무 좋았어요. 거기서 함께 웃고 떠드는 게 즐거웠죠.

이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고, 뉴미디어의 세계를 더 자세히 알고, 그 세계가 더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어요. 매니저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는 바람도 있어요. 이미 때때로 취미와 일의 경계, 매니저와 크리에이터의 경계가 흐려질 때도 종종 있고요(웃음).”
 

H씨는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이유에 대해서 사회 전반의 변화에 뉴미디어의 특성이 잘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점점 ‘공감’과 ‘소통’ 그리고 ‘자기표현’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된 것 같아요. 사회에서 이런 가치들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매체를 찾게 된 것이죠. 뉴미디어야말로 콘텐츠의 다양성과 독특성뿐만 아니라, 제작과정 자체가 적합한 매체 같아요.

이런 생산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의 인간적인 매력과 자기만의 재능이 각자의 콘텐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죠. 이로 인해 크리에이터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 거죠. 그래서 매니지먼트의 차원에서 본다면, 크리에이터 각자가 가진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은 매니지먼트라고 생각해요.”
  
물론 뉴미디어를 이윤을 내려는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트렌드를 쫓고 어떻게 조회 수와 구독자를 늘릴지 고민할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유명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이 느는 것만큼, 레거시 미디어들이 뉴미디어 산업에 투자하거나 자회사 등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H씨는 앞으로도 뉴미디어가 뉴미디어답기를 바라고, 자신도 그에 기여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뉴미디어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우리 생활의 중심에 들어왔죠. 산업이 발전하면서, 여러 문제도 수반되고, 이 매체만의 특성도 약해질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뉴미디어 세계에서 우리 모두가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휘하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존중하며 공감대를 만들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37일터기사

[동아시아과로사통신] 노동시간 제한이 부재한 과로사회, 일본 / 2020.05

일터기사

노동시간 제한이 부재한 과로사회, 일본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일본은 ‘과로사’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과로가 심각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2019년까지 의미 있는 법적 노동시간 제한이 없었습니다. 이는 회사가 노동자에게 1년 동안 하루 24시간, 365일 일을 시켜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지금은 고용주들이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를 시킬 수 없도록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과로사 역치’라고 불리는 월 80시간의 연장근무보다 20시간이나 많은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일본의 과로사 현황

1980년대에 노동법률가, 의사, 노동운동가들이 함께 ‘과로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직장에서의 일 때문에 발생하는 죽음과 질병의 숫자는 극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2018년 과로에 의한 뇌혈관, 심혈관질환 혹은 그 사망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보상을 신청한 사례는 모두 877건입니다. 이 중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승인된 것은 238건 뿐이고, 이 중 82건이 사망 사건이었습니다. 2017년에는 업무상 과로에 의한 질환으로 승인된 것이 253건, 이 중 92건이 사망 사건이었습니다. 2002년 이후, 일본에서는 매년 100여 건의 과로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이는 4일에 한 명씩 과로로 사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연장 노동을 하거나, 2~6개월 동안 한 달에 80시간 이상의 연장 노동을 한 경우에만 과로사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는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이 나서, 그 죽음이 업무와 관련됐다고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과로사 사례가 아예 보고되지 않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급성심장사’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점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과로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잃고 있는지 제대로 정보도 모으지 않고 있습니다.
  



▲  일본에서 과로사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문제제기되었다. 그럼에도 2015년 일본의 대기업 광고회사 덴츠에서 일하던 다카하시 마쓰리 씨가 과로자살로 유명을 달리했다. 여전히 장시간 노동과 블랙기업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 ANN 방송화면 캡쳐

 
일본의 블랙기업과 과로자살

과로자살은 말 그대로 과로에 따른 자살이라는 뜻입니다. 과로자살은 장시간 노동이나 업무의 양적, 질적인 변화에 따른 정신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8년 자살을 포함해 과로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산재 보상을 신청한 건수는 모두 1820건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였습니다. 이 중 정부가 산재로 인정한 것은 465건이고, 이 중 76건은 노동자의 자살 혹은 자살 시도였습니다. 과로사 피해자들이 주로 40대~50대의 남성 노동자들인 데 비해, 과로자살은 성별에 관계없이 젊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과로자살이 매년 늘어가는 이유는 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블랙기업’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과 일터 괴롭힘을 생각해보면, 465건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은 아주 명확합니다. 경찰청에서 자살 사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2천여 건의 자살은 업무와 관련해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던지고 있는데, 정부는 이 중 100건도 안 되는 사례에 대해서만 보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재인정을 위해 넘어야 할 난관들

이렇게 많은 사례들이 보고도 제대로 안 되는 이유는 1) 과로사라고 생각하는 경우, 가족을 잃은 누군가가 자료를 모아 산재보상을 신청해야 하고 2) 유가족이 스스로 과로의 증거를 충분히 모았을 때에만 정부로부터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노동자 가족들이 산재 보상 신청을 하지 않으면, 이 사건은 그대로 숨겨지게 됩니다. 그 죽음이 과로에 의해 발생했거나, 다른 업무 관련 문제와 관련이 높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노동자나 유가족이 신청하지 않으면, 정부나 지방 노동 관서에서는 먼저 나서 회사를 조사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유가족이 최소한 그 죽음이 업무와 관련되었다고 의심을 하고, 이 노동자가 극심한 장시간 노동이나 일터괴롭힘 혹은 다른 어떤 이유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는 믿을만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과로자살로 보고되는 데 필수적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고용주들은 직장 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무를 강요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터 괴롭힘과 관련된 많은 경우에서, 자살의 원인이 업무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유가족들이 중요한 증거를 성공적으로 수집한다 해도, 정부가 그 죽음을 업무와 관련되었다고 승인하고 보상을 제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가족들이 그 질병이 과로 때문이라고 생각한 사례는 877건이었지만, 그 중 238건만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승인되었습니다. 수백 명의 노동자, 유가족 들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남겨졌습니다.

일본의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노동자들은 수백시간에서 심하면 수천 시간에 해당하는 자신의 삶을 일하느라 빼앗기게 됩니다. 이를 멈추기 위해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은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정부나 회사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43일터기사

[현장의 목소리] 2인 1조 근무가 만든 안전한 일터 – 울산 경동도시가스 안전점검원 투쟁 이후를 인터뷰하다 / 2020.05

일터기사

2인 1조 근무가 만든 안전한 일터 – 울산 경동도시가스 안전점검원 투쟁 이후를 인터뷰하다

지안 상임활동가

 

2019년 4월,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서비스센터 분회 소속 조합원인 도시가스안전점검원이 한 고객의 집에 감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작년 5월부터 시작된 울산 경동도시가스 노조의 파업은 약 5개월 간 이어졌다.

관할 지자체인 울산시와 원청인 경동도시가스 모두 안전점검원들의 안전 문제에 책임을 회피하던 와중에 3명의 조합원이 울산시청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고, 바로 경찰에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9월에 들어서야 노조와 사측은 성과제 폐지와 2인1조 시행을 두고 합의하게 되었다. 

이 투쟁의 성과로 조합원들은 작년 10월부터 2인 1조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고, 위험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성과제도 폐지되었다. 2020년인 올해는 1년간 성과제 폐지와 ‘탄력적 2인1조’를 시행한 뒤 적합한 방문 세대 수 등 노동조건을 결정한다. 노조에게 작년 투쟁만큼이나 올해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지난 4월 23일, 울산의 한 바닷가 동네에서 울산경동도시가스노조 조합원 네 분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화 사이에서도 조합원들의 안전과 건강 문제에 관해서는 진지하고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투쟁의 동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었다. 조합원들은 올해 1년 간 탄력적 2인1조와 성과제 폐지를 잘 시행하고, 이후 산재 중인 동료 조합원이 복귀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위험을 키운 성과제, 97% 점검율의 문제점 

울산 지역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이 하고 있는 가스 안전점검 업무는 검침, 고지서 송달 업무와 달리 가스누출을 확인해야 하기에 고객의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면 업무다.

박근혜 정부 시기 ‘안전점검’ 업무를 도급하지 말라는 지침에 따라 원래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일하던 도시가스검침원들이 업무 내용에 따라 안전점검원과 검침원으로 분리되었다. 그 과정에서 안전점검원들은 경동도시가스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직고용이 되었지만 검침원들은 오늘날까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일하며 각종 법적 보호 밖에 있는 형국이다. 

한편 안전점검원들은 분리 과정에서 검침 파트보다도 인력이 적어졌다. 점검율 등의 경영정책 속에서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인원이 줄어든 것은 더욱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였다. 또한 점검 업무 자체가 고객의 집에 들어가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검침, 고지서 송달보다 건당 시간도 오래 걸리며 까다로운 일이다. 업무의 종류 역시 여러 가지다.

보통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의 업무를 생각했을 때, 고객의 집에 들어가 가스누출 등을 확인하는 작업만 떠오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고객과 방문약속을 잡고, 가스요금 등 도시가스 관련 민원에 대응하는 등 수많은 부수적인 업무들이 있다. 그런 와중에 점검율을 100%에 수렴하게 맞춰야 했으니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은 밤이고 낮이고 일에 매달려야 겨우 실적을 맞출 수 있었다.  

이신자 : “언론에서 이야기되는 성과제란 얼마나 누락 없이 전 담당 세대 점검을 완료했느냐를 말하는 점검율을 의미해요. 파업 전에는 저희가 일하는 경동도시가스 동울산센터의 점검율 기준이 97%에 달했어요. 그런데 지금처럼 1인 가구도 증가하고, 각자 스케줄이 바쁜 사회에서 가가호호 방문을 해서 97% 점검율을 달성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저희도 어떻게 해왔는지 모를 정도로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서 겨우 채워왔던 거죠.”

이 점검율이 문제적인 지점은, 노동강도의 증가나 점검율과 연동되는 임금 삭감 등의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점검율을 채우기 위해 빨리 다음 가정을 방문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안전점검원들로 하여금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고, 안전문제가 발생해도 단순히 위험 상황을 모면하고 넘기도록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안전’을 위해 시작한 파업에서 왜 성과제가 가장 쟁점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희 : “예전에는 남자들이 속옷만 입고 문을 열어도 일단 들어가서 점검하기 급급했거든요.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은 하루 중에 굉장히 제한적이죠. 이른 오전이나 주로 저녁 시간대예요. 그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가정을 돌아야 겨우 점검율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저녁 시간대에는 특히 정신없이 일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일하는 던 중에 안전에 위협을 느끼더라도, 혹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성희롱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그냥 모른척하며 들어가서 빨리 해치우고 나오는 것에 급급했었죠.”

아침부터 밤까지 점검에 매달리도록 하는 ‘간주노동시간제’ 

이때, 성과제 문제는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의 노동시간이 ‘간주노동시간’으로 되어있다는 점 속에서 더욱 가중된다. 간주노동시간이란 정해진 노동시간이 없고, 대신 하루에 정한만큼의 시간을 일했다고 간주한다는 의미다. 안전점검원들의 경우 하루 8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책정한다. 

여기서, 정해진 노동’시간’만 있고 ‘시간대’의 규정이 없으니 우선 노동시간이 어떻게 배치될지 알 수 없게 된다. 두 번째로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보통 오전에 출근을 하거나 일을 보러 나가서 저녁쯤 들어오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 간주노동시간제가 얼마나 그 자체로 안전점검원들의 노동시간을 악화시키는 지 알 수 있다. 

파업 전 안전점검원들은 사람들이 집에 있을 8시 반 쯤 담당 구역을 돌고, 대개 빈집일 오후 시간대는 집에 돌아가 오후부터 저녁에 이르는 방문약속을 잡고 오후 근무의 동선을 짰다. 그리고 사람들이 퇴근해서 집에 있을 저녁시간 대부터 많게는 밤 10시에 이르는 시간까지 집중적으로 점검을 해왔다. 한편 이 지점은 안전점검원들의 노동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심화된다. 종종 사측은 비는 시간대에는 쉬고 사람들이 있는 시간대에 가서 일을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희 : “그런데 중간 비는 시간에 쉰다고 해도 그게 쉬는 건가요? 어떤 고객은 1시에 오라고 하고, 어떤 고객은 3시에 오라고 해요. 그러니 늘 대기하는 상태로 있는 거죠. 또 오후 시간대에도 전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어요. 고객들과 방문 약속을 잡고 동선을 짜는 등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회사에서는 그 시간들을 인정을 안 하고 있지만요.”

노조에서는 이 간주노동시간제와 성과제로 인해 조합원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에 매여 있어야 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파업을 시작하기 직전인 작년 4월에는 전 조합원이 점검율을 맞추기 위해 고무줄처럼 노동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노동시간과 배치를 정하고서 일을 했을 경우에 어느 정도의 점검율이 나오는지 실험해보기로 했다. 97%라는 터무니없는 점검율을 폐지할 근거를 사측에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이신자 : “안전점검원들이 정상적인 근무를 했을 때 도대체 몇 세대를 점검할 수 있고, 점검율은 어느 정도가 되는지, 노동량은 어떻게 되는지 그걸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어요. 이전까지는 한 번도 사측은 물론 노조에서도 데이터화를 해본 적이 없었죠. 전 조합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근무를 하기로 했죠.

한 달 동안 실험해본 결과 점검율이 70%정도 나오더라고요. 나머지 30% 가까이 되는 수치 만큼은 조합원들이 자기 시간들을 들여서 채우고 있었던 거예요. 결과적으로 파업을 하게 되면서 다른 국면으로 흘러갔지만, 점검율에 대한 노조의 비판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죠.”

2인 1조 시행 이후 조합원들은 근무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먼저 1인당 1200세대를 방문하던 이전보다, 2인 1조로 총 2060세대를 방문하는 지금이 방문하는 세대의 숫자는 두 배 가까이 되어 양적인 강도 자체는 높아졌다. 이런 구체적인 세대 수에 대해서는 이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가장 중요한 변화점이다. 실제로도 조합원들은 걸음 수는 증가했을지 몰라도 2명이 근무함으로써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는 말을 전했다. 이후로는 문답 형식으로 조합원들이 체감하는 현장 변화를 전한다. 

2인 1조 근무 시행 이후 현장의 변화



▲   왼쪽부터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분회 김정희 여성부장, 권미순, 이신자, 안미선 조합원의 모습이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노사 간 합의 내용이 ‘탄력적 2인 1조’라고 발표가 되었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2인 1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건가요? 
이신자 : “우선 두 명이서 근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9시부터 6시로 정했어요. 근무를 하는 동안 2인이 함께 움직이게 되는데요. 모든 세대에 2인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방문한 가정에서 여성 고객이 나오면 1명만 들어가서 점검을 진행하고 나머지 1명은 옆집으로 가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 운영을 해서 효율적이면서도 미연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 안전점검 업무를 어떻게 2명이 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근무하는 방식이 안전해지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1명이 소화하는 세대 수 자체는 많아졌으니 그만큼의 부담은 없으신가요? 
이신자 : “저희도 직접 시행해보기 전에는 2인 1조를 하면 인력도 배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막상 해보니 이전에 인당 1200세대를 담당했다면, 현재는 둘이 2060세대를 담당하니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거죠. 몸의 무리가 오긴 하지만 2명이서 일을 한다는 게 훨씬 장점이 많아요. 제일 중요한 건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특히 성과제를 폐지했다는 점이 주요한 성과입니다. 15년 넘게 가스검침, 점검 일을 해왔는데요. 항상 사고는 급할 때 나더라고요. 정상적인 속도로 일할 때는 사고가 안 나는데, 마음이 급하고 시간에 쫓길 때 꼭 사고가 나요. 그러니 안전점검원들을 몰아세우던 성과제가 없어졌다는 것도 안전문제에 있어 중요한 변화였죠.”

– 2명이 방문을 하니 아무래도 위험에 대한 대응력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어떤 변화들을 가장 체감하시나요? 
김정희 : “가장 먼저 물리적으로 안전이 확보된다는 점이 중요할 것 같아요. 고객과의 마찰이나 성희롱 등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제재하거나 대응할 사람이 내 옆에 한명이 있다는 점이 일단 든든해요. 두 번째로는 혼자 근무를 할 때는 고객 집에 들어가면 아무 일이 없어도 주눅이 들 때가 많았어요.

평소에 감정노동도 많이 했고, 고객이 요구하면 무조건 사과를 해야하는 악습도 많았어요. 예를 들어 고객과의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회사에서는 무조건 안전점검원들이 사과하도록 요구했어요. 2인 1조 시행하고 나서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당당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안미선 : “주로 고객들이 집에 있는 시간인 저녁시간대에 점검을 하러 가면, ‘고객님 죄송합니다. 1분이면 됩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이렇게 비굴하게 말하며 들어가곤 했어요. 사실은 고객들이 낮에 집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개인 시간을 들여서 저녁에 점검을 하러 다니는 건데도, 항상 우리가 죄인이었죠.

2인 1조를 하고 있는 지금은 옷을 제대로 입지 않고 문을 여는 고객이 있는 경우에는 ‘고객님, 옷을 제대로 갖춰입고 나와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안내를 해요. 두 명이서 일을 한다는 그 작지만 큰 차이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일할 때의 당당함을 주더라고요.”

여전히 남은 과제는 많다.  투쟁 합의 사항 중 감정노동자 보호 매뉴얼 보급, 예약점검제 시행 등 다른 사항들이 1/4분기가 지나간 지금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약속된 합의 내용이 모두 지켜지는 일이 필요하다.

보다 중요하게는 성과제 폐지와 2인 1조 근무가 올해를 거쳐 제대로 안착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비조합원이나 타 센터, 타 지역의 안전점검원들에게도 2인 1조 근무가 그동안 줄곧 논의가 되고 있는 안전문제의 해답으로써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도시가스안전점검원들의 노동환경이 성과제 폐지를 넘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권미순 : “일하다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하는 일이 필요해요. 지금까지는 병가 사용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으로 논의가 안 되었어요. 2인 1조 근무인 만큼 그런 부분들이 중요하게 보강이 필요할 것 같고, 이후로는 산재 중인 피해자가 복귀할 수 있도록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에 힘쓰고 싶어요.

저희가 경험하는 현장변화가 타 센터와 다른 지역 안전점검원들에게도 꼭 전해져 전국의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7일터기사

[현장의 목소리]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사의 책임을 묻는다-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 인터뷰 / 2020.04

일터기사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사의 책임을 묻는다

–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 인터뷰

 

최민 상임활동가

 

한국 사회는 일하는 사람이 쉽게 억울하고, 억울한자리에 놓이는 곳이다. 2004년부터 청주방송에서 일했던 이재학 PD도 그랬다. 조연출로 입사한 뒤, 청주방송에서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의 조연출과 연출 업무를 했다. 매년 정규직 PD2배에 이를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자유롭게 프로그램만 만든 게 아니다. 지자체 보조금을 따내기 위해 사업 계획서를 쓰고, 공무원들과 협의하여 방송을 제작하고, 프로그램 종료 후 정산하는 등의 대외 업무도 했다. 일상적으로 업무를 보고하고 결재용 서류를 써 냈다. 모두 청주방송 PD로서 한 일이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던가. 2018년 문제가 생겼다. 동료 프리랜서,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인건비 증액과 인원 보강을 나서서 요구했다. 그러자 갑자기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해고가 아니라 프리랜서 계약종료라고 했다. 억울한 마음에 직장갑질119를 찾았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시작했다. 소장을 접수한 지 14개월이 지난 뒤에야 1심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결과는 패소. 재판 과정에서 CJB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이재학 PD를 위해 나선 증인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결국 고인을 돕기로 했던 증인 한 명이 진술을 번복하기까지 했다. 1심 선고 후,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억울하고 억울하다는 말만 하며 울었다고 한다. 판결문을 받자마자 곧바로 항소장을 접수하고, 끝까지 싸워보겠다 다짐했지만, 분노와 억울함이 더 컸다. 결국 202024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1956개 단체가 모여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고 이재학 PD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뿐 아니라, 방송계의 오랜 문제인 무늬만 프리랜서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다. 얼마 전인 323일 이재학 PD49재가 있었다.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을 만나 대책위의 싸움에 대해 들었다.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파헤치고 해결하기 위한 싸움

이재학 PD의 경우, 직장갑질119 등을 통해 법정 투쟁을 함께 하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고, 이전에 미디어오늘에 소송 과정이 보도되기도 하는 등 알고 있던 분이라 더 마음이 아팠다. 이재학 PD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방송 산업 내에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상황이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는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방송작가, 독립PD 등은 허울 좋은 프리랜서다. 방송작가나 독립PD들은 개편 때 잘리면 그만이다. 그런 경우 한 건, 한 건 법정에서 노동자성을 다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재학 PD 사건의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도 중요한 과제지만, 방송사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목표로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코로나 영향으로 집회 한 번 잡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49재는 같이 해야 하지 않나 해서 청주방송 앞에서 작은 집회로 진행했다. 조계종에서 천도제를 지내주셨는데, 큰 위로가 되었다.“

지난 227일 대책위원회는 회사와 합의를 통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게 되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다는 합의하에 대책위원회와 회사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첫 회의부터 난관이었다. 회사 측에서는 고인이 억울하다고 한 재판 과정에 참여했던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회사는 합의서에서 진상조사위 꾸리고 성실하게 임하겠다 약속했다. 합의문에는 객관적인 진상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을 방송사 내부위원이 아니라 외부위원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사측에서는 이재학 PD1심 재판 과정에서 동료들의 증언을 방해하고, 중요한 증거들을 은폐한 혐의가 있는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이런 행동은 사실상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다. 앞에서는 합의서 쓰고, 사과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적당한 외부위원을 찾기 힘들다며 위원 구성을 계속 미루고 있다. 회사 내부 사람을 조사위원으로 넣어달라는 논리인데, 그렇게 되면 방송사 직원, 노동자들이 제대로 진술에 참여할 수가 없다. 일단 대책위 추천 진상조사위원들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49재가 끝나고 진상조사위원들이 현장조사를 했다. 1~5층 돌면서 직원들도 만나고 실제 일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그 자리에 전 보도국장인 고위 인사가 배석했다. 그러니 분위기가 얼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도 청주방송 모기업인 건설사의 이두영 회장이 직원들 앞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청주방송 음해세력이라고 말하며, 조사에 협조하기 어렵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 뒤로 회사 분위기가 긴장될 수밖에 없다.”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청주방송 진상조사위원회는 관례적으로 요구하여 꾸리게 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재학 PD억울함의 실체를 밝혀야 하는 과제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재학 PD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도화선이 된 청주방송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 동료들의 처우 문제를 제기했다가 해고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본인이 당했던 불공정함 뿐 아니라,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밝히는 게 고인의 명예회복에도 중요하다. 이후, 문제제기 과정에서 폭언과 괴롭힘을 당했고, 소송 과정에서 위증과 은폐 시도가 있었다. 이러면서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하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재학 PD가 다른 출구가 없다고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회사와 함께 다시 짚어보면서, 회사도 반성하고 밝혀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유가족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이재학 PD14년 동안 정규직보다 더 열심히 일했는데, 사측에서는 홈페이지 리뉴얼한다면서 이재학 PD가 연출했던 프로그램 보기도 삭제하고 있다. 유가족에게는 고인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재판도 이어가고,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여, 고인이 어떻게 일했는지 밝히는 것, 그야말로 노동자였다는 걸 밝히는 게 중요하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정당화하는 한 마디, ‘방송 펑크낼 거야?’

대책위원회에서 만든 카드뉴스 중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방송국이 왜 후진적으로 운영되는지 너무나도 안타깝다는 메모가 인상적이었다. 방송국이 유난히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199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중소제작사 지원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지상파 프로그램 외주편성 비율을 정해두게 된다. 외주제작사에 방송 기회를 일정 정도 이상 줘서, 외주제작사를 키워서 방송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외주제작사의 직접고용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지만, IMF이후에는 고용자체가 불안정해지면서 비정상적인 고용형태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을 예로 들면, 100명 중 5% 정도가 방송사 정규직이다. 나머지 95%의 비정규직도 고용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프리랜서, 파견, 도급 등등. 아예 무계약 상태로 일하는 노동자도 많다. 구두계약조차 없는 상태로 일한다. 그러다보니 그냥 짤리는일도 여전히 많다.”

이 업계에서는 그래도 방송은 내보내야 하지 않냐.”는 말로 모든 것이 넘어가고 있기도 하다. 방송 나가야 한다는 것이 지상과제다. 그 외의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 그러니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후 수십 년간 특례업종으로 밤샘노동을 당연히 해 온 것이다. ‘방송 펑크 낼 거야?’라는 말이면 모든 게 정리돼 왔다. 우리가 관행이라 부르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 노동자들 사이의 위계나 서열 문제도 심각하다. 꼭 정규직비정규직뿐 아니라, 직군별로나 고용 형태 별로 서로 이해도 높지 않고 경쟁하는 분위기도 있다. 같은 직군 내에서도 경력에 따라서 임금 차이도 크고 위계도 심하다. 노동자들 사이에 이런 차이를 줄이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시스템이 제대로 돼야 한다. 직군별로, 맡은 역할이나 일한 연차 등에 따라 임금이 정해진다든지, 표준적인 계약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방송계는 계속 주먹구구식으로 굴러가고 있다. ‘여기서는 10만원인데, 할래?’ 이런 식으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방송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닌 척하는 방송사, 거기서 비롯된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간노동, 과로사와 안전문제, 저임금과 폭력적인 직장 문화 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도 4~5년 정도의 일이다.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2016년 이한빛 PD의 죽음 이후, 방송작가유니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이 결성되면서 이제야 얘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 방송계에서 프리랜서 방송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으고 조직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예를 들어, 이 투쟁에서도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이 모이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는 고용 불안이 너무 크니 불안해하고 있다. 회장 말 한마디에 사내 분위기가 얼어붙기도 하고, 대책위에 도움을 주던 분이 힘들다는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방송계에서 몇 년간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현장도 변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현장 노동자 모임하면, 누가 알까봐 걱정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방송 현장이 인맥으로 이어지는 주먹구구식 구조이다보니, 권리를 주장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이 고용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방송사 정규직 노동자와의 관계도 쉽지 않다. 제작 현장에서는 정규직 노동자가 회사 관리자 역할을 하고, 업무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감정이 쌓이기도 하고, 이 사이에서 단결이나 연대로 한 발 나아가는 것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도 노동자성 인정 문제가 중요하다. 그래야 노동자로 문제제기나, 싸움이나, 연대를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방송계에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

대책위원회는 청주방송뿐 아니라, 방송계 전반의 무늬만 프리랜서문제를 함께 제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없더라도, 처우 개선이나 조직화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고 싶다. 그래서 지상파 4사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수많은 방송사와 제작사 안에 제3, 4의 이재학이 있다. 이재학 PD가 해고되기 전, 동료들의 처우개선 문제제기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그런 얘기를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용기를 냈던 사람이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게 안타깝다. 장시간 노동하면서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부당한 처우에 목소리 한 번 내기 어려운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이 이재학 PD의 뜻을 잇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책위에서는 무늬만 프리랜서 관련 실태조사도 하고 있고, PD 외에 다양한 방송직군 증언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상황에서도, 방송계 노동자는 고용 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의 처지에 놓인다고 한다. 재택근무하면서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 정규직도 있지만, 일당 받는 직군들은 방송 하나 취소되면 생계에 직격타를 입는다. 반대로 별다른 예방 조치 없이 수십 명의 스태프가 장시간 촬영을 강행하여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으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금 이재학 PD의 죽음에 대해 청주방송의 책임을 묻는다.

47일터기사

[문화로 읽는 노동] 상공인들의 노동을 찾아서 : 청계천 사람들의 노동을 기록한 작가들의 사진 / 2020.05

일터기사

상공인들의 노동을 찾아서 : 청계천 사람들의 노동을 기록한 작가들의 사진

최혁규 문화사회연구소

 

노동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우리는 노동자를 어떻게 상상하는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노동자를 어떤 방식으로 재현해왔는가? 노동자를 기록한 대부분의 사진은 노동 현장을 포착하거나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투쟁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전자든 후자든 포토제닉한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노동자의 손과 표정 그리고 땀을 사진적 표현의 중심에 놓곤 한다. 이를 통해 투박하고 강인한 노동자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일종의 숭고미를 그려낸다. 이는 비단 노동자라는 대상을 다룰 때만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행위를 사진 이미지로 기록해 보여주고자 할 때 흔히 취하게 되는 전략이다.
 



▲   그림 1. 『사진과 함께 보는 노동자역사 알기』(노동자역사 한내, 2015, 한내), 『연장전: 우리 시대 노동의 풍경』(노순택·박점규, 2017, 한겨레출판), 『어제와 오늘 2』(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 2007, 눈빛). ⓒ 알라딘

 

노동자에 대한 지배적인 재현과 상상

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르포르타주의 목적으로 찍은 사진부터 예술 작품으로서 촬영된 사진까지, 일상적인 삶을 포착한 사진부터 투쟁의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노동자역사 한내’에서 출간한 <사진과 함께 보는 노동자역사 알기>에 수록된 사진들이 있다. 이 사진집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록한 사진들을 집대성한 자료로써, 노동운동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노순택이나 정택용 같은 작가들의 사진은 노동자들의 일상과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 밀착해 예외적인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그들의 희비를 포착한다. 또한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과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집은 일반적인 민중들의 생활을 담았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들로 노동의 풍경을 살펴보기에 충분하지 않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공장 자동화를 도입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하는 포스트포드주의로 전환되었고, 노동력에 이어 인간의 생각과 감정도 교환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은 육체노동과 지적노동 그리고 감정노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되었고, 노동을 구획하는 시공간적 경계도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노동자에 대한 상상과 재현은 기존의 공장 노동자의 형상에서 그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노동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언어를 발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포착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기록하거나 우리가 놓쳤던 노동의 역사적 이미지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
    



▲  그림 2. 『다시 보는 청계천 1965-1968』(구와바라 시세이, 2017, 청계천박물관), 『노무라 리포트: 청계천변 판자촌 사람들 1973-1976』(노무라 모토유키, 2013, 눈빛), 『청계천 사람들: 삶의 투쟁의 공간으로서 청계천』(최인기, 2017, 리슨투더시티). ⓒ 알라딘

 

 
어디에도 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소상공인의 노동

소상공인 집단의 계급적 위치가 모호하기 때문일까? 소상공인 혹은 소상공업 노동은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는 것 같다. 대개 소상공인은 혼자서 일하거나 한두 명의 직원들을 둔 채 일하고, 한 사업체의 경영자이지만 동시에 노동자로서 쉬는 날 없이 일한다. 그리고 업체에 고용된 임노동자들은 때로는 사장 이상으로 업체 경영에 신경 써야 하는 위치에 처하기도 한다. 일종의 소규모 업체가 가진 운명공동체적 성격 때문이다. 이러한 소상공인들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식당과 카페 같은 곳에서부터 시장의 상점이나 공방과 공업소 같은 곳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주요 담론에서 소상공인들의 문제는 중요한 쟁점이 되지 않는다. 물론 정부는 필요시 소상공인들을 항상 국가의 중요한 경제적 주체로 호명하지만, 정작 이들이 처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 운동은 소상공인의 애매한 계급적 위치 때문인지, 아니면 노동조합법 바깥에 있기 때문인지, 이들을 노동운동의 주체 혹은 노동운동에 연대하는 주체로 인식하지 않는다.

임금 문제만을 두고 본다면, 소상공업 사장과 노동자는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소상공인들은 착취와 수탈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노동을 다룰 때 이들의 노동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보자면, 이들은 노동문제에 있어서 어디에도 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자들이다.

청계천 일대 상공업, 그곳에서 포착한 삶으로서의 노동
 

이들의 모습과 역사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은 서울의 주요 상공업 지역인 청계천 일대이다. 청계천 일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중심업무지구이면서 역사적으로 오래된 상공업 지역이다. 이 지역의 근현대적 형성은 전후 도시 빈민들의 역사와 함께한다.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청계천변에 판자촌을 형성해 살기 시작했고, 이들은 넝마 줍는 일을 하거나 매각된 식민지기 물품이나 미군 부대에서 나온 군수품 등을 변형하거나 분해해 파는 일로 생계를 유지했다. 이들에게 노동은 생존과 직결된 삶 그 자체였다. 196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판자촌 강제 철거에도 불구하고, 노점에서 시작된 상공업 행위는 점차 주변 주거 지역으로 확산되어 지금과 같은 광범위한 상공업 상권을 만들었다. 이 상권은 청계천을 따라 신설동과 황학동 일대에서 동대문을 지나 을지로 입구까지 길게 이어진다.
   
일찍이 청계천 일대의 도시빈민과 상공인에 주목한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은 청계천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다. 1960년대 중순의 청계천 일대의 모습에 주목했던 일본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 1970년대부터 청계천 일대에서 사역하면서 도시 빈민들의 삶을 기록한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 그리고 그와 함께했던 정치인이자 빈민운동가였던 의원 고 제정구, 1980년대 말부터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이 일대의 상공인들을 기록한 사진작가 이한구1), 청계천 일대 상공인들의 노동과 투쟁을 기록한 빈민운동가이자 사진작가인 최인기2) 등이 있다.

어떤 이는 청계천 도시 빈민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노력했고, 어떤 이는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강제 퇴거의 위기에 놓인 청계천 상공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담아낸 사진은 그 누구도 기록하지 않았던 청계천 사람들의 노동을 찍은 역사적 증거물이자, 도시빈민과 상공인의 삶을 증명하는 투쟁의 무기였다. 이는 현재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 반대 투쟁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기록이자 다가올 미래를 향해 있는 이미지

노동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우리가 노동을 기록하고 표현하고 상상하는 방식은 꽤 단순하다. 청계천 사람들을 찍은 사진들은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노동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사진들은 그동안 우리가 노동을 이야기할 때 잘 떠올리지 않았던 소상공인들의 노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이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 긱 노동자(gig worker) 등 노동의 형태가 점차 파면화되고 다양해지면서 노동자를 상상하는 다양한 방식을 고안해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청계천 사람들의 노동을 기록한 작가들의 사진은 과거의 기록이지만 다가올 미래를 향해 있는 이미지이다. 어쩌면 이 사진들은 청계천 사람들의 현실을 기록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찍혔는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1) 이한구의 청계천, PROLOGUE
http://www.artkoreatv.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84

2) 청계천·을지로 개발에 저항하는 사람들(최인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597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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