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일 충북 청주 오창읍의 한 필름제조업체인 더블유스코프코리아 공장에서 유독가스인 디클로로메탄이 유출됐다. 그로 인해 36세와 28세의 청년노동자가 질식사고를 당했다. 그중 한 명은 뇌사 상태에 빠진 중대재해였다. 디클로로메탄은 뇌와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충청북도가 2년 연속 발암물질 배출 1위를 기록하게 한 화학물질이기도 하다. 올해만 해도 충주·제천·옥천에서 질식사고를 비롯해 화학물질 누출·폭발로 인한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관할지방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이 어떤 물질을 어떻게,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사고가 난 이후에 파악을 했다.
[10대 노동뉴스 공동 7위] 제2의 김용균 없게 하겠다더니, 정부 ‘위험의 외주화 금지’ 끝내 외면
제정남 2019.12.30 08:00
출처: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기자
한국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10일 홀로 야간작업을 하다 처참한 죽임을 당했다. 사회적 파장은 컸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달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유가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위험의 외주화 중단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고인의 죽음은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책임을 확대하고 유해물질 취급업무 도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4월 입법예고한 시행령·시행규칙 전부개정안은 발전소나 조선업 같은 위험업무를 도급금지·승인대상에서 제외했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지만 이달 17일 청와대는 국무회의를 열어 하위법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식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서라도 다시 이 자리에서 또 다른 노동자를 호명하고 추모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시민사회 공동성명] 한국지엠은 불법파견 범죄행위를 덮기 위한 585명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를 즉각 중단하라!
12.31 창원 지엠 공장 앞에서 열린 투쟁문화제
지난 11월 25일 한국 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 예고 통지서라는 한 장의 끔찍한 문서를 마주하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은 2019년 12월 31일, 이 A4 한 장짜리 문서에 갇혀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
한국 지엠은 불법파견 공장이다. 이는 2013년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승소와 2018년에는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의 불법파견 판정으로 이미 확인되었다. 그러나 한국 지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하기는커녕 무더기로 해고하고,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와 부제소 확약서를 제출하는 사람에 한해 위로금을 지급하고 ‘향후 창원공장 신규인원 발생 시 우선 채용’하겠다고 한다. 이는 명백히 불법파견 범죄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만행이다.
한국 지엠은 지난해 신차종 배치 등 여러 조치를 강구하여 사업장을 유지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정부로부터 8100억이라는 혈세를 지원받았으나 1년 만에 약속을 파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량해고를 통보했다. 물량감소에 따라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더니 현재는 3개월 단기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신규채용하고 있다. 이는 정부와 국민,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행태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한낱 휴지조각으로 여기는 한국 지엠 자본의 태도는 지난 12월 2일 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부평공장에서 일하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올 초부터 사측의 일방적인 지시로 순환 무급 휴직 대상자가 되어 한 달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그를 라인 위에 세운 것은 다름 아닌 해고에 대한 극심한 불안이었다.
한국 지엠은 2009년 인천 부평공장, 2015년 군산 공장에서도 물량감소를 이유로 1교대로 전환한 후, 연말이 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였다.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그간 수도 없이 경영악화를 빌미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을 두고 저울질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잔인한 해고의 연말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가?
우리는 해고의 고통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짓밟는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를 비롯해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과 절망의 역사를 통해 확인하였다. 한 인간의 삶을 이처럼 송두리째 뒤흔드는 한국 지엠 자본의 횡포를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A4 한 장에 갇혀 삶이 이렇게 무참히 폐기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우리 시민사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한국지엠 자본은 불법파견 범죄를 덮기 위한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즉각 중단하라.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전환 즉각 실시하라. 또한 문재인 정부에도 요구한다. 작년 8100억의 혈세 지원을 대가로 작성한 한국 지엠과의 합의서를 공개하라. 한국 지엠 자본에게 약속 위반 및 파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지엠 자본의 대량해고를 즉각 중단시키라. 해고는 사회적 타살이다. 우리는 한국 지엠의 불법파견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 및 책임 이행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가 철회가 이루어질 때까지, 자본의 반인권적 행태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되찾고 그들의 정당한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함께할 것이다.
ASA는 노조파괴를 중단하고 노동인권을 보장하라! 관계 기관은 철저히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민주노총 전북본부
어제(12/29) 새벽 2시 경, 자동차휠을 제조하는 ASA 전주공장 내 주조공정에서 작업 중이던 중국 출신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 동일한 라인에서는 2015년에도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중상을 입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으나 당시 사고 이후에 부실한 대책만이 있었다. 게다가 회사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에 사건이 발생한 공정에 대해서만 작업정지를 했을 뿐, 다른 라인은 계속 가동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잔혹한 행태를 보였다. 우리는 노동인권을 경시하는 ASA를 규탄하며 관계 기관에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촉구한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부주의에 의한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다. ASA는 2015년 산재 이후에도 안전장치 설치 없이 안전수칙만 추가하는 안일한 재발방지 대책만 시행했다. 또한 11월 초에 3개월 단기계약직으로 채용되어 작업과 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고인을 배치한 것 역시 문제였다. 게다가 사건 발생 전 고인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어 소통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안전교육은 한국어로만 진행되었다. 사실상 회사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든 것과 다름없다.
회사가 막무가내로 일관한 노조탄압 경영 역시 이번 사건의 원인이다. ASA는 올 8월에 전주공장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구하자 온갖 수단을 동원해 노조파괴를 자행하고 있다. 회사는 노조 간부 4명에 대한 부당전직과 해고, 조합원 부당정직, 용역깡패를 투입한 부당전직 피해자 출근 저지, 정당한 노조행사를 핑계로 한 3,800만원 손해배상 청구 등 가혹한 탄압을 가했다. 이 와중에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9월부터는 40명이 넘는 단기계약직을 대체인력으로 채용했고 고인 역시 이런 과정으로 현장에 오게 되었다. 더욱이 고인뿐 아니라 대체인력 다수가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이었으며, 숙련도가 높은 노조원들은 현장에서 배제된 상황이었다. 안전문제가 충분히 예측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파괴에만 골몰한 회사가 이번 참사를 부른 것이다.
1년 전, 화력발전소 노동자 故김용균님의 죽음 앞에서 많은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외쳤다. 매년 2천 명의 또 다른 ‘김용균’들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나라를 바꾸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일터는 달라지지 않았다. 인간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며 노동인권을 경시하고 탄압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사회는 여전히 굳건하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엉터리 안전교육만을 실시하고 안전장치 없는 현장에 배치하는 무감각함이 또 한 사람을 죽였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차별 없는 일터도, 기본적인 권리와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는 존재로 대우받는 한, 이 사회의 그 누구라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이윤보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작동했다면 이번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이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ASA와 관계기관은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동부 등 관계기관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회사와 책임자를 처벌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부조차 사건 발생 전부터 대체인력 투입의 문제점을 회사에 시정하도록 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엄중한 조사와 처벌도 있어야 한다. 회사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가족에게 사과와 애도를 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적극 마련하라. 아울러 불법적인 대체인력 투입과 용역깡패 배치 등 노조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온전히 노동3권을 보장하라.
71년 전 오늘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되었다. 전쟁의 야만 위에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으로 인간의 존엄을 새긴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존엄하다”는 약속은 아직 현실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일인 12월 10일 오늘은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님의 1주기이기도 하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권은 ‘함께 잘 사는 나라’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에서 ‘함께’라는 범주는 모두에게 열려있지 않다. 생명보다 이윤이 앞서는 사회에서 노동자는 인간이 아닌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노동력으로 취급된다. 매년 2천 명의 또 다른 ‘김용균’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나라, ‘일하다 죽지 않게’ 라는 참담한 외침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가. 삶을 무너뜨린 노조파괴 기업 삼성의 책임을 요구하며 200일의 시간을 강남역 사거리 CCTV철탑 위에서 농성 중인 김용희 님,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한 직접고용 투쟁을 이어가는 톨게이트 노동자들,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사회에 맞선 투쟁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 ‘함께’라는 범주에서 배제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국회 앞에서는 성소수자를 삭제하고 성별이분법을 공고히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 시도를 규탄하는 외침이 이어졌다. 수년 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권, 성평등, 다양성의 가치를 담은 수많은 제도들이 공격받거나 폐지되었다. 이는 소수 혐오선동세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자라 자임하는 정치 세력들 또한 이를 뒷받침하며 발생한 문제다.
억압과 차별을 공고히 하려는 힘에 맞서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행동 역시 쌓여가고 있다. 존재를 삭제하려는 시도에 맞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혐오 선동에 맞서는 대항적인 말하기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를 만들어왔다. 성에 기반한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행동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폐지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동정과 시혜로 점철된 모욕적인 제도를 거부하며 권리를 선언하는 장애/빈곤 당사자들의 투쟁도 계속되고 있다.
71번째 세계인권선언일, 인권은 선언문 안에 갇혀있는 말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이어야 한다. 일하다 죽는 사회, 차별을 정당화하는 세상을 바꾸는 저항의 언어로 인권을 외치자. 불평등과 차별의 구조 속에서 ‘살아내는’ 것이 아닌,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며 존엄하게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인권의 외침은 계속될 것이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과 이후 투쟁의 결과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여전히 아쉬움과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법의 보호 대상 확대와 원청 책임 강화라는 법의 개정 취지는 분명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을 김용균법이라 불렀다. 하지만,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런 바람을 외면했고, 결국 2019년 12월 26일 애초 법 개정 취지에서 한참 후퇴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공포되었다.
2019년 4월 고용노동부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나왔을 때부터 제기된 비판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의 보호대상 확대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많은 적용제외 조항은 거의 변화가 없다. 일부 확대된 적용대상은 매우 선별적이다. 공공행정과 교육서비스업에서 적용 대상을 교원과 행정사무원 이외의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도록 확대한다더니, ‘청소, 시설관리, 조리 등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만 제한되었다. 다양한 학교 현장 노동자들이 여전히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체계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다.
처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이 되었다는 특수고용종사자 역시 마찬가지다. 나날이 ‘위장된 자영업자’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산재보상보험 적용 대상인 일부 직종에 대해서만 그것도 특정한 시행규칙만을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법이 계속 뒷북을 칠 수 밖에 없으리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원청 책임 강화를 위해 도입한 도급승인 대상 사업장은 ‘황산, 불화수소, 질산 또는 염화수소를 취급하는 설비의 개조․분해․해체․철거 작업’으로 지나치게 협소하여 ‘김용균은 보호받을 수 없는 김용균법’이 되고 말았다. 원청의 산업재해 발생건수에 하청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을 포함하여 공표해야 하는 사업장에 전기업종 하나를 추가했을 뿐이다.
대통령도 강조했던 작업중지권은 시행규칙에서 ‘지방고용노동관서장은 작업중지명령 해제를 요청받은 경우 그 요청일 다음 날부터 4일 이내에’ 작업중지해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면서, 친절하게도 ‘토요일과 공휴일’도 포함하도록 해주었다. 중대재해 발생 이후에도 작업중지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자본의 노골적인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노동환경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 산재사고사망을 줄일 수 없는데도 여전히 어정쩡하게 기업의 눈치를 보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 입으로는 원청 책임 확대나 보호 대상 확대를 외치지만, 그 범위는 최소로 억제하려는 정부의 태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 이번 시행령과 시행규칙이다. 이런 법안, 이런 태도로는 정부 스스로 공언했던 산재사고사망 절반 줄이기는 절대 달성할 수 없다. 정부가 빈 수레만 요란하게 흔드는 사이, 오늘도 내일도 노동자는 일하다 죽고, 다치고, 병들 것이다. 정부는 이 죽음을 어떻게 책임지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