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 퀵서비스 기사의 노동실태

퀵서비스 기사의 노동실태

법적 규제나 제도적 뒷받침이 없이 법의 사각지대 방치…제도적 뒷받침 필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문제가 새해부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노사정의 비정규법안 공방에 가려 2월 임시국회에서도 논의가 시작될지는 미지수이지만, 특고 문제는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사회적 현안이 되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발행하는 월간 <비정규노동> 12월호가 특수고용노동 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좀더 많은 독자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매일노동뉴스>가 이를 전재한다. 논문과 저자 및 연재순서는 다음과 같다. 귀중한 원고를 나누어주신 필자 여러분과 한국비정규센터에게 감사드린다. <편집자 주>

* 연재순서

①~② 퀵서비스 기사의 노동실태 - 신태중(함께하는시민행동 좋은기업만들기1)팀장)

③~④ 산업재해의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 임형준(한림대 성심병원 산업의학과 교수)

⑤~⑥ 노사정위 공익위원 검토의견의 문제점과 대안 - 남우근(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

특수고용 노동자는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지급받으나,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현행법상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을 말한다. 현재 그 규모는 78만명2)으로 추정되며, 고용형태의 다변화로 앞으로 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주로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레미콘지입차주 등 이른바 4대 특수고용 노동자를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쟁점화되어 논의가 진행되어 왔으나, 그 이외에 화물운송노동자, 대리운전자, 퀵서비스 기사, 검침원 등 우리사회 특수고용 노동자는 다양한 영역에 폭넓게 분포되어 있는 현실이다.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에 있어 논쟁이 되는 점은 이들이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기존의 노사관계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이들에 대한 법률적 지위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그리고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보호방안은 무엇인지 등으로 모아지고 있으며, 노동자성 인정 여부가 그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의 특수고용 노동자 실태조사 사업은 비정규직 문제 중 하나로 다뤄지기는 하나 4대 특수고용 노동자(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레미콘 지입차주) 등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관심과 연구조사가 미흡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조사하여 이들에 대한 노동권보호와 사회안전망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우리사회 비정규직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중요하나, 아직까지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도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그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정확한 통계와 노동실태를 조사하여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대책을 모색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이에 함께하는시민행동은 4대 특수고용 노동자를 제외한 다른 직종의 특수고용 노동자 실태조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5월 서울시 수도검침원에 대한 조사 결과3)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난 10월에는 두 번째로 서울시에서 일하는 오토바이 퀵서비스 기사를 대상으로 근로환경과 처우를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으며, 퀵서비스 기사가 모여 있는 서울 주요 지역(을지로, 충무로, 여의도, 세종로, 강남역, 남대문시장 등)에서 약 6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퀵서비스 회사의 규모와 운영방식, 그리고 영업지역 등이 상이하고, 일하는 기사들 또한 다양한 형태로 근무하기에 시민행동의 조사가 퀵서비스 기사 전체의 노동실태를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괄적이나마 이들의 근무형태와 노동실태, 그리고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사고위험과 열악한 근로조건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앞으로 체계적이고 면밀한 실태조사의 바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퀵서비스 업종

퀵서비스는 1990년대 초반부터 형성·발전4)되어 온 우리나라 대표적인 물류업종으로 현재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업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정확한 통계가 확인되지는 않으나, 보도된 기사들에 의하면, 대체적으로 서울시의 퀵서비스 매출규모가 7,000억원에 이르고, 서울시에만 1,000개 이상의 회사가 영업중이며, 퀵서비스 기사는 1만 5천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5)되고 있다.

퀵서비스는 말 그대로 소화물을 빠른 시간내에 목적지로 운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금처럼 교통이 혼잡하고 정체가 극심한 도심내에서 기업체나 관공서는 물론 개인도 빈번하게 이용하고 있다. 특히 빠르게 배달할 수 있는 신속성과 필요한 때에 언제든지 문전까지 와서 목적지로 배송할 수 있는 편리성 등으로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이다.

복잡한 도심 속의 가장 빠른 배송수단으로 자리 잡은 퀵서비스는 현재 영업신고만 하면 누구든지 사업을 할 수 있는 자유업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이러한 규제완화로 많은 영세업체가 난립하고 이로 인해 과열경쟁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업체의 난립과 과열경쟁은 배송단가를 낮추고 이는 고스란히 퀵서비스 기사의 소득감소6)로 이어지고 있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화물자동차의 종류를 규율하면서 이륜자동차는 제외하고 있어, 엄격한 의미에서 이륜자동차를 이용해 소화물을 배송하는 것은 무법상태에서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영업 중인 회사 중 90% 이상이 사업자 허가를 내지 않고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7) 이처럼 퀵서비스업은 우리사회 없어서는 안 될 소화물 배송업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관리·감독하는 제도나 관련부처가 전무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퀵서비스 기사의 근무 형태

일반적으로 퀵서비스 기사는 회사에 일정액의 알선료(회비)를 선불로 납입한 후, 회사로부터 배송업무를 소개 받아, 배송을 수행한 후 고객으로부터 요금을 직접 수령한다. 퀵서비스 회사8)는 자체 운송수단인 오토바이나 기사를 보유하지 않은 채, 알선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알선료(회비)는 주로 선불로 받으며, 일정단위(건별/일별/주별/월별)로 정액으로 받고 있으며 각각의 업체별로 상이하나 대부분은 주비나 월비로 받는 상태이다. 즉 퀵서비스 기사는 지입형태로 근무를 하는 것이다.

퀵서비스 회사는 기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로 이익을 내기에 많은 기사를 보유할수록 유리하며, 기사 입장에서는 적정 기사보다 회사가 기사를 많이 모집할수록 경쟁이 심화되어 수입이 낮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수익배분 구조로 인해 새로운 퀵서비스 기사 모집은 다른 기사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나, 이의 결정은 통상 업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경제난 지속과 실업율 증가 등으로 쉽게 일을 시작할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퀵서비스 업종에 진출하고는 있으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현행 퀵서비스업의 문제점

(1) 법의 사각지대

서울시에서 영업 중인 퀵서비스 규모가 7,000억원에 이르고 업종이 생겨난지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법적 규제나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이다. 즉 퀵서비스 업종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지난 1997년 여객위주로 운영되고 있던 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화물운송분야를 분리하기 위하여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이 법에 의하면 운송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체 기사와 운송수단을 보유하여야 하나 현재 퀵서비스 회사들은 지입방식으로 알선업무만 하고 있음에도 운수사업자로 등록하여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으며, 또한 이륜자동차는 화물운송수단으로 규정되지 않아 무법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는 실정9)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퀵서비스 업종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으며 건교부와 서울시도 아직까지 제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단순히 이륜자동차를 화물운송수단에 포함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되며, 영업을 하기 위한 조건이나 배송책임 문제, 비용부담이나 표준요금제 등 퀵서비스 업종 내부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는 방향으로의 제도화가 고민되어야 한다.10)

(2) 업체의 난립과 영세한 규모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자료11)에 의하면, 10대 이하의 오토바이를 보유(지입과 자체보유 포함)하고 있는 업체가 31.9%, 10대 초과 20대 이하의 업체가 44.0%로 약 76%가 20대 이하로 영업을 하고 있으며, 100대 이상을 보유한 업체는 단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퀵서비스 회사의 영세성을 확인할 수 있다.12)

특히 퀵서비스업의 경우 특별한 요건을 갖추어 허가를 받거나 등록하여 영업하기 보다는 대다수가 전화기와 단말기, 그리고 컴퓨터와 무전기 등의 최소한의 장비를 보유한 채 쉽게 영업을 시작할 수 있기에, 영세한 규모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으며, 이는 곧 업체간의 과열경쟁과 요금단가하락 등을 불러오고 있다.

(3) 출혈경쟁에 의한 단가하락

퀵서비스 회사의 난립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이에 따라 업체들은 각종 할인제도를 쏟아내며 출혈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퀵서비스 회사들은 시장 확보차원에서 거래업체에 낮은 배송단가를 제시하거나 혹은 정상가격을 받되 각종 할인제도를 둠으로써 전체적으로 가격덤핑을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채산성이 낮은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또 다시 다른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는 등 업체의 시장 진출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출혈경쟁에 의한 배송단가하락은 퀵서비스 회사에도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퀵서비스 기사들의 수입 원천이기에 직접적인 타격은 기사들이 받는다고 하겠다. 이는 결국 퀵서비스 기사의 불법운행과 난폭운전으로도 연결되어 기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4) 세금 탈루

현재 퀵서비스 회사 중 많은 회사들이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로 영업을 하고, 현금 거래 비중이 높다보니 세금탈루 문제가 자주 지적되고 있다. 사업 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를 하더라도 낮게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탈세가 발생하고, 운송서비스에 따른 부가가치세도 제대로 납부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설사 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운임 할인에 따라 퀵서비스 기사에게 전가되는 문제점도 있다고 한다.13)

또한 회사는 기사로부터 일정기간에 따라 알선료를 받고 있으나 이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 이에 대한 세금도 제대로 부담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