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노동뉴스] 의료민영화...대다수 국민들에겐 재앙

의료민영화...대다수 국민들에겐 재앙
[특집] 보건은 없고 산업만 있는 의료민영화(2)
 
잠시 진정국면에 접어들던 신종 인플루엔자가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전세계보건기구(WHO)는 지금까지 집계된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자 수가 전세계 69개국에 걸쳐 2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또한 전체 사망자 125명 중 멕시코가 10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실장은 “멕시코에서 유난히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멕시코가 의료민영화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석균 실장은 “멕시코는 과거 건강보험을 운영했으나 민영보험과 영리법인을 도입하면서 국민의 50%가 의료보험 혜택에서 제외됐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의료민영화를 비판하면서 우리는 미국의 예를 많이 든다.

지난 30년간 이루어진 가장 획기적인 의학적 발견 중 여덟 가지가 미국에서 비롯됐다는 조사 결과와 국내 재벌총수나 유력 정치인이 치료차 미국을 방문한다는 뉴스를 들을 때 우리는 미국 의료의 질이 매우 선진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전 국민을 포괄하는 공적 의료보장 제도가 없어 의료 이용의 접근성, 효율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을 거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미국, 아프면 집안이 망한다

미국인구 3억 중 보험가입자는 2억5000만명, 보험 미가입자는 5000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5000만명의 보험 미가입자는 물론이고 보험에 가입한 나머지 국민들도 아프지 않기를 기도하며 살고 있다.

아기 출산에 2000만원, 예방접종비는 수십만원, 브랜드가 있는 약값은 한 알에 1~50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영화‘식코’는 미국의료보험 민영화의 극단적인 사례만을 부각시킨 것이 아니라 미국의료체계의 일반적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2007년 의료비 부담으로 파산한 가계가 전체 파산 가정의 62%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의 세인트 조지프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재미동포 도미틸라 수녀는 “미국에서 중산층으로 살아가려면 한 가지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것은 바로 ‘절대로 아프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의료보험의 진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는 건강보험을 기본으로 민간보험 상품이 있지만 미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보험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적보험은 공익을 추구하는 반면 민간보험은 철저히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특성에 비추어볼 때 다음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의료는 민간보험회사가 장악했다.

미국은 보험회사와 병원이 계약을 통하여 진료를 한다. “삼성생명에 가입하신 분은 삼성병원에서 치료해야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이다. 이런 이상한 법칙은 환자가 위중한 경우에도 예외일 수 없다.

"생명이 위급한 아이를 안고 달려간 인근병원에서는 치료를 거부하였습니다. 이유는 가입한 보험회사와 계약된 병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보험회사와 계약한 병원에 도착하였을 땐 이미 아이는 숨을 거두었습니다."(영화 식코의 일부)

둘째, 공적보험의 부재는 민간보험의 독과점을 형성한다.

미국 의료보험료의 상승은 평균 물가상승률과 임금 상승률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의료보험료는 2배나 올랐고, 이에 대한 부담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돌아갔다(2008년 민간보험료: 노동자 335만원, 사용자 932만원 / 1000원=1달러).

또한 민간의료보험을 중심으로 한 과다한 행정비용 등의  낭비적 요소도 의료보험료를 올리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셋째,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1인당 진료비는 한국의 5배, 민간보험 도입률은 한국의 11배이지만 영아 사망률은 한국보다 1.5% 높다.

의료민영화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동반하지만 천문학적인 의료비 지출이 적절한 의료보장뿐만 아니라 무보험자의 숫자도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북구비정규직센터에서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의 용건은 '외국인 이주 여성노동자가 출산을 위해 제왕절개수술을 해야 하는데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예상되는 진료비와 병원에서 지원하는 감면혜택이 없는지에 대한 문의였는데, 해당부서에 확인한 진료비는 500만원 이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었습니다."

이 한 가지 사례만으로도 의료보험제도의 혜택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6월 국회에서 의료선진화 방안을 위해 의료법 개정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진영 외에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의료민영화의 본격적 시작을 경고하고 있다.

병원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민영화 반대 선전전을 진행할 때 “와 또 의료민영화 한다고 지랄이고?”란 말이 환자들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결국 대한민국 99%에겐 재앙이 될 수밖에 없는 의료민영화!

2009년 6월 투쟁이 중요한 이유다.

 
 
김태우(공공노조 울산대병원분회장) / 2009-06-08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