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노동환경을 가장 가까이서 느낍니다. 노동자는 자기의 몸으로 무엇이 위험한지 직감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일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다른 한편으로는 어차피 바꿀 수 없으니까 체념해버려서, 위험에 둔감해지기도 합니다. 더욱이 일터의 위험은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것부터, 서서히 몸을 망가뜨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인 것까지 여러 스펙트럼에 걸쳐 있습니다.
노동자 혼자 그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위험이라 판단하여 일을 멈추거나 회사에 조치를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한들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일은 거의 없고, 오히려 부당한 제재를 당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하청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은 더욱 그럴 것이며, 노동조합이 있더라도 안전보건활동을 제대로 하기란 여의치가 않습니다.
노란봉투법이 이 상황을 돌파할 길을 열 수 있을까요? 이번 11월호 특집은 노란봉투법 제정의 의미를 짚고, 제정 이후 노동안전보건운동의 과제를 모색합니다. 이미 노동 현장에서는 어떻게 새롭고 다르게 투쟁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가 무엇인지 따져보고 있습니다. 물론 법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노란봉투법을 마중물로 삼아야 합니다. 이번 특집이 그 길을 열기 위한 방향과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선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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